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섭다면서 피식 웃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평소의 무표정으로 능청스럽게 답하였다. 결국은 서로 웃기기도 하고 시시하기도 한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다. 한가하네. 그리 생각하면서 리프트 제 자리 옆의 팔걸이라고 해야하나, 단순 추락 방지용이라고 해야한나ㅡ여튼 그 부분에 한쪽 팔을 올려 태평하게 턱을 괴었다. 그러면서 문득 아래쪽을 보았다. 새하얀 눈밭 위의 사람들이 모두 작게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꽤 높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느꼈다.
아까도 제 입으로 말했듯이 나는 고소공포증이 없다. 덕분에 발밑 풍경을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시선이 느껴져서 턱을 괸 손을 잠시 떼며 유혜를 다시 보았다. 살풋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가 말하는 것이, 이러니까 친구끼리 여행온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남기고는 아이 같은 순수한 미소와 함께 제 발밑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 녀석, 친구와 함께 멀리 여행간 적이 없는 건가? 그런 말을 하는 당사자로서 우습지만, 나도 없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와서도. 그냥 가볍게 놀다오는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멀리까지 간 적은 없다.
"유혜, 너 친구랑 여행간 적 없구나? 우연이네. 나도 없어."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계속 말하는 건 그냥 확신했다는 소리이다. 여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피식 웃었다. 이번을 처음이라고 치자. 둘 다. 라고 천하태평하게 덧붙였다. 다시금 아까처럼 턱을 괴고 다시 아래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로 뒷쪽을 슬쩍 바라보아 높이를 보니 확실히 많이 올라왔다. 턱을 괸 자세는 풀지 않고 시선을 앞으로 제대로 향했다. 나른하게 눈을 깜박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뒤로 기대던 등을 살짝 떼었다. 입고 있던 외투의 커다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종이봉투를 하나 꺼냈다. 붕어빵이다. 1000원을 주고 세 개 산 것이다. 나중에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주머니에 넣어놓고...잊어버렸다. 이제서야 기억이 난 것이다. 탄식을 가볍게 흘리면서 종이봉투를 가볍게 노려보다가 십년지기 친구를 다시 보았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얼굴에 짜증이 어린다. 다시 자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깨어 있기도 그런 시간. 앓는 소리를 내며 액정을 끄곤 미끄러트리듯 내려놓는다. 쿵 하며 바닥에 떨어진 거 같으나 애써 살피진 않는다. 애매하게 졸려서 그리고 추워서. 대체 창문이고 전부 닫아놨을 텐데 왜 이렇게 추운 건지. 이불을 목 위까지 휙 끌어올려도 전해오는 한기는 여전해서. 찬 손가락을 접어 주먹을 쥐곤 안는 베겔 꼭 껴안는다. 어떻게든 잠을 이루려는 듯 몸을 뒤척이다, 문득 화끈 몰려오는 통증에 눈을 감고 있다 느리게 떠낸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반쯤 잠긴 눈으로 휙 이불을 거둬 살피니 어렴풋 베인 상처에 새로 피딱지가 굳어 있는 게 보였다. 분명 어제 붕대로 칭칭 감고 잤었는데. 도륵 시선을 굴려 살피니 매트리스 끝에 풀린 붕대가 흐트러져있다. 아래로 밀어 버리려다 멈칫 제 손을 살피니 손톱 아래로 피딱지가 끼어 검하다. 이리저리 살피니 이불이며 시트며 갈색 핏자국 가득이다. 그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 아파와서. 제 두 손을 모아 쥐어 얼굴 위로 덮는다. 꾹꾹 눈두덩이를 누르곤. 흐, 하며 간신히 울음을 삼켜 넘긴다.
랭크가 오른 그 날, 나름 충격과 놀람의 사건을 마무리하고 귀가했다. 부상을 아예 안 당한 건 아닌지라 온몸이 욱신거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버틸 만 했다. 부상의 통증 따위는 잊을 정도로 짜릿한 감각에 휩싸여 있었으니까.
집에 들어오니 나를 기다린건지 뭔지 프레이와 리키가 거실에 있었다. 웃으며 반겨오던 그들은 상처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일일히 듣기도 귀찮을 정도로 그들이 성가셨던 나는 일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다고 대충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걸론 설명이 부족했는지 잠깐만을 외치며 프레이가 내 팔을 잡았다. 나는 그 팔을 당겨 그대로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쿵 소리가 나게 자빠진 프레이의 배에 걸터앉으니 숨이 막히는지 컥컥 거린다. 그 모양을 한번 보고, 나를 제지하려는 듯 한 리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한 손을 들었다. 마치 총 쏘는 것처럼 한 손으로 그를 겨누고-
"Bang." "윽-?!"
