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것.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을 꼽는다면 사랑이라고 감히 단언하겠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타미엘. 사랑하는 타미엘. 증오하는 타미엘. 얻었어요. 조금 거친 방법을 쓰기는 했지만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얻었습니다.(다른 정상적 감상의 사람들이 본다면 전혀 아니라 하겠지만 에드워드는 이미 애증과 집착에 젖어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에드워드의 기분 지수는 100을 넘을 것이 분명했답니다. 영원히 타미엘과 함께 있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했으니까요. 마트나 그런 데도 한번은 가는 게 필요했지요.
"뼈톱...은 있으니까 패스. 전동드릴 등.." "으음.. 새장을 수리해서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요.." 겉으로만 보기에는 그저 공구를 쇼핑하러 온 키 큰 외국인일 뿐이었지만요. 자신이 직접 요리할(그리고 타미엘이랑 알콩달콩 먹을) 식자재를 품에 안고 에드워드는 그것들을 자동차에 내려놓으려다가. 자동차 키를 마트에 놓아뒀다는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냉철하게 생각해서 트렁크를 열어 식자재를 놓고는 마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답니다.그리고 분명 마지막까지 자신이 키를 가지고 있던 것이 확인되었던 장소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사람이 많은 장소는 필연적으로 시끄럽고 어지러워, 오랫동안 머무르다 보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아실리아와 같은 케이스의 사람이 이런 곳을 기피하고 꺼려하며, 되도록이면 들르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허나, 사람이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생길 때도 있는 법이다. 이를테면 어머니의 몸이 편찮으셔서 부득이하게 대신 저녁 찬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라던가. 하여간, 평소라면 근무 때를 제외하고 혼자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한 아실리아가 혼자 마트에 장을 보러 나오는 일은 지극히도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역시는 역시라고, 수 많은 사람들이 내는 소음과 그에 비례하여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소리는 아실리아의 신경을 잔뜩 예민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지.
그러던 도중, 미간을 누르며 두통을 가라앉히던 아실리아의 시야에 어떤 사람이 들어왔다. 너무 눈에 띄는 사람이네. 그것이 연신 바닥을 훑어보며 서성거리는 한 외국인 남성을 보고 아실리아가 내린 총평이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식품 코너에서도 몇 번이고 제 근처를 지나쳐갔던 사람이었지. 아실리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외국인 남성의 모습을 잠시간 응시하다가 이내 바닥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찾고 있는 걸까.
" .....? "
아, 설마 이건가. 곧 아실리아는 근처 바닥에 다소 생뚱맞게 떨어져있는 자동차 키를 집어들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곤 다시 예의 그 남성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에게로 걸어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몇 바퀴째가 되니 슬슬 기분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답니다. 물론 집에 들어가면 금방 기분이 업 되어버릴 것이지만요. 하지만. 내뱉은 말 중 몇 개는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렇지만 곧 그 예쁜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올 생각으로 버티는 중이었답니다. 하지만 금방 지쳤답니다. 하..사진 보면서라도 찾아야 하려나요?
"Jeg kan virkelig ikke finne den. Hvordan gjøre det" 에드워드는 정말 찾을 수가 없네.. 라는 둥 중얼거리고는 느릿하게 다른 어딘가에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쳐다보려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사람을 보았답니다.
나름대로 타미엘의 동선을 조사했긴 하지만, 동료같은 걸 조사하진 못했으니까요. 미묘한 경계심조차 없다는 듯 아실리아를 내려다보던 에드워드는 어쩌지요. 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동차 키를 잃어버려서 잠깐 들러보던 중이었네요. 라고 난감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아실리아에게
한참 만지작대고 있으니 고개를 슬쩍 든 유안의 눈이 보인다.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따라 더 피곤해보이는 그 삼백안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희안한 감상이란다. 그런가? 난 그냥 느끼는대로 말한 것 뿐인데.
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자동적으로 내 손도 그의 머리에서 떨어진다. 그대로 손을 거두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마주본다. 옆눈으로 바라보는게 꼭 뭐랑 닮았는데...그 뭐더라...음... 혼자 고민하는 사이 유안이 아까 하지 않은 부가설명을 말했고 나는 반쯤 흘려듣다가 아, 하고 깨달았단 표정을 지었다.
"너 꼭 고양이 같아. 응. 아 맞아. 그런 느낌이었어."
아 이제 생각났네. 뭔가 시원해진 느낌에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웃곤 다시 유안을 보았다.
"그래서, 사람을 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왜 이쪽 일을 하는거야? 사람 만나는게 싫으면 프리랜서라도 하면서 딱 살만큼만 벌어먹어도 될 텐데."
