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는 결국 취소가 되었군요. 일단 스레주로서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자면..스레주는 2인 1조 시트는 허락할 마음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형평성이라는 것도 있고.. 굳이 두 캐릭터를 동시에 다뤄야한다...라는 이유가 진행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중인격 캐릭터나 그런건 상관이 없습니다. 그건 일단은 1인 취급이니까 말이에요.(끄덕)
폰하다가 정신이 끊기고 정신을 차려보니 꼭 약을 흡입하고 환상에 젖은 것 같은 꼴로 오해받기 딱 좋게 거실에 이불과 능숙하지 못해서 흘린 가루조금과 함께 널부러져 있고 그걸 발견해서 분명 오해한 것 같은 동공지진을 하며 전화를 해야하나. 라며 망설이는 친척을 발견했을 때 아떻게 해야할까요..
타미엘주: 오..오해입니다. 이건 그런 의미의 약이 아니라..독감약입니다. 조금 나이있으신 친척분: 으아어어얽.. 서..설마 가스흡ㅇ.. 타미엘주: 아냐. 그거 아니라고!
앗 타미엘주 어서와요!!! 타, 타미엘주와 친척분...(동공지진) 그리고오... 타미엘주께도 알려드릴 것이...(흐릿) 헤세드의 시트를 살짜쿵 리뉴얼 할까 합니다! 인격을 둘로 나누는 부분이어서... 그게 그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기억 공유는 아마도(?) 없을 예정이에요...(쭈굴)
사실 메이비주의 말이 맞답니다! 캐릭터마다 입체적인 면은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애초에 사람이 어떻게 한면만 있겠네요. 그 면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 뿐이고..다양한 모습이 있는 법이죠! ....하지만 서하는 차가운 성격이 아닌데..(동공지진) 언제부턴가..차가운 모습이 엿보인 모양이로군요.
120Utopia. for you..? no. It was deeply rule
(3860195E+6)
2018-01-10 (水) 22:05:06
[Memory Synchronization Percentage gets 40.] [Sentiment Synchronization Percentage gets....] [WARNING! 동기화로 인한 소모가 예상보다 느립ㄴ... [ERROR!] [CARNAGE!] [Each NIXIES have their EXUTION Expressions] [EXCUTION? OR EXCUTION?] [Y/N] [Y..----------------------No. IT WAS NONSENSE] ["O&I&C SYSTEM ABYSS" GIVE WARRANT PUNISHMENT to Surge]
기억 동기화는 어찌어찌 동조율을 40%까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감정 동기화. 있다는 게 놀랍네요. (중략)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하지만 그건 잘못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던 거예요. 차라리 그럴 거면 모르는 게 나았어요. 나는 그냥 투신 이후에 끝나버려야 했던 거예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그걸 두고 볼 리가 없었잖아요." 이처럼 Surge로서 나타나게 되어버린 건 그것이 찾을 걸 위해서였나요? 둔한 고통이었지만. 그것은 본래대로라면 끔찍하게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뭐라 못할 그런 고통이었습니다. 마치 안에서 무언가가 날뛰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 울컥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비린내가 날 수 밖에 없어요. 끈적거리는 손을 찰박찰박하며 씻다 보면. 거울에 비친 내가 안에서 물었어요.
"너를 위해서도, 너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피해자들을 위해서도 둘 다 사라져버리는 게 더 낫지 않아요?" "결국 근본적으로 파탄난 것 때문에 모든 것이 망쳐질 거야." 치명적인 사람 같으니라고. 거울에 비추어진 그녀도 동의하는 듯 침묵했습니다. 깨어있는 것도 아니고, 잠든 것도 아니었지만, 살아있다. 죽었다. 그런 상태를 넘어선 어떤.. 다른 무언가가 덮어쓴 것만 같은 기분이 마치 재난 상황처럼 갈라져 새카만 기운이 흘러넘쳐 찰박거리는 도시의 그녀에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안겨서 꿈을 꾸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절대로 이루어질 리 없는 일이란 건 알고 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죽어가고, 죽어가서 더 이상 쓸 수 있는 기능이란 기능은 없을 때 그제서야 완전히 둑을 무너뜨리며 나를 잡아먹고, 우겨넣어질 건가요? 다시 만들어진 것을 토대로. 완전히 변해버린 채로. 그럴 건가요? 하. 우스운 일이네요.
-지진난 것처럼 곳곳이 갈라져 밑의 심연이 석유 새어올라오듯 퐁퐁 솟아나고 있다. -찰박찰박이라고 표현하지만 엉기는 심연이 꼭 진흙 묻은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고 표현됨 -기묘할 정도로 닉시들이 잘 안 보임 -물건을 빼오는 건 무너지지 않은 건물이라면 오케이. -타미엘이 하던 대로 속박은 가능함 -셉터를 매개로 해야 하지만. -타미엘 외에 들어간 사람이 헤세드뿐이긴 하지만. 만약 타미엘-TO와 같이 도시에 들어온다면 유령처럼 몇 곳을 떠도는 타미엘을 만날 수 있음. -정말 유령 같은 거라-이 곳은 안이나 다름없어서 무의식이 꿈과 비슷하게 일부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만지면 통과한다
C급이 어디인가요? 스레주는 너 익스퍼 아니라고 팩폭 공격 당했는걸요...! 그런데 사실 C급이 제일 많기도 하답니다. 여러분들의 캐릭터는 다 A급이지만..A급은 상당히 적어요! 전체로 치면..5%정도? S급은 약 3%, SS급은 1% 정도가 존재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 사실을 말했다니. 솔직한 나의 기분은 너무 좋아서, 너무나도 좋아서 행여 입에 올리면 그 것이 변질될까 걱정되어 말로 표현하기 싫을 정도다. 그래서 괜히 심술을 조금 부리며,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내보여내었다. 너는 내게있어, 절대로 잃기 싫은 소중한 존재야. 절대로.
"난 네가 크고 포근해서 좋은걸!"
살짝 품에서 떨어져, 너의 눈을 마주보았다. 보기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그냥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조금 더 너를 내 눈안에 담아두고 싶어서, 나는 너의 집 문앞까지, 그 문이 열릴 때 까지, 그저 바라보며 웃었다.
동생의 집에 불이 켜지고... 나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거 집 맞지???? 침대 옆에 책상, 그 바로 옆에 티비, 거기서 몇발자국만 더 가면 현관이던 내 단칸방만 줄창 보다가 이런 곳을 오니, 솔직히 많이 놀랐다. 아파트라고 해서 당연히 그냥 아파트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만 상상했는데, 이건 생각지도 못한 규격외의 멋이다, 응.
"......와아..."
그걸 보니, 나도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었다. 빚, 빨리 갚자. 최대한 빨리. 내 눈앞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을 지게하긴 싫어.
//오늘 저는 목+코+몸살감기 콤보를 맞고 어질어질 하네요@_@
//로제 너무 하...행동 하나하나에 설렘 대폭발하고 ㅠㅠㅠㅠㅠ 오늘도 심장 터지고 갑니다...
창문 틈새로 밝은 햇빛이 들어왔다. 이래서야 더 자고 싶어도 더 이상 잘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은은 얼굴을 비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푹 잔 것 같다며 낯선 방을 둘러보았다.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아버려서 끌려오듯이 왔지만 지은은 이 리조트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이렇게 푹신푹신한 침대라니. 고아원에서는 매트릭스도 없는 나무로 된 딱딱한 2층 침대에서 잠을 잤고 성인이 되어서는 대학 등록금을 위해 비싼 침대는 생각도 못했다. 과거 회상은 이쯤에서 해두고 지은은 자리에 일어나 제 잠을 깨운 빛의 근원지를 보았다. 창문너머로는 눈이 쌓인 산과 함께 밝은 햇살이 눈을 비추고 있었다. 지은은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상쾌함을 느끼기 전에 뼈가 어는듯한 추위를 느꼈다.
“내가 미쳤지. 왜 이런 짓을 한거야.”
오들오들 떠는 몸으로 창문을 재빨리 닫은 지은은 이번에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밖에 나가지 않고 이 훌륭한 숙소 안에서 뒹굴거리기만 해도 썩 괜찮은 휴가가 될 것 같아 보였다. 산책하듯 숙소 안을 사뿐사뿐 걷던 지은이 걸음을 멈추었다. 벽에 붙어있는 전신 거울 앞에서였다. 거울에 비친 여자의 왼쪽 얼굴이 붉게 주름져 있었다. 지은은 거울을 향해 천천히 뻗어 여자의 왼쪽 눈을 만지려 했지만 느껴지는 것은 차가운 감촉뿐이다. 거울 속 여자의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내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당신을 피해 달아난 하늘은 지독히도 새카만 색이었다. 마치 내가 그 아름답던 하늘을 검은 크레파스로 덮어놓은 것만 같이 새카매서, 차마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병상 생활이 끝난 후, 돌아가신 아버지와 언니의 흔적이 묻어있는 그 아파트에서 당신은 나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이 세상에는 당신과 나밖에 없노라고,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고. 뜨거운 눈물이 손등을 타고 흐르는 그 감촉에 나는 그제서야 시선을 바닥에 떨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서야 고백한다면, 나는 눈물로 얼룩진 당신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언니의 사망보험금과 얼굴 한 번 맞대지 않고 전해진 위로금은 오롯이 나의 어깨에 쏟아들어갔고, 당신은 그들의 흔적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은 채 시간이 멈추어 차갑게 식어버린 집안을 다시 가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시든 화분들을 치우고 새로운 화분을 들였고, 멈춘 시계의 건전지를 갈았다. 먼지 쌓인 소파와 가구들을 털어내고 아직 그 때에 멈추어있는 공기들을 흘려보냈다. 태양이 떠있는 세상은 너무나도 무서울 정도로 평화롭게 흘러가서, 잠깐 내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열여섯살의 겨울 끝자락에 나는 늘 꿈에서 아버지와 언니를 만났다. 온통 새빨갛고 뜨거운 그 곳에서, 나는 비명을 질렀고 아버지와 언니는 내 앞에서 녹아내렸다. 가장 참을 수 없던 것은, -나는 항상 그들을 두고 도망쳤다는 똑같이 반복 되던 결말이었다. 당신은 자애롭고 상냥하던 사람이었고, 나는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랬기에 나를 괴롭히던 악몽들은 내 머릿속에서 꾸물거리며 내려와 내 입을 나와 버리고 말았다. 아, 그 때 당신에게서 짙게 나던 술냄새를 미리 알아챘더라면.
