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할거야?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저는 언제나처럼 말하겠죠. 임무를 빙자한 농땡이라고. 임무도 물론 빡세게 해서 실적은 제대로 나오지만, 짧은 시간을 집중해 일하고 장시간을 농땡이 피우니까 제가 좋은 인간이진 않습니다.
"...오늘은 또 어딜 가야 할까."
시이는 요즘 숲을 꽤나 자주 찾습니다. 그냥, 별 이유는 없었습니다. 원래부터 숲을 좋아했으니까요. 그녀는 오늘도 무거운 가방을 들고 왔습니다. 무기가 들어있는 첼로 가방이죠. 첼로를 연주할 줄 모르면서 첼로 가방에 무기를 넣고 다니는 건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원래 그래왔으며 또한 이 가방이 가장 편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녀는 그렇게 다니고 있었는데... 어라, 누구일까요. 숲 한가운데에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라니. 녹색과 적색의 대비가 심하게 눈에 띄네요.
>>669 음... 모티브로 잡은 캐릭터를 말하자면 데이트 어 라이브의 야마이 카구야&야마이 유즈루에요. 2인 1조 캐릭터도 허용한다길래... 그리고 또 모티브가 있다면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세피라인 티페리트...? 일단 쌍둥이 자매(가 될 예정입니다. 어쩌면 남매가 될지도.)일 것 같구, 음... 그리고 종족은 위치일 것 같네요.
비비안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채, 잠시 숲의 나무들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비비안은 지금 굉장히 심심했다. 놀러갈 사람도 없고, 게다가 재미있는 인간들이 숲으로 찾아오지도 않으니, 그 심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눈을 가늘게 뜨고 예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누군가의 목소리. 그것도 앳되 보이는.
"어머~ 안녕하세요~?"
예쁜 아가씨? 비비안은 숄을 두르고 중절모를 가볍게 머리 위에 얹은 뒤, 지팡이를 쥔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는 아이를 향해 방긋 웃으며 장난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길이라도 잃었나요! 아니면 헤메고 있나요! 그런거라면 숲지킴이님에게 데려다 줄수 있답니다! 여기는 아~ 주 무서운 이들이 많거든요~ 흥얼거리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는 아이와 거리를 좁혔다. 살짝 허리를 숙여 아이를 바라보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
"아뇨, 길을 잃은 것도 헤매는 것도 아니에요. 일 때문에 왔는데... 잠시 쉬어가려고요."
시이는 그리 말하며 온화하게 웃어보이더니, 목도리의 매무새를 살짝 고친다. 그러곤 이내 제게 다가와 살짝 허리를 숙여 저를 바라보는 비비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헤실헤실 웃는다. 뭐랄까,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를 때 지을법한 그런 웃음 있잖아. 뭐라 말하기도 애매하고 뭐라 안 하기에도 애매해서 대충 지어보는 미소. 그런 웃음이 그녀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위험한 곳이라면 왜 그 쪽은 여기에 계시나요...? ...산책이신가요?"
이 곳이 비록 국경을 넘은 보레아스이긴 해도, 이 사람이 아직 나에게 나쁘게 대하진 않았으니 그 전에 만났던 것처럼 막무가내로 죽이려 달려드는 환상종처럼 죽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가만히 비비안을 바라보았다. 근데 역시 이렇게 대해도 괜찮은걸까. 그래도, 헤맨다면 숲 지킴이님께 데려다줄수도 있다고 말한 걸로 봐서는 좋은 사람 같으니 믿어보자.
비비안의 장난스레, 미소를 지은 얼굴의 가늘게 뜬 눈동자가 시이가 매만지는 목도리쪽으로 살며시 옮겨진다. 어머, 심심한데 잘됐네. 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퍼져가고 장난스러운 미소는 조금 더 짙어졌다. 아이의 대충 지어보이는 미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미소는 흐트러짐 없었다. 과장스러운 태도로, 아이의 주변으로 빙글 돌아보이던 비비안은 흐흐흥 ~ 하는 콧소리를 냈다.
"사안채액이라~ 그런걸로 칠까요오~?"
비비안의 손바닥 위로, 중절모가 빙그르르 돌았다. 그 빙글빙글 돌던 중절모를 다시 머리 위로 얹고 그녀는 눈부시게 베시시 웃어보였다. 장난스러움은 어디 갔는지 굉장히 산뜻하게 상냥한 사람같은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해야 이 아이가 방심할까~ 그녀의 머릿속은 음흉한 장난을 칠 계획을 짜고 있었지만 눈앞의 아이는 모르겠지. 날카로운 송곳니를 숨기고,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도 숨기고.
