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한 대 맞은 한올은 발악하면서 마구 울부짖으면서 수갑을 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수갑은 도저히 풀릴래야 풀리지 않았다. 이어 온 몸을 다친 렛쉬가 조심스럽게 앞발로 한올의 머리를 때린 후에,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왈! 왈! 소리를 짖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어딘가에서 멜로디가 들려왔다. 그것은 낯익은 이에겐 상당히 낯이 익은 멜로디였다. 저 높은 타워에서 또 다시 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리크리에이터]의 빛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정확히는 익스퍼가 아닌 사람들을 잠재우고 해당 사건에 대한 모든 기억을 없애버리는 그 빛이 발동하고 있었다. 그 하얗고 편안한 빛과 멜로디는 성류시를 덮고 있었다. 조용히... 조용히...
"...또 리크리에이터. ...여러모로 스케일이 큰 사건이긴 했지만..."
"......"
"야. 하윤아. 왜 멍 때리냐?"
"아..아니요. 역시, 이 멜로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어서.."
".....?"
무슨 의미인지 모를 소리에 서하는 하윤을 의아하게 바라보았지만 곧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모두에게 통신을 보냈다.
"일단 김호민 경위는 잠들어버릴테니까, 일단 그 범죄자는 서장님이 처리할 예정이에요. 모두들 정말로 수고 많으셨어요. 귀환해주세요."
이제는 귀환을 할 시간만이 남았다.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해결한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에게 있어서는 아주 큰 성과일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유혜일지도 모른다. 10년 전, 그 사건은 깔끔한 해결이 이뤄지진 않지만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흘러... 그녀를 괴롭히던 사건의 범인은 그녀의 손으로 체포되었다. 남은 것은 그 범인이 심판을 받는 것 뿐.
남은 것은 그녀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는 것 뿐이었다. 리크리에이터는 조용히, 조용히 멜로디를 내면서 이 사건 자체를 지우고 있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천천히... 하지만 아롱범 팀의 모두는 그 기억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유안의 딱딱한 반응에 지은은 움찔하고서는 자판기에서 비켰다. 역시 인간관계는 힘들다고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잔뜩 풀이 죽은 분위기로 하품을 하고 있는 유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유안의 호의에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고 말았던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호의에 쉽게 반응하는 것도 자신의 문제점 중 하나였다. 다음부터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야겠다고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오늘따라 자신답지 않은 실수를 많이 한다고 자신만의 자책에 빠진 지은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유안의 눈과 마주친지 긴 시간이 되지 않아 자신도 돈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급하게 주머니에서 동전지갑 꺼냈다. 주황색을 바탕으로 고양이귀가 달려있는 동전 지갑이었다. 주섬주섬 지은도 천원을 꺼내 자판기 투입구에 천원을 넣었다.
"괜찮아요. 오히려 우리에겐 좋죠. 후훗. 애초에 이걸 노리고 그 사내에게 일을 시킨 것이기도 하니까요. 정말 예상대로 크게 움직여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리크리에이터를 발동시킬 정도로 큰 사건.. 정말로 좋죠. 광장을 통째로 불태우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의 사건. 단순하지만 나쁘지 않은걸요."
베타. 민다혜는 통신기로 들려오는 알파, 박샛별의 목소리에 태연하게 대응했다. 지금도 리크리에이터는 돌아가고 있었다. 성류시 구석구석을 빛으로 비추면서 정말로 조용하고 고요한... 마치 자장가를 떠올리는 듯한 멜로디를 연주하며 익스퍼가 아닌 사람들을 잠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간이 익스파 탐지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서치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SSS급 익스파의 파장이었다.
"...일단 위치는 어느정도 서치가 된 모양이지만, 좀 더 그 근방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지."
이어 다혜의 통신기로 굵고 낮은 톤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다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동의를 하는 느낌일까? 이어 그녀는 특유의 여유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델타는 개인 사정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저와 알파, 그리고 감마. 3명이서 조사하고 있잖아요? 못 찾을리가 없어요. 하지만, 역시 그 아롱범 팀의 시선을 더 끌 필요는 있어요. 슬슬, 그 사람을 보내시는 것이 어떠세요."
"...그럴 참이다."
"그럼 그 부분은 잘 부탁할게요. 감마. 후훗."
"...알았다."
이어 통신기의 통신이 끊어졌다. 무엇을 노리고 있는진 알 길이 없지만 다혜의 표정은 상당히 서늘한 느낌이었다. 이어 그녀는 눈앞의 연구시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비릿한 목소리로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일단 이 연구시설부터 조사를 해볼까? 후훗. 과연 어디에 있을까? 꽁꽁 숨긴다고 해도...도망칠 수 없어. 우리들의 송곳니에선 말이야."
겨울바람을 연상시키는 서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뒤로 하며 다혜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무엇을 노리는진 알 길이 없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핸드폰에 감지되고 있는 파장의 흐름에 고정되어있었다. 마치 그것을 이용해서 뭘 찾으려는지... 그녀는 그 근방을 계속 서성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작은 발소리를 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