“ 유혜야, 엄마도 힘들어. 엄마도 힘들단말야. “ “ 그 때 엄마가 말했지, 이제 그만 집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 “ 내가 했던 말만 들었더라면, 너때문에 모두가 죽는 일은 없었을거야. “
아, 당신 스스로 그 입을 틀어막는다. 그리고 또 새빨개진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나는 당신을 이해했다. 당신은 그 시련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여린 사람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당신을 과분히도 사랑해 주었고, 나의 언니는 너무나도 착하고 어여뻐서 당신이 아주 사랑했었으니. 당신은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살아남았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겠지. 나를 그토록 원망하면서 말야. 나는 당신의 눈물을 보고서야 방안으로 돌아갔고, 그 날의 꿈에서는 아버지와 언니가 아닌 나를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당신을 보았다.
다음날 아침, 당신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집안에서 평소와 같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설거지를 할 뿐이었고, 식탁에는 내가 혼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아침밥이 차려져 있었다. 내가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드는 순간에 당신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현관을 나서버렸다. 혼자 먹던 밥은 너무도 차가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터트렸다.
한 번 뱉어낸 속마음을 다시 뱉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 당신에게서는 늘 기분 나쁜 술냄새가 났었다. 하루는 막 씻고 나왔던 내게 그 징그러운 어깨를 보이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고, 다음날 아침에는 여전히 차가운 아침밥이 차려져 있었다. 당신은 내가 식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집을 나섰고, 또 기분 나쁜 술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돌아왔지. 당신이 처음을 내게 손을 대던 날에- 나는 창문 밖으로 비치는 달을 보며, 당신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지나고 아직은 차가운 봄이 찾아온 어느 날에, 학교에 갈 준비를 하던 나를 보며 당신은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네주었다. 나는 온기 없던 그 말 한마디에 너무도 기뻐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집을 나섰다. 아, 당신에게도 봄이 찾아왔구나. 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품고서.
더이상 당신에게서 술냄새가 풍기지 않을 거란 상상은 당신의 손에 시들어 죽어버렸다. 그 날은 이상하게도 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기도 전에 당신이 집으로 돌아와있었고, 내가 현관문을 열고 발을 들인 순간 당신은 나의 뺨을 내려쳤다. 너무도 놀라 밖으로 도망치려던 나의 머리카락을 잡아끌던 당신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퍼보여서, 나는 겨우 잡았던 현관문의 문고리을 놓고 말았다. 멍청하게도. 당신은 나의 교복을 보며 네 언니가 불쌍하지도 않냐고 목을 놓아 울었다. 차마 신발을 벗지도 못하고 신발장에 주저 앉은 나를 보며 당신 또한 바닥에 주저앉고 내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내 딸은 그 불구덩이에서 죽었다고, 그 애도 고등학교 생활에 마음이 부풀어 행복해하고 있었다고. 아직도 내 딸의 방문에는 그 애가 직접 걸어둔 교복이 걸려있다고. 불쌍한 당신 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며, 그토록 서럽게 울다가 당신은 잠들었다. 나는 당신이 무서워 그 한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있다가, 또 다시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에 당신은 없었다. 그나마 차려지던 차가운 아침밥도 없었다. 나는 너무도 행복했다. 너무도 행복해서,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그 날에서야 생각했다. 그 시련을 감당하기에 당신은 너무도 여린 사람이었다고. 그래, 내가 당신을 이해 해야한다고. 멍청하게도, 나의 아픔은 누가 이해해주는가에 대한 대답은 내놓지 못하였다. 그 때의 나는, 서서히 무너져가는 모래탑을 무시하고 아직 건재한 당신의 모래탑을 걱정하고 있었지. 당신이 더 힘들거라며, 당신의 모래탑이 먼저 무너질 거라며. 파도는 다가오지 않고 있었음에도.
당신은 사흘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당신은 꼬박 이틀을 방에서 지냈다. 그렇게 대략 일주일이 흘러서야 당신은 이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은 듯 했고, 나는 당신이 없던 일상에 녹아든지 오래였다. 그렇게 돌아온 당신의 얼굴을 마주한 날, 마음 속에서 일렁이던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대답하지 못한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알고서도, 마음 속 깊숙한 곳에 파묻고 말았으니.
내가 당신의 폭언과 폭력에 삶을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건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였다. 겨울이 다시 찾아오던 날이었고, 공교롭게도 새하얀 함박눈이 내려 마치 오늘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던 날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갔던 그날에 당신은 거실 TV옆에 장식 되어있던 미니 액자를 내게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액자 유리가 깨져 손등에 작은 상처가 났었고, 바닥에 떨어진 유리파편들은 전등에 반짝였다. 아름다운 보석처럼 반짝이는 파편 사이에 파묻힌 나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파편 중 가장 큰 조각을 들고 손목을 베어버렸던 건 온전한 나의 의지였다.
그 날 달라졌던 건 나였으니 당신은 미안해하지 말라고. 그날 밤 병원을 나와 새카만 하늘 아래서 당신에게 나직히 말했지만, 당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215 유혜 어머님 나빴어....!!! 그래서 지금도 유혜는 어머님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다만 유혜가 저렇게 사고를 치고 난 뒤로는 좀 잠잠해졌다가 (가끔 유혜를 보며 혼잣말로 뭐라 한다던지) 유혜가 익스퍼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그런 일은 없어졌죠! 다만 유혜와의 사이는 변하지 않은...(흐릿
>>220 사실 유혜는 어머니와의 관계 회복을 할 의향이 없다고 합니다... (우중충 유혜는... 그냥 일년에 한 번 찾아가서 같이 수목장 가고, 대충 용돈 드리고 올라오는 정도예요. 사실 유혜가 독립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바로 그 집을 빼고 유혜가 적당한 원룸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준 뒤 바로 경기도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가버렸죠.....
스키장이다. 스카웃으로 들어와보니까 바로 스키장으로 휴가를 떠난다고 한다. 그리고 왔다. 그러니까 반복하지만, 스키장이다. 눈을 뭉쳐서 굴린다. 눈덩이가 점점 커졌다. 하나 더 만들어서 두 개를 쌓았다.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네 이름은 코미키 텐마다."
눈사람에게 중얼거린 후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좋아, 그렇다면. 탁. 펑. 핑거스냅 한 번으로 눈사람이 시원하게 터졌다. 방금의 눈사람은 그냥 땅 위에 굴러다니는 눈덩이 잔해가 되어버렸다. 이제 그걸 밟는다. 뭔가 베개에다가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써놓고 때리는 꼴이다. 이러고 놀고 있다(...).
타미엘-TO는 병원에 입원하는 걸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약에 헤롱헤롱 취한 걸 제대로 풀려면 병원이 필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녀와 조금 관련이 있었다던-병원 기록을 찾은 덕분에-의사를 부를 수 있었고. 적당히 약기운이 빠질 즈음. 아파서 삐-할 것 같다고 중얼중얼거리기도 했었습니다.
피해자들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도, 텅 비어버린 것도, 파탄난 부분도. 이 병원에서 끝내버리면 안 되는 걸까요. 란 생각을 하면서 흐릿한 시야를 떠 보니 아마 누군가 병문안을 온다고 한 것 같았다는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어요.
"...꼴이 말이 아닌데요." 어젯밤에 피를 질질 토하고 그래서 옷이 엉망이었으니까요. 의료진에게는 코피라고 속이긴 했지만.. 얼마나 날뛰실 생각인가요. 평소처럼 브라이디드 번으로 묶고도 땅에 끌릴 정도로 긴 머리카락을 잘 정리하고는 침대에 기대앉았습니다. 거울을 보지 읺아도 새하얗게 질린 안색이라던가. 병색이 완연하다는 걸 알 수 있었겠네요. 하기야. 손목이랑 발목의 멍이나 온몸의 멍이 빠지지도 않아서 드러나는걸요.
스키장 휴가가 끝났다. 돌아와서 뒤늦게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의 멤버 정보를 멍하니 읽고 있었는데, 왠지 한 사람이 스키장 때 빠졌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래서 물어보니 빙고. 한 명이 병원에 입원해있다더라. 정확한 사정은 못 들었고,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연이 있는 건지ㅡ라는 조금 비딱한 생각을 가지며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멤버의 이름은 타미엘 T. 네헤모트. 팀원에 자신 같은 외국 출신이 많던데 이 사람도 그 중 한 명인 모양이었다.
최근에 완성한 에펠탑 모형을 손에 들었다. 대충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정도의 길이쯤 되는 모형인데, 꽤나 정교하다. 알려받은 병실 번호를 느릿하게 되뇌면서 복도를 걸어가다가 드디어 목적지를 발견하였다. 예의상 노크를 두 번쯤 했고, 문 너머에서 희미한 들어오세요ㅡ소리가 들린 듯해서 수락으로 받아들이고 문을 열었다. 침대에 기대앉은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려보이는 외모는 동안의 수준이 아니었다. 저 정도면 초등학생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는 걸. 브라이디드 번으로 묶어올렸는데도 군데군데 검은색으로 물들은 하얀 머리카락이 아래로 내려온다. 사람의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눈을 바라보니...음, 저 색은 도대체 뭐라고 부르면 좋은 걸까. 사람을 어떤 의미로 다소 난처하게 만들었다. 일단 문을 닫고 무표정으로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부터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에 아롱범 팀에 새로 들어온 아키오토 센하라고 합니다. 마음대로 부르세요."
타미엘 T. 네헤모트 씨 맞으시죠? 덧붙이면서 침대로 걸어가 의자를 끌고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는 것 같았다. 꾀병은 아닌 걸로ㅡ라는 말을 가볍게 툭 던졌다.
들어온 사람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분이 병문안을 와주다니. 누가 말해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삐딱하다면 삐딱한 생각이지만, 신뢰도 자존감도 완전히 박살난 언니로서는 나름 적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들어온 센하가 인사를 하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아키오토 씨. 저도 원하시는 대로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는 꾀병이 아니라는 말에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그렇네요. 라고 무심하게 답했습니다. 꾀병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거려나요? 란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그걸 드러낼 필요도 없었고요. 어차피 곧 사라질 텐대 뭐 어쩌겠나요. 나타난다면 타미엘이 고생할 뿐이지.
"그건 그렇고. 병문안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요." 상당히 부드럽고 어린 목소리였지만. 동시에 냉랭한 목소리였습니다. 꾀병은 아니다. 라는 말이 약간은 건드린 건지..
