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알파랑 베타. 아가씨들은 또 여기서 깽판을 치면서 별의 별 짓을 다 한다. 이제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잡으면 뭐해, 탈옥하는데. 또 탈옥하면 뭐해. 저 누님들이 포섭하려 하는데. 그냥 다 죽어버리고 나랑 우리 누나랑 외국으로 도망쳐서 알콩달콩 금슬좋게 살았으면. 슬슬 지치는 듯 생기가 죽어버린 눈동자가 둘을 향했다.
"이야기를 들어봤자 저희의 입장에서 당신들은 뱀의 혀를 가진 여인이 아니덥니까. 당신들의 말을 믿을 증거조차 없는 마당에."
로제는 그럼에도 앨리스를 바라보고 팀원들에게 결계를 치며 고개를 기울였다. 혹여 자신과 팀원들의 행동이 도발은 아니었기를 바랐다. 아니, 이미 쌍방으로 도발을 한거나 마찬가지잖아.
"그 쪽의 아가씨. 혈기 넘치는 것은 좋지만,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실까? A급 익스퍼와 S급 익스퍼의 차이. 그것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앨리스가 공격을 가하려 하자, 샛별은 피식 웃으면서, 손바닥 위에 수분을 모아서 물로 이뤄진 거대한 구체를 만들었고 그것을 던져서 가볍게 그녀의 공격을 받아쳤다. 훨씬 강한 공격으로 가볍게 상쇄를 시켜버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다혜는 두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다들 적대적인 반응이네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들이 하는 것은 익스퍼를 위한 길이 맞아요. 일단 소개할까요? 우리들은 R.R.F 라는 이름의 단체에 소속되어있어요. 정화깋는 Red Rebelion Fang 이러는 이름이에요. 붉은 해방자의 송곳니. 그래요. 우리들은 익스퍼를 해방시키기 위한 단체에요. 여러분들의 눈에는 범죄로 보일지 몰라도, 이것은 모두 익스퍼를 해방시키기 위한 일. 후훗. 여러분들도 알고 있지 않나요? 이 나라에서, 아니..전 세계에서 우리들의 존재는 비밀시 되어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거. ...불공평하잖아요? 그저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것을 숨기고,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살아야하다니. 그렇게 정할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죠? 설사 알려진다고 해도, 리크리에이터를 이용해서 없던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에 아무런 의문도 가진 적이 없나요? '요원'이라는 이들에 의해서 익스퍼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아무런 의문도 가진 적이 없나요?"
그것은 이 나라의 현실을 꼬집는 말이었다. 그 말에 서하는 물론이고 하윤도 일단은 귀를 기울였다. 저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체크를 해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다혜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한 행동. 그것은 어디까지나 리크리에이터를 발동시키기 위한 것. 이거 아시나요?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하게 되면 성류시 어딘가에서 SSS급 익스파의 파장이 나온다는 것. 우리가 찾는 것은 바로 그것이에요. 정확히는 이 나라의 정부 기관에 의해서 희생당한 존재지만요. ...후훗. 이 나라의 정부 기관 중 하나는.. 그러니까 정확히는 요원들이 소속되어있는 '익스퍼 보안 유지부'는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이 성류시에 살고 있는 SSS급 익스퍼를 희생시켰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사고로 가장해서 희생시킨 다음, 연구소에 인도했지요. 그 SSS급 익스퍼의 능력은 '월드 리크리에이터'. 세상을 재창조 할 수 있는 능력. 그 힘의 일부를 지금도 사용하는 거예요. '리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말이에요."
"........."
"........."
"그 보안 유지부에게 희생된 SSS급 익스퍼를 인도받은 연구소는 그 SSS급 익스파를 분석했고, 그것을 복사하여 보관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까진 우리가 어떻게든 알아낸 사실. 그 이후는 몰라요. 후훗. 아무래도 연구소의 사람들이 따로 빼돌린 모양이니까요. 그 보관한 SSS급 익스파가 담겨있는 장치를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들은 리크리에이터를 발동시킨 거예요.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하게 되면 그에 공명하여, SSS급 익스파의 파장이 나오게 되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위치를 잡아낸 곳이 바로 이 연구소. 우리들의 목적은 그것을 회수하는 것. 그리고... 진정한 의미로 익스퍼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세계를 재창조 할 수 있는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이 있다면.. 그것도 가능하겠죠. 아. 물론..희생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익스퍼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니.. 그 힘으로도 익스퍼가 되지 못하는 이들은..희생당하겠죠. 하지만..뭐 어떤가요? 지금까지 우리들이 숨겨져오고, 감춰진 것에 비하면...당연한 댓가 아닌가요?"
설명을 마친 다혜는 싱긋 웃으면서 아롱범 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어 다시 한번 제안을 했다.
그녀는 나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나이프 하나를 꺼내서 만지작 거렸다. 생각을 하는 모습인듯 딱히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리크리에이터.. 이름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 Re.. 기억을 지우는 장치에 다시 만든다는 거창한 이름을 넣을 필요는 없지. 뭐 거기까진 그냥 취향인가 생각했지만, SSS급 익스퍼의 희생이라는건 생각도 못했군, 하지만 그런걸 다 재쳐두고서라도 사람들의 피해를 입은것은 두고 지나갈 수 없겠는걸?"
