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히 반복되는 것 같던 일상이 아주 천천히 틀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은 매일 아침 8시 32분에 지나가 골목 저편으로 지나가던 차가 처음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자전거와 받혔다. 난 저 자전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안다. 오후 2시 25분에 빵집에서 빵을 사고 돌아가는 자전거다.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벌어지고 있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던 나는 새로운 짓을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어김없이 정확히 7시 42분에 눈을 뜬 나는 화장실에 가는 것 대신, 책상에 앉았다. 벌써 어제와는 다른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첫번째 할 일은 자전거가 자동차에 치이기 전, 내가 그 자전거를 멈추게 하는 것. 씻고 나와보니 사건이 일어나기 2분 전이었다. 다급히 뛰어간 골목 저편에는, 눈에 익은 바구니가 달린 빨간색 자전거가 오고 있었다. '저거에 부딪히면 그냥 내가 죽을 거 같은데...?' 무서웠지만 영원히 23일에 갇혀있는 것보단 차라리 죽음이 낫다고 판단한 나는, 몸을 날려 자전거와 부딪혔다. 그러자 놀랍게도, 자동차는 골목을 지나치지 않고 다른 길을 갔다. 멀어지는 자동차의 뒷꽁무니를 확인하고 나서야 부딪힌 팔과 정강이 부분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넘어져있는 자세를 자각하게 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