일본에서 자라온 영향이다, 당연히. 네헤모트 씨는 외국이름인 덕분에 이렇게 부르지만, 한편 한국 이름들은 대부분 성이 한 글자인데다 다양하지 못해서, 그런 사람들의 경우 풀네임으로 부른다. 지나가는 말투로 툭 꾀병 이야기를 꺼내니까 상대는 무심하게 그렇네요, 라고 답한다. 눈을 반쯤 감으면서 네헤모트 씨를 보았다. 뒤이어서 들려오는 말은 부드럽고 어린 목소리 뒤에 옅은 냉랭함을 보이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든 모양이었다ㅡ꾀병이라는 소리가.
"앞으로 같이 활동할 동료니까, 어떤 사람인지 보러 온 것뿐이에요. 상식적인 행동이죠?"
참, 꾀병은 취소할게요. 웃음기 조금 섞인 목소리로, 그러나 빈말은 아닌 것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덧붙이고는 손에 들고 있었던 에펠탑 모형을 옆의 탁자 위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이렇게 올려두니까 모양이 더욱 있어보였다. 거금을 들여서 조립한 보람이 있는 걸. 표정은 자연스럽게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병문안 선물이라 생각하겠죠? 유감스럽게도 틀렸어요, 네헤모트 씨. 병문안 선물이 아니라, 앓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병세를 알아보고 위안하면서 남에게 선사하는 물건입니다."
어차피 '병문안 선물'을 풀어서 쓴 말이다. 태평하게 농담 같은 말도 해본다. 그런 말을 하는 나의 얼굴은 그저 평소의 무표정을 여전히 보이기만 하였다.
>>346 음...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거기에 센하가 연관이 되나요? 코미키가만 연관이 된다고 한다면... 그건 조금 허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코미키가가 연관이 된다고 하더라도...정작 센하가 연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굳이 관련지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347 ...헤세드주...중간에 주무실 것 같으면..그냥 푹 주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스레주는 생각합니다.(토닥토닥)
"그렇군요." 타미엘도 그것은 긍정했습니다. 서양은 이름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고. 일본은.. 성이 더 다양하지요. 타미엘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긴 했지민요.
"상식적인 행동 맞네요."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자료가 주어지니 그걸로도 알 수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요. 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그 정도로만 말했습니다.
"본래 타미엘이라면 몰라도..." 얼버무렷습니다. 당황하진 않았으니 다행이려나요? 아니다. 타미엘이랑 타미엘은 둘 다 성격이 파탄난 건 맞으니까. 일부러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풀어서 말하는-생각해보면 그냥 병문안 선물이 맞기는 하다- 말을 듣고는
"에펠탑이나 보면서 고향생각나면 돌아가라는 시위려나요. 쓸모없어질 예정이니까요" 마음에 드는 선물이네요. 아니. 제게 마음에 드는 선물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안 그래도 피 쏟아내고 죽어가는 게 기분 나쁜데. 사람 속을 살살 긁어놓고는 그 사람이 기분나빠하면 전 그냥 정상적인 말만 했는데요. 너무 과민반응하신 거 아닌가요? 라고 할 것 같은 사람이라니. 다만. 모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요.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도 속을 드러내지 않은 채-잘하는 편입니다- 무감각적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냉장고에서 쥬스라도 꺼내 드세요. 라고 말해봅니다.
"여러가지 맛이 있기는 하니까. 골라 드시면 될 거예요." "아. 셉터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냉장고 옆에는 언뜻 봐도 타미엘보다 큰 셉터가 하나 기대어져 있었습니다.
어름장을 놓듯이 네 볼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다가 빵빵하게 볼을 부풀리는 네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놓아주었다. 정말, 주머니 속에 데리고 다닐 수도 없으니. 오히려 그 정도로 작았다면 맨날 주머니 속에서 탈출하고 바람구멍을 내놓는 등 지금보다 몇 배는 골치아파 질 것 같기는 했다.
"첫날이었잖냐. 애초에 그 땐 서로가 익스퍼인지도 몰랐었고. 그렇게 따지면 너도 나한테 숨긴 거 한둘쯤은 있을텐데?"
졸린지 하품을 하는 너를 보다가 그대로 번쩍 들고는 일어났다. 졸리면 재워야지. 늦게 자는 습관은 좋지 않다. 직업상 가끔은 며칠 밤새는 것도 일상이니 틈이 날때면 자는 게 현명하단 걸 금방 익히게 된다.
'본래 타미엘'이라는 말에 눈을 잠시 반쯤 감았다. 본래 타미엘이라는 건,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네헤모트 씨는 자기자신이 아닌 건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도 되는 건가? 얼버무리는 그녀를 실눈뜬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다가 에펠탑에 대한 말에 눈을 도로 원래대로 떴다.
"시위라, 해석은 자유에 맡길게요. 다만 제 거금이 들어간 거니까 취급은 소중하게 해주시기를."
선생님 같이 들릴 수도 있는 말투였다. 무감각한 표정으로 주스라도 꺼내 먹으라는 말에 냉장고를 돌아보았다. 친절에 감사드리죠ㅡ라고 무표정으로 대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딘가 묘하게 비딱해보이는 건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냉장고로 걸어가고 있던 중 네헤모트 씨는 셉터는 건드리지 말라고 하였다. 냉장고 옆에는 보란 듯이 기다란 셉터가 기대어져 있었다. 분명 충고의 말투였지만 어딘가 강압적인 분위기가 섞여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최근에 코미키 히로시를 불행히도 만나서 신경이 다소 예민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라고 무게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고개는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을 네헤모트 씨가 있는 쪽으로 살짝 돌리다가 냉장고 앞에 도착해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문을 활짝 열어보니 과연, 병실 주인의 말대로 다양한 음료수들이 줄지어서 있었다. 흐음ㅡ이라 중얼거리면서 아무거나 가볍게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태평한 표정으로 침대 옆으로 돌아와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센하가 집어든 건...
.dice 1 3. = 3 1. 평범한 오렌지 주스. 2. 하윤이표 건강즙 No.31(???) 3. 아니야 센하야 그거 콜라처럼 생겼지만 그냥 간장이 담긴 콜라병이야(흐릿)
>>475 방금 확인했습니다. 대충 그런 느낌이로군요! 음...음.. 메이비가 백화점 사건에 휘말렸던 케이스니까... 그 사건과 비슷하게 연결을 해도 될 듯 하고...다른 별개의 사건으로 연결해도 문제는 없겠지요. 일단 문제는 없을 듯 하니... 센하주가 원하는대로 편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눈을 감은 센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두통이 몰려오면 흐릿해지는데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 감각이 전부 나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취급을 소중히 해달라는 말에 조금은 무감각한 걸 살짝 들어올리고는 평정이 두통 때문에 살짝 깨진 얼굴로
"저는 비물질을 나름 소중히 여기거든요."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만들어낸 곳에선 단 하나뿐인 물질이라도 끝없기 때문이지요. 라고 덧붙이고는. 그래도 일부러 부수거나 그러진 않을게요. 라고 답한 다음에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셉터에 관해서는 센하가 생각한 대로 강압적인 분위기는 맞았습니다. 그 셉터. 상당히 위험한 물건인걸요. 하지만 그 생각을 정정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은 채로(당연히. 타미엘은 독심술사가 아니니까요) 그저 센하가 집어들고 온 병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뭔가 다른 것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만일 알았다고 해도 타미엘-TO는 가르쳐줄 위인이 아닌걸요.
그림자. 기본적으로 주어진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의 멤버 자료에서 본 네헤모트 씨의 능력이다. 그녀의 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소감은? 글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설명으로 보았을 때 특이한 능력이었던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림자의 공간과 그 안의 생명체들을 다루는 능력이었더라. 방금 사과주스를 그녀에게 건넨 기다란 손팔은 분명 그림자 속 생명체 중 하나이니라.
"어느 소년만화가 생각나는 장면이네요..."
한편 모 소년만화의 커다란 반전 중 하나인 뫄뫄 꼬맹이를 생각해내고 말았다. 소꿉친구와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만화. 애니도 봤고. 뭐, 기본적으로 전투 따위에 특화된 자신의 능력과는 조금 다르게 평소 일상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기는 하다.
나는 무료한 얼굴로 들고 온 콜라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뚜껑을 땄다. 누군가가 먼저 열은 모양인지 플라스틱 병의 뚜껑을 처음 열 때의 그 걸리는 감 없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에, 반갑지는 않은 걸, 이 느낌. 말 그대로 누군가가 건드렸다는 소리잖아. 설마 입을 대서 마신 건...다소 불안한 얼굴로 문제의 콜라를 잠시 지그시 응시하였다. 설마 이 콜라병 안에 든 액체가 간장일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입을 안 대고 들어서 마시기로 하였다. 이게 현명한 방법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입을 대지 않고 입에 액체를 붇는 순간 나는 이것이 현명하지 않은 방법임을 깨달았다. 기대했던 단맛이 아닌, 쓴맛. 간장의.
"억."
칠칠치 못한 비명 같은 외마디를 턱 흘리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일단 목 뒤로 넘기지는 않았어. 일단... 콜라가 든 콜라병을 가장한 간장병을 탁자에 내려놓아 비어있는 다른 손을 들어 손바닥을 정면으로 보였다. 잠시 실례라는 의미다.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화장실을 찾아야했다. 입안에 침입한 이 망할 간장과 최대한 빨리 작별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화장실은 근처였다. 나는 금방 다시 병실 문을 열 수 있었다.
"...하아, 누가 콜라병에 간장을 담아놓는 끔찍한 짓을..."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면서 의자에 다시 앉았다. 잠시 간장이 담긴 콜라병을 노려보았다. 터뜨려버릴까, 라는 충동이 잠시 들었다.
그림자. 기본적으로 주어진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의 멤버 자료에서 본 네헤모트 씨의 능력이다. 그녀의 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소감은? 글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설명으로 보았을 때 특이한 능력이었던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림자 공간 안의 생명체들을 다루는 능력이었더라. 방금 사과주스를 그녀에게 건넨 기다란 손팔은 분명 그림자 속 생명체 중 하나이니라.
"어느 소년만화가 생각나는 장면이네요..."
한편 모 소년만화의 커다란 반전 중 하나인 뫄뫄 꼬맹이를 생각해내고 말았다. 소꿉친구와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만화. 애니도 봤고. 뭐, 기본적으로 전투 따위에 특화된 자신의 능력과는 조금 다르게 평소 일상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기는 하다.
