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한 것을 듣고 헤세드랑 연결하였고.. 실낱같은 이성이 거의 끊긴 듯이 지현을 향해 흔들리는 눈으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니. 거의 소리치듯 절규에 가깝군요.
"거짓말. 거짓말 하지마! 그가 헤세드란 놈이랑 짰을 리가!" "그가 헤세드를 알았을 리가. 이미...이미..!" 광기에 절어서 시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쳤습니다. 이 말에서는 '그'에 대한 굉장한 신뢰감.. 약간의 동경.. 그러나.. 미약한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가. 아니. 그가 그럴 리가 없다고! 타미엘은 분명 나를 조금은 좋아하고 있다고 했단 말이다. 나에 대해서 죄책감 일부를 가지고 있다고도 해줬다고! 네가 뭘 안다고 그딴 식으로 말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타미엘을 데려올 수 있었어! 그 마음을 전부 내 걸로 만들 수 있었다고! 그가 그녀에게 약간 했던 것처럼!" 정신 나간 듯이 소리치면서 애꿎은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는 게 정말로 반쯤은 이성이 나가버린 것 같았습니다. 시선도 굉장히 흔들리며 지현을 향했다가 허공을 향했다가. 어지러웠습니다. 물론 그가 그녀에게 한 것은 에드워드처럼 천박하고 드러나기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요.
과연, 그에 대한 믿음은 동경이라고 해도 될만큼 무서울 정도로 높고, 약간 두려움에...거기다가 이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믿을 정도라면 굉장히...이건 강력계 수사에서 굉장히 자주 보이는 패턴인데, 농담삼아 코드:토사구팽이라고 부를 정도로.
"난 말이야, 적어도 7년동안 강력계에서 썩어온 사람이거든? 믿었던 이의 말만 믿고 범죄를 저지르다, 붙잡혀와서 배신당했다고 깨닫는 사람을 무척이나 많이 봐왔거든. 아, 설마. 넌 해당이 없을거라 생각한건가? 이봐,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아."
그럼에도, 그의 반응에도 이상하리만치 알 수 없는 뭔가가 켕겼다. 어쩌지...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블랙미러에 주먹을 쥐고 노크 세번, 잠시 취조를 멈추되, 녹화는 멈추지 말 것이라는 신호를 말 사이에 섞어 범인에겐 훈계처럼 보이게끔 하고, 잠시 빠져나오기로 하자. 이건 나 혼자의 판단으론 무리야, 같이 영상판독을 봐줄 사람이 필요해.
"잠시 쉬어둬, 마실거나 밥 필요하면 뒤에 유리 보이지? 거기다 대고 말하면 수사관이 와서 밥시켜줄거다."
S랭크로의 성장. 그것은 충분히 극적이었고, 그만큼 어이가 없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것이 있었다. 아아, 그래. 불꽃. 커다란 불꽃의 소용돌이. 나는 그 절경을 향해 웃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불타던 집. 불타던 그 사람. 잊어버렸다가 예전의 웃기지도 않는 일로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그 사건. 그 사건은...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는 올려 뒤틀린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차갑게 정색하고 으득, 이를 갈았다. 그 불꽃은 분명 절경이었만, 어차피 그것도 결국은 의미가... 역시 그 인간은 지옥에 떨어뜨려야해. 허공을 노려보면서 감정을 차분하게 가지려고 하였다.
아니, 그런데 잠깐. S랭크로 성장하면서 나는 접촉한 적이 있는 것, 그 어떤 것이든지 원하는 때에 폭탄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는 건. 그 생각에 젖어든 나는 기뻐하였다. 겨우 차분해진 감정이 또 다시 흥분하였다. 하하, 아하하하. 당장 오른손을 손가락을 튕기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뭘 터뜨릴까. CPH사? 아니면...코미키 가의 주택?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손가락을 튕길 기세였다. 하지만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나를 멈추어세웠다. 몇 번이나 울려펴지는 경쾌한 짧은 멜로디에 현실로 돌아왔다. 이성을 되찾은 나는 휴대폰을 들어 나른한 눈으로 라인을 켰다. 星山夏美. 네 글자가 보였다. 그 녀석으로부터 온 메시지다.
