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여학생의 오랜만이네요, 라는 말에 잠시 동공과 홍채가 구분이 가지 않은 짙은 검은색 눈동자를 천천히 깜빡여보였다. 오랜만이라고? 소년은 여학생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내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눈에 익은 얼굴이긴 한데, 어디서 봤던가. 하지만 저렇게 눈에 띄는 푸른색 눈동자가 자신의 기억에서 없어질리는 없다. 누구지? 오랜만이라고 하는 걸 보면 어디선가 자신과 여학생이 마주쳤다는 뜻이다.
"죄송합니다만, 누구십니까. 제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묻는 것이니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잔향을 따라왔더니 있더라, 라는 애매한 여학생의 답변을 듣고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깍듯한 존대와 평이한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소년은 뒤에 이어진 여학생의 말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양피지를 내려다본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제입니다. 그쪽, 아. 죄송합니다만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저는 현호라고 합니다."
그쪽이라고는 부를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년은 다시 시선을 들어 여학생을 올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여학생에게 손을 내밀기 전 소년은 잠시 손수건으로 제 손을 닦은 뒤 여학생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1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채헌이도 이제 츠카사 팀으로 만나면 던지고 적으로 만나면 열심히 겜하는 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 맞아요 저 수학도 몇년 했었는ㄴ데 수학 분량 너무 많아서 그냥 끊음;;;;; 아니 츸사 안면두께 몇센치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막 사이카도 '아 근데 (부캐닉)??? 나 이제 걔 목도 따고다녀야겠는ㄴ데 아 어저찌 또 닉변해야하나;;;'이럴 것 같거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1 깔까ㄹㄹ깔 재밌으니까요!!!!!!!(인성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고구마산지에서 직접 서리해온 고구마들입니다 많이 드셔요!!!!!(고구마팍팍 (????
>>154 소리나게 맛ㅅ있는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솔직히 말해봐요 경험담이죠????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눈높이 수학 다 완수했는데 ;;; 그래서 수학 좀 고수임 저;; 츠카사 부캐닉 막 '정신이.이상한' 이런거 할거 같다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츠카샄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이카 반응보고 속으로 엄청 웃으면서 엄청 태연하게 나 말고도 사이카 만나면 트롤하는 애가 있어?<< 이렇게 물어볼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을 잘 기억하는데 잘 기억하지 못한다라. 소년은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리면서 긍정의 말을 꺼내보였다. 악수를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수가 마주 오지는 않았지만 소년은 신경쓰지 않았다. 악수를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이유가 있겠지.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소년은 그렇게 긍정했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이 세연, 그리고 어릴 적에는 대외적으로 이가의 아가씨라고 불렸다, 라는 여학생의 말에 소년은 느릿하게 세연을 바라본다.
이가의 아가씨. 에스코트를 위해 어머니와 누님들과 함께 갔던 순수혈통들의 친목회 같은 파티. 어머니가 제 어깨를 양손으로 짚고 조용히 속삭이던 그 말. 이가의 아가씨.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소년은 그제야 기억났는지 조금 뒤로 물러나서 허리를 숙여 세연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를 해보였다. 목례가 아닌, 정중한 인사였다.
"죄송합니다. 그때와 너무 달라지셔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가의 아가씨를 여기서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현가의 가주님의 아들이며 동시에 현가의 후계자의 동생입니다.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인사를 할필요가 없었나. 하는 생각이 소년을 스쳐지나갔지만 일단 상대도 순수혈통이다. 그리고, 현가에 쓸모도 없고, 누구랑 연결시켜야할까하는 경매장의 물품같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소년도 순수혈통인 현가의 일원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소년은 깍듯한 인사를 선택한 것이다.
"예, 어둠의 마법 방어술입니다. 양피지 한장 분량이여서 도서관보다는 이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에게 말을 거셨습니까? 소년은 의문을 가졌다. 자신이 아는 이가의 아가씨는 이런 분위기는 아니였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어릴때라서 소년의 기억이 정확한지는 잘 몰랐지만.
????네 수학하셨다고요???? 와 님 문학 재능도 쩌는듯;;;; 아니 부캐닉도 하필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막ㄱ 'ㅇㅇ 내 닉 정신.이상한츸사목땀 이렇게 바꿔야 할듯;;;;;' 이럴 것 같잖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66 오오 게임조차도 성실하게 노력해서 잘하게 되는 현호 당신은 도덕책...!!!!!
