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망간건데요 대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이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냐고!!! 저기서 붙잡아 버릴걸 그랬나!!!! (궁금함 못참음) 옷가지고 오고... 레이첼네 집 침대 하나죠..? 그럼 비비안이 자신은 아직 안졸리다고 탁자 의자에 앉아서 막레...? 저 근데 진짜 궁금한거 물어볼거에요!!!!!!! 제 레스에서 막레하도록할게요!
식사거리를 찾아 숲 속을 조용히 거닐던 그의 코 끝을 간질간질하면서도 익숙한 냄새가 스쳐 지나간다. 은색 눈을 가늘게 뜨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걸음을 옮기던 늑대의 눈에 비친 것은 꽤나 커다란 사슴 한 마리. 조심스럽게 그것의 뒤를 덮쳐 목덜미를 깨문 늑대는 기쁜 듯이 그르릉 소리를 낸다.
[....]
경치가 좋은 곳에서 먹는 것이 좋겠지. 생각한 그는 사슴의 목덜미를 물어올린 채로 걸음을 옮겨나갔고, 아직 목숨줄이 붙어 있는 사슴이 크게 움찔거리자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나무 아래에서 사슴을 내려놓고 앞발을 들어 조심스레 사슴의 머리를 발톱으로 누른다.
[?]
사슴의 머리를 적당히 부숴 놓으려던 그는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귀를 쫑긋이며 고개를 쳐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한가롭게 식사를 먹던 도중,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나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보인것은 늑대 한 마리와, 늑대의 입에 물려있는 사슴. 방금 사냥한 것인듯 하다. 아직 죽지 않아서 움찔거리고 있는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이니. 하여튼 늑대는 그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는지 사슴을 내려놓고 머리를 으깰 생각인 듯 발을 머리에 올려놓았다.
딱히 그것을 방해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내 먹는 소리가 조금 컷던 모양인지, 늑대를 머리를 부수는 것을 멈추고 돌연 고개를 들어 주변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늑대의 식사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기에, 난 그곳에서 시선을 거두고 나무에 기대어 다시 샌드위치를 즐기기 시작했다. 늑대가 날 발견하더라도, 섣불리 덤벼오는 일은 없겠지. 피차 음식이 있는데, 먹는걸 건들지는 않을거 아냐?
남은 와인과 잔들을 치우고 뱀파이어에게 가져다 줄 옷을 챙긴 레이첼은 회중시계를 풀어 손 안에 놓고 무릎을 꿇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기운 달에게 기도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저 비비안이 무슨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굳이 기도를 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을 내리쬐며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여기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레이첼이 옷을 건네었다. 레이첼이 지금 입은 것과 비슷한 노토스의 것을 닮은 편안한 옷이었다. 탁자 앞의 의자에 다시 몸을 앉힌 레이첼이 검을 지팡이 삼듯 손잡이에 손을 얹고는, 손가락 끝으로 저 한켠에 놓인 침대를 가리켰다.
레이첼님이 침대에서 주무세요. 저어는 여기서 잘게요! 라고 비비안은 발랄하게 대답했다. 방금전, 의아할 정도로 눈을 동그랗게 뜬게 언제이냐는 듯 그녀는 예의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며언~ 같이 잘래요? 농담이지만! 꺄르륵, 하고 웃은 뒤 비비안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바닥 위에 주먹을 가볍게 탁 하고 친 뒤 입을 다시 열었다.
"자꾸 피하면 곤란해요 레이첼님. 저 시마, 궁금해진다구요."
호기심이 많은 뱀파이어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이유를 만들지 말아주세요, 라고 가볍게 대꾸한 뒤에 레이첼을 끌어 침대 위에 앉히자마자 그녀는 천천히 레이첼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잘자요~ 레이첼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생각없는 행동은 너같이 고분고분 정반대로 분수도 모르고 대적하는 짓거리를 말하는거야. 싸우는건 린네도 사양이거든. 괜한 힘을 낭비하고 싶지않아서."
힘은 왠만하면 사람을 가지고 노는데에 활용하고 싶으니까, 필요이상으로 전력을 낭비하는 것은 이쪽으로서도 사양이다. 일방적인 유린만이 자신을 즐겁게 할뿐이다. 피튀기는 혈전을 즐기는건 자신의 취향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어디까지나 전투광이 아니라 힘에 취해서 농락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나의 낛이니까. 오늘은 질려버리긴 했지만 적당히 즐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는게 차라리 낫겠지 지금 같은 상황은.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면야 해류를 좀 잠재워 줄수도 있는데? 어떻할래? 판단은 자유야."
물론 대가는 쓸데없는 전투를 하지않고 제 할일만 하고 떠나라는 의도에서 였다. 그정도 쯤은 눈치채주겠지.
"그건 네가 너무 말을 읽어내지 못한거야. 린네는 인간을 벗어났지만 린네랑 맞지않는 환상종하고 굳이 어울리고 싶지않아. 그래서 린네는 환상종 취급은 싫어해. 내 힘에 취해서 방랑하는걸 좋아하거든."
