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책 속에는 책벌레가 살고 있어서 귀를 기울이면 벌레들이 소곤대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이다. 20대 후반,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집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다루던 편집 일을 그만두고 조금은 홀가분하며 막막한 기분으로 말이다. 돌아가던 날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주변의 냄새가 평소보다 물씬 느껴졌다. 나는 양옥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비가 내리는 날의 적막감에 흠취하고 있었다. 빗 소리 사이로 소곤대는 소리, 타박대는 소리, 사람의 인기척이 드문드문 느껴졌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할머니의 오래된 서재 안쪽에서였다. 오래된 문 너머로 나무의 묵은 냄새가 물씬 느껴졌고 작은 인영이 시야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