나는 무료한 얼굴로 들고 온 콜라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뚜껑을 땄다. 누군가가 먼저 열은 모양인지 플라스틱 병의 뚜껑을 처음 열 때의 그 걸리는 감 없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에, 반갑지는 않은 걸, 이 느낌. 말 그대로 누군가가 건드렸다는 소리잖아. 설마 입을 대서 마신 건...다소 불안한 얼굴로 문제의 콜라를 잠시 지그시 응시하였다. 설마 이 콜라병 안에 든 액체가 간장일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입을 안 대고 들어서 마시기로 하였다. 이게 현명한 방법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입을 대지 않고 입에 액체를 붇는 순간 나는 이것이 현명하지 않은 방법임을 깨달았다. 기대했던 단맛이 아닌, 쓴맛. 간장의.
"억."
칠칠치 못한 비명 같은 외마디를 턱 흘리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일단 목 뒤로 넘기지는 않았어. 일단... 콜라가 든 콜라병을 가장한 간장병을 탁자에 내려놓아 비어있는 다른 손을 들어 손바닥을 정면으로 보였다. 잠시 실례라는 의미다.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화장실을 찾아야했다. 입안에 침입한 이 망할 간장과 최대한 빨리 작별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화장실은 근처였다. 나는 금방 다시 병실 문을 열 수 있었다.
"...하아, 누가 콜라병에 간장을 담아놓는 끔찍한 짓을..."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면서 의자에 다시 앉았다. 잠시 간장이 담긴 콜라병을 노려보았다. 터뜨려버릴까, 라는 충동이 잠시 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소년만화같은 건 안 봐서 잘 모르겠는걸." 타미앨주도 눈치가 없어서 잘 모르는 듯합니다. 정말 타미엘은 묘하게 무미건조하게 살았군요. 진짜 안에서 니트처럼 지낸 게 다인가..란 의문을 타미앨-TO가 할 즈음 억. 하는 소리가 들린 걸 보고는 의문을 살짝 담아 고개를 갸웃하자 뛰쳐나갔습니다.
그 장면을 생각해보니 한 편의 콩트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웃기지는 않았지망요. 애매하긴 하지만 분명 저건 콜라가 아니군요... 도대체 누가 그런 걸까요. 란 궁금증이 일기는 했지만. 본인이 아니니까요. 란 생각을 하면서 자신도 쥬스를 마셨는데..
"...마..맛이 없는 건 아닌데.." 동기화에서 본 거랑은 좀 다른 기분인데요.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기화에서는 먹고 쓰러졌는데 이건 맛있는걸요.
"그러게. 누구일까요." 금방 돌아온 그를 보면서 전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진짜였는걸요. 자칫 잘못하면 그녀가 마실 수도 았었는 것을.. 하지만 그녀가 그것을 알았다고 해서 알려줬을 건 아니었습니다.
모습을 반쯤 가린 나무 너머를 응시한다. 코미키 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시신을 찾으러 왔다. 두 사람의 시신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가 바로 장례식을 치루겠지. 센하는 피곤한 눈으로 계속 앞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얼마 전, 백화점이 테러 당했다. 코미키 하루나와 코미키 코우스케가 그 사건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분명 둘은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오미야게를 위해 그곳에 들렸던게다. 재벌인만큼 돈을 많이 쓰기는 하겠다만, 몇 개의 선물을 사가는 것에 대한 대가는 생각보다 컸는 걸. 무심코 실소가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재수도 없지.
나무 줄기에 얹고 있었던 한쪽 손을 내려서 후드티 주머니 속에 넣었다. 검은 후드티와 바지.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모습은 마치 무고하게 죽은 이를 추모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고. 음침한 분위기의 얼굴은 왠지 복잡해보이는 듯했다.
허무한 죽음인 걸, 코미키 코우스케. 잘 가.
서늘한 가을바람이 맴돌았다. 슬슬 돌아가려고 생각했는지 센하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는 순간, "엇, 잠깐"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를 멈춰세웠다. 의미만 보면 무시할 수도 있는 평범한 소리였지만, 그 소리가 한국에서 그렇게 쉽게 들을 수는 없는 일본어였기에 센하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그쪽을 돌아보았다.
"...아아."
탄식 비슷한 소리가 나왔다.
"코미키 유우카잖아."
세련된 외모의 소녀, 유우카는 일자로 자른 단발을 귀뒤로 넘겼다. 울었는지 눈가가 빨개져있는채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알아보네. 오랜만이야." "오랜만이기는 하네. 그 때 이후로 벌써 한 5년에서 6년 정돈가. 좀 더 오래 안 보기를 기대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네."
조금 비꼬는 말투가 거슬렸다.
"어디론가로 사라지더니, 한국에 살고 있을 줄은 몰랐어. 음, 그건 그렇고...이번 사건, 내용 알지?" "짜증날 정도로." "...엄마랑 오빠가 죽어버렸어." "알아. 그래서 나 보고 어쩌라는 거야?" "......"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다가 유우카는 머리끝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쪽이 저지른 건 아니지? 그렇지?" "의심할 걸 의심해. 사람 질리게 하지마." "...알았어. 응. 애초에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방금 질문은 그냥 확인차."
고개를 젓던 유우카는 문득 센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살짝 놀란 표정을 잠시 짓더니 담담히 말한다.
"그러고 보니...그 색 싫어하지 않았어?" "응? 뭔 소리......아아."
센하는 눈을 반쯤 감아 유우카를 응시했다.
"예전에는 그랬지." "...그랬지.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유우카는 몸을 돌렸다. 이제 다시 가족들에게로 돌아갈 생각인 모양이다. 그대로 발을 내딛으려다가 멈추었다. 그러더니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쪽이 한국에 있는 건 알리지 않을게. 할아버지한테도, 외삼촌한테도, 누구한테도." "하, 그것 참 고마운 걸." "그럼 안녕(じゃあね)." "안녕(さよなら)이라고 해. 다시는 보는 일 없도록."
센하의 날선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유우카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센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쯧 차고는 마찬가지로 발걸음을 옮겨, 유우카와는 반대되는 쪽의 길을 걸었다.
서하의 말을 잠자코 듣던 아실리아는 가만히 옅은 미소를 띄었다. 좋아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라. 물론, 아실리아 또한 서하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 사람과 이 감정이 자신에게 과분하다는 생각만은 여즉 떨쳐낼수가 없었기에 살짝 석연찮았다만. 문득 연인 앞에서까지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싫어서 이내 자괴감마저 덮쳐왔다.
" 부모님, 그렇구나. 으음, 그럼 당분간.. 은 우리 둘 다, 서로의 집에는 못 놀러가겠네. "
나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니까, 라고 덧붙이는 것과 동시에 어색한 낌새를 애써 지워버린 아실리아는 도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시선을 돌리려고 했었다. 그래봤자 결국에는 대충 바라만 보다가 그대로 책상 위에 서류를 놓아두곤 몸을 일으켜버렸지만. 이어, 아실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발생한 현기증과 더해져 더욱 심해진 두통에 살짝 휘청이는 걸음으로 서하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가, 그대로 서하의 어깨에 가볍게 기대다시피하며 가만히 껴안았다.
" ...그, 사실, 의지하는 거.. 맞아. 솔직히 의지하고 싶었어. 그런데, 너무 의지하게 되어 버릴까.. 봐, 불안해. "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다른 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 해도 그 과정이 쉽지 않다.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건,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 더 마음 한 구석의 무언가가 진득하게 표현과 감정을 옥죄고 제한시킨다. 내가 이래도 되는지, 당신이 계속 이렇게 있어줄지, 그리고 과거의 실수와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지. 끉임없이 의심하고 의식하는 사람의 머릿속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어지럽다.
그리고, 아실리아는 고개를 살짝 들어 서하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볼 보다는 조금 더 아래이지만 입술보다는 더 위쪽인, 다소 애매한 곳에 몇 초간 입을 맞췄다가 떼면 곧잘 주르르 미끄러지듯 고개를 떨어뜨려 서하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몸을 푹 숙여버리는 것이다.
" ...숙직실, 에서 자는 건.. 서류, 다 끝나고. "
아마,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도 지금 아실리아의 목소리보다는 클 것이다. 그나마 잘 들릴법한 곳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일은 없었지만서도.
볼을 잡는 손에 부루퉁히 바둥거렸지만 그의 말이 싫지는 않다. 혼자 두지 않으면 좋을텐데. 감시해도 좋으니까 쫓아다녀주면 좋을텐데. 하지만 거기까지 바라는 건 너무 무거울테지. 나는 그냥 얌전히 그에게 장단을 맞출 뿐이었다.
"어휴, 하나둘 뿐이겠어요- 파도 파도 끝이 없을 걸?"
수사 중에 몰래몰래 익스파 쓴 것만 해도 두 손으로 모자랄 지경인데.
졸리다고 보채니 그대로 나를 안아들어 침대로 데려간다. 아니 잠깐 이 사람아. 이대로 자면 안 되죠! 안겨있는 동안은 차마 움직이질 못 하고 있다가 내려놓아지자마자 다시 발딱 일어나 앉았다.
"나 아직 화장도 안 지웠는 걸!"
이대로 자면 얼마나 큰일이 나는지 알아요?! 괜시리 호들갑을 떨며 침대 위 쿠션들을 두들겨본다. 아, 이것도 치워야지. 주섬주섬 쿠션들을 휘적거리다가 결국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잠깐만 기다려요."
그가 다시 잡을 새도 주지 않고 쪼르르 방 밖으로 나갔다. 어디선가 부스럭대더니 금방 돌아왔는데, 손에 옷 한벌을 들고 있었다. 편하게 입을 수 있어보이는 상하의 한벌 정도? 거기다 그건 왠지 그의 사이즈에 딱 맞아보이더랬지... 히히. 웃은 나는 그에게 옷을 쥐어주고 씻고 오겠다며 방을 나갔다.
"...언젠가 소개하게 되면 놀러갈 수도 있겠지. 혹은 자취를 하게 된다던가. ...물론 나는 아직 생각은 없지만..."
아무래도 집값이라는 것이 싼 편은 아니니까 지금의 내 월급으로 감당하기는 조금 힘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보다 직급이 높아지면 생각해보겠지만 아직 내 직급으로는 무리였다. 위험수당이 있다고는 해도... 그것만으로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하기는 조금 어려우니까. 그렇다고 집에 손을 빌리기도 싫고... 언젠간 자취를 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면 엄청 귀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기에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서류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잠시 눈으로 서류를 보는 도중, 아실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아실리아를 바라보니 아실리아는 휘청이는 걸음을 걸으며 내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껴안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건 아실리아가.. 아니, 그 전에...
