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e. 1 8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이 정도로 실망하긴 이르다. 분명 농담이지만, 무시할 수 없을만치 뼈가 담긴 모양새다. 글쎄, 어떡할까. 긴 머리끝을 손가락에 베베 감으며, 레이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는 걸로 할까?"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가볍게 응수한다. 그러나 사실, 레이나는 그녀가 정말 츠카사에게 실망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 정말 나쁜 사람은 아주 드물고 희귀하다. 츠카사 역시 좋은 사람-좋은 친구라고 빋고 있는 것이다. 혹여 그녀가 상처받을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것이 츠카사의 진심은 아닐 것이다. 이 긍정적인 사고는 어쩌면 한번도 미움받아 본 적 없는 소녀의 기만인 지도 몰랐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 거절하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겠지?"
잘 지냈을까, 그러지 못했을까. 어느쪽이든 츠카사가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수업도 끝났고, 레이나도 오늘만큼은 여유로운 참이었다. 따뜻한 곳에 가서 더 대화나 나누자. 사실 레이나의 취향은 차 그 자체보다는 티타임 특유의 몽글한 분위기와 달짝지근한 다과였지만, 그런 디테일 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을 테다. 자, 가십시다. 레이나는 빙글 웃으며 에스코트 해달란 듯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과거를 되짚어보자. 맨 처음에 멈뭄멈뭄멈뭄미신, 이라는 신이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했고, 음료인줄 알았던 것은 인외가 마시면 취하는 술이었고, 그걸 마시고 나서 무지개를 토하고, 발음이 제멋대로 바뀌고, 이젠 복슬복슬하고 작은 강아지가 되었다니. 아무리 자신이라도 이건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베아트리스가 분명 또 편지를 보낼게 뻔하지 않던가.
일단은, 이 쓰다듬는 손길부터 어떻게 해야겠는데.
간신히 학생들에게서 벗어난 가베는 하도 쓰다듬어 제 털이 흑색이 된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정전기가 뻗친 털을 정리하기 위해 몸을 털고 제 앞발을 하나 들어 개가 된 자신의 외형을 떠올리려 애썼다. 어떻게 생긴 개지? 일단 세상이 너무 넓어보이니 큰 개는 아니다. 대충 소형견이겠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흰색 털뭉치가 되어버린 가베는 이리저리 그 작은 몸을 이끌고 뽈뽈 걸어다녔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마자 폴짝폴짝 뛰어 누군가를 향해 그 앙칼진 울음소리로 짖어대는 것 이었다.
"왕! 왕왕!!"
히노키의 주변을 마구 폴짝거리며 짖는 솜사탕...아니, 포메라니안의 눈은 연두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벌써부터 복잡하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니까. 난 지금 우리의 관계가 꽤 괜찮다고 생각하거든? 당분간은 이대로 지속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살풋히 눈웃음 지었다. 그나저나 복도에서 마주친거면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인었던 걸까? 츠카사 역시 오늘 시간표가 꽤나 빡빡한 편이었지만 어차피 성적으로 진로를 정할 것도 아니고, 가문에서 정해진 길을 걸어갈게 뻔했기에 크게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래도 4학년으로 올라오고 백호기숙사의 4학년 대표라는 감투를 쓴 이후엔 조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지금은 예전과 다름없이 성적을 던지고있는 중이다. 애초에 자기자신이 뭘 어떻게 노력하든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없을거란 사실을 잘 알고있던 츠카사로선 성적이나, 수업에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혹시 거절하려고 했었어? 하지만 이걸 어째~ 네가 거절해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이었거든. 애초에 너한테 선택권은 없었는걸~"
승낙해준걸로 봐선 꽤나 시간이 여유로운 모양이다. 복도를 지나쳐 대충 정원을 돌아보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잠을 청할 생각이었는데. 이래선 잠은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서로 기숙사가 달랐기에, 기숙사 휴게실에서 티타임을 가지기엔 무리가 있을테고. 어디 괜찮은 장소 없을까? 잠시 고민하던 츠카사는 제 앞에 내밀어진 그녀의 새하얀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씨익 웃으며 마주 잡아버렸다.
"우리가 티타임을 가지기에 적당한 장소가 어디 있을까? 레이나쨩만 알고있는 비밀장소 라던가~ 이런 곳 없어? "
일단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잠시 백호 기숙사에 들렀다 갈까? 작게 덧붙이곤 자리를 옮기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냈다.다과는 무얼 준비하는게 좋을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적당한게 떠오르지 않았다. 난 늘 그랫듯이 모찌류가 좋은데. 그녀를 위해 케잌이나, 다른 디저트류도 준비해줘야 하나? 어렵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