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원피스 끝자락을 툭툭 정리하며, 너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길었던걸까, 쪽진 선홍색 머리카락은 평소와 다르지만 알던 너와는 또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 좋았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선명한 녹색의 눈동자는 그 선명함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상하진 않구나, 다행이다.
"그, 그럼..."
연인끼리 같은 욕탕을 쓰는건 처음 해 보는 경험인게 반, 너와 좀 더 밀도있는 시간을 보낸다는게 설레는 그 반이 섞여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조심히 발 끝으로, 탕의 수온을 재어, 발 끝부터 천천히 몸을 담근다. 다행히 강서구에서 형사 언니들이랑 목욕탕 다닐때 담그던 온도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먼 것 같아.
"...나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면은 있어. S랭크 익스퍼. 나처럼 랭크가 높아서 선출된 존재거든. ...일단 여기 올 때 인사도 했었고..."
그때 받은 인상은 정말 무뚝뚝하면서도 일 잘하겠다..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설마, 이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R.R.F. ...그러니까 그 망할 범죄조직의 멤버였다고는... 그나마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요원들은 발칵 뒤집어지겠지. 아니..이미 뒤집어졌을까? 아무튼 나를 믿는다는 아실리아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정말 좋은 여성이다. ...하지만... 역시 내가 감추고 있는 이유.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봐야 좋을 거 없으니까.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니까. 누군가를 희생시킬지도 모르는 일. 그런 일을 할지도 모르는 내 손은 검게 물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검게 물든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도 될까? 그리 생각하나... 그래도, 꼬옥 잡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욕심이 나기에... 놓치고 싶지 않기에...
"손은 꼭 잡을거야. 약속이니까. ...하윤이에게 걸리면 어쩔 수 없지. ...당당하게 밝힐 수밖에. 귀찮아서 숨기는 거지. 떳떳하지 않아서 숨기는 것이 아니니까. 물론 엄청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하면서 질문 폭격당해서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난 네가 더 소중해."
아실리아. 그녀가 잡길 원한다면 잡을 생각이다. 이어 숙직실의 문을 조용히 열고 안으로 들어간 후에 나는 그곳에 있는 이불을 일단 꺼내들었다. 숙직실은 침대가 아니라 침상이다. 그러니까...적당히 이불 2개를 깔고 자리에 누우면 되겠지. 남은 것은 이제 그 후 근무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나와 아실리아의 근무는 여기서 끝났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여전히 손을 꼬옥 잡다가 아실리아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실리아.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그러니까 정말로 정말로 만약에... 내가 경찰로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너의 눈에 띈다면... 그땐 망설이지 말고 나를 단호하게 단죄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맞잡은 손이기에 조금은 내 생각을 그녀가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능력을 쓴다면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아실리아도 알겠지. 하지만...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나의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면... 차라리 날 막는 것은 그녀이길 바랬다. 내 스스로 떳떳치 못한 일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차라리 너에게 단죄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제가 설명을 덜한..거에 가깝죠. 독백..이라고 해야할까요. 그것도 다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추가를 하기는 해야하는데 그 뭐지. 복사해두고 최종본을 이 칸에서 조금 수정하고 올리다 보니 저도 중요한 대목 외에는 약간 불완전해서 아카이브에 들어가서 찾아서 올려야 하는게 너무 귀찮기도 하고(이러면 안 되는데)
메이비주가 그.. 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부주의했던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597 음... 그렇게 되면 보스의 기억을 무작위로 하나 삭제한다는 것이 되는데.. 그건 조금 애매한 느낌이네요. 이를테면 R.R.F가 그거 맞고 R.R.F에 있는 이유라던가 기억이 삭제되면...(동공지진) 차라리 스턴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상태의 령에게 직접적으로 데미지를 줘서,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뭔가 내부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는 느낌으로 스턴이라던가..?
>>607 그 기억이라는 것이 후반부가 되면 아무래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테니까요. 후반부는 대충 스토리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월드 리크리에이터와 크게 관련이 되거든요. R.R.F의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기억이 삭제되는 것이 아무래도 좀 신중해질수밖에 없겠죠. 그렇다고 자기 나이을 잊어버렸다. 혹은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렸다..이럴 수는 또 없는 거고 말이죠?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이쪽이 이상하다고 말 해야할 것 같은데. 오, 신이시여. 잘 들어요. 만약 이번에도 당신을 부른다면 제가 갭니다 개. 그는 눈웃음을 지어보이고 당신에게 능글맞게 답했다.
"볼때마다 눈부시게 예뻐서 잘 모르겠는데."
물안개와 함께 보이는 작은 여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꿈 속을 거니는것인가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며 당신을 마냥 바라보았다. 눈에 넣어도 안아프겠어. 당신이 들어오자 작은 물결이 친다. 찰랑이는 물에 젖은 옆머리를 어깨 너머로 넘긴 그가 조용히 머리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