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호군으로 부르는 게 괜찮으려나요, 라는 세연의 말에 양피지 위에 단정한 글씨로 적어가던 글씨가 아주 조금 삐져나가는 걸 바라봤다. 소년의 차분한 표정 위로 당혹스러움이 퍼져나갔다. 소년은 처음으로 학원에 온, 아주 처음으로 자신을 호라고 부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봤고 그로 인한 당혹스러움이 컸다. 그나마 표정은 아주 조금 흔들리며 당혹스러움이 옅게 퍼져나갔지만 매우 당혹스러운 상태였다.
"아니 현호군이면 충분합니다."
호, 가 이름은 맞다. 하지만 소년은 가족외의 사람에게 호라는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 없었다. 부르짖을 호라는 이름이 하나만 달랑 부르기에는 어색하니까. 소년은 자신을 현호라고 불러달라고 꼬박꼬박 이야기하는 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당혹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사람은 처음 겪어봤다. 소년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세연을 바라봤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양피지의 삐져나온 글씨를 바라보면서 다른 양피지에 옮겨적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조금 인용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연양."
왠지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세연을 잠시, 고개와 시선을 같이 내려서 바라보면서 소년은 잠시 세연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상관없어요." 약간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인지. 약간은 흥미로운 듯한 미소를 희미하게 띄웠습니다. 성격이 나쁜 건지. 호 군이라고 가끔 부르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렇지만 그건 속으로 생각할 뿐 겉으로는 현호군이라고 부를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많은 편이라는 말에.. 조금 고개를 기울입니다.
"선택지가 많은 걸로도 보일 수 있겠네요." "..정말 그렇게 보인다면 이미지는 잘 구축했다는 뜻이네요." 그렇게 보이는 것이 딱히 나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걷혀버리면 선택지는 딱 하나로 고정되어버릴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도 해결된다. 라면 잘 모르겠어요.
"....가끔 생각한 것이지만.." 말하려다가 침묵합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 싫었습니다. 그건 방안이 아니니까요.
진짜로 호군이라고 불리면 이 동갑내기의 속내를 알수 없는 사람에게 당혹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년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흥미로운 듯한 세연의 미소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어느새 당혹스러움은 사라진 담담하고 진중한 무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호군, 이라고 불러버리면 어쩌지. 라는 생각은 잠시였다. 이내, 이야기의 방향은 소년이 말한 선택지가 많다, 는 것으로 향했고 소년은 성실하게 세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에는 멀리서 본 것 뿐이고, 지금도 잠깐 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니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이세연양."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가 잠시 단정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세연양이라고 부르기로 했으면서 다시 이세연양이라니. 버릇은 쉬이 고쳐지지 않는구나. 소년은 세연을 향해 숙였던 고개를 들고 시선을 허공으로 돌린다. 어두운 눈동자가 느릿하게 깜빡여지고 소년의 굳게 닫혀있던 입술이 열리며 죄송합니다. 라는 사과가 쉬이 떨어져나갔다.
"..세연양께도 말하지 못할 고민은 있어보이십니다만."
하지만 그건 제가 신경쓸 일은 아닌것 같으니 더이상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소년의 입에서 천천히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침묵하는 세연과 함께 소년또한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진중한 침묵은 소년이 싫어하는 게 아니였다. 침묵이 필요한 상황에 침묵은, 어렵지 않았다. 소년은 세연이 다시 입을 열때까지 침묵을 지킬 심산이였다.
