ㅗ여름의 술은 좋아하는 바이나, 보다시피 여는 지금 많이 허약한지라. 그러나 그 수영장은 참 흥미로운 형태로구나. 좋다, 그대의 초대에 응하도록 하지. 잠시만 기다리게나. ㅜ아, 미안하지만 근처에 의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아느냐? 매력적인 이로부터 합석을 권유받아서 말이지. 아무래도 옷이 물에 젖으면 곤란할테니 말이야. 사실은 그대도 같이 가자고 말하고싶지만... 역시, 초대자의 동의없인 곤란한걸까...
ㅗ .................. 돈을 벌고, 트로피를 전시하고, 명품을 사모으는 것처럼 사람을 옆에 두려 하니까 그런 거지... ...왜 굳이 그런 식으로 애인을 만드려는 거야? 이해를 못 하겠네... 히힛, 하긴, 나같은 커뮤력 바닥이 말해봤자 아무 설득력도 없나... 너처럼 가볍게 사랑하려는 애인은 금방 생길걸...? 응원할게... 응. 진심으로.
ㅜ ... 특촬, 스턴트맨인데. 전염병 사태 때문에 방영이 중단되었어... 15년만에 이렇게 길게 휴가 가져보는 것 같아...... ...... 그러니까, 백수, 아니야. 차라리 백수가 더 나을 정도의 몹쓸 인간인 건, 히힛, 맞지만... 그래도, 일은 한다고......
ㅗ 나는 그래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있지요. 사랑했던 만큼 그를 앗아간 세상을 증오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ㅜ 처음에는 죽음을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목숨보다 중요하다 생각한 것이 있기에 내려두었거늘… 삶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내가 기억하는 세월만 해도 수 백이 넘습니다. 그렇게 죽고 다시 살아가니… 길을 잃고야 말았습니다. 내 끝은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이런 삶을 버틸 수 있나요?
ㅗ 음... 나는 아니지만. 내 '원본'은 그런 삶을 살고 있어. 뭐... 사실 나도 '원본'과 기억을 강제로 공유하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았다면 살아온 격이지만. '내'가 버텼고, 버티고 살아오고는 있지. 그나마 내 쪽은 길이 항상 있었기에 길을 잃어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원본'도 나도 그런 '길'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겠지.
ㅜ 네가 만약 네 자신이 아니라, 사실 누군가의 복제인간이었다ㅡ 하는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면 어떨 것 같아? 혹은 네게 숨겨진 복제인간이 있다거나. 조금은 궁금해, 나도 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ㅗ (뭐야, 자신이 누군가와 그토록 친밀한 유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거야? 사람 사이의 일에 기대라니,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쓰는군. 누군가에게 돌아올 장소가 되어 준다니, 오만이야. 의지처가 되어 준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분명 질리거나 떠나버리겠지.) 그렇군요. 어쩐지 낭만적으로 들리네요. 당신이 말하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분명 힘이 날 거라 생각해요. 응원해요, 진심으로!
ㅜ (엇, 깜짝이야. 사람 놀라게 왜 이런 데 서 있는 거야? 기분 잡치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죠? 불쑥 튀어나오는 재주가 좋으신 것 같네요. (아차차..!) 아, 비꼬는 건 아니었어요! 진짜로 감탄한 거예요, 진짜로..!
ㅗ 본 것 같아. 그보다 무슨 일인데?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말이야. 그 애와의 관계를 말한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수도 있지.
ㅜ 강해져야 한다는 말은 너무 슬픈 말이지 않아? 해야만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사명이란 건 뭐길래 왜 나는 거기에 이끌리는 걸까. 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말 들어봤자 별 감흥은 없겠지. 혹시나 묵을 곳을 찾고 있다면 저쪽으로 쭉 가면 몇분안에 나폴리탄 마을이 나와. 다만 그곳에 금발의 어린아이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만약 본다면 절대 반응하지 말고 물레방아가 있는 곳을 제외한 아무 집이나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
ㅗ 마침 묵을 곳을 찾고 있던 참이야. ..너도 사명을 갖고 있구나. 지칠 때면 나도 이 길을 벗어나 모든 걸 놓아버리고 자유롭게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하지. 하지만 계속 상상을 이어 가, 그렇게 떠난 내가 지난 날의 선택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내가 선택한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이 덜 괴로울 것 같아. 그리고 가끔은 너처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 외롭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덜어 주니 계속 걸을 수 있지. 고마워.
