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77091> 【역극/외전/단편】 Project : Delta √F Ex-side - 0 :: 859

창천전야◆wxe.t7R5gc

2021-08-15 21:48:13 - 2022-04-26 21:51:48

0 창천전야◆wxe.t7R5gc (OI.V6iPaq2)

2021-08-15 (내일 월요일) 21: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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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천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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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 파일벙커 (uGc7OOc0/6)

2022-03-03 (거의 끝나감) 23:44:31

"...응, 그렇네. 이제는 슬슬 움직여야할 시간일까."

하늘의 공기는 맑고, 살짝 습하지만 쾌청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구름은 슬슬 이 곳을 떠나간다. 하늘의 틈새에서 햇님이 얼굴을 빼꼼하고 비춘다.

파일벙커는 다시금 방수포로 자신의 무장을 감싸고, 우비는 접어서 봉지 안에 넣어두고, 이를 공구가방 안에 넣은 뒤 들어올린다.

이걸로, 준비는 끝.

여기서 떠나간다면 이별이겠지.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코토이아를 보았다.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서 홀로 여행을 떠나는 아이를.

707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xM9mXddYSA)

2022-03-03 (거의 끝나감) 23:50:47

"....언니."

지상으로 나오자 맑게 개어있는 하늘이 둘을 맞이해 주었다. 맑고 푸르며 높디높은 하늘이
내가 언제 없어졌었냐는듯 강렬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고 았었다.
잠시 그런 풍경을 바라보던 소녀는 당신에게 다가가 파일벙커를 들지 않은 한쪽손을 자신의 양 손으로 잡아주었다.
인사라도 하려는걸까 싶은 찰나에 소녀는 당신의 손을 잡은 그대로 마치 기도를 하는듯 자세를 취하더니ㅡ

빛이 소녀와 당신의 몸을 감싸안았다. 당황하는 당신의 눈 앞에 헤실헤실 웃는 소녀가
살짝 피곤한듯 반쯤 감긴 눈으로 이야기 했다.

"짠, 선물이야. 위험한 일을 하는 그럼에도 꿋꿋이 나아가는 언니에게 주는 내 작은 선물"

708 파일벙커 (fgMpyHwFD2)

2022-03-04 (불탄다..!) 00:03:03

"....고마워. 응."

처음보는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고, 축복을 받고....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각이었다. 내가, 같은 직장의 사람들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안정받을 수 있구나.

열심히 노력했구나. 마치, 그런 말을 들은것만 같아서.

고맙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거, 받아."

공수래 공수거. 받는게 있다면 주는것도 있어야 하는 법.

파일벙커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 에제에게 건네주었다.

"힘들 때, 위험할 때. 아니면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언제라도 전화해도 좋아. 응."

"내 전화번호 말고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화번호도 있고, 다른 오퍼레이터를 만났을 때 그걸 보여준다면 도움 받을 수 있겠지."

"내가, 네 신원을 보증할테니까."

이제, 끝이다. 떠나가야할 시간인 것이다. 이번의 우연한 만남은 추억으로 남기고, 이제 현실의 일을 처리해야 할 시간.

파일벙커는 몸을 돌려 동료들이 있을 숙소로 향했다.

709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WDBA8J5ctk)

2022-03-04 (불탄다..!) 00:07:36

"......고마워 언니."

명함을 받고는 이리저리 보다가 이내 웃으며 배웅해 주었다. 딱, 한번. 위험에서 그 목숨을 구할수 있는 축복
정말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신을 모시는 무녀로서 하루에 단 한번정도 해줄수있는 배려
......뭐, 어차피 나 자신은 크게 일은 없으니 이런 호의는 언제고 해도 괜찮은 것이지만
언니에게는....조금 다르게 느껴지려나

멀어지는 당신을 손을 흔들어 배웅하고는 나 또한 터벅터벅 초원을 걸어갔다. 언제고, 언제까지고....또 다른 인연을 만날때 까지.

710 파일벙커 (fgMpyHwFD2)

2022-03-04 (불탄다..!) 00:08:16

[끝인가?]

