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고 서툰 동정은 금물이었지만, 눈 앞 소년의 파란만장한 과거를 한 번 유추해보고 나니 괜스레 따뜻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응 발음이 자꾸만 미음 발음으로 되어버리는 듯한데, 그럼 삶에 많은 지장이 가해졌을 것이 뻔하니까.
“저 그럼 주문은 어떻게 쓰세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의문이 금세 머릿속을 점령해버린다. 뮘가르디뭄 레비모무사...? 흐, 마법을 쓰는 모습을 생각했다가 외마디 웃음이 튀어나올 뻔하여 입을 확 다문다. 이, 이건 비웃은게 아니라! 그냥 웃겨서...! 물론 굳이 설명하는 것이 더욱 구차하기에 안으로 삼켜버린 말이지만 말이다.
“아, 괜찮은데... 네 감사합니다!”
적당히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아직 2개의 책을 더 찾아야하고, 왠지 모르게 승낙하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저절로 고개를 끄덕여버린다. 뜬금없는 만남이었지만, 이 책들을 다 옮겨다니는 것에 비하면 매우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아차, 저는 청룡 기숙사 3학년, 윤이나예요. 감사합니다 선배!”
그러고보니 돕는다고 했으면서, 정작 어느 기숙사인지도 말을 안 했구나. 키가 크니 적당히 선배라 추정하고, 급히 감사를 표한다.
소년은 여학생의 따스한 시선을 느끼고 왠지 모르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슬그머니 여학생과 시선을 피하듯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저런 곳에 먼지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시선을 돌렸다가, 여학생의 질문에 다시 시선을 돌려 여학생을 바라봤다. 주문은 어떻게 쓰냐니. 지금이야 그 멈뭄미신때문에 이 모양의 발음이 되어버렸지만 딱히 수업때만 아니면 평소에 마법을 마구 쓰는 편은 아닌 소년은 여학생의 질문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여학생이 입을 다무는 것에, 끊어지긴 했다. 혹시 뮘가르디뭄 레비모무사. 같은 생각을 했을까. 소년은 대답하는 걸 선택하지 않고 어깨를 가만히 으쓱여서 대답을 대신한다. 감사하다는 여학생의 말에, 소년은 손에 있는 다른 책도 주라는 듯 가리키고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을 다시 가리켰다. 이거 멍멍이랑 으르릉밖에 안되는 개가 된 기분이다.
"주작 기숙사밉니다. 현호, 돔갑이니 말 놓므십시모."
청룡 기숙사, 윤이나. 소년은 머릿속으로 여학생의 정보를 집어넣으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ㅁ발음은 여전했지만. 소년은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한 무표정을 지은 채 도서관인 탓에 작게 중얼거린 뒤 감사합니다 선배! 하는 말에 비어있는 손의 검지로 살짝 제 입술을 막았다.
혹시 이 애도 사실 청룡 신입생인데 현무인 척하고 있는 학생이라거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저 백향이라는 소녀를 보니 거짓말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리고 옷 입히기는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쪽이니까 생각할 법한 일이기도 했다.
"어, 칭찬 고마운데. 외국인 맞아."
이름이 예쁘다라, 고마운 말이긴 하다. 제 이름을 듣고 바로 나온 말이라기엔 조금 낯설었지만. 전에 살던 곳에서도 아예 듣지 못했던 말은 아니었다. 다만 이름이 사이카라니 특이하다, 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 제 이름에 쓰인 한자는 사이카보다는 아야카라고 읽는 게 보통이었으니. 하다못해 사야카라 읽는 사람은 봤어도 사이카는 지금껏 자신 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이름을 지은 사람이 무슨 의미를 담아서 이렇게 정하기는 했을 것이다. 자신은 여태, 굳이 알고 싶지 않아서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에게 그런 이름을 준 사람에게 제 이름에는 어떤 좋은 뜻을 담았는지 묻고 싶지는 않았다.
