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이성을 잃고 범죄자에게 달려들었을 때, 유안에게 온 감각을 차단 당하고 서하에 의해 서로 옮겨지는 꼴을 생각하니 쿡쿡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차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지.
덤덤한 유안의 대답에 유혜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일부러 그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기라고 했단 건가, 유혜는 자세를 바로 고쳐 다시금 시선을 유안에게로 옮겼다. 아마도 유혜는 어떠한 단어가 가장 적절할 지에 대해서 고민 중인 거겠지.
“ 그런가요... 하지만, 저나 우리 팀 팀원들이나. 유안씨가 그렇게 무모히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 드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 “
더이상 주변인의 죽음을 보고 싶진 않았다. 유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채, 유안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더 묻는 행위도, 그의 말에 그 어떤 감정이 섞인 대답을 내놓는 것도. 그에게 좋을 일은 아니었으니.
“ 제가 어떤 말을 덧붙여야 할까요. “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퍽 진지했다. 그녀는 검은 눈동자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굳이 변명하고 싶진 않았다. 남에게 거짓 된 나를 보여줘봤자 거짓 된 나는 나를 좀먹을 뿐이었고, 고통은 오롯이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후 따라 올 문제들을 떠안기 무서웠고, 두려웠다. 입으로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듯 으스댄 주제에 결국에 동앗줄을 내려 주어도 그 줄이 끊어질까 무서워 잡는 것도 포기한, 비열한 인간. 그게 바로, 나였으니까.
“ ...유안씨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굳이 반박하진 않을게요. 아마 유안씨가 생각하는 것들이 정답일테니. ...실망하셨나요? 이런 모습에? “
>>153 사실 유안주도 막레에 좀 서투른 편이에요. 선레도 그렇고...(막레는 끝을 맺는 레스 길게 쓰기 어려워서)(선레는 상황 생각해내는데 아이디어가 딸려서)(...) 아무튼 일상에 부담 가지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상대가 유안주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돌립시다! ><
”웃으라고 한 이야기가 아니라고요? 뭐, 어때요 전 재밌었습니다. 어쩌면 선배님이 그런 말을 하셔서 재미있는 걸 수도 있죠. 의외로 그런 것에 재능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유안의 핑거스냅을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투명화 말고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꽤나 유용할텐데.
유안의 불운을 알 턱이 없는 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딱히 정확한 정황까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지은은 대충 운이 좀 안 좋을 걸까 어림짐작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포카리스웨트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지은은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떠나려 하는 유안의 모습에 허둥지둥하며 자판기 위에 올려놓은 포카리스웨트를 챙겼다.
”너무 빈둥거린 걸까요... 신입인데.“
그제야 자신이 첫날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땡땡이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었다. 괜히 붉어지는 얼굴에 포카리 스웨트를 한모금 더 마시고 유안을 따라갔다. 저런 배려 없는 태도에도 이상하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은에게는 편하게 느껴졌다. 상대의 배려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중 하나였으니. 유안의 말을 질문을 받아주겠다는 말로 해석한 지은은 유안에게 떠보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저런 사건이 많이 나는데도 용케도 익스퍼에 대한 것을 일반 시민들은 모르네요.“
좀 두껍게 입고올걸, 괜시리 그런 소리를 하며 너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 안은 너무나 따뜻했다. 이렇게 따뜻한 너의 품을 이젠 망설이지 않아도, 눈치 보지않아도, 언제든 안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해서 좀 더 깊숙히, 너의 행동에 맞추어 조금 더 깊이, 품 안에 파묻히다시피 안겨들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니, 가슴이 쿵쿵 뛰어 너에게 전해질 것 같아.
"이러니까 따뜻하다."
나의 뺨을 너의 뺨에 맞대었다. 서로의 온기가 만나서 차가운 바람조차 약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고싶다. 내일 걸릴 감기같은건 아무래도 좋았다. 네가 이렇게 있기에, 나는 그렇게 안긴 채로 너의 크고, 따스하고 다정한 손길을 느꼈다.
"오늘, 동생 집에서 자고 가도 될까...?"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은 아닐까, 조심히 너의 생각을 묻는다. 지금도 너무 좋지만, 조금 더 너와 같이 있고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저는 어제 잘 잤어요 (━▽━) 이제 저는 다시 자러가야해요! 일어나서 이어올게요! //아 혹시 로제는 손 크기가 어느정돈가요?-? 지현이는 엄지랑 새끼손가락으로 재면 f1부터 f9까지 닿는정도에요!
이 시간대의 경찰서는 확실히 낮 시간대보다 훨씬 조용하다. 말인즉슨, 이따금 의자를 살짝 끌고 민다거나 혹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씩 돌아다닌다거나 하는 등의 자잘한 잡음을 제외한다면 소음이랄게 거의 없는 환경이라는 거다. 그렇기에 아실리아 본인에게 있어서 당직 시간은 일반 근무 시간보다야 훨씬 피로감이 덜한 편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 자체는 이미 익숙해진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좀 덜 있는 게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훨씬 편했으니까.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따라 머릿속에서 가실 생각을 안 하는 각종 잡음과 며칠간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두통 탓에 아실리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 ..... "
두통약이라도 먹을까, 싶다가도 이내 관둬버리는 것은 아마 그 효과가 미약하다는 것을 여러 번 몸으로 느껴보았기 때문이리라. 가만히 관자놀이를 손으로 지압하며 책상 위만 줄곧 바라보던 아실리아는 문득 고개를 들어 경찰서 안을 한번 슥 둘러보았다. 오늘 당직 서는 사람이 누구였더라.
당직. 그것은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뭐가 아쉬워서 밤까지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난 칼퇴근을 한 후에 집에 가서 이불 속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정말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근무표는 근무표니까. 오늘 당직은 나와, 아실리아였던가? 일단 근무표에는 그렇게 되어있떤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당직 일에 나서기 전에, 잠시 자리를 비워서 근처의 제과점에서 버터 쿠키를 좀 사왔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내가 마실 커피를 뽑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단 뭐라도 먹어야 당직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확실하게 챙길 것을 챙긴 후에,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다. 역시 히터. 신의 발명품이야. 누가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히터를 만든 이는 세계 평화에 기여를 했으니 노벨 평화상을 반드시 줘야 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실리아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녀의 자리 근처에서 경찰서 안을 둘러보는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근처로 천천히 걸어갔고 발걸음을 멈췄다.
"...뭐하고 있어? 누구 찾기라도 해? 오늘 당직 서는 거, 너하고 나 뿐이라서 다른 이들은 다 퇴근했을텐데 말이야. 물론 어디 방에 유안 씨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말이지."
그녀를 바라보면서 난 손에 쥐고 있는 버터쿠키가 들어있는 통을 그녀의 책상 아래에 내렸다. 그리고 캔커피를 손가락으로 따면서 아실리아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하루 잘 부탁할게. 당직. ....일단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안 설 수도 없고, 너와 함께면... 그나마 낫겠지. 여러모로 고생이 많아. 너도. 이런 당직 선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