711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WDBA8J5ctk)

2022-03-04 (불탄다..!) 00:08:51

[대충 이 덕에 세이지의 배드엔딩 스토리로 흐르지 않았다는(적당)]

712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WDBA8J5ctk)

2022-03-04 (불탄다..!) 00:09:19

[네 수고하셨어요]

713 파일벙커 (fgMpyHwFD2)

2022-03-04 (불탄다..!) 00:09:40

[오오 과연연]

[에제 씨도 수고고!]

714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2:31:38

[예에]

715 알케미스트 (FmI9W4RPV.)

2022-03-06 (내일 월요일) 22:33:05

[호이야]

716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2:33:48

[배경은 대강 저번에 이야기한 그것으로 하고

먼저 하실래요? 아니면 제가 먼저?]

717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2:37:56

[제가 먼저 할게요?]

718 알케미스트 (FmI9W4RPV.)

2022-03-06 (내일 월요일) 22:38:51

[아, 잠깐 화장실 다녀와써용]

[넹넹]

719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2:49:57

언제나처럼 평화로이 운항중인 로도스 함. 한번씩 함선에 구멍이 뚫린다던가
말이 복도를 돌아 다닌다던가 어째서인지 함선 바닥의 마찰력이 0이 되버리는 일도 생겨나지만
아무렴 어떠랴 초인들을 모아둔 집단에서 이런 자그마한 애교같은 사건들이야 별 일 아닌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로도스 함에서도 별 일이라고 할 일은 있으니
하나는 임무 수행이고 하나는 구조활동이며 다른 하나는.....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어느 외부인의 무단 침입이었다.

CCTV에야 갈고리가 함의 갑판 펜스에 걸리는게 보였지만 너무 작은 움직임을 그 누가 신경쓰겠나
그렇기에 어느 망토를 쓴 괴인이 함 내에 침입중인것을 로도스에서 알게된 것은
어느 연구원이 창문을 타고 오르는 괴인을 발견하고 경보를 울린 때였으며
부랴부랴 뛰어온 요원들을 앞에둔 괴인은 이런 짓을 벌인만큼 격렬하게 저항을.....하지 않았다.

이런때에 마침 근처에 있던 당신은 무슨 일인가 하고 설렁설렁 갑판으로 가 보았다가
꽤나 익숙한 망토와 머리카락 색을 지닌 어느 소녀가 몸집이 커다란 요원의 손에
마치, 꼬마아이 마냥 대롱대롱 들려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 안녕"

그 소녀는 당신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고는 겨우 겨우 작게 소리내어 인사를 해 주었다.

720 알케미스트 (FmI9W4RPV.)

2022-03-06 (내일 월요일) 23:04:06

"...에제?"

침입자가 있다길래 한번 와 봤더니.
이럴 수가, 그 침입자는 사실 자신이 무척이나 잘 아는 얼굴이었다.

...아니, 분명 찾아오라고 말은 해 놨지만 말이지.
왜 멀쩡한 정문을 놔두고...?

"...일단, 놔 줘. 아는 사람이야."

떨떠름한 얼굴로 에제를 들고 있던 요원은 알케미스트의 말에 소녀를 살포시 놓아주었다.

"사정 청취는 내가 해 볼게. 보면 알겠지만 위험한 애는 아니니까, 어여 가 봐."

요원들은 서로 쳐다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침입자라는 말에 잔뜩 긴장해서는 애병들까지 전부 갖고오니 모습이 제법 흉흉했다.

아니 뭐, 상식적으로 그게 맞는 대응이겠지. 단지 침입자의 정체가 상식적이지 않았을 뿐.
서로 잠깐 대화하는 듯 하던 요원들은,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찌됐건 제법 원활하게 풀린 것 같다.

그럼 이제 사정을 들을 시간... 인데.

"여기서 이야기하긴 그렇고, 내 방이라도 올래?"

721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VpcIQo63Iw)

2022-03-06 (내일 월요일) 23:13:33

".......응"

험악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선민들이 내가 올라오자마자 달려들어서는 제압하더니
순식간에 후드를 벗겨버리고는 멍청한 표정을 짓는걸 보고 꽤나 많은 생각을 할수있었다.
'아, 여기 엄연한 선민들의 생활공간이었지 참.' 하고

전후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입구는 못찾겠어서 일단 괜찮겠지하고 올랐던게 화근이었을까.
나는 언니를 보자마자 얼굴을 붉힐수밖에 없었고
언니의 방으로 가면서 수근거리는 다른 선민들을 보며 후드를 내리 눌러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 하지 않으면 정말 부끄러워 죽을것 같았으니까.