"...괜찮아? 아까 보니까 휘청거리던데. ...정말. 그 정도면 무리해서 출근할 필요는 없잖아. 하아. 그리고 불안하다라. ...고백할 때, 자신이 집착할지도 모르겠다고 한 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거."
이내 이어지는 입맞춤. 그것은 그녀에게는 겨우겨우 한 애정표현일지도 모른다. 그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아실리아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입을 맞추는 것은 처음이니까. 조금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시선을 돌리진 않고 아실리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어 나에게 기대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어보였다. 정말.. 행동 하나하나가 보통 귀여운게 아니라니까.
"...불안하다면 지금은 불안해해도 상관없어. 나는, 말을 돌려서 표현하지 못하니까 다시 직구로 이야기하지만... 네가 불안하다면 편해질때까진 불안해도 된다고 생각해. ...억지로 불안해하지 마. 나에게 의지해. 그런 말은 안 해. ...그런 거 강요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네가 많이 의지해도 상관없어. ...오히려 환영이야. 이기적인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네가 그만큼 나에게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잠시 말을 끊은 후에 나는 손을 올려 아실리아의 포니테일 스타일 머리를 몇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고개를 제대로 돌려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정말로 너의 연인이 된 것 같아서 기쁘거든. ...그야...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의지하는 것이니까. ...일단은 나 독점욕 꽤 강한 편이야. 표현은 안하지만 질투심도 조금은 있고... 그러니까 나에게 의지하면 의지할 수록 나는 좋아.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너에게는 그만큼의 욕심을 부리게 돼. 아실리아. 그렇게 말을 작게 덧붙이며, 다시 작게 속삭이듯이 아실리아에게 말을 하면서 한쪽 팔을 올려 아실리아의 어깨에 손을 내리며 끌어안는 것처럼 자세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아니면 수면제라도 전송해줄까? ...아니면 손을 잡아도 괜찮을테고. ...물론 후자면 관계를 걸릴 것을 각오해야겠지만 말이야. 하윤이라던가. ...조금 귀찮겠지만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죽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나는 아직 간장의 충격에서 다 벗어나지 못하였다. 다소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알고 보니 간장이었던 콜라병을 들어 뚜껑을 도로 닫아놓고, 잠시 노려보다가 그대로 다시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콜라를 원위치에 넣었다. 나중에 아무나 똑같이 당하라, 라는 다소 비딱한 생각과 함께. 그리고 다른 주스를 꺼냈다. 같은 색의 물감탄 물이 아니라, 이번에는 진짜 주스임을 바라며. 다시 의자로 돌아와 앉으면서 나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이 음료가 아롱범 팀 내에서 여자 오퍼레이터 쪽의 건강즙으로 통하는 물질인 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네헤모트 씨가 들고 있는 음료도.
"그건 무슨 맛이죠?"
무료한 눈빛으로 그녀가 들고 있는 음료를 잠시 바라보며 지나가는 투로 툭 물어보았다. 간장의 충격에서는 이제 슬슬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이성을 되찾으면서 몰려오는 것은 내가 왜 간장임을 못 알아봤지, 라는 묘한 일종의 자괴감. 무시하였다. 아무튼 네헤모트 씨에게 물어본 후 음료수의 뚜껑을 열고 마셔보았다. 이번에는 물감이었습니다, 라는 결말이기만 해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놓았을지도 몰라요." 기억도 동기화가 느리고, 감정은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나마 좋았던 추억도 다 잃어버린 사람에게 뭘 원망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라고 중얼거리고는(약간이지만. 피해의식이 보였을지도.) 그 콜라(병 안에 든 간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넣는 걸 보고는 다음에는 가르쳐줄까. 라고 생각합니가. 그리고 맛을 묻는 질문에는..
"...맛이 있다. 라고.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분명 저번에 이런 종류를 먹었을 때엔 정말 맛이 없었다고 기억하는데요. 라고 말한 뒤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마셨습니다.
"아무튼. 곧 복귀할 수는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복귀한다고 해도 저 병색이 완연한 얼굴에서 벗어나기는 커녕 점점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만 같다.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상 퇴원을 하던, 하지 않던, 갉아먹히고 부서지고 갈려져서 죽어가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갱신합니다! 다들 안녕하세요! 오늘 밖은 정말 고요하고 무섭군요.. 덜컹거리는게..(먼산..)
한모금 마시니까 맛은 괜찮았다. 평범한 주스의 맛. 병을 살펴보았다. 아까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는데, 아무런 띠도 둘러져있지 않았다. 억지로 떼어낸 흔적도 없고. 뚜껑에도 아무런 말도 없었다. 시중에서 파는 게 아닌 건가? 누군가의 수제작이라든지. ...아, 만약에 그렇다면 내가 실수한 것이다. 탄식하듯이 생각이 흘러갔지만, 일단 현재의 화제에 따라가기로 하였다.
"아까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랬죠? 원한 사면서 지냈어요, 네헤모트 씨?"
가느다랗게 뜬 눈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원한이라는 단어는 자신과도 여러모로 연이 깊은 단어다. 아무튼 그러다가. 뭐,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생선 따위를 먹을 때 간이 안 맞을까봐 간장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는 수 없이 콜라병에 담았을 수도 있어요ㅡ라는 농담을 무게없이 덧붙이며 입꼬리를 잠시 올렸다.
맛이 있다, 라는 말에 네헤모트 씨의 병에 시선을 다시 두었다. 이제 눈치채지만, 내가 들고 있는 병과 같았다.
"제 것도 그래요. 마침 병도 같은 종류인데...아, 예전에도 이런 걸 드신 적 있으신 모양이네요. 수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만든 거예요?"
연인이라든지? 라고 덧붙이며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지만 이 추측은 빗나갔다. 나는 몰랐지만. 금세 나는 무표정으로 다시 돌아와 주스를 마시면서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기울이던 주스를 내리고 언제나와 같은 천하태평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부분은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원한은 너무 나간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 하여도 스스로에게 딱히 좋은 감상이 들지는 않네요. 라고 덤덤하게 말하고는 건강즙에 대한 말을 듣고는.. 조금 생각하다가-연인이란 말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글쎄. 본래(웃기는 말이다. 본래는 나였지 않은가.) 타미엘이라면 반응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감정 동기화가 있는줄도 모르고 수치조차 모르는 것을. 상처주고 싶진 않은데. 란 생각을 하다가 아키오토가 말하는 누가 만들었냐는 질문에
"오퍼레이터 하윤. 이 만든 거지요. 맛이 있거나 없거나. 라고 들었어요." 참고하실 거라면, 맛 없을 땐 정말 끔찍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라고 말을 잇다가 독단이냐 병원의 판단이냐는 말에 잠깐 멈칫하고는-사실은 멈칫하는 게 아니었었다.-
"병원의 판단이지만 독단이나 마찬가지지요. 꾸미는 것 정도는 도와주지 않으려나요." 원래 이런 얼굴이란 건 알아서 더 쉽겠네요. 라고 느리게 대꾸하며 그림자를 물끄러미 쳐다봤습니다. 그림자 팔(아직도 안들어감)이 팔락팔락 흔드는 게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는 뜻 같기도 하네요.
"폐는 안 끼쳐야 할 텐데요." 적어도 차지할 것은 끼치진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요. 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분명 표정이 조금 엉망일 거예요.
//갱신합니다아.. 졸아버렸다. 다들 안녕하세요!
여담이지만. 에디를 처음 계획할 땐 평범하게 차여서 찾아온(?) 남자였는데 이걸 듣고 나서 집착 속성이 붙ㅇ.. https://youtu.be/cUTs79IJKY4
수긍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병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일명 맛이 있거나, 아니면 없거나의 음료인가. 복불복 과자 게임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그렇게 복불복으로 만드는 건가, 아니면 요리 실력이 크게 자주 왔다갔다 하는 것뿐인가. 하지만 한 가지 알겠는 건, 실력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 한모금 마셨다.
네헤모트 씨는 독단이라 고백하였고, 그에 대답하듯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긴팔이 손을 흔들었다. 정말로 그 소년만화가 생각나네. 물론 거기서 나오는 그림자 손은 따로 다루는 생명체가 아닌, 그 악역 자신이었지만.
"그런 건 잘 조심만 하면 조절할 수 있어요."
네헤모트 씨가 말한 폐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주스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가져갈게요ㅡ라고 양해를 구하는 말을 덧붙이며. 덤으로, "전 이제 슬슬 가겠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고"라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대로 뒤돌아서 걸어갔다. 그러다가 멈춰섰다. 뒤로 살짝 돌고는 흔들림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독단으로 하신 건 마음에 드네요. 주관없이 남이 하라는대로 했다가 불행해져도, 그 남을 탓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완쾌하고 나오시기를. 기세 좋게 말을 마무리 짓고 그대로 걸어나가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온다. 눈 앞에 펼쳐진 새하얀 절경은 보기만해도 황홀할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난데없이 왜 갑자기 유혜가 이 눈밭에 서있었냐하면 저번 사건이 무사히 종결 된 것에 대한 서장님의 선물- 이었다. 어떻게 하면 선물로 팀원 전체를 스키장에 데려갈 수 있는지 의아하기도 하지만, 뭐 어떠하랴. 우선은 즐기면 되는것을. 새하얀 눈이 잔뜩 묻은 스키복을 입고 있는 유혜가 이미 발자국이 잔뜩 찍혀있는 눈밭을 걷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드를 탔더니 몸이 영 찌뿌둥한건지, 보드 대여소 근처에 마련 된 벤치에 앉아 잠시 피로를 푸는 중이었다. 물론, 왼 손에는 츄러스를 쥐고.
“ 아... 추워. “
유혜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두 뺨을 문질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보드를 타다 몇 번을 구른건지, 어깨가 다 쑤실 지경이었다. 추운 와중에도 우물거리는 츄러스는 맛있었고, 츄러스가 맛있는 중에도 얼굴은 찢어질 듯 차가웠다. 세상에. 이것만 타고 온천을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꽉 채워낸다. 스키장은 좋지만, 너무 춥단 말야. 오랜만에 찾아온 스키장이기에 기분이 좋았지만 역시 추위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애꾿은 스키복만 탈탈 털어내며, 유혜가 벤치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츄러스를 입에 넣어버린다.
