사실 괜히 두 노래 합쳐진 걸 가져왔나 싶기도 해서 따로 올리는 목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cBxrkElBhBs ↑리엔(원곡:카노) https://www.youtube.com/watch?v=XpSA8z_ackw ↑리안(원곡:히마와리)
시이는 이내 한숨을 쉽니다. 아무튼 그렇게 묻고는 좀 고민하다가 여기는 어디냐는 말에, 이 사람도 길을 잃은 것인가 싶어서 묻습니다.
"...잠깐, 그보다 그 쪽도 길 잃으셨어요? ......일단 저는 길을 잘 찾는 인간이 아니니까 저도 모릅니다. 어딘 지도 모르는 곳? 그래도 십 몇분 전까지는 교회였던 것도 같은데... 아닌가?"
그녀는 좀 당황하며, 본인이 교회 밖을 나온지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가를 떠올립니다. 어라? 아닌가? 생체시계가 고장난 걸지도? ...근데 뭐 대충 맞는 느낌이니까!
"일단은... 여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까요. 그리고 이거 받아요, 이런 상황에서 영양 보충이란 중요한 것 같으니까요..."
시이는 한숨을 쉬더니 절망적이라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곤 쿠키가 들어있던 봉지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린저쿠키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는 데릭에게도 초코칩 쿠키 하나를 건넸다. 일단은 아껴먹자. 이 쿠키. ...애초에 다 먹기 전에 교회에 도착할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일단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을 반대로 해서 도착지점부터 시작지점까지 가면 되는 거니까. 근데 어떻게 왔었지?
지금은 그 기미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막 심문관을 위해 훈련 받던 시절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난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 일을 계기로 죽어라 수도의 화법을 공부하며 고통스러워 했던 기억도 이제는 어렴풋한 추억으로 변질되었다. 왜 그런가 하면, 그 이후로 더 뭣닽은 경험을 수도없이 겪어왔기 때문이겠지. 레오닉은 자문자답하며 본인의 고향 풍경을 떠올렸다. 작은 마을이었고, 작은 집들이 많았으며, 작은 교회가 있었다. 아버지의 자그마한 교회는 안식처였고 무한한 서재였지만 이제는 잿더미로 불타고 없어졌다.
"으음?"
반사적으로 레오닉른 목소리를 길게 끌었다. 그 질문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어색하게 미소 짓는 그녀의 표정이 그토록 부자연스러웠기에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레오닉은 곧바로 침묵을 지켰다. 그 미묘한 입꼬리에 무엇이 걸쳐져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잠시 생각을 가늠하다 질문에는 똑바로 대답을 했다.
"좋았지. 그저 전부였을 때도 있었고, 옛날의 친구들도 빼놓을 수 없지만 가족은 정말 소중했었어. 근데 지금은, 도무지 증오스럽기만 해. 애틋하기도 하면서."
요컨대 애증이라며 레오닉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발생하는 위화감을 느끼고, 그것이 말을 놓았음에서 발현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문득 그녀가 잡아챈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사람의 손이란 원래 이리도 따뜻한 것이었나. 그것도 아니면 그녀가 뱀파이어라 그런걸까. 그런 생각들도 오래가지도 못하고, 이내 저도 모르게 놀란듯이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을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있지 않나. 하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것인지 제 입술을 매만지고 있는 레이첼에겐, 영원과도 같은 감각이었다.
"...넘어진다."
그런 그녀에게 마지못해 내뱉는 말이 그것이었다. 이제는 손이 아닌 얼굴이 덥혀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 탓일테다. 자신에게도 제대로 피가 흐르고 있구나, 저 짖궂은 뱀파이어가 그것을 계속 증명해내고 있었다. 칼이나 상처를 동반한 싸움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바래다 준다던 레이첼은 천천히 걸음을 때어 뒤늦게 비비안을 따라가고 있었다.
해라는 것은 없으며 아침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월광이 사무치는 끝없는 숲, 그 어느 기묘한 계곡가가 오늘의 무대, 그리고 환상종들의 즐거운 터전이 되겠습니다.
밤하늘마저 꿰찌르려는 듯이 찬란하고 강렬한 빛줄기가 숲 깊숙한 곳까지 뻗어나갑니다. 마치 벨벳 원단에 자수를 수놓는 것처럼 빛은 계속, 황홀히, 퍼져나갑니다.
따스한 불꽃 옆에서는 귀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노랫말은 물론 심금이 전율감에 몸서리치지 않고는 못 베길 선율들도 함께입니다.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환상종만의 환상곡이 이 어둑한 무대의 조명인 나무로 층층히 쌓은 캠프파이어의 불길을 격정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시작은 어느 흥이 많고 여흥을 추구하는 독특한 환상종의 월광 아래의 서정적인 아리아로부터 출발합니다. 그 근처에서 세레나데에 어울리는 곡조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즉흥적, 그리고 본능적인 흥을 돋워간 유희의 기류가 차츰 주변을 물들였고, 어느 환상종은 나무를 베어다 불을 토하여 거대한 빛이자 불의 기둥을 세웠습니다.
빛이 환상종을 부르고, 경쾌한 발걸음이 하나 둘씩 늘어갑니다.