"'부디' 라고 말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네요." 부디. 라고 말할 정도면 꽤나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뭔가 넋놓고 있다면 한번쯤은 정신 차리는 용으론 쓸만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말할 수 없는. 말해봤자 믿지 않을. 말해도 방법 없는." 그러한 것은 수없이 많으니까요. 부모님은.. 정말 사이 좋은 것처럼은 보이지만요.. 알 거예요. 학창 시절 일방적 원수들이었던 거라던가요. 긴 침묵이 끝나고. 세연은 묘하게 무언가 다른 것을 보는 듯 말했습니다.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니까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사람의 시선과 개미의 시선이 다르듯 말이예요. 라고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감고는 느리게 떴습니다. 순간적으로 오팔아이를 완전히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이 동갑내기의 속내를 알수 없는 사람은 사실은 거절하려고 했던걸까. 소년은, 입가를 손바닥으로 덮고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중얼거렸다. 저도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덧붙혀서 말하는 걸 잊지도 않는다. 지나친 성실함일지도 모르지만,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침묵했다. 그 뒤를 이어지는 세연의 말에, 소년은 침묵하고 그저 그 말을 들었다. 소년은 이 이상 세연에게 파고 들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사람마다 다르다. 라는 거겠지. 소년은 눈을 깜빡였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지만, 묻지 않겠다고 했으니 묻지 않겠습니다. 드릴 말씀도 드리지 않을 것이고, 그저 조용히 서있는 석상취급하시고 하고 싶은 말씀을 하셔도 됩니다. 방금 전, 바다 악사에 대해 이야기해준 보답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작지만 말입니다."
보답, 혹은 걸맞는 예의라고 하겠습니다. 소년은 차분하고 조용한 어조로 말을 마쳤다. 소년의 시선은 세연이 눈이 바뀐것을 바라봤다가 천천히 예의바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그래, 괜찮다. 쓸때없는 오지랖을 부리지 않고, 쓸때없는 참견을 하지도 않고 그저 서있는 것. 소년은 그걸 선택했다. 물론, 상대인 세연이 말하기 싫다면 이대로 인사를 하고 돌아가도 되는 거다.
"석상 취급이라는 건 위험한 일이랍니다." 석상 뒤엔 쥐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라고 말하기는 했으니. 아마 사람에개 말하는 듯 대화처럼 편지가 왔다고 가볍게 운을 떼었습니다.
"일이 생긴다면. 하나의 선택지만 남을 것이니까요." "제 아비의 피를 더 받아들일지도 모르죠." 그것이 그냥 말이었다면 혹은 직역이라면 좋을 일이긴 하지만. 이란 생각을 하면서 고대 마법이란 하려는 의지가 중요해요. 마법 지팡이를 가진 건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지요. 라고 덧붙이고는
"글쎄요. 선택지란 것은 만들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한번에 많이 말하면 안되니까 말이지요. 라고 말하면서 손끝으로 현호를 톡 건드리려고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은 하지요." "운명의 실은 꽤나 복잡하니까요.. 하지 않으려 해서 결국 이어지는 것도 운명이고,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래요. 대신할 실을 잘 엮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요. 라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냉정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힘든 일이지만요. 라고 덧붙였답니다.
"예언이라.. 그것도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점술을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따지고 보면 못하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겠네요. 오라클의 피를 이어받았는데.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는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했는걸요." 너무 많이 파내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신역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 저주에 희생되는 건 뒷맛이 쓰거든요. 라고 덧붙였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은 하지요." "운명의 실은 꽤나 복잡하니까요.. 하지 않으려 해서 결국 이어지는 것도 운명이고,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래요. 대신할 실을 잘 엮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요. 라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냉정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힘든 일이지만요. 라고 덧붙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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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했는걸요." 너무 많이 파내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신역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 저주에 희생되는 건 뒷맛이 쓰거든요. 라고 덧붙였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은 하지요." "운명의 실은 꽤나 복잡하니까요.. 하지 않으려 해서 결국 이어지는 것도 운명이고,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래요. 대신할 실을 잘 엮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요. 라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냉정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힘든 일이지만요. 라고 덧붙였답니다.
"예언이라.. 그것도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점술을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따지고 보면 못하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겠네요. 오라클의 피를 이어받았는데.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는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했는걸요." 너무 많이 파내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신역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 저주에 희생되는 건 뒷맛이 쓰거든요. 라고 덧붙였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은 하지요." "운명의 실은 꽤나 복잡하니까요.. 하지 않으려 해서 결국 이어지는 것도 운명이고,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래요. 대신할 실을 잘 엮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요. 라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냉정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힘든 일이지만요. 라고 덧붙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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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했는걸요." 너무 많이 파내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신역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 저주에 희생되는 건 뒷맛이 쓰거든요. 라고 덧붙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