“ 아... 심심해. “
그러니까, 아직은 친한 이가 그다지 많지 않던 유혜였기에 홀로 스키와 보드를 타는 것도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불쌍하게도.
그러니까 내 이름은 아키오토 센하. 보드를 타러 왔다. 자신이 그렇게 활동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사실, 보드 같은 거 한 번도 타본 적이 없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스키며 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을 숙소 안에서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흥미가 동했던 것이다. 과연 얼마나 어려운 것이고, 얼마나 재미있다는 걸까, 라는 조금 비딱할 수도 있는 생각.
따뜻하게 차려입었는데도 날카롭게 다가오는 추위에 춥다고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이제 또 여름이 온다면 더워를 연발하겠지. 여름이 더 좋냐, 겨울이 더 좋냐라는 이야기 많이들 하는데, 나한테 묻는다면 그냥 둘 다 거기서 거기, 오십보백보라는 답을 돌려줄 것이다. 더위든 추위든 무엇이든 다 적당한 게 최고다. 어느새 흐릿했던 보드 대여소가 선명하게 보였다. 걸어가는 속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었는데, 눈앞에는 보드 대여소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근처의 벤치. 츄러스를 입안에 다 넣으면서 심심하다고 중얼거리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보라빛ㅡ정확히는 애쉬 퍼플색이라 하던가ㅡ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외모는 그 사람이 지인임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아니, 단순 지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섭섭한 감이 조금 있다. 16살 때부터 대면하고 지낸 십년지기다. 한국에 오자마자 성재의 친구라 알았고, 나중에 경찰대를 같이 나왔는데, 부서가 달라서 그동안 못 보다가 아롱범 팀에 들어오니 그녀도 있더라ㅡ라는 사연이다. 나는 발걸음을 우선 그쪽으로 돌리기로 하였다.
"너무하네. 내 건 없어?"
먼저 거는 말이 무표정하게 툴툴대는 말이라니 황당하기는 하겠다. 그 말을 남기고선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안녕"이라는 인사를 나른하게 전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니, 표정 없는 얼굴로 제게 다가오는 센하가 보였다. 아, 다행이다. 쓸쓸하게 이대로 온천이나 가야하나 싶었건만. 유혜는 반가운 듯 오른손을 흔들며 센하를 맞이한다.
“ 언제부터 서로 챙겨주는 사이었다고. “
유혜가 어딘가 장난스런 목소리로 대꾸 했다. 제 옆자리에 털썩 앉는 센하를 보며, 유혜가 다시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키오토 센하, 그러니까 16살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유혜가 알고 지낸 사람들 중 가장 오래 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와의 인연은 저와 가깝게 지내던 성재가 이어준 것이었지만은.
벤치에 앉아 계속해서 눈밭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새하얀 눈에 햇빛이 반짝여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유혜는 벤치 옆에 앉은 센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 초콜렛이라도 줄까? “
왼쪽 주머니를 뒤적이니 역시나 숙소에서 가져왔던 초콜렛과 미니 초코바가 두어개 있었다. 혹여나 싶어 다섯 개나 챙겨왔던 거였는데. 한창 보드를 타느라 정작 먹은 것은 한 개 밖에 되지 않았다. 유혜가 주머니에서 초코바 하나를 건네며, 센하에게 물음을 던진다.
“ 타이밍 적절하게 왔네. 나 진짜 너무 심심해서 그냥 들어갈까 했거든. “
나온지 두,세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분명 어렸을 적에는 몇 시간을 쉼 없이 타도 멀쩡 했건만, 나이를 얼마나 먹었다고 벌써부터 이러는 건지. 유혜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생각했다.
보통 범인을 취조하는건 그 범인을 잡은 경찰관들이 하는것이 암묵적인 관례지만,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나에게 그 일을 부탁해서 취조실로 향하는 것이 지난 이야기. 취조실에 들어서기전 범인의 프로파일을 읽어보니... 흠. 뭔가 걸리는게 있다. 우선 그건 천천히 물어보고.
취조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블랙미러 너머의 사람만 알아보는 작은 수신호로 취조 시작을 알렸다.
"어디보자, 이름...이. 에드워드 B. 렙스리전, 맞지?"
난 지금 두가지 행동으로 심리적 압박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범인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 나머지는 평소보다 매우 낮은, 내가 낼 수있는 목소리 세가지중 하나인, 강력범죄자를 상대할때 쓰는 허스키하고 중성적인 중저음으로 말해, 내 외모와의 갭으로 상대를 긴장시키는 것 두가지다.
"범죄이력은... 10대후반에서 20대초반에 아나, 타미엘 T. 네헤모트를 스토킹, 납치,감금,폭행 및 상해 및 추행, 살인미수... 이야, 거기다 이번엔 플러스로 마약관리법까지 위반하셨네? 아예 그럴거면 깡패나 하시지, 거 인물상은 반반하신 분이 이력만 들으면 아주 대가리(보스)인줄 알겠어."
감히. 내 것은 나의 품을 떠나버렸다. 분노와 애정이 뒤섞여서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었지만, 금방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그녀는 그림자로 날 쳤고, 그런 능력이 설마 혼자뿐일까. 아냐 혼자뿐이라면 정말 특별하고 좋은 거야.. 그래도 취조실에 처음 들어와본 것은 아니었으니. 누군가 들어오자 슬적 눈짓으로 훑어보고는
"딱히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 과정이 조금 과격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눈하나 깜작하지 않고 턱을 괴기까지 하며 지현을 바라보면서 범행 동기라는 말에 아. 불쾌하네요.. 라고 중얼거리면서
"범행동기가 아니라 나의 사랑하는 존재를 갖기 위한 준비라고 해두죠." "그건 범죄라고 하기엔 사소한 것이니까요." 범행동기라뇨. 설마 제가 그런 끔직스러운 일을 하다니요. 라고 쓸데없이 좋은 목소리와 정말 끔직스러운 것을 생각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근데 에드워드... 와... () 타미엘주랑 일상 돌릴 때 밝혀진 것도 그렇고, 이전에 저지른 게 저 정도면 타미엘은 당연하고 체포한 팀원들이랑 직접 기억 읽은 아실리아까지 제대로 충격을 받았을 것 같... (._. ) 심지어 반성도 없어.. 진짜 뭐 하는 사람이냐, 에드워드..
언제부터 서로 챙겨주던 사이였냐는 장난스러운 말에 건조한 미소를 옅게 지으면서 외투 주머니속에 두 손을 넣었다. 예전부터 웃는 모습이 부드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어쩔 때 보이는 '다른 미소'가 무섭다고 하던데...괜찮다. 지금의 미소는 전자에 가까우니까. 유혜가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더니 초콜릿이라도 줄까란다. 아, 나쁘지 않지ㅡ라고 무표정하게 답하면서 초코바를 건네받았다. 꽤나 많이 챙겨온 눈치인데, 초콜릿을 좋아하는 건 공백기를 거치고서도 여전한 모양이다.
"아아, 그렇다면 아쉬운 걸. 조금만 늦게 왔어도 이미 넌 들어가서 마주치지 않았을텐데."
유혜가 처음 건넨 말과 비슷한 어조로 말한다. 당연히 장난스럽게 던지는 농담이다. 뚱한 무표정으로 초코바의 포장지를 벗기고 한입에 넣었다. 단맛이 입안에 퍼지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같이 탈 동료가 없으신 건가? 천유혜 씨."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능청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얀 입김이 서려나왔다. 아, 오늘 날씨는 유난히 추운 걸.
건조한, 그리고 퍽 부드러운 미소에 유혜 또한 옅은 미소로 대답한다. 초콜렛을 건네주고는 자신 또한 챙겨온 초코바 하나를 꺼내 베어문다. 역시 단음식을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는 거 같고,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야.
“ 아, 너무한거 아냐? “
제가 말했던 것과 비슷한 어조의 대답에 유혜가 쿡쿡 웃으며 대꾸한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초콜렛을 입에 넣는 센하를 보며, 유혜 또한 남은 조각 또한 입에 넣고 비닐봉지를 구겨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 어쩌다보니 그렇네, 친구가 별로 없어서 그래. 아까 숙소 나온 뒤로 쭉 혼자 타다가 결국 이러고 있잖아. “
능청스런 센하의 말에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대꾸한다. 나참, 수 많은 사람들 속 우리 팀원들이 있을 법도 했지만 리프트를 몇 번이나 타는 동안 우리 팀원 중 그 누구도 만나질 못했다. 유혜는 제 가슴께까지 내려오는 머리칼을 만지작 거리며, 사람들이 많은 눈밭을 바라보더니 다시금 시선을 센하에게로 옮긴다.
“ 같이 타주게? 근데 너 스키나 보드 타본 적 있어? “
유혜가 두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아까까지 눈밭을 구르던 자신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탔던 게 근 사오 년전이었던(...) 보드를 타보겠답시고 무거운 보트를 끌어 리프트를 타고, 초심자용 트랙에서 벌벌 떨며 내려가다가 부딪힐까 무서워 넘어져버리고. 일어나는데도 한참이 걸렸더란다. 그래도 타본 적은 있기에 누군가의 도움은 필요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고생아닌 고생이라 할 수 있을 법했다. 오늘 잘 때 허리와 어깨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여야겠단 생각이 문득 스친다.
나의 사랑하는 타미엘. 정말로 아름답고. 품에 안으면 말랑말랑하고 따뜻했지요. 정말로 그건 딜레마였어요. 차가운 타미엘은 조금 힘들지만 약이 영원한 것도 아닐 테고요.. 그렇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했었어야 했는데.. 아니면 그 몸 안에 기정사실을 만들던가요. 지현의 그 과격한 언어를 듣는건지 안 듣는 건지. 다만. 후자라면 몰라도 전자의 그것은 심연이 용납할 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걸요. 정말 그건.. 그건.." 정말로 큰 황홀감을 느낀 듯 약간 위험한 수위의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뭘 다 듣고는 있었나 봅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런 건 다 찍고 있었지요." 저딴 말을 한 자신 앞에 있는 이름은 모르지만 내 타미엘보단 키가 커 보이는 수사관 같은 분에게 분노가 쏠리기는 하지만. 카메라라는 말이 들린 이상. 폭력을 휘둘러서는 불리할 뿐이지요. ...이미 반성의 기색이 없는 것 때문에 망한 건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듣고는 있었군요.
