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사이카란 아이는 꽤나 진지하게 자퇴를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학교 지하에는 학생들과 학부모 몰래, 밥 대신 스테로이드만 먹여 키운듯한 맹수를 키우고 있었고, 괴한이 쳐들어 와 교사진 중 한 명을 세뇌시켜 공범으로 만들더니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공격을 난사해댔다…. 머글 사회로 치자면 학생들의 대거 자퇴는 물론, 교육청 감찰 끝에 학교를 폐교하기로 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는지. 하지만, 한번도 자퇴를 생각해보진 않은 자신을 발견한다. 자퇴를 하게 된다면, 가족에게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담이 될 테니까. 자신이 대단한 효녀라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자신의 가정은 돈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고, 자신의 아버지는 딸이 새로운 마음의 짐을 안겨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위태로웠다. 그보다는, 어떻게든3 년만 버텨서 졸업하면 마법부에서든 머글 사회에서든 직업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아. 모순된 생각의 흐름에 피식, 웃음이 배어져 나온다. 아, 나는 학교를 졸업할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바보같네, 미래는 어찌 될 줄 모르는데. 급한 일이 있다며 서둘러 떠나가는 사이카에게, 아무리 급한 일이어도, 내일까지 참는게 낫지 않냐고 질문하면서도 손을 흔들어 준다. 지금은 학교가 어지러울 때다. 왠만한 일이라면 내일 다시 시도해보는게 더 나을 거다.
“뼈가 좀 부러졌다는 부분에서 이미 괜찮지 않잖아.”
현호의 괜찮다는 말에 딴지를 건다. 아무리 마법으로 빠르게 치유됐다고는 해도, 고작 한 시간 안에 말에게 받히고 뼈가 부러지는 경험을 한 거다. 상처는 나았어도 뼈가 부러졌을 때의 통증은 오롯이 기억날 텐데.
“아니? 오늘 검은색 살육머신인 흉폭한 유니콘도 봤잖아? 그렇게나 유니콘의 이미지에 벗어나는 유니콘이 존재한다면,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유니콘도 존재하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현호 너도 조심하라고-, 덧붙이며 실없는 농담을 한다. 사탕을 먹겠냐는 질문에는, “됐어, 아픈 사람 음식을 뺏어먹을 수는 없잖아.” 라고는 정중히 거절한다.
“응?” 범인을 잡고 싶냐는 영의 말에, 잠시 생각을 멈춘다. 어느 샌가, ‘당연히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잡고 싶다. “금지된 저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사람이잖아. 잡혀야 학교가 안전해지지. 유키마츠 교수님의 복수도 해줘야 하고.” 반 농담조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의 관심은 있다. 자신이 위험해지지 않을 정도라면, 상관 없지 않을까. “그래. 범인이 빨리 잡혀야 편하지.” ‘편한 학교 생활’. 영이가 말 참 잘했다. 그래, 하루빨리 범인이 밝혀져야 자신도 편하다. 공포가 깔려 있고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의 학교를 다니고 싶진 않다. 자신이 범인을 잡고 싶은 건 정의감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퍽이나 이기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래도 괜찮고. 근데 고소해봤자 나한테 큰 타격은 없을걸? 우리집 돈 많아서 알아서 해결될게 뻔하거든."
안타깝지? 능청스레 웃으며 아쉽다는듯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애초에 이딴 사소한 이유로 그런게 성립될지도 모르겠고. 어찌됐든 나한테 피해는 오지 않는다는 거지. 그녀와의 대화는 늘 비슷했다. 딱히 명확한 주제 없이 그때 그때 생각나는 대로 대화의 방향이 바뀌어간다. 이런 대화도 나쁘진 않지만. 까놓고 말해서 서로 생각하는게 너무 달라서 진지한 주제로 대화하는게 불가능할 것 같다. 처음엔 한 두마디 주고받다가도 의견이 갈라져 싸울게 뻔하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그녀가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에 재밌다는듯 소리내어 웃으며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얼굴을 기울였다. 휴게실에 있어봤자 딱히 할 것도 없을것 같은데. 장소를 옮기자고 할까. 아니면 시시껍절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까. 갑자기 입이 심심해져, 주머니에 들어있던 작은 초콜릿을 하나 꺼내어 입에 털어넣었다. 알싸한 끝맛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찡그려졌다.
