ㅗ 나도 아이가 비하의 의도가 없다는 데 걸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의 아이면, 정말 어린 아이라는 말이라는 것 아니겠나. 그 정도의 아이에게는 악의가 있을 리가 없어.
ㅜ 악의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있군. 우리 혈통은 모두 그 뿌리가 되는 분으로부터 이름을 받아. 그 분은 우리 모두의 능력과 성격, 그리고 운명을 꿰뚫어보시고는 그에 걸맞는 이름을 주시는 분. 그러나 내가 받은 이름은, 알고보니 어떤 가장 사악한 태초의 악마의 이름이더군. ...내게 무엇을 바라신 걸까, 가끔 의문이 들어.
ㅗ 음... 악도 선도, 세계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존재예요. 그 개념은 단지 존재할 뿐,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힘으로 세계를 지탱하지요. 하지만 세계의 관념 상, 악마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강한데... 세계는 항상성을 갖추고 있지만, 극단까지 치닫게 될 경우엔 돌이킬 수 없게 될 수 있어요. 부디... 당신의 세계를 망치진 말아요.
ㅜ 균형 감각은, 완전히 갖추기 어려운 능력이에요... 섬세하게 다뤄야할 힘이니까요. 당신에게 균형은 어떤 의미인지요?
ㅗ여름의 술은 좋아하는 바이나, 보다시피 여는 지금 많이 허약한지라. 그러나 그 수영장은 참 흥미로운 형태로구나. 좋다, 그대의 초대에 응하도록 하지. 잠시만 기다리게나. ㅜ아, 미안하지만 근처에 의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아느냐? 매력적인 이로부터 합석을 권유받아서 말이지. 아무래도 옷이 물에 젖으면 곤란할테니 말이야. 사실은 그대도 같이 가자고 말하고싶지만... 역시, 초대자의 동의없인 곤란한걸까...
ㅗ .................. 돈을 벌고, 트로피를 전시하고, 명품을 사모으는 것처럼 사람을 옆에 두려 하니까 그런 거지... ...왜 굳이 그런 식으로 애인을 만드려는 거야? 이해를 못 하겠네... 히힛, 하긴, 나같은 커뮤력 바닥이 말해봤자 아무 설득력도 없나... 너처럼 가볍게 사랑하려는 애인은 금방 생길걸...? 응원할게... 응. 진심으로.
ㅜ ... 특촬, 스턴트맨인데. 전염병 사태 때문에 방영이 중단되었어... 15년만에 이렇게 길게 휴가 가져보는 것 같아...... ...... 그러니까, 백수, 아니야. 차라리 백수가 더 나을 정도의 몹쓸 인간인 건, 히힛, 맞지만... 그래도, 일은 한다고......
ㅗ 나는 그래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있지요. 사랑했던 만큼 그를 앗아간 세상을 증오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ㅜ 처음에는 죽음을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목숨보다 중요하다 생각한 것이 있기에 내려두었거늘… 삶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내가 기억하는 세월만 해도 수 백이 넘습니다. 그렇게 죽고 다시 살아가니… 길을 잃고야 말았습니다. 내 끝은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이런 삶을 버틸 수 있나요?
ㅗ 음... 나는 아니지만. 내 '원본'은 그런 삶을 살고 있어. 뭐... 사실 나도 '원본'과 기억을 강제로 공유하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았다면 살아온 격이지만. '내'가 버텼고, 버티고 살아오고는 있지. 그나마 내 쪽은 길이 항상 있었기에 길을 잃어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원본'도 나도 그런 '길'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겠지.
ㅜ 네가 만약 네 자신이 아니라, 사실 누군가의 복제인간이었다ㅡ 하는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면 어떨 것 같아? 혹은 네게 숨겨진 복제인간이 있다거나. 조금은 궁금해, 나도 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ㅗ (뭐야, 자신이 누군가와 그토록 친밀한 유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거야? 사람 사이의 일에 기대라니,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쓰는군. 누군가에게 돌아올 장소가 되어 준다니, 오만이야. 의지처가 되어 준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분명 질리거나 떠나버리겠지.) 그렇군요. 어쩐지 낭만적으로 들리네요. 당신이 말하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분명 힘이 날 거라 생각해요. 응원해요, 진심으로!
ㅜ (엇, 깜짝이야. 사람 놀라게 왜 이런 데 서 있는 거야? 기분 잡치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죠? 불쑥 튀어나오는 재주가 좋으신 것 같네요. (아차차..!) 아, 비꼬는 건 아니었어요! 진짜로 감탄한 거예요, 진짜로..!