과장스러운 행동. 뭐, 원래 이 사람 성격이 이런가보다 싶었다. 그녀는. 그보다 그런 걸로 칠까요, 라니 그러면 원래는 뭘 하려던 거였을까. 모르겠다. 남의 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으니까. 그런 편이 모두에게 나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더니 이내 상냥한 사람같은 그 미소에 완벽히 속아넘어간건지, 목도리 얘기가 나오자 저도 그저 고이 웃으며 대답한다.
"네, 꽤나 중요한 거에요."
이 목도리가 있어야 목의 흉터를 가릴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꽤 심할 정도로 중요하지. 이게 없으면 난 아마 항상 터틀넥만 입고 다녀야 할지도 몰라. 아니면... 이렇게 가리면 된다는 방법을 알기도 전에 우울감에 사로잡혀 이미 목을 매달았거나 했을지도. 그렇지만 나는 이 목도리 덕에 꽤나 안정감을 느끼니까, 응. 괜찮아.
아, 정말. 큰일이에요. 큰일. 저 시마, 아주 그냥 이 눈앞에 있는 아가씨를 괴롭히고 싶어요. 저 목도리를 풀면 어떤 표정일까요? 울까요? 화낼까요? 아니면 애원할까요? 비비안은 검은색 실크 장갑을 낀 손으로 치켜올라가서 송곳니가 보일 것 같은 느낌에 입가를 가만히 가리면서 생각했다. 중요한 것을 빼앗으면 어른다워보이지 않을까요? 비비안은 입가를 가리면서 생긋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아이는 보이지 않을 무척이나 음흉한 미소였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반짝했지만 이내 사라졌다.
"제 이름은 비비안이에요! 아가씨 이름은 뭐에요?"
비비안은 그렇게 쿡쿡 웃으면서, 과장스럽고 연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아이의 등 뒤로 돌아가 가볍게 양팔을 뻗어 아이를 끌어안으려고 하면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흥얼거리듯 물었다.
세레노. 과거의 이름. 절대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예외적인 성. 내가 이미 버린 성. 그러니까 말하지 않는다. 필요없으니까,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할 수 없으니까. 이미 버린 것인데 다시 주워들 필요가 뭐 있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내 등 뒤로 그녀가 다가와 나를 끌어안으려 들었다. 나는 그저 웃으며 그걸 받아들였다. 타인에게 안기는 것은, 어쩐지 따뜻한 기분이 들어. 그저 치유받는 느낌이 들어.
"...음. 그럼 저는 비비안 씨, 라고 부르면 됄까요?"
시이는 비비안에게 그리 말했다. 비비안이 제 뒤에 있어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비비안은 그대로 시이를 끌어안았다. 품안에 가득 안기는 아이 특유의 박동. 그리고, 더럽혀지지 않은 아이. 비비안은 송곳니가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안돼, 안돼요 시마. 식사는 이미 끝냈잖아요? 더이상 먹어버리면 배가 터져버릴 거에요. 시이를 끌어안은 채, 비비안씨라고 부르면 되냐는 아이의 말에 그녀는 아이의 등 뒤에서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보이며 대답했다.
"오, 물론이에요! 비비안씨! 혹은 비비안! 어느 쪽이든 나는 좋아요!"
그으럼, 저는 시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그녀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대답하고는 양손으로 시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목도리를 매만지다가 양팔을 풀면서 동시에 그대로 시이의 목에 감겨있던 목도리를 풀어내버린다. 깔깔! 그녀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목을 감싸던 목도리가 사라지고, 순간 절망이 마음 속의 깊고 깊은 심연에서부터 기어올라와 내 다리를 휘감고는 밑바닥으로 끌어당겨 주저앉게 만든다. 아니 그런 기분이 들어 주저앉아 버린다. 순간 눈물이 눈망울을 덮어 흐릿하게만 보이던 시야가 눈을 한번 깜빡임으로 다시 맑아지고,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순간 목의 상처가 아릿아릿 아픈 것도 같아 목을 매만지니, 그것은 가짜였습니다. 순간 환영이 보입니다. 내 목을 휘어잡은 누군가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목을 마구 할퀴는 환영이 보입니다. 내 목을 이렇게 만든 게 누구였죠? 기억하지 못합니다.
"......마세요. 목도리... 건드리지 마세요, 제발..."
순간 목에 날카로운 칼이 들어와 목을 스윽, 하고 베어버리려고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기분도 이 환영도 전부 가짜야, 가짜일거야. 그녀는 안 그래도 매번 깨물어 짤막한 손톱으로 목의 상처를 긁어 피를 냅니다. 이제서야 실감이 조금 드는 것도 같습니다. 그녀는 병적으로, 울면서 말합니다.
"제발, 제발 그것만은요... 부탁이에요, 부탁이야. 하지 말아주세요... 그것만은, 싫어요...!"
시이는 병적으로 제 목을 할퀴듯 긁으며 말합니다. 손톱에는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처에서 배어나온 피가 묻어있습니다.