한 편에서는 후각을 자극하는 향긋한 음식 냄새가 물씬 풍기고, 또 한 편에서는 손을 마주잡고 일렁이는 달빛의 리듬을 따라 우아한 춤사위를 벌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계곡의 바위 틈에서는 격렬한 전투를 벌입니다. 누구는 박수를 치고, 누구는 계곡물 속에서 물장구를 칩니다.
하늘에서 밝은 빛들이 쪼개지고 짐승도, 풀잎도, 바람도 흥에 겨워 머무릅니다.
그들의 시간이 허용 하듯이, 이 즉흥적이고 혼란스럽지만 그저 아름다울 뿐인 이 본능의 향연에서는 모든 것을 허합니다. 저 불을 끄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요.
이 어두컴컴한 세계에서는 너무나 이례적인 일들이 황홀감에 취하여 기쁘게 일렁입니다.
계절에도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고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이들의 한 여름밤의 꿈이자 하나의 환상무곡. 영원한 시간을 살아가는데 무료를 느낀다면, 당신도 이 축제의 빛에 이끌리고 있습니다.
신도들, 헬리오스의 어린 양들이자 노토스의 백성들은 신심에 가득찬 눈으로 단상 위의 성가대들이 합창하는 장엄하고 경건한 찬송을 마치 음독하듯이 조심스럽고 신성한 마음으로 따라 부릅니다.
여인들의 머리에는 순백의 아마포가, 아이들의 눈은 때마침 내리쬐는 찬란한 광채가 드높은 성당 꼭대기, 그 곳의 태양 형태의 상징을 비추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수많은 군중, 태양이라는 고귀한 이름 아래에 모든 군중들은 하나로 집결되고 더없이 끈끈한 유대감을 나눕니다.
정복하건대 네 이웃된 이에게는 칼이 아닌 꽃을 내밀라,
헬리오스 성서의 복음이 하나의 일치된 질서로 오늘의 의식을 온종일 휘어잡을 것입니다. 오늘만큼은 모든 악행이 없는 날, 그리고 가진 것을 자비롭게 베푸는 날입니다.
화평, 안온, 영예, 만인이 바람에 마지않는 절실하고 희망찬 세가지 단어가 민중들의 구석구석을 따스히 감싸고 그들의 억압된 설움과 비극을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동시에 신도들의 신앙심이 웅대한 고동으로 이어지면서 그들이 인류의 신비로움에 대해 묵상하게 합니다.
그 경건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모두 물린 후에, 단상의 위편에서 수십마리의 하얀 새가 날아갑니다. 새들은 일정한 형태를 이루며 대중의 머리 바로 위의 창공을 헤집으며 저마다 하얀 깃털을 선물하고는 그대로 단상 너머의 성당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연히 받게 된 사람들은 손에 내려앉은 깃털이 자연적인, 그 새들의 깃털이 아니고 더 희고 더 보드라우며 더 이상적으로 꾸며진 공예품인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 성물은 신도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곧 성대한 축포가 터지고 웅장한 수도 성당의 가장 크고 화려한 문에서 교황과 주교들이 당찬 발걸음으로 걸어 나옵니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형형색색의 빛깔로 그들의 풍채를 비추고, 하늘은 흐뭇한 듯이 햇살을 더욱 내리쬐어 그 성스러운 손길이 어느 구석에도 그늘이 드리우지 못하도록 밝고 환하게 비춥니다.
이들의 등장에 군중은 환호하고 노토스의 제일 가는 음악가들은 고결한 음악을 켭니다. 갈기가 멋들어진 말이 이끄는 마차가 행진하고, 쿵쿵거리는 드럼 소리에 맞추어 화려한 휘장들이 휘날립니다. 이단심문관은 비밀스러운 신분이지만 그 음악의 중심이었어도 손색이 없으리란 것 만큼은 비밀스럽지 않고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축제를 기념하는 연사가 끝난 후에 사람들은 즐비한 음식과 음료를 너나 할 것 없이 즐깁니다. 한 순간의 엄숙한 분위기는 어디에 갔는지, 그들은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그만큼이나 활기찬 웃음을 지으며 춤과 열렬한 사랑을 나눕니다. 마침 바로 옆에 햇살이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해변도 있군요!
아리나가 벌떡 일어나 레오닉을 가리켰다. 그제야 자신이 반말을 한 것을 깨닫고 입을 턱 막았다. 반말 이전에 방금 한 말에는 향토적인 느낌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완벽한 사투리는 아니었지만 분명 숨길 수 없는 사투리의 어조가 섞여있었다. 이제는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고향 사람을 만나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가.
“읍...”
아리나는 눈썹을 치켜 인상을 찡그렸다. 아, 싫다. 부끄러운 건지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구겨진 얼굴과 붉어진 양 볼도 레오닉의 대답에 점차 평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리나는 멍하니 레오닉의 이야기를 듣더니 눈을 빙글빙글 돌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지? 아리나는 위로 따위 할 줄 몰랐다. 아리나는 조용히 다시 벤츠에 앉아 레오닉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힘내? 나 사실 가족이랑 별로 안 친해서, 무슨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어.”
이 말만 안했어도 꽤나 괜찮은 상황이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위로란 말인가. 그건 그렇고 너무 자연스러운 반말이다. 이쯤되면 같은 촌 사람끼리의 무언가가 통한건지 너무 친근하게 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