ㅗ 본 것 같아. 그보다 무슨 일인데?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말이야. 그 애와의 관계를 말한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수도 있지.
ㅜ 강해져야 한다는 말은 너무 슬픈 말이지 않아? 해야만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사명이란 건 뭐길래 왜 나는 거기에 이끌리는 걸까. 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말 들어봤자 별 감흥은 없겠지. 혹시나 묵을 곳을 찾고 있다면 저쪽으로 쭉 가면 몇분안에 나폴리탄 마을이 나와. 다만 그곳에 금발의 어린아이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만약 본다면 절대 반응하지 말고 물레방아가 있는 곳을 제외한 아무 집이나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
ㅗ 마침 묵을 곳을 찾고 있던 참이야. ..너도 사명을 갖고 있구나. 지칠 때면 나도 이 길을 벗어나 모든 걸 놓아버리고 자유롭게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하지. 하지만 계속 상상을 이어 가, 그렇게 떠난 내가 지난 날의 선택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내가 선택한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이 덜 괴로울 것 같아. 그리고 가끔은 너처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 외롭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덜어 주니 계속 걸을 수 있지. 고마워.
ㅜ 또 누군가를 마주치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구나. 최근의 밤하늘은 어두워. 등불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할 정도야. 방금 전에 지나온 갈래길에서 맞는 방향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곧 마을이 나온다고 들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할 수는 있겠지. ..미안, 내가 너무 혼자 떠들었구나. 대화를 나누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라 들떠있었어. 잠시지만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ㅗ 별 일도 아닌걸요. 이런 사소한 일로 고마움을 느낀다면 몇 번이나 같이 있어 드릴 수도 있겠네요. 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말씀드리지만, 당신이 말했던 마을, 지금은 가지 않는 편이 좋을 거에요. 사건이 터져서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죠. 별 건 아닌 정보지만 꽤 도움이 되었을까요?
ㅜ 곤란한 일이 있으신가요? 그 어떤 일이라도 정성껏 들어드릴 수 있는데요. 보답? 그런 건 마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ㅗ ...응, 있어, 내게 그런 사람이. 난 아마 결코 그녀처럼 되지 못할거야. 그녀는 정말 타고난 메시아거든. 보답해주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녀의 곁에 끝까지 함께해주는 것 뿐이야.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난 내 남은 모든 인생을 다 바칠 수 있어. 정말 내가 공허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들을 질투하던 시기가 내게 있었는데, 이젠 그 시절이 기억도 안 날만큼 나를 바꾸어놓았지.
ㅜ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그 선은, 어디라고 생각해? 혹은,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이 인간이 되게 하는 그 선은 어디라고 생각해? 난 아직도 모르겠어, 태어날 때부터 나는 인간이 아니라 아이템이라고 다들 말해왔거든. 그녀는 내가 계속 인간이라고 하지만, 우리 관계의 본질 중 하나가 주인과 아이템의 관계라는 것도 변하지 않지.
ㅗ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인간이 아니라니, 당신은 말도 하고, 생각도 할 수 있고... 그리고 계속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서요! 그 사람 말고 당신이 만난 사람은 다 나쁜 사람들이었네요. 그런 사람들 말은 무시하세요! 참나, 사람을 보고 아이템이라니 도대체가...
ㅜ 오늘 수업도 진짜 최악이었어... (중얼대다 당신을 힐끗 본다) 아니, 학교는 정말 왜 다녀야 하는 거예요? 솔직히 배우는 내용도 다 쓸모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일하곤 관계도 없는데, 왜 억지로 등 떠밀려서 보기 싫은 얼굴들을 보면서 몇 년이나 낭비해야 하나- 그런 거예요. 이해가 가요?
ㅗ 학교는 사람의 기초적인 역량들을 키우는 곳이니까요. 당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권, 자유. 그것들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면 아마 꽤 힘든 과정을 통해 배워야 했을 겁니다. 물론 개개인에 맞춘 교육이 힘들고 때론 정부의 입맛대로 교육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만... 그렇기에 스스로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겠죠. 만약 지금의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드시 기억하는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어느새 당신이 싫어하던 어른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ㅜ 당신이 살던 곳은 어땠습니까. 만족스러웠나요? 저도 나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써보았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일에 치이고 돌아보니 크게 달라진 게 없더군요. 최근에는 어떤 회사에 들어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더욱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만들려는 연구입니다만 하다 보니 내가 정말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당신은 제가 옳은 일을 하는 것 같습니까? 예전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혁명을 일으키려던 집단을 비난했지만 이제는 그들과 제가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합니다.