그러면 그렇게 돈이 많이 필요할 일도 없잖아. 그렇게 대꾸한 나는 다시 손을 뻗어 이번엔 그의 볼을 톡톡 건드렸다. 말랑말랑 귀여워...!
자동차 키 같은 거 보셨나요. 하고 묻는 말에 아실리아는 방금 전에 주운 자동차 키를 내밀려다가, 문득 느껴지는 지나칠 정도로 짙은 약 냄새에 움찔하여 에드워드를 돌아보았다. 뭐지, 이 냄새는. 그에 잠깐 멈칫하고 에드워드를 빤히 쳐다보던 아실리아는 이내 천천히 자신이 주운 자동차 키를 에드워드에게 건네었다.
" 자동차, 키.. 라면. 이게, 맞나요? "
주인 잃은 물건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것 뿐인데도, 어딘가 찜찜하고 꺼림칙했더랬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단순히 예민해진 제 기분을 탓하며 애써 이유모를 불길함을 감추는 것에서 그쳤다. 마냥 찜찜하기만 한 기분은 갈 곳을 잃고 허공을 헤메인다.
정말로 짙은 약 냄새. 코트에 잔뜩 묻혀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그렇지만 이 코트는 그야말로 역전이니까요. 절대 버리기는 어렵죠. 부드러운 표정과 얼굴 안에 가려진 그 감정들을 억지로 숨겨내고는
아실리아가 건네는 자동차 키에 약간 전구가 켜진 듯한 표정을 지으려 합니다.
"앗. 감사합니다. 자동차 키 없으면 조금 접근하기 불편한 곳에 집이 있어서요." 자동차 없었으면 걸어서 몇 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무거운 짐을 안고 걸어가야 했었다고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그건 사실이긴 하지만요. 나는 불편하기만 할 뿐이었지만. 길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잘 모를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씩 웃으면서 감사의 표시로 차라도 한 잔 사드려도 될까요? 라고 물어보려고 합니다. 저기에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라도요? 라고 가볍게 흘깃 시선을 줍니다. 그렇지만. 묘하게 날카로운 기분이 들지도요?
에드워드와 몇 마디 말을 나누면서 아실리아는 어딘가 상당히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히 호의적인 느낌은 아니었지. 사실 겉으로만 보면 모로 보나 지극히 평범한 대화의 흐름이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준 사람과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는 사람 사이에서 오갈법한, 지극히 기본적이고 지적할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는 담백한 대화의 흐름. 하지만, 어째서인지 위화감이 들었다. 아니, 위화감만 들었으면 차라리 다행이었겠지. 옷에서 풍기는 약 냄새나, 자기 감정을 되도록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짓는 전형적인 표정. 뭐, 이건 억측일지도 모르겠지만 좌우간에 여러모로 수상쩍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아실리아는 재빠르게 제 생각을 재고했다.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단순히 예민해진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아.
" ...차, 요. "
잠시 말을 얼버무리던 아실리아는 흐음. 하고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 여기선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좋을까, 따위의 생각으로 부쩍 더 예민해진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여기서 이 제안을 거절하면 그냥 그대로 끝나는 것이겠지. 한도 끝도 없는 괴상쩍은 느낌만 남긴 채로 말이야. 다시금 두통이 몰려와, 미간을 한번 더 꾸욱 눌렀다.
"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부러 멀쩡하다는 얼굴로 대답한 아실리아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임으로서 에드워드의 제안을 수락했다.
에드워드는 사랑이란 참으로 진실되고 신성한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본인 스스로의 그 사랑의 김정은 그것을 부정하는 모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바깥이 추운 날씨인 것도 한몫했다) 카페를 향해 가면서 아실리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습니다.
"호의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네요." 차 키를 찾아서 운이 좋은 건지. 누군가가 찾아주었다는 것이 운이 좋지 않은 건지. 라는 에드워드의 생각을 아실리아가 지금은 모르겠지만. 에드워드는 그녀에게 몇 가지의 아주 정석적인 말들을 걸고 있었습니다. 커피는 마실 때보단 쏟을 때 잠이 막 깨더라고요. 라는 말이라던가. 혹은 좋아하시는 차 종류라던가 있으신가요? 라는 느낌.
하지만 그 말이랑 눈빛 등에서 나는 느낌은 절대 호의만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빨리 의무적으로 보상을 해치운 다음 가야 한다. 라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초기라서 미숙할 뿐이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여유로워지겠지요. 약 냄새도 곧 빠지겠지요.
그리고 일단 정주행을 좀 하고 왔는데... 일단 인사가 한번 씹힌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음... 이 부분에 대해서 다들 주의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물론 일상 때문에 못 봤을지도 모르지만...그래도 그 와중에 헤세드주가 오니까 인사를 한 것도 있고... 결론은 그겁니다. 이런 작은 것이 소외감으로 번지게 됩니다. 다들 주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