ㅜ 또 누군가를 마주치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구나. 최근의 밤하늘은 어두워. 등불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할 정도야. 방금 전에 지나온 갈래길에서 맞는 방향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곧 마을이 나온다고 들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할 수는 있겠지. ..미안, 내가 너무 혼자 떠들었구나. 대화를 나누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라 들떠있었어. 잠시지만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ㅗ 별 일도 아닌걸요. 이런 사소한 일로 고마움을 느낀다면 몇 번이나 같이 있어 드릴 수도 있겠네요. 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말씀드리지만, 당신이 말했던 마을, 지금은 가지 않는 편이 좋을 거에요. 사건이 터져서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죠. 별 건 아닌 정보지만 꽤 도움이 되었을까요?
ㅜ 곤란한 일이 있으신가요? 그 어떤 일이라도 정성껏 들어드릴 수 있는데요. 보답? 그런 건 마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ㅗ ...응, 있어, 내게 그런 사람이. 난 아마 결코 그녀처럼 되지 못할거야. 그녀는 정말 타고난 메시아거든. 보답해주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녀의 곁에 끝까지 함께해주는 것 뿐이야.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난 내 남은 모든 인생을 다 바칠 수 있어. 정말 내가 공허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들을 질투하던 시기가 내게 있었는데, 이젠 그 시절이 기억도 안 날만큼 나를 바꾸어놓았지.
ㅜ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그 선은, 어디라고 생각해? 혹은,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이 인간이 되게 하는 그 선은 어디라고 생각해? 난 아직도 모르겠어, 태어날 때부터 나는 인간이 아니라 아이템이라고 다들 말해왔거든. 그녀는 내가 계속 인간이라고 하지만, 우리 관계의 본질 중 하나가 주인과 아이템의 관계라는 것도 변하지 않지.
ㅗ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인간이 아니라니, 당신은 말도 하고, 생각도 할 수 있고... 그리고 계속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서요! 그 사람 말고 당신이 만난 사람은 다 나쁜 사람들이었네요. 그런 사람들 말은 무시하세요! 참나, 사람을 보고 아이템이라니 도대체가...
ㅜ 오늘 수업도 진짜 최악이었어... (중얼대다 당신을 힐끗 본다) 아니, 학교는 정말 왜 다녀야 하는 거예요? 솔직히 배우는 내용도 다 쓸모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일하곤 관계도 없는데, 왜 억지로 등 떠밀려서 보기 싫은 얼굴들을 보면서 몇 년이나 낭비해야 하나- 그런 거예요. 이해가 가요?
ㅗ 학교는 사람의 기초적인 역량들을 키우는 곳이니까요. 당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권, 자유. 그것들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면 아마 꽤 힘든 과정을 통해 배워야 했을 겁니다. 물론 개개인에 맞춘 교육이 힘들고 때론 정부의 입맛대로 교육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만... 그렇기에 스스로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겠죠. 만약 지금의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드시 기억하는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어느새 당신이 싫어하던 어른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ㅜ 당신이 살던 곳은 어땠습니까. 만족스러웠나요? 저도 나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써보았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일에 치이고 돌아보니 크게 달라진 게 없더군요. 최근에는 어떤 회사에 들어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더욱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만들려는 연구입니다만 하다 보니 내가 정말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당신은 제가 옳은 일을 하는 것 같습니까? 예전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혁명을 일으키려던 집단을 비난했지만 이제는 그들과 제가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합니다.
ㅗ 내가 살던 곳도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았어. 거의 무법지대였지... 그래도 지금은 좋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있거든. 절망스러웠던 곳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잘 모르겠어. 당신이 옳은 일을 하는지... 그렇지만 아마도 그 일에는 끝이 있을테니까 응원해보도록 할게.
