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가 평범한 날이 아닌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기념 케이크의 종류마다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기원과 유래의 실마리를 고대 그리스 로마 문헌에서 찾는다. 기원전 2세기,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카토는 저서 <농업론>에서 로마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다양한 케이크를 만든다고 기록했다. 케이크가 로마의 축제 음식이었다는 것인데, 이 무렵 축제는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경배하는 페스티벌이었고, 이때 먹었던 음식인 케이크 역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다른 문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기 2세기 그리스 출신의 철학자이며 웅변가였던 아데나이오스가 쓴 <현자의 식탁>에서 술의 신이며 풍요의 신인 디오니소스 축제 때 보리로 만든 케이크를 제물로 준비했다고 나온다. 현대의 저명한 인류학자인 J. G. 프레이저도 그의 저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그리스 사람들은 가을 축제 때 곡식의 여신 페르세포네에게 케이크를 바치며 곡식의 여신이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봄에 다시 부활하기를 기도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에서 떡과 만두가 명절 때 하늘과 조상님께 바치는 제물이었던 것처럼 서양에서 케이크는 신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음식이었다. 케이크의 유래를 그리스 로마 축제의 제물에서 찾는다면 생일 케이크는 누구에게 바치는 제물이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그리스 신화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면서 사냥의 여신이지만 동시에 출산을 돕는 산파의 여신이며 아이의 수호신이다.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무사히 출산한 데 대한 감사와 함께 아이의 건강을 빌며 달처럼 둥근 케이크를 만들어 아르테미스 신전에 바쳤다. 우리 조상님들이 아이를 점지해 보내 준 삼신할머니에게 미역국으로 삼신상을 차려 빌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제물로 바쳤던 케이크가 생일 축하 케이크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로마 시대부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기 1세기 때의 극작가 오비디우스의 <트리스타(Trista)>라는 작품에 처음으로 생일에 케이크를 차렸다는 기록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도 지금과 같은 케이크를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당시 케이크는 빵에다 꿀을 바르고 건포도나 호두 같은 견과를 올려 먹는 형태였다. 지금처럼 크림이 발라진 케이크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약 2000년에 걸쳐 경제가 발달하고 풍요로워지면서 생겨난 결과물이다. 예컨대 빵에 크림을 입힌 것을 아이싱이라고 하는데, 18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귀족들 아니면 이런 케이크는 구경도 못했다. 크림 아이싱을 만들려면 계란, 치즈와 함께 설탕이 필수인데 당시만 해도 설탕이 엄청나게 비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무렵 유럽에서는 설탕을 약으로 먹었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흔적이 약에다 설탕을 코팅해 놓은 당의정(糖衣錠)이다. 결혼식 때 준비하는 웨딩 케이크 역시 종교적 산물이고 뿌리 또한 로마 시대에서 찾는다. 로마의 사제 계급은 사제의 자녀끼리만 결혼했다. 이때 케이크를 자르고 나누며 한 가족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의식(Confarreation)이 있었다. 이 전통이 웨딩 케이크로 발전했다는 것인데 이때 케이크는 참석자들이 모두 골고루 나누어 먹는 것이 전통이었다. 케이크에 다산과 장수의 소원을 담았기 때문으로 하객들이 케이크 조각을 나누어 먹으며 그 조각만큼이나 아들, 딸 많이 낳아 오래 살기를 기원했다는 것이다. 하객이 많이 참석해 케이크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했으니 웨딩 케이크에는 다복(多福)의 소망이 담겨있다. 기념일 케이크에는 이렇듯 나름의 유래와 이유가 있다. 그리고 케이크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결국 감사의 마음이다. 그런 만큼 연말에 케이크 먹을 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오는 7월 15일(월)은 삼복 중 첫 번째 복으로 여름을 알리는 ‘초복’이다. 하지 이후 제3경(庚)일을 초복이라 하는데, 초복 날짜는 대략 7월 11일부터 7월 19일 사이다. 이 시기는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사이가 되므로 더위가 본격적으로 오는 시기이다. 중복과 말복 일자로 7월 25일(목)은 중복, 8월 14일(수)은 말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