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묘했는데, 정말 괜찮은건가. 상관없다. 네가 괜찮다면 이이상 나는 묻지 않을 터, 간섭할 일이 아니다. 상대가 단호해보인다면 더더욱 더 이상 물을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긴 했다. 아프지 않은 척이 아니라? 물론 양호실에서 제대로 처리해줬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프다면 아프다고 해. 참고 있지 말고."
괜찮다면 됐어, 무심히 그렇냐는듯 고개를 끄덕이곤 팔을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걱정해줬다니 내심 고마운데, 잠깐이었지만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잠깐으로 곧바로 사라지긴 했지만.
"살인 저주야. 당연한 반응이잖아. "
당연한 반응이겠지, 그게 당연한 반응일것이다.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않은 척을 한 게 더 힘들었으니까. 세상에 어느 누가 학교에서 살인 저주를 쓴단말인가. 그때 내가 느끼려 한 감정은 아마 공포였으리라 짐작한다. 이만큼 뚜렷하게 느껴진 것도 손에 꼽는 일이다. 지애 나 무서워하지 마, 조금 뜸을 들인 뒤 짤막히 덧붙였다. 다음에 이런 일 있을 땐 최대한 내색하지 않는 게 중요하겠다, 굳이 드러내 불안을 조장할 필요까지야 없다. 친우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모르겠어. 갑자기 막 나타났던데. 그 저주를 쓴 것 같진 않아. 썼다 해도 다른 거였을거야. "
무엇보다 그쪽 방향에서 쏘아진 것 같진 않았으니까 아니리라 여겼다. 전혀 다른 방향이 아닐까 싶었다. 세명이 있는 쪽에서 나온 빛은 아닌 듯 보였다. 용의범위가 너무 넓혀지는 감이 없지않아 되도록 이이상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그보다 미야노시타 교수님께서. 임페리오에. 연회장을 꽁꽁 얼리고 같은 교수님께 칼질도 하셨다고. 심신미약으로 처리될 일이니 크게 놀라고 싶진 않다, 다만 질책하고 싶은 건 대체 어떤 학교에서 교내에 임페리오가 써지는걸 방관하고 있단 말인가. 이제는 임페리오까지, 이래서야 누가 이상행동을 해도 이상치 않다. 어이가 없어서 정말…전혀 조용한 난리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말이다. 믿겨지지 않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나 정말 믿기 싫어서 그런 행동은 아니다.
"잘 알았어. 용서받을 수 없는 세 저주중에 두개나 써졌네 오늘. "
누구 여기서 크루시오 쓰는 거 본 사람? 농으로 덧붙인 것이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일단 본인부터 손을 들지 않았다. 진짜로 크루시오가 나왔다면 여기서 멀쩡한 사람은 없겠지 아마.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건 제 정신으로 버틸 게 아니니까.
"영, 하영. 격식차릴거 아님 성씨는 부르지 말고. 아 로 시작하는 그 저주가 정말 있었어. "
지긋이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에는 흔들림이 없다. 거짓이 아니니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가 두 개나 뜨다니 오늘은 매우 을씨년스러운 날이다. 어른이었다면 담배 땡긴다는 말이 절로 나왔겠지, 아마 내가 어른이라면 진짜 피우러갔을것이다.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진짜 욕을 할수도 없고…
"정신 나간 학교야 정말…"
나지막이 속삭이며 그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이상 다른 한탄을 할 수도 없었다. 차라리 담배를 준다면 피우겠다만.
"눈뿐만 아니라 들리거나 맡아지는 것이기도 하지요." 오팔아이..라는 말은 틀린 건 아니예요. 그렇지만.. 그것뿐은 아니지요. 라고 답하고는 시선을 돌려서 영과 눈을 마주치려고 합니다. 여러 색이 살짝 겹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쉬는 도중인데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한 거려나요." 그저 조용히 이어가기만 하면 될 뿐인데. 가끔은 신경질나는 일이 있을 때면 쓸데없이 갉작대면서 뭐라뭐라 말하는 버릇이 있으니.. 섬이란 정말로 낙원이지만 동시에..그러니. 빨리 심화과정을 배워서 집을 나가버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란 생각을 하면서 느리게 몸을 기댔습니다.
한 가지만이 아니라니 이건 확실히 놀랍다. 처음 봤을때도 놀라웠던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건 무엇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일부러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형形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단순히 봄으로써 느끼는 게 아니지 않을까, 물론 그 이상 알 이유는 없었다. 알아야 해선 되는 일도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비밀은 비밀로 놔둬야 비밀이었다. 되도록이면 지켜주는게 좋지 않을까 여겼을 뿐.
"아냐, 괜찮아. 재밌는 얘기였어. 내가 모르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구나 세연은. "
특히 리엠이라던가, 덧붙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네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나름대로 잘 귀기울여 들었으니.
계산하고 내리자마자 다리풀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넘어질뻔했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산) 네, 제가 앞자리에서 계기판 확인했습니다 170~180 을 아주 가뿐하게 왔다갔다하시더군요.... 그리고 너무 빠르면 멀미도 안하는구나! 를 느낀 험난함이였습니다
그런가, 살며시 운을 떼며 고개를 갸웃였다. 겸손하구나 세연은, 타자가 보기엔 아주 많은 걸 알고 있는거같아보임에도 너는 겸손해보였다. 딱히 공부에 있어서도 도와줄 부분이 없었고, 특히 마법약 부분이 그랬다. 지금처럼 고학년도 잘 모르는 부분을 알고 있었으니까. 양면성, 이란 말에 무언가가 떠올랐으나 입에 담진 않았다. 그저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일 뿐. 함부로 입에 담을 게 아니었으니. 멀리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니 슬슬 이쪽으로 사람이 몰릴 것 같다. 교과서를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 조용히 공부하려면 이제 기숙사로 가야겠지. 조금은 아쉽지만.
"오늘 고마웠어, 재밌는 시간이었어. "
나도 이제 들어가봐야겠네, 신이가 기다릴거야. 가방을 조심스레 메며 자리를 나선뒤 살짝 손을 흔들었다. 일종의 작별 인사를 건넨 셈인가.
"이상한걸 묻네. 갑자기 강아지 풀이 왜 튀어나오는 건지도 모르겠고. 좋아해도 싫어한다고 대답할 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채 허공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천천히 움직였다. 이제 이 곳에서 생활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2년동안 남은 인생을 마음껏 즐겨야지. 문득 가문에 의해 정해지는 미래가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낮은 실소가 튀어나왔다. 뭐, 지금까지 모든걸 누리면서 살아온 것에 대한 값을 치르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브앤테이크지. 가문에 의해 가지고 싶은건 모두 가지고, 하고 싶은건 절대 포기하지 않은채 살아왔으니 이젠 내 인생을 가문에 바칠 차례다. 이런 의미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인생이 생각대로 풀리지가 않네. 그렇지?"
살짝 몸을 일으키곤 그녀를 돌아보며 다시끔 말을 걸어보았다. 좀 마음먹은대로 흘러가면 얼마나 좋아. 그럼 고민할 필요도 없고. 대충대충살다 죽으면 되는건데.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신경질적으로 편지를 구겨 던지곤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빠르게 걸음을 움직였다.
"그럼 우리가 서로에게 착하는 단어를 사용할 일은 평생 없겠네. 그건 그렇고, 심심하지 않아? 나 좀 재밌게 해볼래?"
애초에 내가 남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성격도 아니고. 솔직히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입장에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 좋은 일을 해줄바엔 차라리 내가 조금 손해보는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