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제가 이래서 머글 연구를 사랑하는 거 아니겟읍니까. 누구한테 하는지도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기기의 상태를 살폈다. A,B,X,Y 모두 멀쩡하고, 화면도 괜찮고 액정 필름도 잘 붙어있다. 터치펜도 있음. 소리도 잘 나오고, 기타 장치도 모두 멀쩡했다. 완벽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이 뒤에는 조작에 따른 변화나 작동 등등에 관한 레포트를 써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지금 이 순간이 제게 선사하는 쾌감이 어디로 사라지기나 할까? 사이카의 표정은 이제는 음습에서 음흉이라할 만한 상태로 바뀌어 있었다. 천천히 가자. 처음부터 급하게 갔다간 좋아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가슴에 손을 얹어 심호흡을 하고 조작을 시작했다.
설명해주는 내용을 적어야 되나, 싶었지만 이미 펜을 가져오지 않은 상태였다. 채헌은 필기를 포기하고 두 손으로 턱을 받친 채 교수님의 말을 들었다. 새로 오신 교수님은 아무래도 교수보다는 신기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에서 일을 하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질색을 하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채헌이 줄 가까이 걸어갔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가 무섭다, 델레트리우스 Deletrius. …다음부터 친구에게 필기를 부탁하고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은 빠지는 게 좋지 않을까. 줄의 끄트머리에서 채헌은 생각했다.
화분이 앞에 옮겨졌으니 이젠 뽑을 일만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귀가 잘 막혔는지 귀마개를 꾹 눌러 확인한 뒤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맨드레이크를 잡고 뽑으려 했다. 두려울 거야 없다. 그저 이렇게 뽑아주기만 하면 된다. 천천히 들었다간 반항이 심할테니 단번에, 두려워 말고. 쉽잖아. 자.
아, 낚였다. DADA에서 실습 사전에 학생들에게 가장 무서운 걸 물어 보니, 당연히 보가트일줄 알았다.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잔뜩 찌뿌렸던 미간을 활짝 피고 씨익 미소짓는 모습은, 스위치를 껐다 켠 것 같다.
교수님의 설명을 필기하다가 떠오르는 의문점 하나. "...저, 교수님. 만약에 정말로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가 가장 두려운 사람이, 바다 악사에게 같은 말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일종의 사고실험인 거지.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Deletrius를 쓰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정한 그 사람이 머글이나 스큅이면 소멸 주문도 못외우겠네. 사고 실험이란 말 취소. 미래가 두려운 머글/스큅 선원들에게는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네.
직접 포획한 바다 악사라니, 저런 생물을 저렇게 데리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닷발이도 그렇고 바다 악사도 그렇고 어떤 의미로는 대단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가 무섭다, 라. 예전에 한 번 가문 내 문헌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 줄이야. 적당히 중간쯤에 줄을 섰다. 음, 정 안되면 델레트리우스라도 쓰던지 해야겠다. 아스타는 실전수업이라는 말에 지루한 기색이 싹 다 날아간 지 오래였다.
' 다 줄을 섰나요? 실습 까지 모두 마무리 하면 수업이 끝이에요. 과제로.. 바다 악사에 대한 감상을 양피지 1장 분량으로 다음 수업 때까지 제출해주세요! '
교수님은 마치 여러분에게 응원을 하듯 양 주먹을 꼭 쥐셨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
교수님은 명랑한 목소리로 말하며 지팡이를 집으셨습니다. 아무래도, 바다악사가 위험하긴 엄청 위험한 모양이에요. 수조를 덮은 막이 사라지자, 사람 키 만한 물고기가 비늘과 물비늘로 가득한 다리를 틀고 앉아서 움직이는 눈알이 세 개 달린 비파를 연주하려는 것처럼 쥐었습니다. 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교실을 가득 채웁니다.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이냐
맨 앞의 학생부터 차례 대로 지팡이를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 Delerius ! '
학생들이 모두 차례대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악사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길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바다악사는 한 마리가 아니었는지도 몰라요. 저것들을 전부 포획하신 미셸 교수님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신 건지....
드디어 여러분의 차례에요. 자! 실습을 마무리 하고 수업을 마칩시다!!
[ 마법약 ]
' 아리아리라아아아아앙~↗'
응? 어라?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맨드레이크를 뽑자, 맨드레이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 빠빠빠빨간 맛 궁금해 허어어어어니~~~~↗ '
당황한 학생들이 아비게일 교수님을 바라보셨고 그녀는 방긋 웃으셨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짓을 한 거냐구요? 별 건 아니에요.
' 요즘에 맨드레이크에게 머글 노래를 들려줬더니 배웠어요 ! 귀엽지 않나요? '
교수님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시며 말하셨습니다. 맨드레이크는 '끼아아아악' 비명 대신 모두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꽤 다양한 지, 모두 다 다릅니다.
' 맨드레이크의 뿌리 쪽에 상처를 내서 즙을 모아주세요. 그 다음에는, 증류수를 그 즙에 넣어두고 응달에 며칠간 말리면 완성 입니다! '
얼른 상처를 내서 즙을 모아야겠어요.
'완성된 물약은 굉장히 맑은 물처럼 변한답니다. 그리고 완성된 약은 모두 가져와주세요. '
[ 머글연구]
비화 교수님은 학생들과 눈이 마주치실 때마다 힉 소리를 내며 숨을 멈추셨습니다. 너무 심약하시군요.
'마, 마친 사람은... 가, 가, 가, 가져와... 주세요... '
교수님은 덜덜덜 떨며, 레포트를 제출하면 수업이 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피카! ' ' 멍멍! '
아무래도 학생들마다 받은 칩이 다른지, 기계음이 각기 다릅니다. 레포트가 어느정도 완성된 것 같군요. 교수님께 가져갑시다! 수업이 끝나서 행복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진행하겠습니다:) 금요일의 진행은 매우 짧아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