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시간. 귀여운 내 여동생은 내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상당히 지쳐있었던 것일까. 평소 자는 시간보다 더 빨리 자는 내 동생을 나는 손을 내밀어 조용히 쓰다듬었다.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은 나도, 여동생도 정말로 많은 실험에 참관했으니까. 하루가 보통 고된 것이 아니었다. 실험이 성공하면... 나와 여동생은 역사에 남을 수 있다고 하며, 연구원들은 이런저런 실험을 했다. 딱히 아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계를 쓰기도 하고, 머리에 이상한 것을 달고 체크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자연히 하루가 금방 가게 된다. 대우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맛있는 것도 많이 주고, 귀빈 대접을 해주고 있다. 고아원에 있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더 맛난 것을 먹고 건강 관리도 받고 있으니.. 그때보다는 더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 단 하나... 자유가 없다는 것만 빼면...
어딘지 모를 연구시설 안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없다. 언제나, 연구원들이 항상 우리들의 곁에 있다. 그나마 둘만 있을 수 있는 것은 잘 시간 때.. 그것도 우리의 방 뿐. 이 시간에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방의 문은 밖에서 잠겨있기에 우리가 열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장난감으로 놀기도 하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정확히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 이외에는 딱히 볼 곳이 없으니까. 저 멀리 바다가 보이긴 하지만, 그 이외에는 그저 작은 마을이 보일 뿐..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여동생과 함께 별을 보고는 한다. 다만 별이 잘 보이지 않는 날이 많기에, 그렇기에... 언제나 내 여동생은 아쉬워한다. 그렇기에... 가끔 바란다. 저 하늘의 별들이 언제나, 밤이 되면 아름답게 반짝였으면 하고...
물론 마지막에 한 행동은 다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지만, 아실리아로서는 구태여 그것까지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또, 굳이 말하자니 부끄럽기도 좀 부끄러웠고 말이지. 하여간 제 자리로 돌아온 아실리아는 곧잘 서류를 넘기며 나름대로 일다운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붉어진 얼굴은 어느 새 가라앉아 나름대로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왔고, 긴장 탓에 살짝 어색했던 몸짓도 평소와 다름없게 평범해졌다.
그래, 겉으로 보기엔 나름대로 침착해보였겠다. 허나 그 속만은 여즉 진정되지 못해, 결국 서류를 채 꼼꼼히 읽어보지도 못 하고 넘겨버렸다가 다시 흝어보는 것을 반복하며 연신 글자를 제때에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붙잡고 있는 보람이 없는데. 그런 생각에 아실리아는 무심코 서류를 살짝 쥐었다가 뒤늦게 아차, 하고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
" ....좀 구겨, 졌네. "
어쩌지, 이거 구겨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약간 구김살이 생겨난 서류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문득 제풀에 찔려 구겨진 곳을 꾹꾹 눌러 펴던 아실리아는 갑자기 제 근처에서 들려오는 서하의 목소리에 조금 늦게 고개를 들고 서하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꼭 이겨야겠는데? 좋아. 자장가도 좋아. ...나중에 말 돌리기 없기야."
설마, 이렇게 적극적으로 물고 늘어질줄은 몰랐기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동기 부여가 되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 아닐까? 작게 웃으면서 나는 나대로 서류를 바라보았다. 이래보여도 서류는 꽤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당장 이 사무실만 해도 내 업무는 주로 서류 쪽이었으니까. 물론 가끔 순찰 나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익스파를 체크해야하니, 보통은 서류 담당이었고...
슬쩍 아실리아를 바라보니 정말 진지하게 임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정말로 귀엽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웃었다. 평소의 멍한 느낌이 온데간데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기분 탓일까?
하지만 나도 질 순 없었다. 일단 내가 제안한 것이기도 하고...그렇기에 서류를 바라보면서 일 모드에 들어갔다. 해피한 나의 연금 라이프를 위해서 갈고 닦은 일 처리 솜씨를 우습게 보면 곤란한 일. 하지만 이렇게 했는데 지면.... 아니야. 굳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귀찮으니까.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빠르게 펜대를 돌리면서 천천히, 그러면서도 빠르게 일에 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서류까지 처리하며... 시간을 바라보니, 꽤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서류를 다 처리하고서 아실리아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쪽은 끝이야. 너는 어때? 아실리아? 슬슬 승부의 결과를 봐야지. 안 그래?"
지금 이 순간, 나와 그녀 사이에 정말로 진지한 분위기가 흐른다고 해도 전혀 거짓이 아닐지도 모른다. 입맞춤에 자장가. ...역시 귀찮다고 넘기기엔 너무 매력적인 제안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내가 처리한 서류를 아실리아에게 조용히 건네주었다. 자.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되려나..?