>>168 츠카사랑 하다가 캐리할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짐) 츸사랑 같이하다가 츸사 성내면 혼자 조용히 가서 캐리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선배님 어디십니까 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츸사랑 하면 현호 메르시 뺴박인데요
>>171 ㅈㅅ합니다 ;;;; 제가 지금 끓어오르는 문학의 피를 억누를 수가 없네요 ;;;;;;
후.....사실 제가 티를 안내서 그렇지 못하는게 없는거 같아요 ;;;어카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츠카사 그거 듣고는 ??? 네가 그렇게 닉변한다니까 꼭 자기 정신이 이상하다고 하는 것 처럼 들린다면서 인상 팍 찡그릴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촉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악수가 익숙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 중 하나였으니까요. 특히 분칠이나 향을 독하게 뿌린 사람과의 악수는(물론 현호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차악이었습니다.
"아니요. 그 당시에도 꽤나 많이 달랐으니까요." 메타모프마구스인 터라.. 라고 덧붙이고는 눈에 걸린 변신을 살짝 풀었습니다. 진짜로 다 풀면 어지러울지도 모르니까요. 약간의 광채가 도는 걸 자각하고 난 뒤에 현호의 정중한 인사에 자신도 정중하게 답했습니다.
"이가의 가주와 오라클의 딸이며, 별 일이 없다면 신역을 지킬 의무를 행할 자가 될 예정인.. 세연 이 주라고 합니다." "현가의 사람을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누님 분이 다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합니다. 그리고 양피지 한 장 분량이라는 과제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주제에 대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현가의 사람이라고는 합니다만, 별볼일 없는 아들일 뿐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세연님."
소년은 정중히 숙였던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시선을 내려 세연을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별볼일 없는 아들이라고 말하는 소년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세연의 눈이 조금 달라진 것에도 소년은 당황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무표정으로 세연을 바라보며 가만히 목례로 세연의 인사에 마주 다시금 인사를 해보였다. 소년의 두번의 인사는 버릇과 같았다. 스쳐지나가는,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 들었던 그 말이 사실임이 드러나는 것에도 소년은 티내지 않았다. 이세연, 이라고 불러야하나, 아니면 세연 이 주 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세연의 말처럼 말해야하나 고민했지만 소년은 선배님이라는 칭호대신, 님이라는 호칭을 붙혔다.
가문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마렴. 어머니가 누누히 이야기했던 것이였다. 순수혈통들의 가문과 그 관계자들만 대략적으로 알려줄 뿐, 어머니는 그 이상 소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바다 악사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건 처음이여서 조금 애를 먹고 있던 차입니다."
소년은, 양피지가 아닌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 알맞은 바다 악사에 관한 것이 적혀 있는 책을 집어들어 가볍게 표지를 앞뒤로 털고 세연에게 내밀면서 예의 그 어조로 말했다. 누님분이 다녔다는 건 알고 있었다는 말에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아 - 하는 조용한 감탄사를 중얼거렸다.
"님..이란 말은 나이가 같은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럽네요. 혹시 괜찮다면 그냥 세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호에 님을 붙이는 건 조금 걸맞지 않는 것이니까요. 라고 나름 부드럽게 말하려고 애쓴 것 같았습니다. 별볼일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딱히 달라진 것 없는 언제나 희미한 미소가 기반된 무표정으로 질문에 답했습니다.
"주작이셨군요." "그런 말은 자주 듣고.. 실제로도 러브콜이 요란했지만. 현무 기숙사랍니다." 많은 사람들이(심지어 분파마저도) 많이 오해하는 항목이었지만.. 이가는 딱히 기숙사를 가리진 않았습니다. 정율 분파의 경우에는 주작에 들어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고요(그리고 날도 안 세운 검으로 후드려패는 무용담이 생겼다 카더라) 다만. 누에파는 대부분 백호였지만요. 그리고 주제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다 악사인가요? 가끔 공해에 나타난다고들 해서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세 개의 눈에. 물고기 꼬리가 달린 비파. 느긋하게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무어라 묻는다면 자신은 제대로 된 대답이나, 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요? 글쎄요.
그러니까, 동갑이던가.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며 세연이라고 불러줄수는 없냐는 세연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내젖고는 말했다. 현주 누님과 같은 기숙사입니다. 라는 말로, 주작이셨냐는 세연의 말에 대꾸한 소년이 잠시 제 기숙사를 상징하는 넥타이를 매만졌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순수혈통이시다보니 백호로 착각했습니다. 현무 기숙사셨습니까."