그 소리에 맞춰 날카로운 바람이 리키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픽 스쳐간 바람에 얕은 상처가 생기니 그도 주춤한다. 손을 거두지 않은 채로 히죽 웃은 나는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이 빌어먹을 인간들.
"기어들어오지 말라고 몇 번이고 얘기했는데, 응?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봐. 알아서 들어올 때 되면 니들 집으로 꺼져야지. 내가 몇 번을 더 얘기해야 해? 어? 응?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것들아."
웃으면서 말했다. 평소보다 활짝, 화사하게 웃으면서 리키를 노리고 프레이를 밟은 채 말했다. 연막탄이라도 터뜨려야 제때 니들 집으로 꺼져줄래? 평소에도 그들에게 썩 나긋하진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더했다. 그런 나를 보고 벙찐 리키는 아무 말도 못 했고, 내 밑에 깔려있던 프레이가 가는 소리로 물었다.
"켁, 윽...울, 너, 혹시 랭크...올랐...?" "어, 눈치 빠르네. 맞아. 랭크 올랐어. 신기하지? 직장 비밀이라 자세한 건 못 알려주지만 말야. 나도 이제 너랑 같은 S급이야. 그리고, 재밌는 스킬도 생겼어."
보여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집이 남아나지 않을테니 참아줄게. 라고 나는 선심 쓰듯 얘기했다. 즐거운 나와 달리 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커멓게 죽었다. 지금 이 순간 나와 그들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에 담긴 느낌은 정반대였겠지.
얼마간의 정적이 지났을까. 재미를 잃어 어깨를 으쓱이곤 프레이의 위에서 비킨다. 내가 비키자마자 몸을 일으킨 그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 시선을 즐기듯 받아쳤다. 베시시 웃으면서.
"인생 참 재밌어. 그치, 프레이?"
망연자실한 프레이와 말문이 막힌 리키를 두고 욕실로 향했다. 아, 일단 씻고 뭐든 해야지. 배가 좀 고픈 것도 같고.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내가 소속되어있는 익스퍼 보안 유지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자세히 들은 것은 없다. 그저... 어떠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요원들이 SSS급 익스퍼를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아는 것 정도이다. 그리고 그 SSS급 익스퍼가 발산하는 익스파를 유지해서, 리크리에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의 이야기도 상사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런 느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그리고 그 관련으로 우리 요원들은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 공개되는 일 없이, 우리 요원들에게만 전달되고 있는 기밀 임무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기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성류시로 내려오게 되었다. 어차피, 익스레이버라는 경찰 팀에 소속되게 되었기에, 나는 성류시로 가야만 했으니까. 그곳에 있는 요원들은 할 수 없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임무였던가. 아무튼 그런 느낌인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내가 맡은 임무는 2개. 확실히 2개를 생각해보면, 익스레이버에 소속되어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번째.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은 100% 익스퍼로만 이뤄진 팀. 그리고 익스퍼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 좋건 싫건 계속해서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팀이다. 익스퍼를 제압하고 조사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과연 익스퍼의 랭크가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찰이 내가 맡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매일, 팀원들을 바라보면서 특이 사항이 없는지 확인했다. 당연하지만 이번에 S랭크로 모두가 변하게 된 것도 보고를 올린 참이다. ...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아니. 의미는 있겠지. 2번째 임무를 생각해보면 말이야. 아마도 이것은 2번째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시에 참고하려는 사안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정말로 중요한 2번째 임무. 그것은 이 성류시에 살았다고 하는 SSS 익스퍼의 혈육을 찾아내는 것. '익스퍼 전이 실험'. 그것은 우리 팀의 경찰견인 렛쉬도 받은 실험이다. 누군가의 익스파를 주입해서 그 익스파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 그것으로 SSS급 익스파를 다른 이에게 주입시켜, 그 사람이 SSS급 익스파를 발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난 들었다. 다만... 이미 몇번의 실험이 있었지만, 전부 실패로 끝났다고 난 들었다. 익스파를 받아들이는 것 이전에, 거부 반응 때문에 익스파가 온전히 들어가진 못한다...라고 들은 것 같다. 그렇기에, 그 익스파를 발산하는 이의 혈육이라면 어쩌면 거부반응 없이 그 익스파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 아래에서 나온 임무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받은 자료에 의하면 그 SSS급 익스파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다고 들었다. 그 자식이 어디의 누구인진 나도 모른다. 그에 대한 데이터는 마치 삭제된 것처럼 아예 존재하지 않고 있으니까.