722 알케미스트 (FmI9W4RPV.)

2022-03-06 (내일 월요일) 23:30:23

방으로 가는 길엔 무언가 말이 많았다.
하긴, 어던 간 큰 녀석이 로도스에 불법 침입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것이 이런 어린 소녀라면 더욱이.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과도한 관심은 별로 뜻하는 바가 아니었으므로.
알케미스트는 수많은 시선들을 손을 휘적거리며 치우고선 에제를 방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안내된 방은, 무엇보다도 공방이라는 표현이 시의적절했다. 다만, 거기에 중세라는 표현을 덧붙여서.
방 한 쪽에 놓인 선반과, 그 안에 놓인 무수한 약병들. 탁자 위의 수많은 플라스크와 연결된 호스들.
종이에 일일이 직접 쓰여진 수많은 기록들과, 불을 피울 소형 화로, 그리고 믹서기.

"냄새가 조금 독하려나."

그렇게 말하며, 알케미스트는 선반을 뒤적거려 약을 하나 꺼냈다.
뚜껑을 열자, 아까까지 방 안에 가득 찼던 쓴 냄새가 사라졌다.

평범한 탈취제였다. 우연찮게 만들어졌지만, 폐기를 안 했던 보람이 있다고 할까.

723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3:35:04

".......꼭, 유적같아."

여긴 실험실인걸까. 아마 언니가 자신의 방이라 이야기 할 만큼 오래, 자주 머무는 것이겠지
이리 저리 둘러보면 이곳 저곳에 정갈히 놓여져있는 약품들과 플라스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것들을 조합해서 방금같은 마술을 부릴수 있는걸까?
그러고보면 그때도 뭔가 약같은걸 만들려고 했었지.

새삼, 굉장하게 느껴졌다. 이런 선민이었구나 하고

"....뭔가, 굉장해."

724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3:35:46

[음, 이런 방이면 생활이라기 보다는 연구실이겠지(추론) 저기의 침대는 잠깐 눈붙이는 용인가?(추론)]

725 알케미스트 (FmI9W4RPV.)

2022-03-06 (내일 월요일) 23:39:54

[하루일과가 잠 연금술 잠인 애라... ㅎㅎ; (?)]

726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3:42:21

[저런

생활관리(?)해 주어야만]

727 알케미스트 (FmI9W4RPV.)

2022-03-06 (내일 월요일) 23:45:39

"엑, 유적?"

아니 뭐, 옛날 느낌이 난다는 건 자신도 인정하는 바지만.
그렇게 옛날 식인가 이거. 나름 현대적인 도구들도 갖춰뒀는데.

...창고에 말이지. 하핫.
그나마 곧잘 쓰는 게 믹서기 뿐인가. 따지고 보니 그런 소리를 들어도 정말 손색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좀 더 현대적인 선민이 되어야 하는 걸까.

"큼, 크흠, 아무튼간에."

알케미스트는 에제를 의자에 앉히고, 자신은 맞은 편 침대에 앉았다.
의자가 하나밖에 없기도 했고, 계속 올려다보면 불편할 테니까.

그럼 이제 사정 청취의 시간인데...
뭐, 이거저거 물을 말은 많지만, 역시 맨 처음 만났을 땐 이 말을 해야지.

"오랜만이야, 에제. 그동안 잘 지냈어?"

728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d7Ve22xOQ)

2022-03-06 (내일 월요일) 23:53:31

"응, 이번에도 정말 많은걸 봤어"

그리고 소녀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광석충 무리를 만난 것이라던가,
광석병 환자들을 도왔던 것이라던가, 설원에서 오로라를 보고 그걸 사진과 그림으로 남긴 것이라던가.
사실, 떠나고 난뒤 몰라 숨어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던가 -심지어 그것을 당신에게 보여주기 까지 했다-

신이 나는듯 이야기하는 소녀를 보며 정말 보이는 그대로의 나잇대의 소녀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시간이 지났는데
이 아이는 그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고

"그래서, 언니가 생각난 겸 여기로 왔는데............"

