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꼭‘이야. 아리나는 여전히 밝은 미소로 에리린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아직 까지는 평온을 가장할 수 있었지만 이어지는 에일린의 이름 어택으로 그 평온이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아리나은 조심스레 자신의 심장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아, 여기서 죽어도 여한은 없을지도.
”기억해주다니 기뻐!“
아리나는 가까스로 에일린에게 답했다. 여전히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일단 집에 가면 강아지부터 사자. 이런 강아지라면 평생 날 귀찮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쫑긋거리는 에일린의 귀와 꼬리를 수시로 주시하며 에일린의 얼굴로 눈을 돌렸다.
”음, 그렇구나! 에일린도 돌아다닐 때 커져서 돌아다니는 구나.“
에일린이 한쪽 손을 최대한 높게 들어 올리자 정말 그정도의 크기를 예상한 아리나는 귀엽다는 표정으로 에일린을 보았다. 이렇게 귀여운 종족이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이어지는 에일린의 대답에 순간 굳어버렸다.
”어... 몇백살?“
어린애가 아니었어? 아리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에일린의 눈을 쳐다보았다. 분명 작고 귀여운 생물체인데.
”작았던 나무가 엄청 커졌다고...?“
아리나는 고개를 기울여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들은 말에 확신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591 꺄악!!! 개그캐 좋아요!! 사실 아리나도 어느정도 개그캐라서...! 개그를 위해서라면 장갑이라도 핥을 수 있....(실화) 흠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리나도 진지한 과거 1도 없고 트라우마도 딱히 없고 있다면 환청이랑 환각이랄까, 별로 심각하진 않죠... 심지어 성격도 지멋대로라 캐붕해도 우길 수 있고!! 개그캐 짱 편해!!! 개그캐 짱좋아!!! 라는 느낌입니다.
>>601 쉿, 조용히 하세요. 제 흑역사입니다. 아리나는 뿌듯해했지만... 사실 비비헨리주가 이렇게 웃으셔서 감사하고 있어요! 처음 썼을때 아, 이러다가 나 매장당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예상했던 반응 아, 뭐야 이사람 또라인가봐;; 였는데 다행이에요! 비비헨리주의 좋은 반응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장갑 말고도 다른 것도! (아리나 : 죽어)
잠깐 쉴까하는 생각이 들어 적당한 곳에 등(거울 뒷면)을 기대고 기지개를 켰을 때 사람이 다가왔다. 확실히 인간은 아니었다. 중성적인 외모에 은발을 지닌, 검붉은색 눈의 예쁘장한 남자였다. 키는- 거울과 비슷한 정도였고 얇은 느낌이 들도록 호리호리했다. 이런 곳에 평범한 사람이 올 리는 없었다. 환상종이거나, 좀 특이한 종류의 인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멀리서 보이는 남자의 표정은 무료함에 잠식된 것 처럼 보였는데, 빛이 나는 나를 발견하자 흥미로 눈속을 채웠다. 손이 내게 뻗어졌지만, 남자는 나를 잡지도 않고 고개를 홱 돌렸다. 불쾌한 것 같았다. 어째서-라는 생각을 하다가 둥실 떠올랐다.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뭐 어쨌든, 저 남자가 자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떠한 기대를 하다가 실망해서 인상을 찡그렸든, 나는 남자에게 흥미가 생겼으므로 아무래도 좋았다. 초면인 남자의 앞으로 거울째로 움직여 바로 섰다. 그리고 조금 과장되게, 예법에 맞춰 인사했다. 고개를 들고 웃었다.
"에드윈. 지나가던 거울입니다."
무료함이 꾹꾹 눌린 것 같은 남자를 바라봤다. 거울 표면에 손을 올리고, 반대쪽 손바닥을 위로하 옆으로 움직였다. 마치 안내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였다. 거울 안 쪽, 화려한 침실을 향해 손짓을 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르킨 것은 이런- 내가 사는 공간이 아니었다. 내 표면이자, 심층이었다. 거울의 가장자리에서부터 금빛 파문이 일었다. 거울은 순간 나를 비치지 않고 저 이름 모를 남자를 비추다가, 다시 나를 비췄다.
"제가 비추는 건 당신의 꿈. 바람, 심심해보이시는데, 한 번 거울을 보시는 건 어떨까합니다."