나는 양손으로 수화를 하며, 다른 이들에게 눈짓을 해보였다. 해류를 잠재워주면 시체를 꺼내서 어떻게든 포장을 해서 가져가야할거다. 그게 임무고, 퀘스트니까. 퀘스트 완료의 보상은.. 글쎄.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을 듣던 나는 잠시, 머뭇거린다. 상대의 말이 어려웠다.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어려운 단어에서 버벅거리는거야?! 라는 지킬의 쨍쨍한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느낌에 어깨를 슬그머니 움츠린다.
'죄송해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까딱하는 가볍기 짝이 없는 목례였다.
'당신의 말은 너무 어려워요 어차피 저에게는 당신과 환상종과 다를게 없어보여요 인간이니까'
고개를 숙인 뒤 다시 나는 한손으로 약식 수화를 해보였다. 물끄러미 린네를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수화를 해보이다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라는 말에, 아주 잠깐 쓴웃음을 지었다. 이해하지 못하지. 다르잖아. 일단은, 망령인지 환상종인지 본인은 망령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지만.. 모르겠다. 어려워. 쓴웃음이 피식 하고 실소로 바뀌었다.
저 말은, 나는 잠시 시선을 내리깔고 벨트에 채운 산탄과 무기를 힐끗 바라봤다. 그것뿐. 저 말인 즉슨 묵인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너희는 나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런고로 너희또한 만난 적 없다는 보고를 하라는 것이다. 천천히 다시 시선을 들었다. 잠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나는 긍정의 표시로 수화를 해보였다.
'알겠어요 우리는 여기서 당신을 만난적도 없고 시체는 해류에 휘말렸다고 보고할게요'
린네. 이정도면 되나요? 라고 나는 다시 수화로 대답을 이었고 마친다는 뜻으로 손과 손을 부딪혀보였다. 눈짓으로 그럼 시체를 찾으러 가도 되느냐는 듯 나는 린네에게 물었고 린네의 대답이 들리기만을 다들 기다리는 눈치였다. 최대한 빨리 찾아서 가야지. 자신이 환상종이랑 똑같은 취급 받기 싫다는 망령과 만나서는. 속으로 혀를 찼다. 잠시 눈을 끔뻑끔뻑하곤 나는 전혀 엉뚱한 말을 약식으로 했다.
'나는 찾아와도 되나요 당신 외로워보이니까 싫으면 거절해도 되요 당신의 말대로 내 주장일 뿐이니까 어려운 말도 모르고 이해도 느리고 말도 못하지만 혼자서 그러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요 '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휘몰아치던 해류를 일시적으로 잠재웠다. 인간쪽의 장비라면 충분히 탐사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상태로 주변을 정리했다. 전투에 사용하는 마소에 비한다면야 이정도는 큰 부담은 되지않는 선에서 해결됬으니 이쪽으로서는 안심이었다. 아무리 나라고해도 이단심문관 무리를 상대하는건 사양이다.
"외린네는 찾는 공감자는 네가 아닌걸. 그래도 네 얼굴은 기억해두지. 언젠가 노토스에서 또 만날 일이 있을지도 모르거든. 린네는 인간을 만나는걸 좋아하니까."
고작 갓 만났는데 자신을 이해한다니 우스운 일이다. 그렇지만 기억해둬서 나쁠건 없겠다고 생각했다. 잠시만의 여흥을 즐기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 그러니까 친구도 이해자도 아니지만 아는 사람이라는 관계정도는 괜찮다는 말이었다. 자기 본위적인 나를 그쪽에서 이해할수 있는 존재가 될지 어울릴수 있는 존재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장난감 상자를 열어본것처럼 기대해보는 의미에서 지금은 해치려는 생각은 관둔다.
나는 수화의 마지막에 웃는 모양의 손짓을 해보이고 다른 이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배가 내려가고 잠재워진 해류를 헤치고 같은 이단 심문관들이 시체를 찾기 시작한다. 시체는 해류가 잠잠해진 탓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물살에 휩쓸려서 린네가 알려준 것보다 조금 더 멀리 있었지만 그것으로 만족이였다. 시체를 거둬서 올라온 사람들은 너나할것 없이 굉장힌 표정이였다. 응. 다행이다. 멀미 있는데 저기 내려갔었다간. 상상만해도 오바이트가 쏠리는 느낌이다.
'그럼 노토스에서 마주치면 아는 척 해주세요 사람을 잘 기억 못해서'
사실은 사람을 기억 '안' 하려고 하는거지만. 그것까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나는 상냥하게 미소를 짓고 고맙다는 뜻으로 인사를 건넸다. 다른 이들은 시체를 수습하고 바다 한가운데에 정박시킨 증기선을 움직이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다가는 아까 화풀이 대상이 된 남자가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