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부서지고, 여러분은 나올 수 있게 됩니다. 그러자 보인 풍경은 기이한 옥색과 자색, 금색 등의 파스텔 톤 색들이 섞이고 섞여들어 아름다운 하늘을 보이고 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뒤섞여서 아름다운, 은하수와도 같은 하늘. 전체적으로 명도를 올린 밤하늘이 있다면 이런 풍경일까요. 이제 터져나온 건물에서 우유가 흐르고, 그것은 마치 우유의 바다와도 같이 변하여 여러분을 휩쓸고 갑니다.
우유의 바다에 첨벙, 하고 빠져버린 여러분은 이윽고 가라앉고 가라앉아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이내 생겨난 푸른빛을 띠는 뭔가의 폭풍에 휩쓸려, 다시 날려갑니다.
...그리고 이내, 참 이상했던 꿈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은 이내 침대에서 눈을 떴고, 깨어나서 보인 건 이불에 덮여 있는 언제나처럼 평범하디 평범한 당신의 몸입니다. 작아지지도 않았고, 다른 이상한 물건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 그냥 개꿈이었던 거 아닐까요. 생각보다 심각하게 난장판인 꿈이었습니다. 오늘도, 아무래도 평범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알아듣는 걸 알면서도 리피트를 했다? 나는 잠시 눈동자를 끔뻑이면서 린네를 바라본다. 말하자면 내 능력은 이런것, 그러니까 내 홈그라운드에서 함부로 내 기분을 상하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옅은 분홍색이라서,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나는 나름 냉정하게 머리를 굴리며 생각한다.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수화를 시도했다.
'알겠어요 당신에게 있어서 생각없는 행동이라는 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몇명 정도는 내려가서 시체를 찾아볼 수 있게 해주시겠어요 '
나와 다른 이들의 공통된 퀘스트는 실종된 이단 심문관의 생사 확인, 그리고 사망을 했다면 그 시체를 회수해올 것. 요컨데 시체를 찾는 척은 해야하지 않겠냐는 뜻이 내포된 의미를 보이고 똑바로 린네의 독특한 노란빛이 도는 건조하고 공허한 독특한 색감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하지만 내 뜻과는 달리 방금 전 린네에게 물방울을 맞아 숨이 막혔던 이단 심문관은 꽤 호전적이고 환상종을 증오하는지 아무런 제스처나 공격을 할거라는 예고도 없이 무기를 꺼내 들었고 나는 이번에는 총격이 아닌, 톤파를 뽑아들어 그대로 남자의 턱을 후려쳐 증기선의 바닥을 다시 나뒹굴게 만들었다. 인간혐오증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시끄러워. 쯧, 하고 혀를 차는 것 같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지었다가 나는 어깨를 슬쩍 움츠렸다. 괜히 성냈나. 재밌게 해달라는 린네의 말이 내 스스로에게는 어지간히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ㅡㅡㅡ니까, 이해하지? ㅡㅡㅡ야. 하지만 여자앤데 그런 ㅡㅡㅡ.
노이즈처럼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내저었다.
'알고 있어요 여자의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웃기지도 않은 당신은 어째서 스스로를 망령이라고 칭하는거죠 어차피 당신은 인간에서 망령으로 변화 한것 우리와 같은 인간들이 보기에는 당신은 환상종이나 마찬가지에요 아니면..'
갈라지는 벽과 그 너머로 부터 먼저 들어나는 것은 총천연색의 비단을 늘려놓은 듯한 아름답고도 비현실적인 기이하지만 아름다운 하늘이 비쳐보였다. 이에 그것을 마냥 바라볼 새도 없이 이후에 구조물로 부터 터져나오는, 하얀 바다의 급류에 빠져든다... 그리고 푸르른 거센 바람에 휩쓸렸을때 또 다시 환경은 완전히 사그러들듯이 변해간다.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 처음 보였던 것은 익숙한 언제나와 같았던 자택의 침실의 천장이였다. 순간적이 또다른 변화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덮고 있던 이불이 몸을 타고 스스로 내려 간다. 나는 침대위에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바로 자각했다. 손을 들어 바라보고 이내 다른 부위를 살펴본다. 환경 뿐만 아니라 언제나와 같던 나의 몸이라는 것을 자신의 기억과 완벽히 일치하는 괴리감 따위는 없는 자신의 육체다. 그럼에도 나는 혼란을 느낀다. 모든 것이 그저 아지랑이와 같이 한 순간에 허상이였다는 듯한 감각... 그러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이것은....꿈이였던 걸까..? 그렇다면 참으로 기이한 꿈이 아닐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꿈이 아니였을 지도 모른다. 꿈은 또 다른 현실이라고 하지 않던가. 모든 것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 나는 그대로다. 자택도 그대로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한다. 붉은 커튼을 치우면 그 밖으로 비치는 것은 언제나와 같이 창밖으로는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무들로 채워진 숲에서 듬성듬성 아침의 햇살이 비춰들어 오는 것 뿐이였다. 이외는 무엇도 다름이 없는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아무래도 이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