ㅗ 내가 살던 곳도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았어. 거의 무법지대였지... 그래도 지금은 좋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있거든. 절망스러웠던 곳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잘 모르겠어. 당신이 옳은 일을 하는지... 그렇지만 아마도 그 일에는 끝이 있을테니까 응원해보도록 할게.
ㅜ 안녕? 가끔씩은 맑게 개인 하늘에 올라가 있고 싶어. 그곳은 소란스럽지 않아 보여서. 그쪽은 어때?
ㅗ 다른 것들보다, 하늘이 있다는 게 조금 부럽군. 탑 바깥에는 그런 게 있다는 전설을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거든. 탑을 나가 본 적도 없고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평생 어둡기만 한 건 아니지만... 나도 언젠가 보고 싶네, 진짜 하늘이란 거. 아무튼, 지금 내가 있는 세계를 말한다면... 뭐, 어린 애들이 좀 뛰어놀고 장난치는 내 영지 안이라면 나름 안전하고 아늑하지.
ㅜ 남성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게 그리 이상한가? 가끔, 조금 이상하게 보는 자들이 있어서 말이야.
ㅗ 취향존중이라는 것을 모르는 녀석들이 확실하군. /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괴상하게 바라보는 건 있지. 그렇다고 해도 네가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제 권리를 주장하다 보면- / 이상하게 보는 자들도 알아서 조용해지게 될 거야. 물론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 분명 변화가 일어날 거야. 위축되지 말고 자신 그대로 있다면─ 너를 인정해주는 녀석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해! / 너 자신은 그 누구도 아닌 너야. ──그러면 힘내줘.
ㅜ 요즘 말이야, 기록이라는 것 중에서 지상의 존재들이 일부러 어느 집단을 무너트리기 위한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는 걸 봤어. / 그건… 확실히 이상했어. 분명 같은 대지에서 자란 존재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신들과 같은 대지에서 자란 이들을 해치다니…. / 그래서 물어볼려고 하는데- 너희들이 살던 곳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었어? 아직 우리들은 깨어난 지 몇일도 안되서 말야. /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면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같은 대지에서 자란 이들을 해치는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건 아니겠...지? / 이렇게 우리는 아직 잘 모르는 게 많아. 모르면 모르는대로 좋아. 우리들의 고민이자 질문에 대답해주면 정말로 고마워─.
ㅗ 그런 일? 전쟁이야 어느 시대에나 나타나는 거 아닌가... 인간은 함께하고싶어하면서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이기적인 존재니까. 깨어난 지 며칠 안 된 것 치고는 말을 굉장히 잘하네. 너도 연구소에서 태어났니? 물론 인간은 확실히 이기적이지만 세상에는 분명 좋은 사람들이 있어. 그러니까 그러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냐는 질문은 보류. 이 세상은 따듯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곳이니까. 부디 이 험한 세상 잘 살아가길 바랄게.
ㅜ 춥지 않니? 이곳은 세상의 끝이자 파도가 얼어붙는 장소야. 이렇게 추운 곳이라면 시간도 기억도 모두 얼어버릴까 봐 내가 여기에 남아 지키고 있는 거야. 죄를 씻을 수 없기에 이곳에서 얼려버린 것이기도 하고. 비겁하지? 얼어붙은 건 떼어낼 수 없어. 계속 바라만 보는 거야. 많이 힘들다면 내 오두막에서 쉬었다 가. 이런 곳에서 무리했다간 객사하니까 말이지. 벽난로에 불만 때우면 금세 따듯해질 거야. 천장에 말린 풀때기가 있는데, 끓이면 먹을 만 해질 거야.
ㅗ 탑의 전사는...이정도로 굴하지 않,..!푸헤칫!! 이런...(당캐의 오두막으로 가 손에서 불을 만들어내 벽난로에 던진다)(곧 공간이 따스해진다) 이렇게 추운데서 넌 대체 뭐길래 지내고 있는거야? 나름 불에 강해서 이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는데, 젠장...(코를 훌쩍인다)
ㅜ 으... 추운데를 다녀왔더니, 설마 이 내가 감기에 걸린 건가. 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혼자 불평해대다 당캐를 발견한다) 어이 거기 너, 근처 약국이나 병원..(에취!) 어딘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