"미안한데 그거까진 안 물어봤어~ 그리고 유채헌 완전히 노잼형 인간이 다 되었네? 옛날엔 좀 더 다이나믹하게 재밌었는데. 이젠 뭐,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고."
교수님께 다시 한 번 마법약 파트너로 지정해달라고 부탁해야하나? 이젠 그때만큼 성적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기에 결과물이 잘 나오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저 유채헌의 실기를 망쳐놓는다면 그걸로 오케이.
"나랑 재밌는 내기라도 해볼래?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거야."
살며시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녀의 뒤로 이동한 뒤, 자그마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 보았다. 어때?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보아하니 서로 일찍 잠들기는 틀린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돼버린거 알찬 시간을 보내는게 좋지 않을까.
영의 끄덕임에, 소년도 비슷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주작은 주작이네요, 라는 말을 병동에서 들었다. 전혀 그렇게 안보이는데 말이죠 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니까 호전적이지 않은 자신도 주작은 주작이라는 뜻이였다. 예비 교복의 뻣뻣함을 기분좋게 느끼면서 소년이 영과 지애의 대화를 그저 조용히 경청하는 것 같지 않은 모습으로 성실하게 귀를 기울였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멈뭄신때에도 그렇고, 권지애라는 선배님은 늘 예상을 벗어나는 계획을 짜곤 하니까. 소년은 걱정이 섞인 진중한 눈짓을 해보였지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하긴 자신에게는 교수님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지하감옥으로 향한 것 자체가 스스로가 정해놓은 규칙을 어기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어긴거였다.
범인이 빨리 잡히면 좋겠다는 말에 소년은 그저 묵묵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봤는지 말해야하지 않을까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학년이 높다고 해도 범인에 대해 추리를 하고 있는 선배님도 학생이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교장선생님에게 직접적으로 면담을 신청해서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건, 소년의 최후의 방법이였다. 사람인지 뭔지 모를 그 형상을 말한다고 해도 범인을 추리하는데에 무슨 도움이 있을까 싶지마는.
"일단은 주작입니다만."
소년은 마치 이 말이 모든 것을 납득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작이니까, 주작이여서, 주작이잖아. 그래, 소년은 주작이였다. 뼈가 부러지고 그 외의 상처도 생겼고, 바닥에 패대기쳐지면서 생채기도 생겼다. 뼈가 부러지는 충격, 그 감촉이 생생했지만 소년은 담담할 수 있었다. 딴지를 거는 지애의 말에 소년은 그렇게 대꾸하면서 유니콘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가볍게 내젖는다.
"설마, 그런 유니콘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혹시 몰라서 더 챙겨온거니까 걱정마시고 받아주십시오, 라는 말을 소년은 더 잇지 않았다. 지애의 정중한 거절에 소년은 더 제안할 이유가 사라졌다. 정중한 거절에는 정중하게 그 거절을 존중해줘야한다. 소년은 그렇습니까, 하고 담백하게 대꾸했다. 그러니까, 그것이다. 평온한 학교 상활. 학생들끼리 의심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두 선배님들께서는 사양하고 싶은 것이다. 가능할까? 라는 생각은 금새 사라졌다. 가능할거야, 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소년은 그저, 그렇군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213 네....? 저 컴으로 할때는 미리 올라오는 레스에 대해 반응을 쓰고 반응 또 이어 쓰고.. 조금 고치고, 다듬고... (망충) 멸치 어장일때는.... 비슷하게 해요, 복사하고 붙혀넣고 남은 레스에 대한 답을 적고.. 그런식.