ㅜ 안녕? 가끔씩은 맑게 개인 하늘에 올라가 있고 싶어. 그곳은 소란스럽지 않아 보여서. 그쪽은 어때?
ㅗ 다른 것들보다, 하늘이 있다는 게 조금 부럽군. 탑 바깥에는 그런 게 있다는 전설을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거든. 탑을 나가 본 적도 없고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평생 어둡기만 한 건 아니지만... 나도 언젠가 보고 싶네, 진짜 하늘이란 거. 아무튼, 지금 내가 있는 세계를 말한다면... 뭐, 어린 애들이 좀 뛰어놀고 장난치는 내 영지 안이라면 나름 안전하고 아늑하지.
ㅜ 남성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게 그리 이상한가? 가끔, 조금 이상하게 보는 자들이 있어서 말이야.
ㅗ 취향존중이라는 것을 모르는 녀석들이 확실하군. /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괴상하게 바라보는 건 있지. 그렇다고 해도 네가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제 권리를 주장하다 보면- / 이상하게 보는 자들도 알아서 조용해지게 될 거야. 물론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 분명 변화가 일어날 거야. 위축되지 말고 자신 그대로 있다면─ 너를 인정해주는 녀석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해! / 너 자신은 그 누구도 아닌 너야. ──그러면 힘내줘.
ㅜ 요즘 말이야, 기록이라는 것 중에서 지상의 존재들이 일부러 어느 집단을 무너트리기 위한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는 걸 봤어. / 그건… 확실히 이상했어. 분명 같은 대지에서 자란 존재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신들과 같은 대지에서 자란 이들을 해치다니…. / 그래서 물어볼려고 하는데- 너희들이 살던 곳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었어? 아직 우리들은 깨어난 지 몇일도 안되서 말야. /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면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같은 대지에서 자란 이들을 해치는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건 아니겠...지? / 이렇게 우리는 아직 잘 모르는 게 많아. 모르면 모르는대로 좋아. 우리들의 고민이자 질문에 대답해주면 정말로 고마워─.
ㅗ 그런 일? 전쟁이야 어느 시대에나 나타나는 거 아닌가... 인간은 함께하고싶어하면서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이기적인 존재니까. 깨어난 지 며칠 안 된 것 치고는 말을 굉장히 잘하네. 너도 연구소에서 태어났니? 물론 인간은 확실히 이기적이지만 세상에는 분명 좋은 사람들이 있어. 그러니까 그러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냐는 질문은 보류. 이 세상은 따듯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곳이니까. 부디 이 험한 세상 잘 살아가길 바랄게.
ㅜ 춥지 않니? 이곳은 세상의 끝이자 파도가 얼어붙는 장소야. 이렇게 추운 곳이라면 시간도 기억도 모두 얼어버릴까 봐 내가 여기에 남아 지키고 있는 거야. 죄를 씻을 수 없기에 이곳에서 얼려버린 것이기도 하고. 비겁하지? 얼어붙은 건 떼어낼 수 없어. 계속 바라만 보는 거야. 많이 힘들다면 내 오두막에서 쉬었다 가. 이런 곳에서 무리했다간 객사하니까 말이지. 벽난로에 불만 때우면 금세 따듯해질 거야. 천장에 말린 풀때기가 있는데, 끓이면 먹을 만 해질 거야.
ㅗ 탑의 전사는...이정도로 굴하지 않,..!푸헤칫!! 이런...(당캐의 오두막으로 가 손에서 불을 만들어내 벽난로에 던진다)(곧 공간이 따스해진다) 이렇게 추운데서 넌 대체 뭐길래 지내고 있는거야? 나름 불에 강해서 이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는데, 젠장...(코를 훌쩍인다)
ㅜ 으... 추운데를 다녀왔더니, 설마 이 내가 감기에 걸린 건가. 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혼자 불평해대다 당캐를 발견한다) 어이 거기 너, 근처 약국이나 병원..(에취!) 어딘지 알아?
