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소위 말하는 숙녀를 존중하고 -, 숙녀를 에스코트하는 -, 그런 쪽이 신사가 아닐까요? 여자를 밝히는 파렴치한은 저도 사 - 양이에요."
깔깔! 비비안은 악센트를 높혀서 신랄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비비안은 이미 칼날을 뽑아낸 남은 지팡이의 지지대 부분은 바닥에 떨어트렸다. 양손으로 느슨하게 지팡이를 검처럼 쥐고 아래로 내리고 있던 그녀가 어깨에서 흘러내린 숄을 고쳐서 걸치고, 드레스 자락을 조금 끌어올리는 등의 정신사나운 행동을 해댔다.
"신랄한 춤을 좋아한다니, 그거 유 - 감. 저는."
비비안의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과장스럽고 장난기가 담뿍 담겼지만 그 의도는 신랄했다. 신랄한 춤을 즐긴다는 데릭의 말에, 비비안은 칼날을 바닥에 박아넣고 슬금슬금 제 드레스가 찢어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끌어모으려고 한다. 나무와 나무를 타고, 빙글빙글 도는 그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어 드레스에 신경쓰는 게 그녀는 그가 위협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은 모양이였다.
"왈츠를 좋아해서요. 미스터 데릭. 모든 춤의 첫 스타트는 남성의 리드로 시작되죠."
얼마나 멋드러지게 리드하는지 궁금하네요. 비비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스레 미소를 지었다. 얼마든지 원할 때 오라는 듯, 비비안의 장갑을 낀 한손이 우아하게 까딱여졌다.
교황은 으리으리한 곳에서 신관들이 내주는 만찬을 먹고 침실이랑 욕조부터시작해 편의시설에 개인극장까지 있다. 대략 쓸데없이 구민운동장만한 공간을 혼자쓴다고 봐도됨. 주교는 대략 100평 남짓되는 시설 다갖춘 오피스텔급 시설로 구비됨. 역시 신관들이 독이 있는지없는지 확인하고 가져다주는 식으로 식사문제를 해결함.
일반신관들은 기숙형대형숙소가 존재하고, 식사는 배급제. 단, 거주지가 가까운경우는 자기집에서오가는것도 허용됨.
참고로 일반신관의 식사는 맛없을땐 오지게 맛없게 나오고 맛있을땐 맛있게나오는데, 식사 당번따라서 복불복인듯. (당번제로 됨)
애초에 왈츠는 즐겨듣는 편이 아니라서, 춤에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말이야. 음악 정도는 들어봤으니, 한 번 맞춰보도록 해볼게?
그녀는 날 무시하려는건지, 별로 위협을 못느낀건지. 그저 자신의 드레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얕보이는건가. 얕보이는 남자는 인기 없는데 말이야. 내가 너무 머저리같이 살아서 그렇겠지 뭐. 긴경쓰지 말자.
" 뭐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지. "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나뭇가지에서 용수철처럼 몸을 튀겨 그녀의 바로 옆으로 착지했고, 몸을 멈추지 않고 그녀와 얘기했듯이 마치 춤을 추듯 곡선을 그리며 해체용 칼을 움직였다. 칼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살갗을 노리고 있었지만, 자금 우리가 추는 춤의 곡은 아마, 진혼곡일지도 모르니.
싸늘한 국경지대, 그중에나마 왁자지껄한 정취가 풍기는 인간들의 여관으로 요리미츠는 발걸음을 돌렸다.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몇몇 일행을 기다리던 자들은 그를 바라본다. 반면 환담에 취해, 시끄러운 이곳의 분위기에 취해 저마다의 테이블의 분위기에 취한 자들도 있었다. 그중에 요리미츠의 분류를 정하자면 그 어느것도 아닌 소음의 숲에서 쉬고자 하는 외톨이 쪽에 가까웠다. 등에 매달린 큼지막한 태도를 흘낏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상당히 큰 키가 주목을 더 끈 것 같지만, 이러한 시선을 받는것도 그에겐 하루이틀이 아니다. 여관장이 있는 바 앞에 앉자 터프하다는 인상을 주는 수염이 인상깊은 주인장의 인사말이 들려왔다.
- 이것참, 덩치가 큰 선생이구만, 대실이요? 아니면 그저 먹고 떠나는 쪽이요?
요리미츠는 대답대신 품안에서 세련되 보이는 수통을 꺼내곤 자연스레 따서 벌컥벌컥 마신다. 뚜껑을 열자마자 주위에 퍼지는 술냄새로 미루어보아 저안에 든 것은 필시 왠만한 술고래도 뒷걸음질 칠 물건일테지 하면서 주인장은 피식 웃었다. 한모금 목을 축이고 나서야 요리미츠는 담백한 저음으로 이야기했다.
"감자 스튜 하나에... 그래 적당한 고기류 하나를 부탁하지, 그리고.."
요리미츠는 다시 한번 술을 한 번 마시곤 이야기했다.
"이삼일치 돈을 낼테니 방을 하나."
그렇게까지 말하고 나서 요리미츠는 품에서 돈을 테이블위에 올려두더니 또 다시 술을 마신다. 그러자, 주인장은 한숨을 쉬며 열쇠 하나와 물 한잔을 그에게 건내곤 이야기했다. 정말 그의 눈엔 요리미츠가 그저 흔한 술 주정뱅이 나그네로 보였던듯 했다.
- 2층 제일 안쪽 방이요. 것참 주정뱅이인것도 정도가 있지 그 수통의 술,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냄새 맡는걸로도 코가 비뚤어 지겠슈, 제발 선생 사고 치지 말고 이거라도 마셔서 취하지 않게 하쇼.
주인장이 건낸 물잔을 뚫어져라 쳐다 보던 요리미츠는 미소를 지으며 그 물을 원샷 했다. 그러더니 약간 어이 없다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이 내가 술이 길지 못한걸로 보이나? 나는 술에 먹히진 않아, 술을 삼키지. 주인장 걱정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살면서 딱 한 번 취했다. 그래, 딱 한 번 그 정도면 충분하지. 걱정일랑 하지말고 시킨거나 가져다 주게"
이야기하자면 그 이후로 난 계속 취해있다....딱히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다.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모든 걸 말할필요는 없다 생각한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곤 주인장에게 식사를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