그 사람도, 애초에 사이카가 묻기 전에는 그녀가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잘 말해주지 않는 편이었고. ...외국인을 잘 못 만나봐서 그렇다는 것쯤이야 이해할 만한 일이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른 건 당연한 거니까.
"그것도 괜찮은데. 그리고 여기는 나 말고도 외국인이 엄청 많으니까 금방 익숙해질걸?"
당장 교수들 중에는 외국인을 넘어서 인간이 아닌 이들도 꽤 섞여 있었으니까. 그들에 비하면 국적은 별달리 말할 것도 없는 문제다. 이어지는 백향의 말에는, 역시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갸오오오옥ㄱ 오늘ㄹ은 왜 이렇게 글이 안ㄴ 써지지.....(찌글ㄹ 흑흑ㄱ 죄송함다 자꾸 늦네요 ;ㅁ;
>>234 맞아요 제왚피 너무 치명적이다;;;; 헐ㄹ 그럼 저 이제 현호주랑 성사된거에요?????? 와 아싸 신난ㄴ다!!!!! ^▽^
>>236 님 관캐취향은 이런애였군ㄴ요 후 다행이네요 이미 완결난 만화라서 고록은 안되겟ㅅ내요;;;; 네???? 전혀 몰랐던 사실이네요 근데 어쩌죠 저 이미 현호주랑 잘될 사이라서요;;;
레주 이나주 다녀와요!!!!
.dice 1 8. = 1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동화학원 학생들은 꽤나 무서운 존재구나. 향은 상상만 해도 무섭다는 듯 몸을 오소소 떨었다. 어쩌면 강아지 옷 입히는 것보다 더한 것도 나올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강아지 간식을 먹이려고 한다거나... 으으 그런 건 진짜 싫다. 향은 다시 한 번 강아지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외국인이 맞았군요."
그럼 머나먼 일본에서 여기로 건너온 것일까? 타국에서 온 거면 많이 힘들지 않을까? 향은 사이카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타국까지 와서 학교를 다닌다는 게 굉장해보였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일텐데 멋있잖아. 문화 차이라거나 여러가지 적응이 필요할텐데 이렇게 씩씩하게 다니는 것도.
"우와아... 역시 이 학교는 굉장하네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니..."
어느새 향의 말투가 살짝 달라져 있었다. 과거에는 움츠러드느라 말을 더듬었다면 지금은 흥분해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 감정적으로 고양되어서일까? 그녀는 아직 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향은 친구들이 단체로 미쳤다고 생각했다. 기숙사 휴게실에 들어선 순간 친구들은 그 멈뭄신이 내려줬다는 고약한 음료를 들고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강아지가 된 친구, 머리가 길어진 친구, 무지갯빛 토사물을 내뱉는 친구들 등 다양한 녀석들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향은 자신이 기숙사 휴게실을 잘못 찾아왔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려 했다. 자신을 우악스레 이끄는 손아귀에 걸리기 전까지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향은 친구들에 의해 반강제로 음료를 들이켰고 한 마리의 흰 말티즈가 되어 있었다. 컁컁! 말티즈는 구슬프게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짖어댔다. 컁컁! 어머니 저를 왜 마녀로 낳으셨나요?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텐데. 엉엉.
"컁컁! 컁! 컁컁!" "먜들마 미것 봐! 먐미가 말티즈가 되멌머!" "얼른 폰 가져와! 아 맞다... 여긴 머글 물품 반입 금지지..."
머리가 찰랑찰랑해진 머글 태생 친구, 혜나가 시무룩해졌다. 향은 동화학원에 스마트폰이 반입 금지라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겼다. 친구들 사이에 흑역사가 남겨져 돌아다니는 수치를 경험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혜나가 왜 동화학원은 전자기기가 금지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향은 분위기가 혼란해진 사이에 밖으로 빠져나왔다. 자 이제 지금부터 약효가 도는 두 시간동안 어디서 시간을 떼워야 할지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