비비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제 손에 들린 목도리를 가볍게 한바퀴 돌려서 자신이 두르고 있는 숄 위로 걸쳐본다. 길이는 짧았다. 물론, 시이와 그녀의 키 차이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목도리가 사라지자마자 주저앉으면서, 눈물을 뚝뚝 떨구는 시이의 모습에 비비안은 그런 시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장갑을 낀 손으로 천천히 훑어서 닦아줬다.
친절한 행동이였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매우 위험하게 걸려있었다. 어머, 울어버리네요. 저런, 기왕이면 화내면서 덤비길 바랬는데. 떨어지는 눈물을 매우 상냥하게 닦아주며 그녀는 생각했다. 병적으로 목을 할퀴면서 상처를 도로 만들어내며 그 피가 손톱에 묻어가는 것도 모르는지, 시이는 계속 애원하며 눈물을 흘렸고 비비안은 그 묻어져나오는 피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입술을 핥았다.
"쉬~이. 귀여운 아가씨! 자꾸 그렇게 긁어대면 상처가 더 심해져요! 저런, 뭐가 그렇게 슬퍼요?"
저한테 말해볼래요~? 비비안의 목소리는 매우 높았고, 웃음소리가 작게 섞여있었다. 목도리를 줄듯 말듯 앞에서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울면서 그렇게 말했다. 눈 앞에서 목도리를 줄듯 말듯 흔드는 그 행동이 보이지만 손을 뻗을 수 없었다. 목이 너무 아파, 아픈데 그만둘 수가 없어. 이렇게 하면 상처는 더 심해진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하지만 언제부턴가 버릇이 되어서.
"...그냥, 그냥 목도리... 돌려주세요...!"
시이는 울면서 비비안에게 그리 말했다. 이제 들어보니 웃음소리가 섞여있어. 저 사람은 이 상황을 즐기는 걸까? 아아, 그건 싫은데. 너무나 무서운데. 이건 싫어, 싫어요. 싫다구요. 제발, 부탁이니까요. 부탁이야. 응? 제발... 누군가 나를 이 상황에서 꺼내주세요. 목을 긁는 것도 관둘게. 착한 아이, 귀여운 아이로 있을게. 좋은 사람이 될게. 그러니까 부탁이야... 시이는 겨우겨우 목을 긁던 손을 멈추곤 제 목도리를 향해, 피 묻은 손 끝을 뻗었다.
흠흠 저, 그러면 캡틴이 보시리라 생각하며 몇자 적어놓겠습니다. 머 딱히 거창한 건 아니구요!
저는 단지 밀리터리물이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지나치게 편중 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밀덕 주제로 공감한 사람은 캡틴 말고는 알리시아주만이 유일하고, 당장 쟁탈전 이벤트를 예고 하실 때도 제가 보기엔 당사자인 인간측 분들도 읭? 하며 의아해만 할 뿐 수긍하거나 열광하는 분들은 못 본거 같고요. 저는 시트 어장에서 인간의 스팀펑크 요소를 주의 깊게 여겼는데, 실상 스팀펑크적인 요소가 연출된 적은 전무한 것 같으니 밀리터리 지식이 전무한 똥멍청이인 저로선 ~~급 병기고 ~~급 전투기고 하는 정보가 제공되어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창작에 한계를 느끼는건 둘째치고 시트에는 단지 2차 세계 대전 기술력이라고만 은유적으로 명시되었던 것과 괴리감이 듭니다. 차라리 두 요소에 균형을 엇비슷하게 맞추어 보시는건 어떨까요?
그리고 이건 위에서도 몇몇 분들이 호소하셨던 점과 연관된 부분인데, 스토리의 진행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그만한 단서나 개연성 없이 순수하게 캡틴이 비주기적으로 투하하는 ■■■한 ■■ 같은 검열된 힌트만 제공하시고 급작스럽게 진행도를 건너뛰어 버립니다. 저는 신들의 대립이라는 구도에서 신들의 타도로 바뀌는 순간이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였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보다 설정이 안정되고, 떡밥도 충분히 축적된 다음에 말이죠.
덧붙여 설정적인 문제 외에도 이같은 전면전 후에 대립측 캐와 어떻게 돌려야 할지도 고민스럽습니다. 보정 받고 양측의 전력을 무찌른다 -> 결국 대규모로 양측을 상처 입힌 장본인이라는 타이틀 하에 일상을 원만히 돌릴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711, >>712 레온주의 의견은 그렇군요... 저도 이 의견에 찬성해요. 저도 밀리터리적 지식이 많지 않아서 얘가 어떠어떠한 수준이다 하고 설명을 해주셔도 이해하지 못한 적이 많아요. 그리고 이 스레 내에서 스팀펑크적 요소가 보인 건 리코의 증기기관 무기 외에는 본 게 없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