ㅗ조용한 거 좋지, 다만 좋아하는 이유가 좀 특이하긴 한데... 뭐, 세상엔 너 같은 사람도 있는 거겠지. 아, 나도 조용한 거 좋아해. 물론 시끄러운 것도 좋아하고. 둘 다 시간과 장소가 맞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야간비행인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걸. 그런 소리를 들으니 고요한 밤하늘 아래에서 도시의 야경과 어두운 바다를 한 번쯤은 보고싶어져. 언젠가 기회가 오면 좋겠다.
ㅜ좀 뜬금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사후세계 같은거 믿어? 천주교나 기독교, 불교같은 종교 상관 없이, 막말로 라노벨의 이세계전생이라도 좋아. 영혼이 되던 귀신이 되던, 아님 다른 무언가가 되던,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고 믿느냐는 거야. 죽음 뒤의 삶이라는 말도 좀 이상하긴 한데... 어쨌든간에.
ㅗ 응? 여자형제 비슷한 게 있긴 해. 별다른 감상은 없지만. 뭐 굳이 말하자면... 그래도 혼자인 것보단 좋은 것 같아. 우리는 정말 우리밖에 서로 의지할 상대가 없어서. ...아니, 아니지. 없었거든, 지금은 아니지만.
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어, 그리고 아마 마지막일 사람이. 그 사람과 잘 될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렇게 되먹었으니까. 그래도... 그 사람의, 그 애의 특별한 존재로서 남고 싶다는 욕심 정도는 있어. ...그 애의 특별한 존재를 질투했어.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를 오해하는 걸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았어. 그게... 내가 계속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비밀이야.
ㅗ ...그래서, 내게 고해성사라도 하는 건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더라면 하나를 끌어내리고 이간질할 게 아니라 네가 노력을 했었어야지. 그 욕심이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이었더라면, 너는 내게 고해성사할 필요도, 지금 나의 이런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었겠지. 지금이라도 알맞는 사람에게 제대로 다시 고백하고, 그 애의 또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어라. 뭐, 털어놓게된다면 너도 이미 그 애에게 그 애가 소중히 여기는 대상과의 사이를 망가뜨린 '특별한' 존재가 되겠지만.
ㅜ 나이를 적게 먹지도 않은 아이들인데, 요즘들어 이런저런 사고들을 일으키고 다니더군. 내가 그들을 입양해 주었으니, 그들이 그에 보답해 주어야 한다면서... 굳이 보답을 바라고 그 아이들을 품은 게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요즘, 많이 곤란해. 게다가 가장 큰 아이조차 그런 동생들을 말리기는 커녕 계속 동조하고 있으니...
ㅗ...그 마음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가 그 아이들 하나하나 마주보고 진심을 담아 설득해준다면 자신들도 자제하지 않을까 싶군. 나야 그들이 치는 것이 어떤 사고인지 모르니 말을 함부로 할 순 없다만... 오롯이 자네만을 위해 부엌을 뒤집어 엎거나 한 것이라면 귀엽게 봐주는 것이 좋겠지. 사랑을 거절하지 말게나.
ㅜ나는 그 아이가 제 또래를 만났으면 좋겠는데... 만나라는 또래는 안만나고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게 아니겠나? 9살 차이나는 언니가 뭐 좋다고.
ㅗ ...많이 싸워 보라. 이런 말 밖에 해줄 수 없겠군, 그대 같이 평범한 인간에게는. 나 역시 그러한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지. 강해지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싸워보면서, 강해질 이유도 함께 굳혀나가. 그것이 단순하면서도, 강해지기 가장 빠른 길이야.
ㅜ 이미 끝났을 수명을 억지로 늘려 살아가는 건, 역시 유쾌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어서 심신이 안식에 들고 싶다고 울부짖는걸, 이성과 의무 하나만으로 붙잡아야 하니.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건 마음에 걸리지만, 내가 키워낸 아이들이니 잘 해낼 거야. 그렇겠지?
ㅗ 그렇지요- 명줄 늘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심히 공감합니다. 저도 그 사람만 아니었음 이딴거 다 때려치울 것을... 그놈의 정이 뭐라고. 전 실핏줄이 그렇게 많은지 혈관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나서 처음 알았습니다. 특이점이 오긴 개뿔, 의학은 회복은 도와도 치료는 못 돕더라고요. 뭐. 아이들이야 원래 고생하면서 크는 거 아니겠습니까? 부모는 언제까지고 곁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죠. 요즘은 텔로미어 연장으로 자식 곁에서 평생 뒷바라지하는 부모도 있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스스로 자립하게 해주는 부모가 최고 아닙니까. 잘 해낼 겁니다. 물론 처음에 빨래하는 꼴을 보면 속 좀 터지시겠지만.