그 말을 하고 소녀는 말을 멈추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 일은 꽤나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729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0:13:24

"우와..."

아니 뭐, 숨어서 사진 정도야... 그럴 수도 있지. 응.
근데 난 아무도 없을 때 이런 표정 짓는구나. 알케미스트는 새삼스레 부끄러워졌다.

아무튼간에, 참 다양한 곳을 다녔구나 싶다. 그동안 세상을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구나.
어디에 하루 이상 머물긴 한 건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뭐, 그래. 이런 모험만을 꾸준히 해 온 아이니까, 그런 발상이 드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내 이름을 말했으면 들여보내줬을텐데..."

문이 안 보이는 거야 이해할 수 있다. 로도스는 거대 지상 함선이다. 움직인다는 소리다.
거대한 밑부분은 죄다 무한궤도고, 몸집이 무척 큰데다 배색이 죄다 시꺼매서 후면에 있는 출입구를 못 알아 볼 수 있다. 애초에 임무를 나설 땐 수송기를 타고 따로 나가니까.

그래도, 단순하게 연락 한 번만 해 줬어도 됐을 텐데.
아, 그러고보면 이 아이, 단말이 없던가.

"...뭐, 지나간 일을 따져서 어쩌겠어."

아무튼 이걸로 됐다. 악의가 있던 것은 아니었고, 자신의 지인이기까지 하니, 이걸로 일단락 됐겠지.
사정을 설명하면 크리스는 몰라도 나머지 둘은 이해해 줄 테고.

뭐, 찾아가는 건 조금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지. 어차피 보고가 올라가려면 한세월까진 아니더라도 꽤 걸릴 테니까.
다만 언젠가 찾아가긴 찾아가야 하므로, 에제를 그냥 보낼 수도 없는 노릇. 그런 의미에서, 알케미스트는 에제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면, 와서 뭔가 하겠다고 생각한 건 있어?"

730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hWSBukbJEc)

2022-03-07 (모두 수고..) 00:17:31

".........."

무언가 할것이라. 언니의 얼굴을 본것으로 괜찮긴 하지만 역시 이대로 떠나는건 좀 아니겠지.
그러니 여기 곳곳을 탐험해 본다던가 아니면 밀로리타샤씨를 만나본다던가...

<...그, 아이야 탐험 말고도 다른 발상이 있지 않느냐? 무엇보다 눈 앞에 안내해 줄 선민도 있거늘>

'아.'

"..........탐험?"

<아, 뒷목이...>

"...언니랑 이야기 할까."

731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0:28:34

탐험...이랄까. 평범하게 여기 내부 지도 있는 곳인데.
그래도 충분히 넓기도 하니 상관없으려나.

...으음, 아니다. 오면서 받았던 시선들을 생각하면, 역시 기각.
자신은 몰라도, 에제에게 보여줘서 하등 좋을 게 없다.

"이야기라..."

그러고보면, 그렇게 길진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짧지도 않은 시간이 지났다.
외형의 변화야 그렇다 쳐도, 키 정도야 조금 성장해 있을 법 한데.
비교할 자료가 흐릿한 기억 뿐이기에 알아채지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러고보면,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리고 모험만 계속 하다보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 건 부업 의사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

자. 심박, 호흡, 그리고 동공 반응. 자신의 아츠라면 셋 다 보는 것만으로 다 알 수 있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알케미스트는 대충 그런 눈빛을 담아 에제에게 물었다.

732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hWSBukbJEc)

2022-03-07 (모두 수고..) 00:33:37

"응, 나 요리 잘해"

하고 방긋 웃어보인다. 당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야 알고있는 눈치지만...
그것 까지 포함해서 이야기 하는 것일까.

"한번씩 말려두거나 훈제 해둔걸 먹기도 하지만."

물론, 당연하겠지만 모험을 하다보면 제대로된 식사를 못하는 일은 일어날수밖에 없었다.
항상 주변에 식거리로 쓸 야채나 동물들이 있는것도 아니니.

"그럼 언니는 어때? 여기서...어떻게 지내?"

잠은 잘 자는거겠지? 하고 당신을 바라본다

733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0:47:24

아주 거짓말은 아닌가.
요리는 좋다. ㅈ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현화하거나 증대하는 식재도 있으니.