"저런. 목매달린다니. 그럴 줄 알았으면 같은 곳에 갈 수 있게 했었어야 했는데 말이예요. 아쉽네요." "아니면 온 몸 구석구석, 안쪽에까지 나를 새겨둔다거나요. 좀 더 섹슈얼적인 면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말이예요." 정말 아쉽다는 표정으로 턱을 괸 채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들었습니다.
...진짜 강적이네, 블랙미러 너머 병우도 완전 질린표정일게 눈에 선하다. 진짜 이 수단만큼은 제일 나중으로 미루려 했는데. 이미 카메라는 켜졌고, 적어도 내 힘은 보통의 성인남성 레벨까진 나오니 우선 날뛸경우 제압하거나 버티는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바로 실행에 옮긴다.
우유와 코코아중에선 코코아, 라떼와 비교하면 라떼지만 동생이 커피 취향이 있는지 아닌지 몰라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코코아를 골랐다. 오늘은 너의 손으로 만든 무언갈 먹고싶으니까. 너를 도와서 무언갈 같이 만들어먹는건 다음으로 미루고, 지금은 너의 말대로 좀 쉬고싶다. 역시 우는건 체력소모가 지나치게 심해. 네가 덮었을 것 같은, 소파에 올라와있는 담요중에 하나를 잡고, 몸을 돌돌말듯 감쌌다.
부엌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우유향, 따뜻한 담요와 폭신한 소파, 그리고 너, 나의 사랑 로제. 나는 모든것들이 주는 평온함에, 살살 졸음이 밀려왔다. 코코아가 다 되면 내 달링이 깨워주려나, 아니면 그대로 푹 잠들어버려 네가 날 안아주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기분좋은 포근함에 몸을 맞겼다.
감탄사가 곁들여진 것 치고는 참 건조하게 툭 던지는 말이었다. 스키장으로 놀러온 팀원이 한 두 명이 아닐텐데ㅡ한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나중에 받고 병문안을 가기도 했지만 그건 지금 시점에선 미래의 이야기ㅡ 그 중 한 사람도 못 만났다는 듯이 이야기하잖아. 문득, 경찰대 시절 때 모종의 사건으로 집에 틀어박혀 있어서 찾아갔더니 곧바로 눈물을 터뜨리던 이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 한 번 겪이 어려운 그런 불행한 일을 두 번이나 겪다니, 이래서야 세상이 공평하다는 말에 설득력이 느껴질리가. 외로움이 분명 심할텐데. 눈을 잠시 감으면서 생각했다. 아, 남의 심리를 조용히 파악하는 제 솜씨는 이제 질릴 정도다. 처음이 아니잖아. 그러다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유혜의 말에 눈을 다시 떴다.
"놀랍게도 전혀. 방금 막 흥미가 처음 동해서 말이야."
당당하게 밝히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 화제로 돌아간만큼 슬슬 보드를 대여해보는 것도 좋겠지. 한편 무리하다가 근육통으로 못 일어난다는 그녀의 말에 뼈가 들어있음을 느꼈다. 살짝 비딱하게 미소를 옅게 지으면서 돌아보았다.
"무서운 걸, 그거. 끔직해라."
평소의 살짝 사차원적인 분위기로 읊조렸다. 무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보드 대여점으로 걸어가 대충 몇 마디 나누어서 스키보드를 하나 안고 왔다.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내보이지 않은채 말을 다시 건다.
"헤세드.." 고개를 숙인 에드워드에게서 짐승이 그르렁대는 듯한 낮고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든 에드워드의 눈은 광기로 녹빛과 푸른빛이 섞인 형광빛같이 불타고 있었지요.
"그 이름.. 나의 타미엘이 수없이 불렀지. 내 타미엘을 울리다니. 용서 못해. 그가 올 리. 가 없다고 수없이 반복해서 상흔을 남기며 말해줬는데도 말이야.." 부르면서 울어버렸는데도. 울린 헤세드란 놈은 나쁜 놈이지..라고 그르렁대며 중얼거렸지만. 근본 원인은 본인에게 있으면서.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타미엘 마음에 터럭만도 못하다고? 아냐. 그럴 리 없어. 좋아한다. 라고 분명히 그에게 들었었단 말이야." "하. 하.. 그래서. 난 그 마음을 섹슈얼을 수단으로 썼던, 약물을 썼던 간에 돌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기도 전에 너네들이 체포해서 완전히 망쳤어!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면서도 날 방해했으니까." 낮고 울리는 웃음소리는 약간 실소에 가까웠습니다.
원래 구르면서 타야 제대로 배운다는 말에 답하는데, 천하태평한 목소리인채 한국어로 말하다가 갑자기 일본어를 끼워붙인다. '구르다'와 '狂った'의 발음이 비슷한 걸 이용한 말장난이다, 당연히. 그런 말을 던지면서도 나는 평소의 무표정을 잃지 않았다. 상대가 어떤 반응이든지간에.
ㅡ어쩔 수 없이 초심자 코스로 가야겠다. 너 보드 타는 거 가르쳐주려면.
라는 미소 섞인 으스대는 분위기의 말에는,
"응, 마음대로 해. 네가 초심자 이상이기를 바랄게."
라고 나는 대답하며 또다시 비딱한 미소를 옅게 지었다. 그럼 갈까, 라고 덧붙였는데 현재 내가 배우는 입장 아니었나. 학생이 선생한테 그럼 수업을 시작하자고 하는 꼴인 걸, 비유하자면. 뭐, 십년지기이고 하니 아무래도 좋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걸음을 옮겼다.
유혜가 두 눈을 깜빡이며 대꾸했다. 중고교 시절 배웠던 제2 외국어들은 까먹은지 오래여서, 이제 할 줄 아는 말이라곤... すみません 정도. 그녀가 일본어 농담을 알아들을 턱이 없었다. 도대체 경찰대는 어떻게 들어간건지. 센하의 무표정을 보며 유혜는 어딘가 뚱한 표정으로 다시금 입을 다문다.
“ 정곡을 찔러버리네. 아주 무섭게. “
들켰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유혜, 여전히 발걸음은 스키장 리프트를 향하는 중이었다. 추운 겨울바람은 날카로히 불어 얼굴을 스쳐지나갔고,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수록 냉기는 점점 유혜의 몸에 스며든다. 아, 진짜 춥네. 낮게 읊조린 한마디에는 꽤 무거운 감정이 실려있다.
“ 기다리는 사람이 그다지 많진 않은 걸 보니 조금만 기다리면 탈 수 있겠다. “
차가워 빨개진 손으로 뒷목을 쓸어내리며 유혜가 입을 열었다. 다들 너무 추워서 들어가버린건지, 보드를 타고 나면 따뜻한 음식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까 보니 매대에서 우동이랑 어묵같은 것들도 팔던데, 지금 먹으면 따뜻하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아, 설명해줄까? 뒤에 붙인 쿠룻타는 '미치면 어쩌지'라는 뜻이야. '구르다'랑 '쿠룻타'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말장난인데...보기 좋게 실패했네."
말끝에 푸흐하는 작은 웃음을 섞었다. 역시 이런 글로벌한 말장난은 성재한테만 하는 걸로ㅡ라고 심술궂게 덧붙인다. 유혜의 뚱한 표정이 눈에 보였다.
"에, 뭐야. 별다른 의미 없이 던진 말인데 혼자서 자폭하는 거야? 그렇구나. 같은 초심자였구나."
일부러 허공을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그리고 능청스럽게 외쳤다. 외쳤다고는 하지만 평소 목소리 크기 그대로 끝만 살짝 올리는 정도다. 스키장 리프트를 향해 걸어가다가 옆에서 '아, 진짜 춥네'라는 낮은 목소리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무거운 감정이 느껴진 건 기분탓이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이 녀석 겨울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기는 하지...옛날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나는 마음속으로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나 실제로 춥기는 굉장히 추웠다. 어느새 줄을 섰고, 유혜는 앞에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반응을 끝내는 것이다.
"어, 들었어. 일본 온천이라면...일본 3대 온천이라고 있거든. 쿠사츠, 아리마 그리고 게로. 나중에 일본으로 여행 가는 일이 생기거든 고려해봐."
옅은 미소를 조금 섞으면서 어렸을 때도 그래주었듯이 일본에 관한 질문에 비교적 친절하게 답하였다. 타지에 대해서는 언제나 궁금한 법이니까.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아직 일본에 있었을 때 성재에게 한국에 관한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본 기억이 있다.
유혜의 눈꼬리가 살짝 말리며 미소가 떠오른다. 이런 간단한 말장난도 이해 못한 것이 웃기기도 했고, 심술 궂은 센하의 대답에 미소를 짓는 것이기도 했다. 성재는 이런 유머를 다 이해했단 말이야? 대단한 애였네.
“ 자폭...이라니, 아니. 뭐, 솔직한게 좋으니까. “
유혜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다시금 뚱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일부러 허공을 바라보는 센하를 보며 피식 웃는가 싶더니 영 바람이 추웠던 걸지 보드를 오른팔에 기대어 놓고는 두 손을 주머니에 집어 넣어버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핫팩이라도 좀 가져오는 거였는데.
“ 아, 다 가보고 싶다. 근데 시간이 나질 않으니..., 우리팀은 특히나 더 바쁘니까. “
아, 생각하니 더 열받네. 요즘에는 더욱이 바빠진 기분이었다. 그 알파인가 베타인가 하는 여자가 나타난 뒤로부터 더욱이 힘들어진 느낌이었다. 아, 또 생각하니 화가 나네. 그 동전 쓰전 여자. 유혜가 아주 미세히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펴내고 만다. 하기야, 고생한 건 자기가 아닌 팀원들이었으니.
“ 넌 모르겠네. 이제 일주일 안으로 후회할거다. 여기 보통 힘든 게 아니거든. 아, 너 능력이면 편하긴 하겠다. “
도대체 익스퍼인 건 어떻게 숨긴거야. 라는 짧은 말을 덧붙이며 유혜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익스퍼랑 치고 박고, 같잖은 도발 들어주고. 은근 감정노동도 섞여있는 직업 아냐?
“ 아, 곧 우리 차례인가보네. “
리프트를 기다리는 줄이 많이 짧아져있었다. 이제 곧 리프트를 탈 수 있을 듯 보일 정도로.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던 손을 꺼내 다시금 보드를 양팔로 감싸안는다.