ㅜ 공무원이라고 하면 다 딱딱한 줄 아시는데. 사실 공무원도 사람이거든요! 이렇게! 저를 보면 얼마나 감성이 충만한가요. 물론 아래 직원들은 별로 재미없는 사람뿐이라 항상 행정종합실의 소금과 설탕을 바꿔 단조로운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선물하고 겸사겸사 독극물 대비 훈련도 시키고 있죠! 이렇게 일상을 훈련화 해야... 생존이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물론 행정종합실은 사무직이지만 저번 주에 오염객체가 직원을 모방해 침투했을 때 직원들이 "실장님의 X같은 훈련이 놀랍게도 도움이 됐다"라고 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가짜 바퀴벌레 모형 훈련도 진행 중입니다.
ㅗ유비무환이라, 확실히 좋은 말일세. 개인적으론 본인들의 의사도 존중해 주는게 좋다고 생각하네만... 자네도 만만치 않게 고생하고 있는 것 같고,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이 늙은이가 더 뭐라 할 수는 없겠지. 아, 그래. 코코아라도 한 잔 하고가지 않겠나? 몸이 힘들 땐 달달한 게 제일이지. 넉넉히 있으니 부하들 것까지 몇 개 더 챙겨가도 상관 없다네.
ㅜ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귀가 가장 먼저 먹을 거라고 생각했네. 하지만 가장 먼저 문제가 생긴 건 귀가 아니라 눈이었지. 그 뒤로도 망치가 무거워지고, 손가락히 헐렁해지는 등 여러가지 있었네만, 의외로 귀는 아직까지도 현역이라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그렇지 않은가? 이래서 사람은 앞일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네. 안 그럼 보청기가 몇 년째 먼지만 먹게 되거든. 혹시 자네는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가 있나? 있다면 들려줬으면 하네. 말년에 생긴 소소한 재미중 하나라서 말이야.
ㅗ 유달리 귀가 강하신가 봐요. 말씀하신 내용을 종합해보면 소음이 많이 나는 작업을 하신 것 같은데, 원래는 청각이 손상을 입기 쉬우니 오판이었다고 볼 순 없죠. 이야깃거리요? 코코아가 맛있네요. 저는 추운 지방에서 살 때가 있었는데, 따듯한 걸 많이 마시곤 했죠. 차를 또 좋아하거든요. 가끔 마을로 내려가면 유일하게 구매하던 기호식품이었어요. 거기로 가서는 술도 끊었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적적하게 홀로 떨어져 사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만 전 조용해서 좋았어요. 은퇴하면 조용하고 그림같은 곳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어쩌다 거길 갔는지도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더 이야기해 드릴까요?
ㅜ 치열하게 살던 사람일수록 은퇴하고 나면 힘을 빼고 싶어지는 법이죠. 아닌 사람도 있지만요. 은퇴하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깊은 물에 머리를 담갔다가 뺀 기분이네요. 혼미하고 뭘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거의 유배당한 거였지만 이제는 쫓아낸 사람들도 망해버렸는데, 어쩔까요. 다시 움직여볼까요? 아님 하던대로 소일거리나 하면서 전쟁이 나도 아무도 안 노릴 곳에서 평화롭게 살까요. 질문이 부담되시다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만 말해주셔도 괜찮아요. 타인의 의견은 때로 새로운 영감을 주니까요.
ㅗ 답이 없으니 어려운 문제네요. 사람의 행복이라는 건 각자 다 다르잖아요. 어느 쪽이 당신에게는 더 행복한지... 묻는 건 의미가 없겠죠. 당신도 그 행복을 저울질할 수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걸 테니까요. 저였더라면... 아마도,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았을 거에요. 그 사람들의 행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요. 왜냐하면... 제 행복은 그들의 행복에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