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엘주: 그래도 셉터는 얻었다! 는 것입니다. 음음.. 사실 옥좌와 왕관은 안에서 셉터는 밖에서 현상이나마 유지를 위해 돌리는 거라서 그렇지만.. 타미엘-TO: 너무 긴데요..(본인 키보다 훨씬 김) 게다가 무겁고요..(질질 끌고다닌다)(쓸데없이 예리함) 타미엘주: 그거 무게랑 길이조절 되는데.. 타미엘-TO:....기억 동기화가 망했어요.. 타미엘주: 감정 동기화가 더 망했지만...
연말이 지나가기 전에 우리의 얘기를 끝내야 할 것 같아, 퇴근 후 프레이와 리키를 내 집으로 불렀다.
퇴원하고 마냥 놀기만 하던 건 아닌지 바쁜데 왜 부르냐며 툴툴거리길래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했더니 둘 다 입을 다문다. 그들의 여권도 여비도 내가 가지고 있으니 둘은 저대로 쫓겨나면 갈 곳이 없었다.
그렇게 불만을 잠재우고 본론에 들어간다. 어쩌면 우리 셋의 관계가 오늘로써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른 결말을 짓는 이야기를.
긴 얘기가 될 것 같아 각자의 앞에 마실 것 하나씩 두고 식탁에 따로 앉았다. 분위기만 좋았다면 좋은 그림이 되었을텐데. 애석하게도 나나 그들이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분명 이 자리의 끝을 예감하고 있어서 그렇겠지.
"바쁜 연말에 뭘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바쁜 거 지나가고 하자니까." "연말이니까 그래. 이왕이면 깔끔하게 마무리 하고 싶거든." "그런 생각이라면 뭐. 대신 오늘로 정말 끝내기다. 밤을 새더라도."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어. 자, 그럼 누구부터 얘기할래?" "......" "......"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했는지 프레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말을 시작으로 몇마디 나눈 다음 말 좀 해보라고 하니 둘 다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문다. 니들이 그럼 그렇지. 쯧. 혀를 한번 차고 내가 먼저 말했다.
"그렇게 미뤄봤자 차례가 안 오는 것도 아니라는 거 둘 다 기억해 둬." "알았으니까 말이나 해." "하고 있으니까 닥치고 들어. 일단 나는, 내가 아마 대부분의 진상을 알아냈다고 생각해. 라하트 부부 죽음의 진실, 튜브로즈에서 아마란토, 우리 셋의 관계..."
나는 잠자코 내가 그동안 알아온 모든 것들을 얘기했다. 그들은 내 말을 막거나 자르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 아니, 중간에 의문을 표하기는 했으나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내 얘기만을 계속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돈과 인력을 써서 알아낸 모든 것을.
"뭐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모든 일의 근원으로 보이는 라하트 부부의 사건부터 시작했어. 당시 내가 스물셋이었으니까, 벌써 20년이나 지난 일을 찾는 건 만만치 않더라고. 찾으면서 새삼 그런 생각도 들었지. 아,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구나... 뭐 그건 각설하고. 프레이. 넌 내게 네가 그들을 죽였다고 말했지. 네 능력으로 무대장치, 그러니까 조명을 떨어뜨려서 그랬다고. 하지만 내가 알아본 건 달랐어. 그 날 무대장치가 떨어진 건 설비의 부실함에 더해 다른 사람의 손이 보태어진 일이었어. 어떻게 알았냐면, 내가 그 범인을 만나봤으니까.
범인은 당시 라하트 부부의 회사에서 잘린 지 얼마 안 된 말단직원이었어. 그는 내게 처음엔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했지. 원망스럽긴 했지만 죽일 생각까지는 못 했다고. 그럼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어떤 남자가 찾아와서 조금만 도와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했다는 거야. 회사에서 잘려 무일푼이던 그에게 얼마나 솔깃한 제안이었을까. 눈 앞에서 보여준 돈을 보고 그는 그래도 고민을 좀 했대. 아무리 그래도 죽이는 건 역시 꺼려졌을테니까. 그런 그에게 남자는 직접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절대 잡힐 일 없을 거라며 설득했고, 결국 그 말과 돈에 넘어간 그는 남자가 시킨 일을 했어.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야. 스태프인 척 무대 뒤로 들어가서 조명을 움직이는 조정간의 위치를 비틀어 놓는 것. 그것이 남자가 시킨 일이었어. 그렇게 그가 건드린 단 한번으로 조명기구가 어긋났고 애초에 부실했던 시설이 무너져 무대 위 라하트 부부를 덮친 거지. 사고가 일어난 후엔 그도 놀랐다더라. 설마 그렇게 쉽게 무너질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테니까. 안 그래, 리키?"
"......" "리키는 왜...?"