혁명에는 소수의 희생은 필요한 법이라거나, 사망자만 나오지 않는다면 나머진 리크리에이터가 전부 해결해준다고 말한건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이를 아득 깨물었다.
"애초에 너희가 직접 연관한 사건 사고들 외에도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었겠지? 당장 첫번째 사건부터 거기 베타라는 녀석이 끼어들어가 있었잖아? 만약에 그러다 사망자가 나왔다면? 아니면 이미 나왔다면? 그것도 전부 어쩔 수 없었다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는건가? 설령 기억이 지워져서 없던일 취급이 된다고 하더라도, 너희가 했던일이 없던게 된게 아니야. 다친 사람도 공포에 떨었던 사람도 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녀는 크르릉 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리크리에이터를 발동시키는게 목적이었으면 굳이 시민이 두려움에 빠지고 피해를 입히는 방법이 아니었어도 되었을텐데? 그저 정부가 리크리에이터를 이용해서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충분한건 아닌가? 아쿠아리움을 침몰시키지 않나 다리를 폭발시키지 않나. 뭐라고 입을 놀려도 너희가 죄없는 사람을 피해입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그리고 희생이라고 했나? 화풀이를 할 상대를 잘못 찾은거 아냐?"
그녀는 그 부분에서 갑자기 차분해지더니 나이프를 빙글 돌렸다.
"자 이쯤 어울려줬으면 됐지? 너희는 애초에 우리가 너희 말을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거야. 너희가 여기서 굳이 여기서 시간을 끄는 이유는 뭐야?"
내가 한번 예상해볼까?
"첫번째, 흔히 있는 수법으로 그저 우리가 의심을 품게 하는것, 의문을 품게하는것. 뭐 설명하지 않아도 될 문제지? 근데 이것만이라고 하기엔 정보를 너무 줬어. 그렇다면."
.....
"두번째, 이미 그 SSS급 익스파를 복제한것을 이미 찾은거 아닌가? 위치라던가 말이야.."
유혜가 두 눈을 가늘게 흐렸다. 리크리에이터,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없잖아 있긴 했었다. 저 여자가 하는 말은 익스퍼를 위하는 듯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SSS급 익스퍼의 희생, 익스퍼의 존재를 감추기 위한 정부의..., 무어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익스퍼란 이유로 또 다른 차별을 받고, 그 차별을 위해 희생 된 이가 있었다.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아 잠시 머리가 어떨떨하기도 했다.
“ 아, 뭐. 하지만 당신들의 수단도 잘못되었어요. 당신들도 익스퍼들을 이용해 폭주시킨 건 마찬가지 아닌가? 아쿠아리움을 수몰시킨 건? ...한올인지 뭔지 하는 남자를 이용해서 도시를 불태워 먹으려 한 건? “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유혜가 놀라듯 두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후 숨을 내쉬어버린다. 다시금 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며, 제 시선을 두 여자에게로 옮겨버린다.
테이저건을 만지작거리다가 허리춤에 꽂아넣는다. 음, 몇 년을 다뤄왔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좋아할 수 없는 무기이다. 테이저건은 좀 덜하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혐오감이라는 거,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기도 하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갖고왔던 실탄이 장전된 총을 들어올렸다.
"아직 어리네, 아가씨는. 원래 말이야, 강자가 희생을 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동물과 다를 게 뭐가 있지?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고, 도우려는 마음이 없다면."
탄창을 몇 개 가져왔더라... 대강 수를 머리로 가늠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희생당한 게 뭔데? 능력을 쓸 수 없게 제어구라도 차고 있었나? 아니면, 익스퍼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차별당했나? 그런 건 없어. 똑같이, 그냥 평범하게 대해졌을 뿐. 물론 세상이 그렇게 착하게만 돌아가지는 않고, 국가가 우리를 비밀로 감추는 것에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부분이 있을 테지만... 지금 아가씨와 아가씨가 말하는 조직의 목표는, 어딜 봐도 날 좀 더 인정해달라는,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땡깡으로밖에 안 보인단 말이지."
총구를 똑바로 베타에게 겨눴다. 날아오는 동전들을 전부는 못 맞추겠지만 대부분은 맞출 자신이 있었다.
"어이가 없네요. 그저 능력이라고요? 그저 능력이 아니죠. 이건 살아있는 무기가 될 수 있어요. 저만해도 마음만 먹으면 민간인 수천을 일격에 죽일 수 있어요. 당장 여기있는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 한둘을 죽이는 건 간단하죠. 그런데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람을 아무런 조치없이 밖으로 보낸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죠. 물론 당신 말대로 이렇게 능력을 숨기는 건 아쉽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런 불평등이 없잖아요? 이건 당연한 처사예요."
앨리스는 몇명은 아니라는 걸 구지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정 그리 불만이 많으시면 저 위에있는 무장단체가 점거하고 있는 땅을 힘으로 뺏어서 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