"그래도 평소에 잘 먹어둬야 해."

그래야 키도 조 크고 그러지.
하는 뒷말은 쏙 삼켰다.

그리고, 자신이 여기서 어떻게 지내는지라.

"음... 뭐, 보는 대로?"

알케미스트는 뒤편에 아직 그대로 있는 기자재들을 바라보았다.
쓰지 않을 때에도, 웬만하면 곧바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저렇게 놔둔다. 그야 연금술은 발상이 중요하니까.
...라기보다는, 저걸 정리할 정도로 오래 놀게 둘 것 같지가 않으니 근야 두는 감도 있지만.
그래도 청결은 신경쓰고 있다. 괜히 조합이 어그러지면 또 폭발하는 수가 있으니.

"하루 온종일은 저거 만지면서 지내지. 뭔지 궁금해?"

734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0:48:02

[ㅈ리->조리]

[아이고 저걸 못 봤네]

735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0:49:21

[오타가 많군, 조금만 꼼꼼히 쓸까.]

736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hWSBukbJEc)

2022-03-07 (모두 수고..) 00:55:30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내일은 일찍 일어나기도 해야하고 저는]

737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0:56:09

[그런-가]

[하긴긴, 월요일이기도 하니.]

738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0:56:38

[수시로 확인할테니 편할 때 오셔서 이어주시면 됩니당-]

739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hWSBukbJEc)

2022-03-07 (모두 수고..) 08:34:28

언니는 자신의 뒤편의 실험기구들을 가리키며 이야기해 주었다. 저걸 하루종일 만진다고
.......저것 '만' 하루종일? 운동은 안하는걸까. 왜인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곧바로 입 밖으로 꺼내는건 예의가 아닐테니 속에서 고이 접어두고 다시 뒷편의 도구들로 시선을 옮겼다.

형형색색의 액체들과 재료들이 즐비하여 색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가 먼저 눈에 띄었다.
이따가 정리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물건들과는 달리 저건 무슨 작용을 하는 건지도 모르는 것들이니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응, 저것들은 어떤거야?"

.......둘러보다가 발견한 찬장의 술병들에서는 시선을 돌리고 언니를 똑바로 바라 보았다.
저것과 연관되는것 보다는 언니와 이야기를 하는게 좋지 않을까

740 알케미스트 (MBar6S6pZE)

2022-03-07 (모두 수고..) 09:46:54

"뭐, 내가 말이 연금술사지 화학자 비슷한 거야. 끓이고, 섞고, 녹이고... 그럴 때 필요한 거지"

갑작스런 만남에 찬장에 술병들이 있단 사실도 까먹은 채로, 알케미스트는 탁자 위에 있는 기자재들로 향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말로만 듣기보다는 아예 직접 보는 게 낫겠지.

알케미스트는 플라스크를 꺼내 물을 부어 끓이고,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갈았다.
알고보니 재료를 갈든 빻든 딱히 그렇게 큰 차이가 없어가지고, 최근에는 믹서기를 애용하고 있다.
세상에, 옛날엔 이것들을 어떻게 일일이 빻았나 몰라.

물이 끓으면 분말들을 차례대로 속에 넣고,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적당히 섞였다 싶으면, 이제 물약이 담길 플라스크와, 재료들이 담긴 플라스크를 호스로 연결한다.
그러면 머지않아 시뻘건 증기가 호스를 타고 이동해, 빈 플라스크에 뚝, 뚝 방울져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10분 정도 지나면, 흔히 아는 상처 회복 물약이 되어 있으리라.

741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hWSBukbJEc)

2022-03-07 (모두 수고..) 21:17:17

"....대단한걸"

사실은 좀 깼다. 뭐라고 해야할까. 손으로 직접 하는 그런걸 상상했는데
정작 실제로 쓰는건 믹서기라니. 동심이랄게 좀 무너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티를 내면 안되겠지.

"그럼.....상상하는 풍경을 보여주는 약같은것고 만들수 있어?"

꿈과 같은 일이지만 이런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물어보았다.