"사건 후 조사 결과를 모종의 방법으로 빼내서 봤는데, 거기엔 익스파로 인한 흔적이 어디에도 없었어. 정말로 부실 공사로 인한 흔적 뿐이었지. 프레이의 능력이 작용했다면 어디 한군데라도 인위적인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했어. 믿기 어려운 결과였지만 그게 현실이었지. 그리고 거기서부터 의문이 들더군. 왜 프레이는 이 사건을 자신이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꽤 쉽게 찾을 수 있었어. 무대 사건 때 얽혔던 그가 그 남자의 이름을 가르쳐줬거든. 그 이름을 중심으로 조사를 시작하니 참 재밌는 사실들이 줄줄 쏟아져 나오더라. 내가 원했던 것들의 거의 전부가 거기서 나왔어. 다 알고나니까 일부러 그쪽에서 정보를 흘린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 때는 이미 조사가 끝난 후였지.
그 남자는 어느 범죄조직에 속한 사람으로 조사할 당시엔 2대에 걸쳐 보스를 모시는 자리에 있더군. 그가 모신 사람들은 부자 관계인 사람들로 둘의 이름이 같은 것이 특징이었지... 나이로 보아 20대에 첫 주인을 섬기고 40 초반쯤 두번째 주인을 모셨던 것 같아. 그런데 그 두번째 주인이 보스 자리에 앉기 전에, 그러니까 첫 주인 다음에 누가 보스 자리에 있었더라고? 그게 누굴까 했더니 이게 또 재밌대. 카르트 H. 라하트. 훗날 자회사 창립기념식에서 죽은 그 사람이 사실 그런 조직의 보스였던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은 내 아버지이자 프레이의 아버지였지.
내 아버지는 전대 보스를 계략에 빠뜨려 사고사로 죽인 뒤 그 자리에 앉았어. 그 때 죽은 보스가 그 남자의 첫 주인이었던 거고. 당시 전대 보스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다고 했어. 그 아들은 전대 보스가 죽음과 동시에 도망쳐 소재가 불분명해졌다가, 아버지가 사고사한 뒤 타이밍 좋게 나타나 조직을 휘어잡았다고 해. 그 일련의 일을 어린애 혼자서 했을 리는 없겠지. 그 도우미가 그 남자였던 거야. 하지만 그 남자는 어디까지나 도우미일 뿐이었어. 모든 지시는 그가 모시던 작은 주인에게서 나왔지. 첫 주인을 빼다 박은 듯 닮은 야욕덩어리 작은 주인으로부터.
자, 이쯤 되면 너도 할 말이 좀 있지 않아, 리키? 언제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입 다물고 있을 거야?"
나는 웃는 얼굴로 리키를 쏘아보았다. 프레이는 내 얘기에 넋이 나간 듯 가만히 있었고, 리키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받으며 묵묵히 있었다. 짧은 침묵 후 리키가 입을 열었다.
"훌륭하군. 반푼이 오라비에 비하면 넌 아주 완벽하게 네 아버지 피를 이었어. 사실을 아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저 녀석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오히려 오싹할 정도야." "칭찬으로 듣지. 그래서 할 말은 그것 뿐?" "그럴 리가. 그 전에 네가 알아낸 것이 더 있지 않나? 고작 그 정도를 가지고 우리를 마주한 건 아닐 테니."
내 심중을 짚는 말에 내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뱀 같은 인간. 나는 식은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다른 것을 얘기했다.
"사건과 조직에 대한 것을 조사하던 중, 나는 아버지에게 내 어머니 이전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어. 그 여자가 임신 중일 때 집안도 권력도 좋았던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났고, 인성쓰레기던 아버지는 단박에 여자를 갈아치웠지. 태생부터 별 볼일 없던 전 여자는 그대로 뒷골목 사창가에 흘러들어가 출산하고, 10년도 못 살고 비참하게 생을 마무리 했다, 그게 정보의 전부였어. 그런데 좀 이상하더라. 정보 어디에도 그녀가 출산했다는 아이에 대한 건 없었어. 그냥 낳았다는 것 외엔. 그래서 나는 그 부분도 파고들었어. 어쩌면 그 아이도 이용당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그 바닥 인생이란게 그런 거니까. 참 힘들었어. 출생신고도 안 되어있어서 쫓을 실마리가 없었거든.
거기서 나는 한가지 가설을 떠올렸어.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당시 아마란토의 젊은 보스 옆엔 조직원도 아닌 사람이 어릴 때부터 같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가 아닐까. 내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그들은 연결이 있었던 거 아닐까. 나는 지체 없이 조사를 속행했고 결과는 예상대로였지. 조직 아마란토의 현 보스 리케니스의 친우, 프라이에라 라하트는 전대 보스 카르트의 첫 자식이자 내 의붓남매라는 사실을 그렇게 알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