내가 여기로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 혈육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나름 시간을 들여서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원들도, 꽤 비협조적이라고 해야할 지... SSS급 익스퍼와 관련된 이를 밤에 찾아가서 물어보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마치... 그 SSS급 익스퍼에 대한 정보를 감추는 것처럼...
이렇게 되면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SSS급 익스퍼가 누군지 알아야 그 가족관계도 알 수 있을테니까. 그 자식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솔직히 안쓰럽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요원이다. 요원으로서의 임무를 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일이니까.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나지만 그것이 일이니까.
"...애초에 이 도시에 존재하긴 하는건가. 이거."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지만, 결국 단서가 잡히는 것이 없었다. 일단 일을 수행해야 하니 좀 더 찾아보긴 하겠지만..정말로 이곳에 있긴 할런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슬슬 쉬는 시간 끝이네. 일하러 갈까."
너무 자리를 비우면 하윤이가 잔소리 할 테니까. 그것만큼은 피하기 위해서 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아아. 정말 일하기 싫다. 귀찮네. 정말... 그렇게 불평을 하며 나는 계단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여러분들이 본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렛쉬가 받은 그 실험조차도 말이지요. 그리고 이를테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지만.. 그때 익스퍼들이 폭주하는 사건 때, 서하는 천체연구소로 함께 가지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으로 전송을 했던 부분이라던가 말이죠.
어느때와 다를 바 없는 힘든 나날. 실험이라는 것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역사에 길이길이 남고, 이 나라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실험은 오늘도 어김없이 진행되었다. 온 몸에 장치를 달기도 하고,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뭔가를 주입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고 또 반복되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버티고 이겨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적합한 이기에...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 머리에서는 다른 이들에게는 발산되지 않는 무언가가 발산되는 모양이다. 그것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제대로 나왔을 때, 연구원들은 정말로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웃긴 너무 힘들었다. 언제부턴가, 여동생과의 시간도 점점 줄어갔다. 연구에 참가하고, 실험에 참가하는 나날이 더욱 길어졌다. 동생은 괜찮을까? 그런 걱정이 되었다. 동생을 보고 싶다고 연구원에게 부탁하기도 했지만, 실험이 바쁘니 조금만 참으라고 나에게 말해왔다. 참으로 냉정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며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나 자신이라기보다는 내 안의 무언가에게 축하를 건네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일매일 힘든 실험을 하며, 나를 동생과도 만나지 못하게 할 리가 없으니까. 매일 매일, 내 동생은 내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어쩔 땐 모든 것이 끝나고 돌아가면 이미 자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물론 내 동생은 어린 아이는 아니다. 내가 19살. 그리고 동생이 15살. 그러니까 내가 없어도... 사실 울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혈육이다. 그렇기에...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니?"
그런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었다. 그 사람은 이 연구소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매일매일 하얀색 제복을 입고 이곳을 지키는 일을 하는 남성은 매일 매일 나에게 찾아왔고,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가 참으로 따스했다. 차가운 느낌만 드는 연구원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듯한 그 눈빛은 마치 내 동생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가까웠다. 매일매일.. 그 사람과 동생이 있었기에 난 버틸 수 있었다. 이런 힘든 나날도...
"네. 고마워요. 저는 괜찮아요."
그렇기에 나는 웃었다.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그 사람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으니까. 아무리 힘들도, 아무리 지쳐도.. 당신만큼은 다정한 느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줬으니까.
에드워드: 전 언제까지 머리를 부여잡고 멘탈 약간 금간 연기하면서 이 취조실에 있어야 하나요? 타미엘주: 어.. 지현주가 시간이 날 때까지? 에드워드: 아 좀 극한직업-연기자 그만하고 싶어요.. 밖에 나가면 애들이 울면서 도망간다고요! 타미엘주: 인터넷에서도 엄청 까이고 있지. ㄹㄹㅋ범죄자 드립에서부터.. 얀데레, ㅅ범죄자..드립..음음. 에드워드: 수명이 한 백년은 늘어났겠네요!
>>78 S랭크 경찰은 상관이 없습니다. 막 랭크가 높아진다고 해서 무기가 더 좋은 것이 지급되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단지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이 사용하는 전용 테이저건은 모두의 익스파를 에너지원동력으로 삼아서 발사되는 것이기에 익스파가 강화되니 위력이 강화된 것 뿐이죠. 실제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총기라면 그게 무엇이건 사용이 가능하답니다.
>>79 어서 오세요! 아실리아주! 좋은 저녁이에요! 여행 가셨었군요. 그런데..답레를 쓰고 스토리 참가를 하신 거예요?!(동공지진) 그리고...아실리아주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지 조금 불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