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이젠 길에서도 냉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눈이 내린 지도 수 시간째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어차피 냉골인 건 밖이나 집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렇다면 차라리 술에 쩔은 아버지라도 없는 길바닥이 더 나았다. 그런 어두운 감정에서 힘을 얻어내면서 소녀는 이미 혹사 당할 대로 당한 목에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외쳤다.
"성냥 사세요! 한 번만 그어도 바로 불이 붙는, 그런 성냥 있어요!" "얘, 너 괜찮니?"
운 좋게도 곧바로 사람이 잡혔다. 성냥을 사려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아예 아무도 안 잡히는 것보다는 나았다. 영업은 이제부터 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소녀는 영업용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저요? 괜찮아요! 이 정도로 뭘... 빨리 팔고 들어가면 되니까 걱정해주시지 않으셔도 돼요!"
이렇게 말하면 불쌍해서라도 하나 사 주겠지. 길가에서 성냥이나 파는 여자애에게 굳이 말을 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터였다. 소녀의 예상대로 말을 건 여자는 가엾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기대하고 있던 말을 했다.
"이런 날씨에 그런 걸 팔고... 그럼 그거 하나 주렴." "하나요? 네! 감사합니다!"
겨우 하나? 라는 생각을 꾹꾹 눌러 담으며 소녀는 새빨갛게 부르튼 손으로 바구니 속에서 성냥을 하나 꺼내 여자의 장갑 낀 손으로 건네주었다. 여자는 성냥을 받고 값을 지불한 뒤에도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걱정을 채 가리지 못한 목소리로 소녀에게 말했다.
"저기... 얘, 네가 이런 날씨에도 팔고 있으니까 말해주는 건데 성냥을 파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요새는 다들 오일 라이터를 쓰니까, 차라리 그걸 팔렴. 응?"
어린아이를 가르치는듯한 모양새였지만, 소녀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성냥은 이미 유행에 밀린지 오래다. 그런데도 소녀가 성냥을 팔고 있는 이유는 아직 다 못 팔았기 때문이었다. 이걸 다 팔아야 라이터든 성냥이든 살 돈이 나올 테니까. 당장 다 갖다 버리고 새 물품을 사들일 돈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라이터... 는 비싸지 않나요?" "아니야, 별로 비싸지도 않단다? 그런데도 성냥보다 훨씬 좋으니 다들 그걸 쓰고 있는 거야."
그렇기에 한참을 에두른 항변이 담긴 질문이었지만 여자의 천진한 대답에 전해지지도 못하고 짓밟히고 말았다. 그 대답을 들은 소녀는 문득, 여자가 들고있는 봉투 안에 담긴 칠면조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크리스마스였다. 아마 파티라도 열려는 생각이겠지. 자신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안 팔릴 게 뻔한 성냥이나 팔고 있는데 이 여자는 파티나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버린 소녀는 엉뚱하게도 여자를 향해 원망을 품어버렸다.
'그렇게 안일하게 사니까 라이터 팔라는 말이나 하는 거겠지. 자기한테는 성냥이나 라이터나 거기서 거기로 보이니까. 내가 하필 성냥을, 이런 때에 팔고 있는지 이유도 모르고.'
이 여자도 가진 걸 전부 잃어버린다면 그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는 생각도 못 할 텐데, 하는 분노를 삼키며 소녀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