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도 엄청납니다. 술에 취해 비둘기를 잡아 데려왔다던가, 게임 아이디를 지웠다던가, 비누를 깨물었다던가, 깨어나보니 집이 아니라 정우의 집이었다던가, 주소록에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수두룩하게 있고 카톡 친구목록에 처음 보는 여자들이 있길래 뭔가 했더니 술김에 번호를 딴 여자들이었다던가..
- 로제가 중2때 컨셉을 잡았는데요, 무려 고독한 전교 1등이었습니다. 심지어 컨셉을 지켰어요.
R.R.F의 아지트. 그곳은 언제나처럼 어두운 분위기였다. 벽에 걸려있는 붉은 하이에나 그림은 송곳니를 날카롭게 내밀면서 모두를 노려보듯이 매서운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그 분, 하윤의 이모는 그저 담배만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이는 감마. 바로 하용성 요원이었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데이터베이스를 둘러보고 있던 그는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그 여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알파와 베타. 두 사람이 체포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응? 아. 괜찮아. 어쩔 수 없잖아? 보아하니, 이번엔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간섭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어쩔까요? 구하러 갈까요?"
"힘들거야. 전에 탈옥한 것도 있고... 구하려고 해도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 그렇다면 당분간은 이쪽에서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대로 당하기만 하면 분하잖아? 안 그래? 감마?"
"......."
"자네의 능력으로 찾아낸 그 능력자 있지? 슬슬 내보내도록 해. 우리에게 이렇게 타격을 주었으니 저들도 그만한 타격을 받아야하지 않겠어? 후후후.."
"...당신의 명령이라면..."
참으로 불길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무엇을 꾸미는진 모르겠지만, 용성 역시 피식 웃고 있었다. 대체 누구를 찾아낸 것이고 무엇을 꾸미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R.R.F의 반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의자에 앉아있는 그녀는 용성에게로 작은 플라스크 병을 하나 던져주었다. 그리고 용성은 가볍게 받아들었다. 그 안에는 보라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들어있었다.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을 S급으로 각성시킬 때에 나온 SSS급 익스파.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익스파 파장을 분석해서 만들어낸 거야. 그것을 사용하면... S급 익스파가 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야. 유용하게 쓰도록 해. 후후."
"...당신은..잔혹하군요."
"잔혹해도 상관없어. 언제까지나 편안한 무대가 될 순 없잖아? 이제 슬슬... 박진감 넘치고, 위험한 무대가 진행되어야지. 후후. ...과연 다음 무대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되는데?"
이어 여성은 자신의 자리에 놓여있는 아롱범 팀의 누군가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부욱 찢으면서 하얀색 연기를 내뱉었다.
"...Dead or alive. 그 결과. 궁금하지 않아? 후후."
불길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로 날카롭고 날카로운, 하이에나의 송곳니와 같은 날카로움 속에 숨어있는 불길함일지도 모른다.
피식, 미소를 지으며 유혜가 대꾸했다. 차디찬 바람에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자 무거운 스키보드가 유혜 자신을 짓누르긴 했지만, 추운 것보다야 이정도 무게를 견디는 것이 낫다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무도 없었다면 분신을 이용해 저걸 들게 했을텐데- 라는 쓸모없는 생각을 중얼이며.
“ 너가 더 무서운데...? “
확실히, 폭탄을 이용하는 능력은 범죄자 제압과 같은 상황에서 유용할 것 같았다. 유혜는 S랭크로 진화(...)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드디어 팀원들과 동등해진 느낌이었으니. 그래도 실용적인 부분에선 제 능력이 가장 좋았으니, 그다지 불만은 아니었다.
“ 아, 그런가. 나는 17살 때. 이 능력은 바깥에서 써도 상관 없는 능력이니까. 어차피 난데 뭐! “
가벼운 말투로 대꾸하는 유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사실 여러모로 좋은 능력이긴 했다. 고교시절 야자를 빠질 때나, 누군가에게 혼날 일이 있을 때, 귀찮은 일을 누가 대신 해주었음- 싶을 때? 여러모로 사용하긴 편한 능력이었다.
“ 아, 이제 우리 차례다. “
고소공포증이 없어서 다행이란 말에 키득, 웃음을 짓고는 다시금 스키보드를 품에서 꺼내 잡아든다. 리프트가 다가오는 발판 앞에서 재밌겠다, 라는 짧은 중얼임을 내뱉은 후에 직원들의 통솔 하에 겨우 리프트에 착석한다. 보드를 끌어안고 리프트를 타야하는 점은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오늘따라 일진이 안 좋더니.. 이걸 예견한 건가.. 몸도 엉망이어서 이벤도 참여 못하고 다음타임분이 늦고.. 막차를 못 타고.. 가장 가까운 데에 멈추는 거 타서 부지런히 걷다가 어디서 잠깐 멈췄는데 나-쁜x키들이 물을 부었습니다. 이 겨울에 이 밤중에 아니..물벼락을..물벼락을..(할말 잃..)
옷 두 벌 만드는데 일주일 걸렸다고 하면 믿을까. 이런 간단한 잠옷을.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꾸준히 연습 좀 할 걸. 더 좋은 거 만들고 싶었는데, 내 실력으로는 이게 한계였다. 그래도 기뻐해주니까 다행이지만.
"마음에 들면 다행...이구요."
그가 옆으로 와 볼에 입 맞추자 입술이 닿은 곳부터 열기가 포로롱 오르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두 볼을 문질문질하며 고개를 돌리고 우물쭈물했다. 선물 받고 싶은 거라고 해도...딱히 갖고 싶은게...아. 무언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그를 돌아본다. 히죽. 웃으며 그의 다리 위에 올라앉아 그의 목에 팔을 감고서 마주보고 말했다.
"이거 자주 입어줘요. 나랑 같이. 난 오빠랑 있을 때만 이거 입을 테니까. 그게 나한텐 선물이에요."
장소는 딱히 어디여도 상관없어요. 헤헤. 되바라지게도 말하고 그저 좋은 듯 헤실헤실 웃었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