742 알케미스트 (hikcFb4o2E)

2022-03-08 (FIRE!) 01:58:19

똑, 똑, 똑.
붉은 증기는, 호스를 타고 이동해 빈 플라스크에 방울져 떨어진다.

상처 회복 포션의 재료 중 하나인 흡혈초는, 수혈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빠져나간 피 대신 혈관을 돌면서 세포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할 일을 다하면 땀 등을 통해 노폐물로서 배출된다.
그래서일까, 흡혈초는 붉었다. 약초 상태일 땐 잘 못 느끼지만, 이렇게 물약의 형태로 가공하고 난 후라면...

정말이지, 섬뜩할 정도로 선명한 핏빛을 띄게 된다.
아무런 부작용도 없건만, 단지 색깔 대문에 꺼림칙해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연금술은, 아츠가 아니다. 엄연한 물리현상에 기반한 학문.
장밋빛보다는, 이렇게. 핏빛의 끈적하고 암울한 현실이 산재한 녀석이다. 현실의 다른 모든 것들처럼.

"...아니."

그러므로, 고민은 길지 않았다.

사람의 뇌는 아직까지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밝혀진 부분보다 안 밝혀진 부분이 많고, 그것은 꽤 먼 미래까지 그럴 것이다.
참과 거짓을 가리는 것도 힘겨워하는데, 남의 생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독심술은 아직까지 아츠로서만 존재하는 것이고.

"본인이 직접, 원하는 장면을 보여주도록 처음부터 설계한다면 모를까. 그런 건 무리야."

그런 '아츠'는 있을 지 몰라도, 그런 '기술'은 없다. 이것이 알케미스트의 대답이었다.

743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e0w/6vjHpY)

2022-03-09 (水) 22:11:01

"......그렇구나. 그건 아쉽네."

꽤내 아쉬운 표정을 짓고는 물러났다. 나름 표정을 숨기려고 하는걸까 묘하게 표정이 뒤틀리는것이
도리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정도로 보고싶었던걸까.

"....걱정마. 그냥, 보고싶었던 사람이 있었어."

그러고는 눈을 감아버리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시금 눈을 떴다.

"언니, 여기 둘러보고 싶은데 아직 안되는걸까?"

다시 뜨인 눈에서는 언제나와 같이 맹한 눈빛의 소녀가 자리잡고있었다.

744 알케미스트 (hTkAaIohT.)

2022-03-10 (거의 끝나감) 07:08:49

인연이란 참으로 잔인한 개념이다.
왔을 때는 온 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앉아있다가, 갈 때는 자신의 배는 되는 무언가를 통째로 뜯어가버린다.
뜯겨나간 빈 자리는, 절대로 채울 수 없다. 허나, 무시하기엔 상처가 너무나도 아프다.
그러니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을 놓지 못하는 거다.

누구에게나 그런 인연이 있다. 그것은 이 자유분방한 소녀에게도 마찬가지겠지.
저만한 나이라면, 아직 아무것도 몰라도 되는 나이인데.

"좋아, 안 될 거 없지!"

다시 눈을 뜨고, 평소처럼 돌아온 에제를 알케미스트는 어깨 위에 올렸다.
에제가 당황하는 건 둘째치고, 허리에서 요상한 소리가 좀 크게 났지만 괜찮을거다. 아마.
여기 널린게 상처 회복 물약이니까, 응. 괜찮을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알케미스트는 말했다.

"어디부터 볼래, 에제?"

745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1qnVDaz.5A)

2022-03-11 (불탄다..!) 00:14:51

"!? ㅇ, 언니? 나 걸을수 있어!"

명백한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이곳은 어떤 곳일까 하고 상상을 하던것도 잠시.
다가온 언니가 갑자기 자신을 들어올려서 자신의 어깨위로 올리는것에 놀라기도, 경악하기도 했다.
이래서야, 마치 어린아이같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뚜둑하고 청명히 울리는 소리까지 들렸는데!?

내려올려고 해도 전혀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한숨을 내쉬고는 허리에 묶여있던 벨트를 풀어버렸다.
바닥에 철물이 부딛치는 소리와 함께 그 벨트가 제법 무겁기는 했는듯 제법 커다란 소리가 소녀와 당신의 귓가를 때렸다.

"......이제 좀 괜찮아?"

