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타미엘'이라는 말에 눈을 잠시 반쯤 감았다. 본래 타미엘이라는 건,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네헤모트 씨는 자기자신이 아닌 건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도 되는 건가? 얼버무리는 그녀를 실눈뜬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다가 에펠탑에 대한 말에 눈을 도로 원래대로 떴다.
"시위라, 해석은 자유에 맡길게요. 다만 제 거금이 들어간 거니까 취급은 소중하게 해주시기를."
선생님 같이 들릴 수도 있는 말투였다. 무감각한 표정으로 주스라도 꺼내 먹으라는 말에 냉장고를 돌아보았다. 친절에 감사드리죠ㅡ라고 무표정으로 대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딘가 묘하게 비딱해보이는 건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냉장고로 걸어가고 있던 중 네헤모트 씨는 셉터는 건드리지 말라고 하였다. 냉장고 옆에는 보란 듯이 기다란 셉터가 기대어져 있었다. 분명 충고의 말투였지만 어딘가 강압적인 분위기가 섞여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최근에 코미키 히로시를 불행히도 만나서 신경이 다소 예민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라고 무게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고개는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을 네헤모트 씨가 있는 쪽으로 살짝 돌리다가 냉장고 앞에 도착해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문을 활짝 열어보니 과연, 병실 주인의 말대로 다양한 음료수들이 줄지어서 있었다. 흐음ㅡ이라 중얼거리면서 아무거나 가볍게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태평한 표정으로 침대 옆으로 돌아와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센하가 집어든 건...
.dice 1 3. = 3 1. 평범한 오렌지 주스. 2. 하윤이표 건강즙 No.31(???) 3. 아니야 센하야 그거 콜라처럼 생겼지만 그냥 간장이 담긴 콜라병이야(흐릿)
>>475 방금 확인했습니다. 대충 그런 느낌이로군요! 음...음.. 메이비가 백화점 사건에 휘말렸던 케이스니까... 그 사건과 비슷하게 연결을 해도 될 듯 하고...다른 별개의 사건으로 연결해도 문제는 없겠지요. 일단 문제는 없을 듯 하니... 센하주가 원하는대로 편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눈을 감은 센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두통이 몰려오면 흐릿해지는데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 감각이 전부 나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취급을 소중히 해달라는 말에 조금은 무감각한 걸 살짝 들어올리고는 평정이 두통 때문에 살짝 깨진 얼굴로
"저는 비물질을 나름 소중히 여기거든요."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만들어낸 곳에선 단 하나뿐인 물질이라도 끝없기 때문이지요. 라고 덧붙이고는. 그래도 일부러 부수거나 그러진 않을게요. 라고 답한 다음에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셉터에 관해서는 센하가 생각한 대로 강압적인 분위기는 맞았습니다. 그 셉터. 상당히 위험한 물건인걸요. 하지만 그 생각을 정정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은 채로(당연히. 타미엘은 독심술사가 아니니까요) 그저 센하가 집어들고 온 병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뭔가 다른 것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만일 알았다고 해도 타미엘-TO는 가르쳐줄 위인이 아닌걸요.
그림자. 기본적으로 주어진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의 멤버 자료에서 본 네헤모트 씨의 능력이다. 그녀의 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소감은? 글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설명으로 보았을 때 특이한 능력이었던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림자의 공간과 그 안의 생명체들을 다루는 능력이었더라. 방금 사과주스를 그녀에게 건넨 기다란 손팔은 분명 그림자 속 생명체 중 하나이니라.
"어느 소년만화가 생각나는 장면이네요..."
한편 모 소년만화의 커다란 반전 중 하나인 뫄뫄 꼬맹이를 생각해내고 말았다. 소꿉친구와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만화. 애니도 봤고. 뭐, 기본적으로 전투 따위에 특화된 자신의 능력과는 조금 다르게 평소 일상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기는 하다.
나는 무료한 얼굴로 들고 온 콜라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뚜껑을 땄다. 누군가가 먼저 열은 모양인지 플라스틱 병의 뚜껑을 처음 열 때의 그 걸리는 감 없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에, 반갑지는 않은 걸, 이 느낌. 말 그대로 누군가가 건드렸다는 소리잖아. 설마 입을 대서 마신 건...다소 불안한 얼굴로 문제의 콜라를 잠시 지그시 응시하였다. 설마 이 콜라병 안에 든 액체가 간장일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입을 안 대고 들어서 마시기로 하였다. 이게 현명한 방법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입을 대지 않고 입에 액체를 붇는 순간 나는 이것이 현명하지 않은 방법임을 깨달았다. 기대했던 단맛이 아닌, 쓴맛. 간장의.
"억."
칠칠치 못한 비명 같은 외마디를 턱 흘리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일단 목 뒤로 넘기지는 않았어. 일단... 콜라가 든 콜라병을 가장한 간장병을 탁자에 내려놓아 비어있는 다른 손을 들어 손바닥을 정면으로 보였다. 잠시 실례라는 의미다.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화장실을 찾아야했다. 입안에 침입한 이 망할 간장과 최대한 빨리 작별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화장실은 근처였다. 나는 금방 다시 병실 문을 열 수 있었다.
"...하아, 누가 콜라병에 간장을 담아놓는 끔찍한 짓을..."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면서 의자에 다시 앉았다. 잠시 간장이 담긴 콜라병을 노려보았다. 터뜨려버릴까, 라는 충동이 잠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