[좋은 저녁! 좀 오랜만이네~ (*´ ワ `*)"] [요즘 잘 지내? 일은 안 힘들고?] [나는 괜찮아!] [아, 그리고 단서도 좀 잡아냈고.] [좋아! v('∀´v) ] [아아, 근데 진짜 단서 안 남겨준단 말이야, 그 자식. ( #`Д´)] [짜증나아...] [아무튼 말이지!] [조금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어!] [조만간에 한국으로 갈 거야.] [여기저기 구경할 거야~] [성류시도 들를 거야.] [길게.] [그야 센하 오랜만에 보고 싶으니까 (´▽`)]
...일본어와 이모티콘을 섞으면서 엄청나게 보냈다. 나는 옅은 미소를 부드럽게 지으면서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오랜만이네.] [이쪽도 문제없음. 단서는 수고했어.] [오는 건 알아서 해.] [난 상관 없으니까.] [비행기 추락 안 하기를 빌어.]
호시야마 나츠미. 나보다 한 살 어린 여성으로, 일본에서 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A랭크 익스퍼이다. 능력명은 프리 패스(Free Pass). 여러모로 유용하고,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 녀석...오늘은 내 이성을 되찾게 해주었네. 돌이키지 못할 실수를 저지를 뻔하였다. 이마를 짚다가 무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벌써 어둑해지고 있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없다고." 정말로 배신했다면. 그는 왜..라고 말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내가 너무 미숙했던 탓이야. 라고 계속. 반복해서 중얼거렸습니다. 녹화를 꺼둔다는 말에도 고개를 들지 않고 취조실에서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가자
"으아아아!!" 거의 반쯤 마친 듯 의자를 내리치지를 않나. 테이블을 걷어차지를 않나. 한참을 그렇게 난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지칠 즈음에. 뭐라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답해줘! 배신했을 리가 없잖아!" "당신은 어째서 나에게 그런 시시콜콜한 걸 가르쳐 준 거야!" "아냐. 당신은 너무 잘 알고 있었잖아. 어째서. 아니. 난 당신에게 인정받았던 게 아니야?" 허공에 외친 다음 머리를 부여잡고 그니 당신이니 중얼거렸습니다. 신뢰감이 살짝 흐트러진 이후에는 그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 두려움.. 존경..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에게 매혹된 듯한 감정도 존재했습니다.
타미엘주:....이 죽 누가 끓인 거야.. 동생: 음... 나.(눈치) 타미엘주: (고 모 빙의) 밥이 이따위 맹탕에 밑은 탄 죽이 되려고 길러진 줄 아냐! 니 눈에는 이 새카만 게 보이지도 않음? 게다가 간은 왜 이따위야! 탄 쓴 맛에 짠 맛까지 아주 대환장쇼네! 처음 비주얼을 봤을 땐 좀 묽은 죽이라서 층이 분리(중략) ....이딴 식으로 레시피 무시하고 끓일 거면 차라리 사와.(지침)
동생이 끓인 죽이 아주..(먼산) 그래도 어머님이 끓여주신 죽은 그나마(정말 그나마) 괜찮았으므로. 먹었습니다.
원래 그리 겁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유혜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이내 제 발 밑에 보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왼발과 오른발을 가볍게 들어찬다. 그녀 나름대로 기쁘다는 신호였으니,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이미 그 얼굴에 미소들이 피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 그러게. 뭐, 센하도 없으니까. “
이번을 처음으로 치자는 그의 말에 유혜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게, 돌이켜 되짚어보면 어째서일지 친구들과의 추억이 텅 비어있는 그녀였다. 그다지 행복한 추억도,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도. 모두 텅 비어 겨우 몇 개를 짚어낼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성재와 센하, 그리고 찬경이ㅡ 아, 더 이상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기에 그녀가 작게 고개를 흔든다.
“ ...그런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
놀란 눈초리로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밝은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유혜였다. 거의 다 식은 붕어빵은 그래도 맛있었다. 팥은 달았고 기분은 좋았다. 초콜렛과는 또 다른 단 맛이었다. 리프트를 타면서 붕어빵을 먹는 일은 오늘이 또 처음이었기에,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 붕어빵 맛있네! 리프트에서 붕어빵을 먹기는 또 처음이다. “
유혜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 곧 리프트가 도착지점에 다다르고 있었고, 슬슬 내릴 채비를 해야 할 지점이었다. 유혜는 제 팔에 끼워둔 보드를 다시 품에 안고 점점 다가오는 하차지점을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 센하에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