쌍둥이 누님들은 현무였고, 셋째 누님은 주작. 그리고 부모님들은 전부 백호였다. 그러니까, 소년은 제 집안만 어울리지 않게 다른 기숙사에 분포된 줄만 알았고 순수혈통은 전부 백호, 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됐다. 특히 나름 친하다고 할수 있는 아우프가베 형님도 백호시고. 왠만큼 한가닥씩 한다는 순수혈통들은 전부 백호. 그러니, 세연이 현무라는 말에 아주 조금 놀란듯 표정을 굳히고 세연을 바라보다가 그저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보가트를 생각했습니다만, 바다 악사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예상이 빗나간 건 처음입니다. 라는 말을 차분하게 하고 소년은 허리를 숙여서 책들과 양피지, 그리고 구겨놓은 양피지들을 하나씩 집어들었다. 감상평이라고는 하지만, 무슨 감상평을 써야할지 소년은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겠다. 주작이였던 현주 누님이 말썽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셨고, 위의 쌍둥이 누님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머니나 아버지, 도. 그러니 소년은 좋은 점수를 받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도 괜찮네요." 그냥 격의없이 부르는 것에 약간은 익숙해지긴 했지만(학교 안에사만) 아무래도 격식은 오랜 기간동안 들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고는 느릿하게 현무 기숙사였냐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보가트.. 보가트도 그렇죠." 보가트보다 바다 악사가 조금 더 난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라고 덧븥였습니다.
"바다 악사가 보여주는 것은 원하는 것이나 원하지 않는 것. 디스토피아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란 것은 어쩌면 바다 악사로써도 완전한 예지는 그야말로 재액이기 때문이지 않으려나요. 라고 감상을 말했습니다. 그런 것처럼 재액을 품은 자를 맞이한 건가.
소년은 일단, 이 호칭이 입에 익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몇번 입속으로 세연양을 반복한다. 누구누구씨, 라고 부르고 싶지만 왠지 세연씨 라고 부르면 이상하고. 그렇다고 이세연씨라고 부르면. 차라리 이세연씨라고 부를 걸 그랬나. 하지만, 소년은 거기에서 생각을 멈췄다. 어느쪽이든, 학원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격식을 차리는 걸 원치않아보이는 세연에게 이세연씨라고 불러버리면 친해지기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을까.
어느쪽이든. 소년은 잠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정신을 빼앗긴 것마냥 생각을 계속하다가 세연의 입술이 열리는 것에 그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물끄러미 세연의 눈을 마주하며 소년은 세연의 말을 경청했다.
"확실히 주문도 조금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입에 익지도 않은 그 주문.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망설임 없이 나왔던 두려워하는 것. 소년은 잠시 입가를 손바닥으로 매만지다가 세연의 말에 아 하고 입을 열고는 양피지를 책에 받쳐서 펜을 들었다. 바다악사가 보여주는 것은 원하는 것이나 원하지 않는 것, 디스토피아 라는 것을 빠르게 쓰고는 잠시 세연을 바라본다.
"아, 죄송합니다. 왠지 감상평을 적는 것을 도와주시는 것 같아서 조금 인용해도 괜찮겠습니까?"
예기치 않은 죽음. 준비하지 않은 죽음. 소년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이였다. 미셸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 나는 한치 앞도 안보이는 미래, 라는 말. 소년에게는 그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너무나 당연하게 눈앞에 그려낼 수 있는 것. 그저 정략 결혼을 하는 자신의 미래. 소년은 그 생각이 들자 잠시 머리를 쓸어넘기며 침묵했다.
"저는..호 군으로 부르는 게 괜찮으려나요." 호라는 외자 이름은 약간 애매하긴 했습니다. 물론 그런 세연 본인의 휘도 주라는 외자 이름이었지만요. 다스리고 군림한디라는 거창한 이름은.. 어쨌거나. 호 군이라는 게 그나마 괜찮아 보였습니다. 감상평이라는 말에. 잠깐 양피지를 바라보다가..
"같은 것이라면 조금 곤란하기는 하겠지만.. 네. 괜찮아요." 별 상관 없다는 듯이 세연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 축복이나 저주인 것은 여럿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라 한들.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것이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편지 같은 것이란. 이미 재가 된 걸 다시 부술 순 없는 노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