<....이것 참.>

혀를 차는듯 머릿속에서 쯧 하는 소리가 울렸다.
어째서인지는 알것 같았다. 그렇기에 되려 지금 만큼은...어리광을 피고 싶어졌다.
허리를 제법 숙여야 했지만 천천히 부드럽게 당신의 머리쪽에 기대면서 안겼다. 정확히는 안은 것이겠지만.

"이대로 가도 괜찮겠어?"

746 알케미스트 (Oc2/3q8WtQ)

2022-03-11 (불탄다..!) 00:42:03

"물론, 괜찮고말고!"

사실 괜찮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뭔가 떨어진 벨트에서 육중한 소리가 나긴 했는데, 전보다 제법 가벼워진 것과 별개로 무거운 건 무거운 거다.
그래도, 어른이니까. 아이 앞에서 이 정도 허세는 부릴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근데 평소에도 저런 벨트를 차고 다녔던 건가. 알케미스트는 불현듯 에제가 자신보다 힘이 셀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그래도 체격차가 있는데. 힘 정도는 자기가 더 셀 것이다. 알케미스트는 괜한 생각을 떨쳐내며 말했다.

"꼭 못 걷는 사람만 어깨 위로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걱정은 말고, 가고 싶은 곳부터 말해봐!"

747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1qnVDaz.5A)

2022-03-11 (불탄다..!) 00:43:51

[알케. 부정하는건가 머릿속에서

이 아이 로도스를 줄타기로 올라왔다는걸 망각한거냐(착란)]

748 알케미스트 (Oc2/3q8WtQ)

2022-03-11 (불탄다..!) 00:49:51

['에이, 내가 몸이 약하긴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라고 하십니다(?)]

749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ShkFGsJgcY)

2022-03-11 (불탄다..!) 00:51:08

"......어디든 좋아. 발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어떤 곳이든. 난 모험을 다닐때 그렇게 다녔었어"

그 말을 하고 소녀는 자신의 다리를 잡고있는 당신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 때와는 다르게 온기가 완연하게 느껴지는 손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손을 꼭 쥐고았다가
앞을 바라보고 우선, 가장 큰 곳으로 하고 이야기합니다.

요원들의 기숙사 양 옆으로 여러 기능들을 포함한 -그 중 그 요원을 부려먹는 시설도 있지만- 방들 중에서
그래도 그 크기를 거대하다고 할수 있을만한곳은. 아무래도 도서관 또는 정비소 정도겠죠.

750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ShkFGsJgcY)

2022-03-11 (불탄다..!) 00:54:41

[와아

그럼 에제와 사이좋게 운동이라도(적당)]

751 알케미스트 (Oc2/3q8WtQ)

2022-03-11 (불탄다..!) 01:06:58

그러면, 어느 쪽이 괜찮을까. 알케미스트는 잠깐 생각했고,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람이 잘 들어도 너무 잘 드는 로도스인만큼 정비 스탭들은 항상 동분서주하지만, 그렇게 고생하는 만큼 인력이 가장 많이 할당된 곳도 거기다.
당연하지만 정비가 선체의 구멍을 메꾸는 일만을 뜻하는 건 아니므로, 사고 빈도와 별개로 언제나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인원들이 있기도 하고.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은, 아까 보았듯 별로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고.

그렇다면야, 남는 곳은 한 곳 뿐.

"좋아, 그럼 먼저 사서가 태업중인 도서관으로 가 보실까."

사실 아직도 그 가이노이드가 기록 보관 담당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코드네임이 사서니까 사서라고 부르는 걸 뭐라 할 수는 없겠지, 하하.

알케미스트는 평소보다 살짝 무거워진 걸음을 성큼성큼 옮기며, 에제와 함께 도서관으로 향했다.

752 알케미스트 (Oc2/3q8WtQ)

2022-03-11 (불탄다..!) 01:07:37

[(알케미스트의 온기가 남아있는 자리입니다) (?)]

753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1qnVDaz.5A)

2022-03-11 (불탄다..!) 01:14:10

수많은 책, 그리고 책, 더 뒤를 보아도 책.
이정도 규모의 함선에는 원래 이정도로 많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도스 함 내 도서관의 장서 보관량은 굉장했다. 저게 전부 다 다른책인걸까.

