ㅗ (충전기를 집어 들며)이건… 다른 세계의 물건이네요. 이런 게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기념품이 되겠어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네요.
ㅜ 음… 보답…해야겠죠…? 다른 세계의 물건이 있었다는 건 곧 다른 세계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렇다면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낮은 물건을 두고 가는 게…(생각을 하는 듯 한참을 중얼거린다. 그러다 곧 품에 안고 있던 곰인형을 자리에 내려두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다룰 수 있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귀여움'은 충분한 가치일 테니까요. 최고의 인형 제작자인 내 곰인형은 완벽하니까.
ㅗ …모르는 공간에, 수상할 정도로 고풍스러운 수첩이라…. 이런 엇갈림은 또 처음이구나. 하긴, 그 두 인간 녀석과 얽힌 이후로 예상치 못한 상황은 자주 있었으니 그리 이상할 건 없지. 의심스럽지만, 그렇다고 피할 이유도 없구나. (수첩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다) 호오… 다른 세계의 기행인가. 함정이 아닌 선물이었던 모양이야.
ㅜ 바란 것은 아니나, 선물을 받은 이상 보답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그럼 무엇을 주는 게 좋을까…(고민하는 듯 한참 가만히 서 있다가 품에서 은으로 된 반지 한 쌍을 꺼내 내려둔다.) 은은 예로부터 악을 배척하는 의미를 품어 신성을 담는 그릇으로 쓰였지. 자그마한 행복을 부르는 사소한 축복일 뿐이나, 보답으론 나쁘니 않을 터.
ㅗ 은, 그것도 한쌍의 은반지라. 그이도, 이런 자그마한 반지를 끼고있었는데. 역시, 마족들은 다 죽여야겠네. 이 공간은 결계마법의 일종인걸까?
ㅜ 누구건지도 모르고, 왜 놓여져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덕분에 희석될뻔한 목표를 다시 아로새겨줬으니 보상을 해야겠네. (강력한 중력마법으로 인해 극한으로 압축된 구슬크기의 운철을 놓아둔다) 무중력 부여마법 덕분에 무겁진 않을테고, 마력도 끊임없이 생산하는 아티펙트니까 최소한 마법사한텐 쓸모있겠지. 잘 있어. 정체모를 공간아.
ㅗ 처음 보는 형태의 금속 장식이라… 무엇의 상징인지 조사하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 되겠어. 구성이 꽤 독특하니 추적하는 데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ㅜ 이런 의도치 않은 수확은 보통 대가가 있지. 추측하자면… 물물교환일까? 그렇다면 나도 재미있는 걸 하나 남기는 게 좋겠지. (들고 있던 주머니에서 한 손에는 새장,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든 여성의 모습을 한 조각상을 꺼낸다.) 가져가는 이에게 과연 저주가 깃들까, 축복이 깃들까?
ㅗ 아니, 어디에 쓰면 좋을 지 모르는 열쇠 같은 거 가지고 있어봤자…. 뭐, 기념으로 하나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뭣하면 중고로 파는 것도 가능하고! (청동 열쇠 한 손에 쥐고 코트 주머니 깊게 그 손을 찔러넣었다.)
ㅜ (그랬더니, 무언가 손등에 닿았다. …어라? 주머니에 뭐 넣어놨던가. 열쇠를 놓고 손등에 닿은 물건을 집어 꺼내자, 언젠가 사고 잊어버렸던 새 연필과 구깃한 영수증이 하나씩 있었다.) 우왓, 이런 거 샀던가… 라니, 엑, 700엔!? 연필 한 자루에 700엔이나 되는 걸 왜 샀었지!? 게다가 연필은 이미 집에 산더미처럼 많은데…. 뭐, 이렇게 된 거 나도 여기 두고 가야겠다. 나 같은 거 말고 좋은 새 주인 만나라~ (꾸깃한 영수증 펼치고 그 위에 연필 툭 올려놓곤 손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고 떠난다.)
ㅗ ㅡ뭐라 적혀있는거야? 「이공간의 방안에서 X는 연필과 영수증을 득템했다. X는 익숙한 형태의 연필은 바닥에 그대로 두고는 영수증만 챙겼다. X는 영수증에 흥미가 더 가는듯 하다. 종이의 질감, 잉크의 인쇄된 정교한 모양세, 700이라 표기된 숫자 앞의 기호는 X의 세계에 없는것이기에 생소한 모양이다.」 뭐, 그 녀석에게 물어보면 알려나. 모른다고 하면 버리면 그만이고. 「X는 저도 모르게 은은한 미소를 입가에 건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를 상기한듯이 허밍까지 흥얼거리며 들고있던 영수증을 바지춤 위치에 있는 가죽 케이스에 쑤셔 넣는다」 슬슬 나가볼까. 「애초에 이공간의 출현에 놀라거나 당황한 기색이 없다. 그가 있던 숲에서는 결이 같은 이상현상이 자주 발생되는 모양이다.」
ㅜ 「X는 영수증을 챙기는 과정에서 가죽 케이스에서 무엇인가를 흘렸다. X가 직접 사냥한 정체불명의 짐승 고기를 말린 핏빛색 육포다. 육포는 조잡하고 투박하게 바느질된 짐승의 가죽 포켓에 담겨져 있었고 양이 꽤 된다.(성인 남자의 손바닥 크기) 꺼내보면 상큼한 계열의 열매를 먹고자란 개체에서 날법한 새콤하고 달콤한 과일의 향이 난다. 맛을 본다면 과일을 말린 가죽(이를테면 라바삭)처럼 상큼하게 달달하며 끝에 고기 특유의 쿰쿰한 맛이남는다. 식감은 혀로도 부드럽게 부서지는 식감. 아마 누군가에게 먹이기 위해 챙겨온건 아닐까.」
ㅗ (육포를 집어들고)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누가 두고 간 것인지도 모르겠고 찜찜하긴 한데… 뭐, 내게 문제가 생길 리는 없으니까. (육포를 조금 잘라 씹는다.) 으음, 딱히 취향은 아니네.
ㅜ 그래도 허기를 가시게 해주었으니 작은 「장난감」 하나 정도는 내어줄 수 있지. (허공을 손톱으로 가르자 작은 틈이 생긴다. 그 틈으로 손을 넣어 무언가가 든 상자를 꺼낸다.) 이름은… 가져가는 사람이 알아서 지어 주겠지. 꽤 똑똑하고 순종적인 녀석이니까 누구에게든 좋은 「장난감」이 되어줄 거야. (상자를 내려두며살짝 열린 틈으로 노란 눈 한 쌍이 빛난다.) 외형을 뱀에서 따오는 바람에 재고가 많이 남은 건 흠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