말 돌리기 없기야. 하는 서하의 말에는 응, 하고 가볍게 대꾸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만으로 마저 대답한 아실리아는 다시금 서류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게, 이 서류 몇 장에 걸린 조건은 누가 뭐래도 몹시 달콤한 것이었으니까. 입맞춤에 자장가라는 완벽한 조합은 마냥 포기한 채로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것이기에, 아실리아는 어지러운 것도 잠시 제쳐두고 일에 몰두했다.
사실 아실리아는 제 서류 처리 능력에 흠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해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쁘지 않은 편에는 든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서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세심함이나 꼼꼼함 등은 썩 괜찮은 축에 들었으니까. 다만 아실리아가 간과한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이번 승부는 처리 속도가 조금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제가 상대하고 있는 제 연인이 서류 처리에 능통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시간은 또 얼마나 흘렀을까. 자신이 처리하던 일이 겨우겨우 끝물에 다다를 무렵, 돌연 들려온 목소리에 아실리아는 깜짝 놀라 펜을 쥔 손을 약하게 움찔거렸다. 졌구나. 곧바로 든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잠시 굳어버렸던 아실리아는 우선 침묵을 지켰다. 그 와중에도 종이 위를 옮겨다니는 펜 소리가 간헐적으로 위태로운 침묵을 툭 툭 건드려서 안 그래도 팽팽한 긴장감을 더욱 고조되게 만들었지만, 아실리아는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남은 일을 마무리지었다.
" ....나는, 이제 막 끝났어..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아실리아는 이내 서하가 건네준 서류까지 합친 서류 뭉치를 한 데 모아서 정리했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서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 왜, 이렇게 빨리 했어.. "
밉지 않게 타박하듯 웅얼거리던 아실리아는 이내 서하의 입술에 입을 맞추곤, 몇 초가 지난 후에 떼어냈다. 그리곤 순식간에 발갛게 달아오른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는 몇 번이고 마른 세수를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 페어하지 않은 승부일지도 모른다. 그야, 아실리아...오늘은 상태 안 좋아보였으니까. 애석하게도 나는 상태 꽤 좋은 편이고.. 그러니까 페어한 승부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동기 부여는 확실하게 되었으니까. 확실한 것은 승부에는 내가 이겼다는 사실이고, 입맞춤은 물론이고, 자장가도 확실하게 따낸 상태다. 하지만... 역시 자장가는 무리일까? 그리 생각했다. 그야, 상태 안 좋아 보이니까. 일단 자신은 괜찮다고 하지만... 솔직히 이긴 것도 조금 찝찝한 것도 사실이고...
아무튼, 아실리아는 나에게 투덜거리듯이 말해왔다. 타박하듯 웅얼거리는 그 모습에 작게 웃으면서 나는 새로운 커피 캔을 전송시킨 후에 여유롭게 그것을 따고 한 모금 마시면서 그 말에 대답했다.
하지만 말은 다 끝낼 수 없었다. 나에게 다가온 아실리아는 생각도 못한 곳에 입을 맞췄으니까. 이마나 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술에 닿는 그 부드러움에 살짝 놀라 멍하니 아실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거... 이거.... 이거....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키스...지.. 이거?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고, 그것을 식힐겸, 커피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러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렇게 살짝 시선을 피하다가 귓가에 들려오는 아실리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너의 노래인데, 안 괜찮을 것이 뭐가 있어? ...하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이가 자장가를 부르는 것은..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 너의 자장가는 다음으로 미뤄둘게. 뭐,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하나만 가져갈게. 페어하게 말이야."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마른 세수를 하는 아실리아에게 천천히 다가간 후, 나는 팔을 뻗어, 허리에 조심스럽게 감으며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아실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대편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얼굴을 가리는 손을 치우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대답은 듣지 않을 거야. 귀찮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욕심쟁이니까."
이어 얼굴을 내려, 내 입술에 부드러움을 남긴 그 입술을 조용히 덮었다. 자장가 대신에 입술을 가져가는 것이면..꽤 페어하잖아. 안 그래?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잠시 그렇게 입을 맞췄다. 지금 이 순간.. 둘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아니..근데..트레이싱 짤이라니...! 너무 귀엽잖아요..! 하..항상 받기만 해서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8ㅁ8 진짜...너무 정성이 가득해서..늘 감사해요..! 아실리아주..! 그리고 아롱범 팀 단체샷이라..확실히 그 그림은 멋지겠죠.. 하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 스레주는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실리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