정말로 괴롭힘당한 적은 없겠지. 유심히 그녀를 지켜 보다가 우선은 넘어 가 보기로 한다. 혹시라도 누가 시이를 괴롭히려 든다면 미리미리 잘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렇지.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솔직히 조금, 아니 상당히 많이 찔렸다. 이미 아나이스는 일거리를 내버려둔 채 종종 쉬기도 했고, 도망도 많이 쳤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제 행동에 정당성을 얻은 기분이였다. 앞으로 더 열심히 떠넘겨야겠다. 벌써부터 다른 이들의 원망 서린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걱정하지 마. 앞으로 더 열심히 쉴 테니. 네 말은 잘 들어야지."
꽤나 기분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어깨를 주물러주는 그녀의 행동에 작게 눈웃음짓는다. 다친 팔은 좀 아파왔지만 이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팔 때문에 안마받는 걸 그만 둘 생각은 없었다.
"그럴 생각은 없지, 당연히."
일을 떠넘기는 걸 빼고도 다른 짓을 벌이면 그만이니까. 어디까지나 사실을 얘기한 것이기는 했다. 조금 말을 숨겨버리기는 했지만.
"안마를 받았으니 난 뭘 해줘야 할 지 모르겠네. 지금 줄 수 있는 건-"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손을 뻗어 안마를 하던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입맞춘다.
"기뻐서야? 우리한테는 아냐. 우리 종족은 그걸 아픈 걸로 판단해. 감기나, 뭐 그런거 말이야"
멍멍. 짖으며 그녀를 쳐다보던 늑대는 아리나의 손이 허공을 맴돌자 꼬리를 움직여 그녀의 손을 향해 가져다 댄다.
"잘못 없는거야? 헤헤. 다행이야."
기쁜 듯이 눈꼬리를 휘며 꼬리를 살랑이던 늑대는 아리나가 긍정하는 것마냥 좋다고 말하자. 눈을 길게 감았다가, 뜨며 그녀를 쳐다본다.
"........후회할꺼야."
폴짝. 그녀의 위에서 뛰어내린 늑대는 6~7걸음 떨어진 곳까지 터벅터벅 걸어간 뒤 인간의 형상에서 늑대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꾼다. 바뀐 모습은 어린 늑대의 그것이 아닌, 아리나와 거의 맞먹을 크기의 거대한 늑대. 눈을 감고 꼬리로 앞발을 감싸며 앉아 있던 늑대는 은빛 눈을 반쯤 뜨며 지그시 그녀를 쳐다본다.
어처구니가 없는 말을 내뱉으며 힐끔 거울을 곁눈질 해보았다. 저 놈은 거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가? 무슨 종족이지?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거울 안에서 살고있는 종족은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일단 거울 속의 저 남자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저 존재자체에 흥미가 끌리는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답하는게 인지상정이라는 남자의 말에 찡그린한 얼굴로 희미하게 고개를 내젓고는 이번엔 조금 깊게, 거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예법에 맞춰 정갈한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에 아주 조금은 기분이 풀린듯 찡그린 표정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꾸었다.
"네 놈의 이름따윈 알 바 아니다. 어차피 이 몸이 네 놈을 이름으로 부르는 일은 없을테니까. 엘라리스 타뷸라 루나티아, 귀족정이다."
본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내 흥미를 끌었단 사실이 기특하게 느껴져 나 역시 간단하게 내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지나가던 거울이라니. 본래부터 거울로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마법으로 인해 탄생한 물건인가. 호기심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한건 저 남자가 있는 공간의 모습이 시시때때로 바뀐다는 것이다. 화려한 침실이 비춰지더니, 어느새 평범한 거울처럼 내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고, 이내 다시끔 저 남자의 형상이 나타났다. 조금 놀란듯 흥미로운 눈길로 거울을 바라보며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네 놈은 흥미롭다. 일단 이 몸의 흥미를 끌었단 것은 칭찬해주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야할 것이 있다. 네게 흥미를 느낀건 사실이지만, 난 네 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끔 인상을 찡그린채 그의 말대로 거울 속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번엔 어떤 행동으로 날 재밌게 해줄 생각이지? 고작 거울 따위에 흥미를 느낀다는 생각에 문득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이제와서 그런건 어찌되든 상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