>>212 어머니가 16세 아버지가 15세에 첫만남. 사귀기 시작하신건 어머니가 졸업반, 아버지가 그 아래로 사귀고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고 결혼에 골인하신건 어머니가 29세 아버지가 28세때 결혼에 골인, 허니문으로 쌍둥이 태어나고 2년 뒤에 셋째, 그리고 6년 뒤에 현호 입니다만......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간대가 뒤죽박죽일수도 있어요
저 쪽 가문만 나서도 시원찮을 판에 어머니 쪽 가문이 방해를 할 가능성이 컸다. 애초에 진지하게 꺼낸 말이 아니니 유채헌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선에 따라 따라오는 얼굴에 채헌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아, 진짜 성격 엄청 나쁘네…….
"사람이 발전을 해야지."
옛날이라면 마법약 파트너 때인가. 사실 반말을 하는 것보다는 존대를 하는 쪽이 사람 신경을 긁기 더 좋았다. 짜증나서 멋대로 말을 놓기는 했지만. 일어나는 사기노미야를 보며 다시 방에라도 가나, 싶었는데 채헌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잡은 채헌이 내용을 듣고 다시 손에 힘을 뺐다. 내기라니.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도박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 단순히 돈만 거는 거여도 재산이 탈탈 털리다 못해 장기까지 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기노미야 츠카사는 도박을 하기에 좋은 상대는 아니었다. 이렇게 내기 종목을 말 해주지 않는데다 진 사람이 부탁을 들어주는 종류라면 더욱. 그렇지만 새벽이 뭔지, 평소라면 거절했을 유채헌은 흔쾌히 긍정을 내놓았다.
"그래. 내용이 뭔데?"
뒷 일은 다음 날의 내가 책임져 주겠지. 사실 채헌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사는 편은 아니었다. 유채헌이 말끔한 낯으로 웃었다.
남자를 좋아하는 유니콘이라니 그건 그거 나름대로 재밌는 얘기다. 정말 실존하리라 여겨지진 않았지만 정말 있다면 나름 흥미롭지 않을까 싶었다. 재밌는 농담이라 여기며 사탕 포장을 벗겼다. 사실, 호의를 무작정 거절하기엔 조금 그랬기에 받았으나, 지애가 거절한 마당에 나까지 그럴순 없다. 그러니까 이건 단지 심려끼치긴 싫어서, 라 해두자. 조심히 한 알 입에 넣으니 달달함이 밀려왔다. 달달함이 대부분에 안정감이 조금인 것 같았지만. 얼른 먹어 너, 말을 잇다 마는 그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주작이라고 무조건 다쳐도 괜찮은게 아냐. 네 몸을 소중히 해, "
나직이 속삭이곤 지애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역시 범인을 잡고 싶은게 맞았네. 여러모로 지애는 정말 현무답다고 생각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잔잔한 와중에 범인을 잡을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지애는 참 정의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맘에 들었다, 담이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미야노시타 교수님 건이라면 나도 찬성. "
빨리 잡혔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그리 덧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범인은 한명이 아닐까 싶었다만, 여러명이면 학교에 위험인물이 수두룩하다는 말이 되니 가급적 한명이기를 바랬다. 설마가 사람 잡는 일만 없기를 바라며, 口禍之門이라기에 생각은 그대로 입에 담지 않았다.
"하기야 너무 懲羹吹虀이긴 하다만…"
지나치게 경계해 애꿏은 이에게 화살이 쏠리게 할 순 없다. 경계도 좋지만 신중히 하는게 좋을것이다. 그리 여기며 지애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슬슬 우리도 갈까. 기숙사, 다른 애들도 다 간 것 같고. 신이가 기다릴거야. 아, 구스타브도. "
구스타브가 기숙사에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설마 우리 방에 있겠어, 아무튼간에 슬슬 시간도 늦었고, 취침에 들 시간이 다가오기도 해 돌아가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코트 깃을 조심히 여몄다. 그래. 슬슬 가봐야지 이제.
