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10083> 고래와 고양이와 새벽과 밤과 나와 너. :: 47

익명의 고래씨

2022-04-22 00:24:47 - 2023-09-19 19:56:09

0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24:47


가끔 새벽에 잠시 드르고

어느새 사라지는 고래의 게시판.

때때로는 우울하고, 때때로는 실망하고

그런데도 사람에게 온기를 기대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고양이는 냥, 하고 울지 않아.


1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26:19

고양이는, 냥하고 울지 않아.

2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27:54

혼자서 떠들어보자면.

아니 중얼거려보자면.


역시, 죽고싶다고는 말하지만

진짜로 죽고 싶은건 아닌거야.

3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30:56

좋은 날, 기쁜 날.

나쁜 날, 우울한 날.

그 모든 순간은 나에게 상냥했기에

그저 그 모든 나날에 나는 바랬다.


봄바람보다 따스하게, 하지만 가을비보다 빠르게

여름의 아지랑이가 사라지듯, 겨울의 눈송이가 녹듯

내 생명을 조용히 가져가달라고 빌었다.

4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32:26

역시, 너는 상냥한 사람이다.

마지막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아니하므로

내 생명을 앗아가지 아니하므로.

또한, 너는 잔혹한 사람이다.

내무덤에서 결코 곁을 떠나지 아니하므로.

내 이름을 잊어가지 아니하므로.

5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35:48

악마를 죽인 기사는 악마가 된다는데

사람을 죽인 나는 대체 뭐가 될려나.

6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36:44

노래는 좋아해.

노래는 좋아했지.

재능은 결코 없었지만

단지 부르는것만으로 좋았어.

7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39:02

살아가는데 자격은 필요없지만

아마, 살아가는데 이유는 필요해.

8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0:07

그런 이유를 구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망가지고 썩어가서

그대로 추악한 어른이 되어서

꼴불견인 모습이 되어서 죽어가는거지.


어째서인걸까나.

9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1:56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서일까.

그렇다면, 애초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10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2:22

이딴식으로 살거라면

이딴식으로 살아가야한다면

그냥 그날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11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3:29

이런주제에 죽을 용기는 없어.

즉고 싶지 않다는것은 본심이야.

하지만 이런식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것도.

12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4:50

차라리 모두에게 내가 미움받는 것도 좋아.

그러면 미련없이 모두를 위해서 죽을 수 있을거야.

내 죽음에 누군가가 행복해한다는건 축복이겠지.

13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6:15

하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아.

이 세상은 슬플 정도로 상냥해서

이런 나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내 죽음을 기뻐하는 사람은 없어.

14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6:41

그 점이 슬퍼.

그 점이 괴로워.


그리고, 그 점이 기뻐.

15 익명의 고래씨 (fqLhu7aFK6)

2022-04-22 (불탄다..!) 00:47:43

그리고 그걸 기뻐하는 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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