<전부다 다르구나.>

".....와아..!"

머물러서 읽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혼자 돌아다니는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여기는 유적도 아니다.
그러니 그런 점에서는 자중 하는수 밖에 하지만....

"....이거, 빌릴수 있을까?"

사서에게 책 한권을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어느정도 나는 키 차이 덕에 올려다 봐야했지만
그런 점은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여행 기록물이라니 내가 가본곳도 있을까 궁금하단 말이야

.......그렇게 눈을 반짝이고 있으니 조금 곤란한듯 서있던 사서는 가슴께를 부여잡더니 고개를 돌리고서야 허락을 해 주었다.

"언니 읽어도 될까?"

754 알케미스트 (Oc2/3q8WtQ)

2022-03-11 (불탄다..!) 01:24:23

"그럼, 안 될 거 없지."

알케미스트는 에제를 내려놓았다.
내 몸이 원래 이렇게 가벼웠었나─ 하는 감상은 제쳐두고, 땅에 발을 디딘 에제는 곧장 빌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험을 한다더니, 가져온 것도 여행 관련 서적이다. 이런 부분에선 한결같다고나 할까.

자신이야, 뭐. 딱히 빌릴만한 건 없었다.
로도스에 온 지도 하루이틀은 아니니, 이미 웬만한 책들은 다 읽어버린 후였다.
그렇다고 도서관에서 달리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므로, 알케미스트는 에제가 책을 다 읽을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도서관이 음식물 반입 금지만 아니었어도 당장 포션 하나 꺼내 마시는건데. 그런 실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755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sy.rckeNY.)

2022-03-11 (불탄다..!) 01:34:04

".....사라진곳도 있고 새롭게 생겨난곳도 있구나."

늘 그렇듯 마을도, 도시도 영원한곳은 없다. 언젠가는 쇠퇴하고 다시 부흥하거나
다른 지역에 밀려 무너지거나 어쩌면, 전쟁으로 파괴될수도 있갰지.
그래도 이번에 알게된것은 나름 희망적이었다. 내가 알고있던 것들과는 그렇게 달라진곳은 많지 않았으니까.

흥미가 돌았던 책은 다시금 제 자리에 끼워두었다. 계속 머무는건 민폐리겠거니 싶어
책을 읽으려는건 이것으로 끝 내려 했지만 눈에 띄는 책이 한권 있었다.
조금 낡은듯 보이는 띠, 손때를 많이 탄듯 헐어진듯 한 표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마을에서 부터 쓰던 문자.

'잠깐, 이거 신님 신서 아니야?'

<오, 이게 왜 남아있나?>

'그걸 왜 신님이 몰라?'

<나는 모든걸 아는게 아니란다 아이야.>

아마, 고대 문자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면 알아보지 못할 책을 궁금하다는양
아무렇지 않게 뽑아내서는 그 자리에서 조금 빠르게 읽기 시작한 소녀였다.

756 알케미스트 (Oc2/3q8WtQ)

2022-03-11 (불탄다..!) 01:49:59

문득,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단어가 들렸다.
신님, 신님이라. 그러고보면 그 설산에서 한 번 만났달까, 그랬었지.
에제의 얼굴과 에제의 목소리였으나, 에제와는 다른. 굽어살피는 듯한 분위기는 특히 기억에 남았다.

에제의 곁에서 늘 함께하지만, 에제가 아니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존재.
그것이 단순히 해리성 정체감 장애가 아니라 결론을 내린 순간부터, 당연하지만 흥미가 생기는 것이다.

그 신서라는 것은 빼들고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읽고 있는 에제.
알케미스트는 그런 에제의 어깨 너머로, 신서의 내용을 읽어보려 했다.

당연하게도, 결과는 신통찮았다.
한참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겉모습처럼, 안쪽 내용 또한 도대체 뭐라는지 모를 문자로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케미스트가 알기로, 현재에 이런 글자를 쓰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딘가 그림 같은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아마 고대에 쓰던 문자 체계인 듯 싶었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저런 고대 문자에도 통달하게 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뭐, 갑자기 들불처럼 일어난 호기심이었으니, 사그라드는 것 또한 빨랐다.
알케미스트는 옅은 아쉬움을 느꼈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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