//크리가 잠깐 떴었습니다ㅠ_____ㅠ 너무 늦어버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지애주 현호주ㅠㅠㅠㅠㅠㅠㅠ
>>212 아마 결혼하는 건 꽤 빠르지 않으셨을까 싶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머글이랑 연애한단 얘기듣고 바로 후계자 파기 각 서버려서......한창 집안문제로 싸우시다 영이어머니 졸업하시자마자 바로 결혼하셨을거같네요 한 아버지 22살때쯤에...? 영이어머니가 영이아버지보다 2살 후배십니다 청룡출신이세요 영이는 바로 태어나진 않고 결혼 3년 후에....????쫌 많이 늦었어요 결혼 10년차에 연이 태어났네요 영이동생ㅇ__ㅇ! 더 쓰고 싶은건 있는데 비설이라 그만 적겠습니다ㅎㅎㅎ
점점 나빠지는 그녀의 표정에 푸스스 웃어버렸다. 설마 내가 쳐다봤다고 그러는거 아니지? 눈좀 마주쳤다고 정색하는건 너무 나쁜 버릇이잖아. 반응이 상당히 재밌었기에 한참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천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얼굴 가득 퍼져있던 능청스런 미소 또한 함께 거두어 버렸다.
"내가 아는 유채헌은 발전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라서. 그 생각을 못했네, 내가."
생각해보면 얘는 다른 사람들에겐 다 존대를 사용하던데. 왜 나한텐 찍찍 말을 놓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그런 가벼운 부분까지 크게 신경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남들은 다 듣는 존대를 나만 듣지 못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뭔가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뒤로 다가가 작게 속삭이는 행동에 경계라도 했는지 지팡이를 움켜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웠기에 피식, 바람빠지는듯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당황할 필요 없는걸.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어?"
여튼간에 그녀는 내 제안에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당연히 거절당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기하자는 말 또한 아무 생각없이 던져본 말이었기에 제대로된 내용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떤 내기를 하면 좋을까. 뭐가 어떻게 되든간에 난 내가 지는 게임은 절대 하지 않는다.
"두가지 내기가 있어. 먼저 바늘로 내 손가락을 찔러서 나오는 내 피가 붉은색이라면 내가 이기는 내기. 다른 내기는~~ 내 주머니에 초콜릿이 몇개가 들어있는지 맞추는 내기. 어떤걸로 할까? 개인적으로 전자를 추천하고 싶네~"
안 좋아진 표정이 순식간에 원래의 무표정으로 되돌아왔다. 표정 관리를 못하는 편은 아닌데 한 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원래대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귓볼에 걸린 피어싱을 매만지던 채헌이 눈을 찌푸렸다. 통증이 오는데 졸린 건지, 아픈 건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시덥잖은 농담들을 끝내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휴게실에, 그것도 새벽에 누가 있겠어."
휴게실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내려왔다. 건조한 어조로 나온 말은 맥락에 맞는 말은 아니었다. 팔걸이에서 다시 채헌의 손목에 걸린 지팡이가 바닥을 향했다. 편하게 앉아있던 자세를 바르게 고치자 주머니 끄트머리에 걸쳐 있던 향수 공병이 의자로 빠져 나왔다. 병 하나가 어디 갔나 했더니 가디건에 있었나. 공병을 손바닥에서 몇 번 굴리던 채헌이 다시 병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내기를 들은 채헌이 헛웃음을 흘렸다. 예상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나올 줄은 몰랐다. 초콜릿이라고 하면 아까 먹은 종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어느 쪽이든 채헌에게 불리한 내기였다. 전자는 시작과 동시에 사기노미야의 승리였고, 후자는 맞출 확률이 희박했다.
"그러면 전자할까?"
어차피 둘 다 질 게 뻔하니 피라도 봐야겠다든가 하는 유치한 생각으로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1할 쯤은 그 이유가 있긴 했는데, 기껏 숫자를 말해놓고 지면 그 쪽이 더 기분 나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아, 부탁으로 자퇴하라고 하면 자퇴하는 척 하고 전학 가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