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부터, 엄청난 일이 일어나 버렸다. 올해는 특별한 해였다. 특별한 해가 될 터였고 그만큼이나 나에겐 바쁜 해가 될 계획이었는데. 이게 만약 학교 행사같은 시끄럽지만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은 일이었다면, 자신은 남의 일이사 무시하고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을 테지만. 학교에 아무렇지도 않게-그 대상이 위험한 맹수라고 하더라도- 죽음의 저주를 쓰는 사람이 들어왔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느 경우든, 안전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 자신은 이기적이었지만 그 정도 일을 무시할 정도의 악인이라고는 생각하기 싫었다.
"...알아봐야겠지."
자신은 그럴 능력이 되니까, 그것이 다른 아이들에 대한 의무라고. 언제나와같이 자신의 능력을 높이 사는 지애였다.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인사해온다. 영이다. 몇 안되는 나의 친구. 잘 됐다. 이런 비일상적인 사건은 익숙한 일상의 회복으로 치유시켜 나가는 거다. 친숙하게, 언제서나 그랬듯이, 일상적인 인사를 건네려 한다. 하지만...,
"영, 괜찮아?"
영이에게서 일상적인 모습을 찾으려 했던 건 자신의 실수였던 모양이다. 원래부터 색이 바래있던 친구는 하얗게 질려, 동화학원의 유령이래도 믿을 법 했다. 하긴, 그런 일이 있었으니, 충격을 받는 게 당연하다. 충격을 받은 사람 특유의 붕 떠있는 분위기. 자신을 바라봐도 자신을 보는 게 아닌 것 같고 여기 있어도 여기 있는 게 아닌 것 같은. 지애는 그런 것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영이의 어깨에 손을 뻗다가 도중에 멈추곤, 어색하게 허공에 떠 있던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영이는 지금 달래주는 게 필요했지만 자신은 사람을 어떻게 달랠 줄 몰랐다.
"많이 놀란 것 같은데... 힘내라."
어색하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누군가 깨어주면 좋으련만. 소원을 누군가 들어준 것인지, 영이 지나왔던 모퉁이에서 새로운 실루엣이 나타났다. 푸른색 양갈래머리의, 또래로 보이는 학생이었다.
"너는..."
분명히, 아바다 케다브라가 발사된 방향에서 교장 선생님과 수상한 남자와 함께 서있었던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은 분위기를 전환해줄 사람을 찾았지 용의자 중 한명을 찾은 건 아니였는데. 물론, 지애 본인도 동화학원의 학우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한, 용의자는 용의자지 않겠어.
지애는 무의식적으로 다가오는 사이카와 영 사이에 가로선다. 사이카의 입장에서는 어딘지 방어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행동이었다.
채헌주 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서오세요 네 저희 지금 꿀잼4인일상 하던 중이었어요!
>>843 아니 진짜 다 아냐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1진짜 현스치면인연이네요 현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38 담이 오면 영이가 담아, 한마디만 하고 말없이 담이 꽉 끌어안을거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지만 5인일상은 진짜 혼파망 그자체니,.,.참겠습니다,.,.나중을 기약하죠 는 어차피 기숙사에서 보겠네요 둘이!(찡긋) >>841 그쵸지금 완전 혼파망이죠,.,.,.어쩌다 이렇게 된진 모르지만 이렇게 됬습니다,..,,.
머릿속이 혼란했다. 막상 그를 앞에 두고 있을 때는 침착했지만 일이 모두 끝나고 나니 뒤늦게 충격이 제 몸뚱이를 뒤흔들었다. 유키마츠 교수는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려 있었고, 지하에는 정체모를 검은 유니콘이 죽어있었다. 교수는 어째서 용서받지 못하는, 용서해서도 안 되는 그 마법에 걸려 있었으며, 거대한 말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예감이 좋지 않다. 언젠가 자신이 외면했던 그 친구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지나가듯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분명 이렇지 않았는데. 학원에 위험이 닥친다는 것은 '그'의 안전 역시도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안 돼. 안 돼. 그래서는 안 된다. 그를 또 한번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순간,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올랐다. 낯빛이 창백했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숨소리가 너무나도 옅어서, 자신은......
".....아."
다른 사람들과 헤어진 후에 잠시 정신을 놓았던 모양이다. 발이 가는 대로 움직여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몸은 복도까지 올라와 있었다. 아니. 마냥 허둥거려봤자 도움 되는 것도 없다. 이미 사건은 끝났다. 자신은 단지 정신을 잃은 교수를 깨웠으며,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교장을 아래층으로 데려갔을 뿐이다. 그것 뿐이다. 자신이 혼이 나가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그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도. 거기에 있었지?"
때문에 정신을 다잡았다. 사뭇 심각해보이는 어투였으나 속은 그렇지 않았다. 그야말로 머리를 깨우기 위해 떠오르는 것부터 나열하는 것이다. 갈색 머리 여학생이 키 큰 여학생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개의치 않았다. 당연하게도 자신은, 낯선 이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하지 않았기에. 그저 누르지만 않으면 된다. 가라앉히지만 않으면 된다. 사이카는 그리 생각했다. 그것이 편했다.
"나보다 먼저 있었지? 그 말이 뭔지는 알아?"
묻는 어조가 날카로웠지만, 감정이 상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걱정이 많아져서였다. 찢어지는 상처는 싫다.
// 고민해봤지만 현호가 어떻게 나와야 잘 나타나는건지 모르겠네요..... 흑흑ㄱ 죄송합니다 현호주 등장을 부탁해요....!(찌글
저 여러분 덧붙이자면 지애가 용의자 운운한건 어디까지나 반쯤 장난이지 진지하게 사이카가 범인이라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어디까지나 0.57%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제가 과장법을 자주 씁니다; 그리고 묘하게 방어적인건 어디까지나 친구가 감정적으로 연약한(?) 상태에 있는데 지는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모르겠고 그와중에 모르는 사람이 오니까요. 그냥 강아지 키우다가 새 반려동물 들여오면 묘하게 경계하는 딱 그 정도예요.
소년은 병동을 나섰다. 유니콘의 크기가 컸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했기 때문인지 조금 뼈에 금이 간것 빼고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 교복의 넥타이를 바로 매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하지만 소년의 걸음은 방금 자신이 나온 지하감옥의 복도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저멀리 자신 외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용서받지 못할 저주, 용서하지 못하는 저주.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 눈앞을 지나치던 불길한 녹색. 소년은 침묵을 택했다.
알려고 하지마렴.
네 압니다. 어머니.
소년의 걸음이 멈추고 방금전의 상황이 거짓인것마냥 소년의 셋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익숙한 푸른색 머리카락의 여학생과 지애와 영. 이렇게 자신이 아는 사람만 모이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셋은 거의 싸울 분위기처럼 보였다.
소년은 영을 막는 것같은 위치에 있는 지애와 그 뒤의 창백한 영, 그리고 사이카를 번갈아바라봤다.
"키노 사이카씨, 그 말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권지애 선배님, 이분은 제가 아는 분이니 너무 경계하지 말아주시겠습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소년은 침묵을 택했다. 그래, 침묵이였다. 소년의 걸음이 사이카를 지나고 맞은편의 지애와 영을 바라봤다. 지애의 뒤에 있는 영을 보며 차분하게 소년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