기다리고 있어요. 마음 같아선 커피를 조금 넣어 라떼를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지금 시간은 밤이었으니. 우유를 데우던 그는 소리 없이 술병에 결계를 쳤다. 소리가 나지 않게 되어버린 그 병들을 저 구석에 숨겨버리고, 꿀을 꺼냈다. 따스하게 데워진 우유, 그리고 꿀. 우유가 담긴 두 개의 잔중 하나는 코코아 가루를 꺼내 코코아를 탔다. 단 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혔다. 남을 위해서 이렇게 한 적이, 최근에 있었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저 이 행동도 하나하나가 기뻐서. 당신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 코코아가 담긴 잔을 들고 부엌을 나서니 당신은 소파의 포근함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고 있었다.
"...."
어쩜 저리 사랑스러운지. 잠든 당신을 깨우고 싶지 않았는지, 조용히 부엌에 코코아를 두었다. 내일 아침에도 마실 수 있는 것이고. 하지만 당신이 이 곳에서 자면 몸이 불편할지도 모른답니다. 조심스럽게 당신을 안아올린 로제는 휠체어 바퀴에 결계를 쳤다. 잠시 조용히 해줘. 네가 구르면 여신님이 잠에서 깨실테니. 이미 깨셨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을 안아 방으로 향했다. 푹신한 침대가 있는 곳으로. 연신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렇습니까? 그렇다고 한다면...음... 알겠습니다. 이래도른 로제주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 같으니 Case10과 9의 순서를 바꾸겠습니다. 사실 스레주로서는 어느 쪽을 먼저 해도 상관은 없으니까요. 일단 스레주로서도 최대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더 좋기도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로제주도 체크하겠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쭉 연장은 불가하다는 것 또한 스레주는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졸지에 한 주 빨리 떡밥 공개 타임이 이어지겠군요. 음..음...아무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신년 새해. 그것은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차야 했지만 마냥 아롱범 팀에게는 평화로운 느낌은 아니었다. 불과 1주전만 해도 엄청난 범죄자를 상대로 싸워야만 했으니까. 물론 제압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곧, 새해지만 익스퍼에 의한 범죄가 사라지진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그들은 모두 사무실에서 각자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쉬는 이도 있을 테고, 서류를 보는 이도 있을테고, 순찰을 갔다온 이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지금 여기서 가장 한가한 것은 골든 리트리버인 렛쉬뿐이라는 점이었다.
"...부럽네. 렛쉬. 나도 저렇게 느긋하게 잘 수 있다면..."
"개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세요? 서하 씨? 후훗."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언제나처럼 서하와 하윤의 만담 아닌 만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두 사람의 노트북에서 엄청나게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익스파의 파장이 아주 크게, 그것도 지속적으로 잡혔다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하윤의 자리에 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이어 하윤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고 서하는 당황하면서 노트북을 조작했다. 그리고 천장에 달려있는 모니터의 전원이 켜졌고 익스파의 파장이 잡히는 곳을 찍고 있는 CCTV의 화면이 담겼다.
그곳은 북쪽 지구. 전에도 한번 익스퍼들이 대거로 소동을 피울 때 한번 간적이 있는 북쪽 지구 부근의 천체 연구소였다. 그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무언가가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살짝 비치는 것은 다름 아닌 전에 수족관에서 한번 대면한 적이 있는 박샛별, 바로 그녀의 모습이었다. 이어 하윤이 받고 있는 전화의 내용도 모두에게 중계가 되었다.
"아롱범 팀! 아롱범 팀! 들리나?! 지금 북쪽 지구에 있는 천체 연구소가 익스퍼에 의해서 공격당하고 있네! 너무 강력해서 지금 우리들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어! 지원 부탁하네!"
그것은 언제나 연락을 해오는 바로 그 경위, 김호준 경위의 목소리였다. 이내 전화가 뚝 끊겼고 하윤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모두들. 지금 화면과 통화 내용 들었죠? 화면에 잡힌 저 여자..분명히..!"
"박샛별. S급 익스퍼. ...탈옥했다고는 들었는데..설마 또 여기서 보일 거라고는..."
분위기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상당히 위험천만한 분위기가 가득 몰리고 있었다. 그것은 곧 긴장의 분위기였다.
새해가 밝았건만, 평화화 행복이 넘쳐나야 할 아롱범팀 사무실에서는 긴장감과 초조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 이유에는 바로 얼마 전 엄청난 사건을 제압하였단 것도 한 몫하겠다만, 새해에도 어김없이 일어날 범죄에 대한 예견의 표시이기도 했다. 유혜 또한, 그다지 편안하진 못한 분위기 속에서 지루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순간 아롱범팀의 사무실에 비상벨이 울려퍼졌고 유혜는 늘 그러했듯 작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동, 아롱범팀! 이라도 외쳐야할 것만 같은 느낌. 유혜 또한 눈을 가늘게 흐리며 통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 아... 박샛별이라면... “
그, 아쿠아리움 사건의 범인이었던가? 박샛별 사건 해결 후에 합류한 유혜에게는 꽤나 생소한 이름이었다. 뭐, 그 동전을 날리는 어마무시한 여자가 아닌 것이 어디인가.
어떻게. 기억적인 면은 어느 정도 보완되었으니 퇴원하고 나서 바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란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사직서라던가 그런 걸 낸다거나 그럴 수가 없었고, 엉망이기도 하고.. 한숨을 속으로만 푹푹 쉬었습니다. 익스파 쓰기 싫은데. 란 생각을 속으로만 묻어내고는 타미엘이 든 것만 보면 정말 가벼워보이는 셉터를 들었습니다. 출동해야하는 건 기정사실이로군요.
".....천체연구소..?" 그러고보니 이 성류시는 별이 정말 잘 보여서 성류시였던가요? 라고 어디서 들었던 걸 생각해냈습니다. 아니 왜 하필 천체연구소를 습격한 건가요. 뭐 별의 운행이 영향을 미치기라도 하는 거려나요?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한바탕 사건이 있었던 이후... 나는 다음달 있을 신년 파티에 뭘 입을 거냐고 물어오는 칼과 레니와 메신저로 잠깐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안 가겠다고 고집 피워봐야 안 먹힐게 뻔하니까 보여주는 것들에서 적당히 고르고 있었는데(일 안하니...) 느닷없이 경보가 울려 깜짝 놀랐다.
"!!! 어, 에??"
영문도 모른 채 모니터를 봤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박샛별. 야 쟤 징하다. 탈옥했으면 조용히 수그리고 살 것이지 저런데서 난리라니. 역시나 낯익은 경위의 전화내용에 한숨을 푹 쉬며 일어났다.
"연초부터 쉬질 못 하게 하네. 어."
저 망할 것들. 악문 잇새로 중얼거린 나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자켓을 챙겨입고 테이저건을 들었다.
스키장에 갔다온 후의 들뜬 분위기를 뒤로한 사무실은 묘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오퍼레이터들은 언제나처럼 투닥거리고 있고, 팀원들은 각자 할일 중, 렛쉬는 한가하게 빈둥빈둥. 뭐... 이런 조용함이 계속 이어지면 좋으련만. 하고 종이컵에 든 코코아를 한모금 마셨다. 하지만 언제나 사건은 방심하고 있을때 터지지.
"켁...에읅...?"
이것 봐, 겨우 조용해지니까 사건 터진거. 덕분에 사이렌 소리에 놀라서 사레 들렸잖아. 다행히 내용물(?)은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저기는 간 적이 있으니까 전송으로 갈 수 있어요. ...조금 위험해보이니 빨리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거.. 하아...귀찮게."
"서하 씨. 그런 말 하면 안되는 거예요! 아무튼 다들 조심해주세요. 상대는 박샛별. S급 익스퍼에요. 전에 한번 부딪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상대니까 조심해주세요."
하윤의 말이 끝나자 서하는 준비를 끝낸 대원들을 바라보면서 한 명, 한 명. 어깨를 가볍게 손으로 톡톡 쳤다. 이어 손가락을 퉁겼고 아롱범 팀 대원들의 시야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어 그들의 시야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들의 앞에는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천체 연구소의 모습이 보였다. 렛쉬가 함께 오지 않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렛쉬는 이번 작전에는 참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무튼 모두의 앞에 보이는 것은 금이 가 있는 건물을 향해서 강력한 수압을 자랑하는 물대포를 날리고 있는 알파, 박샛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도 아롱범 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피식 웃어보였다.
"오랜만에 보네. 익스레이보 아롱범 팀! 하하하하! 잘 있었어? 역시 올 거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대놓고 공격을 하는데 안 오면 곤란하지. 안 그래? 베타?"
"물론이에요."
이어 모두의 발 앞에 붉은색 점이 찍혔고, 그 앞으로 정말로 빠르게 동전이 날아와서 박혔다. 이어 근처의 나무 뒤에 숨어있는 여성. 자신을 한때 베타라고 지칭한 적이 있는 민다혜, 그녀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에게 인사를 날렸다.
"안녕하세요. 아롱범 팀 여러분. 후훗.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참 영광이네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들과 놀아줄 시간은 없고...솔직히 놀아주고 싶지도 않지만... 아마 여러분들도, 납득은 하지 않을테고... 그렇네요. 여러분. 제안을 하나 할까요? 이쪽의 편에 붙을 생각은 없나요? ....후훗. 굳이 말하자면 우리들은 여러분들과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들은 익스퍼를 위해서 움직이는 존재. 그리고 여러분들도 익스퍼. 그러니까 굳이 말하면 우리들의 편이란 거죠. 후훗.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여러분들은 납득하지 못하실테고... 잠깐 말이라도 들어주시겠어요? ...물론 덤벼도 상관없어요. 승산이 있다면 말이죠."
저 사람 누구더라.. 기억 동기화를 뒤지니 니왔습니다. 다행이네요. 동전 같은 걸 날리는..음.. 음.. 그렇네요. 저기 있는 박샛별이란 사람은 모르겠습니다.
"처음 보는 느낌이네요.." 라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타미엘은 덤벼보라는 베타의 말에 아므래도 덤벼들면 그 순간 얻어맞고 리타이어 각이란 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이건 다 타미엘주가 흐늘흐늘+졸림+이벤트 감을 잃어서 그렇다 카더라) 타미엘은 이야기를 한다는 베타에게 할 테면 해보던가..라는 분위기의 미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익스퍼를 위한다는 건.. 잘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익스퍼를 위한다면 익스퍼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선행이 더 낫지 않으려나요. 어디까지나 안개낀 것 같은 생각이기 때문에 절대 제대로 되어있을 리는 없었지만요.
그렇지만 편에 붙는다는 이야기는 정말로 별로였습니다. 사직서를 냈으면 냈지... 조금 그랬습니다. 피해를 입힌 이상 성공 외엔 길이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