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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18GD4M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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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파란날) 22: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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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파란날) 22:59:32

"그래서, 이것이... 밀레니엄에서 제작하여 배송한 '발전기'...라는 말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비서실장님! 이것이 바로, 우리 밀레니엄 학원의 엔지니어부에서 특수 용도로 제작한 다목적 멀티충전 발전기입니다!"

붉은겨울 학원 내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위대하신 체리노님의 거대한 동상이 세워진 붉은 수염 혁명광장.

오늘 아침, 혁명광장에 위치한 체리노님의 동상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상만큼 거대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기계.. 같은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외견만 둘러보았을 때는, 마치 카이저 전자에서 새롭게 내놓은 에어컨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었지요.

"어째서.. 밀레니엄 학원에서 이런 기계를 제작하여 배송한건가요? 우리 붉은겨울 학원은 제작 의뢰를 부탁한 적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교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하! 그 부분이 궁금하셨군요!"

제 질문을 듣자마자 눈을 빛내며 안경을 치켜세운 노란 머릿결의 학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대비를 위해 최근 키보토스 전역의 기상 예보를 종합해본 결과, 평소보다 훨씬 강한 한파가 들이닥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기에 며칠 전, 공용 기숙사의 보일러가 또 다시 고장났다는 제보를 받은 선생님이 걱정이 되신다는 이유로 붉은겨울 학원의 보일러를 보수해달라는 의뢰를 하셨지요!"

추측은 했었지만. 역시 샬레의 선생님이 부탁하신 것이군요. 하지만, 그리 걱정하실 문제는 아니었지만 말이죠.

저저번 쿠데타의 여파로 망가졌던 공용 기숙사의 보일러는 용역부의 초과근무달성을 통하여 달성하려 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가벼운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잠깐, 그런데 선생님은 보수 작업을 의뢰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거대한 기계가 배송된거죠?

"그 눈빛은! 마치 '보수 작업을 의뢰받았는데 어째서 다목적 멀티충전 발전기라는 역작이 탄생된 것인지?'라고 물어보는 듯한 눈빛이군요! 후후. 그렇게 칭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엔지니어부는 붉은겨울 학원의 보일러 보수를 위해 여러방면으로 설계를 진행했습니다만, 최근 다가오는 강력한 한파를 대비하기에는

기존의 보일러 시설을 보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는게 저희 엔지니어들의 사명! 비록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덜컹-!

"어라, 누군가 손님이라도 방문하신-"

"...너희들, 이 청구서는 뭘까나...?"

"으, 으아아!! 냉혹한 계산의 회계가....!"

무언가 부산스런 소리와 함께, 학생의 모습을 송출해주던 홀로그램이 꺼져버렸습니다. 누군가 중요한 손님이라도 마중나가신 것 같네요.

"즉, 요약하자면 평소보다 더 추워질 겨울에 대비해서 밀레니엄 엔지니어부가 보일러 수리 대신 발전기를 완성, 붉은겨울 학원까지 배송했다는 거군요.

과연. 밀레니엄 학원은 이런 거대하고도 최신기술이 들어간 발전기를 그저 다른 학원을 도와주기 위하여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학원..

3대 대형 학원에 들어갈 만한 포용력을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붉은겨울 학원에서도 밀레니엄에 대한 교류를 더욱 진지하게 고려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체리노 회장님이 추진하고 계신 쳬론카 초콜릿의 홍보 활동을 확대하는 방안도...

"으응? 토모에. 이 에어컨처럼 생긴 거대한 기계는 뭔가?"

"아. 서기장님. 이 것은.."

체리노 회장님에게는 조금 간단하게 설명드리는게 좋겠네요. D.U.를 중심으로 밀레니엄 학원이 붉은겨울 학원보다 서쪽에 위치해 있으니깐..

"...서방의 학원에서 보낸, 붉은겨울과의 친교를 위한 선물입니다."

****

체리노 회장님께서는 서방의 학원에서 보낸 엄청난 크기의 다용도 발전기를 확인하신 후, 서방의 학원에 대한 다수의 칭찬과

벌써 드높아진 붉은겨울의 위상을 자랑스러워 하시더니 금방 사무국 본관으로 복귀하셨습니다.

저렇게 들뜨신 것을 보니 오늘은 평소보다 귀여운 체리노 회장님의 모습을 잔뜩 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그러고 보니,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작동법을 듣지 못했군요. 이 발전기."

밀레니엄의 학원과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겨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발전기가 거대하고 여러 기능을 담고있다고 한들, 작동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이 발전기는 발전기가 아니라 체리노 회장님의 동상을 가려버리는 흉물로밖에...

"-라고 생각한 당신! 지금 하단에 보이시는 녹색 버튼을 눌러주세요!"

"어라, 밀레니엄의 엔지니어부...? 어디서 목소리가 나오는건가요? 아까같은 홀로그램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일단 들려온 목소리대로 녹색 버튼을 눌러볼까요.

꾸욱.

버튼을 누르자마자, 버튼 아래의 공간이 덜컹 하며 열렸습니다. 그 안에는 두꺼운 메뉴얼처럼 보이는 책과, 방금 전 밀레니엄 소속의 학생의 얼굴 부분만 송출되고 있는 작은 홀로그램이 보입니다.

"설명하죠! 이 기능은 갑작스런 연락 두절과 같은 돌발 상황으로 인해 사용법을 전달해드리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한 기능으로, 간단한 수준으로 구현된 AI가

주변 상황을 분석하여 최적의 구동 타이밍을 찾아낸 다음 녹음된 음성을 재생시키는 방식으로-"

"흠, 흠. 엔지니어부 소속의... 혹시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편하게 코토리라고 불러주세요!"

"코토리 양. 당신의 설명은 이 기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필히 필요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학원에서 요구하는 직무를 맡고있는 엄연한 사무국의 일원.

언제까지나 설명을 듣고 있다가는 업무 진행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요?"

"ㄴ, 네. 그.. 그렇지요...?"

"그런 의미에서, 발전기에 대한 설명을 빠르고 간단하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후 다른 학생들에게 작동법을 전달할 때에도 복잡하게 긴 설명 대신 짧고 간편한 설명이 보다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죠."

"알겠습니다아.."

아까보다 기운이 없어진 코토리 양은 침울한 목소리로 짧고 간결하게 발전기에 대한 설명과 조정법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도 지금 당장은 설명을 전부 암기하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 두꺼운 메뉴얼을 펼쳐 설명을 꼼꼼히 옮겨 적었습니다. 체리노 회장님이 보더라도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요.

"...설명 감사합니다, 코토리 양. 덕분에.. 어라?"

필기를 마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홀로그램은 사라져있었습니다. 배터리라도 다 된 모양일까요?

어라. 손목시계를 보아하니 어느새 등교시간이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분명 일찍 출발했는데도,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고 말았네요.

저는 메뉴얼을 원래 있던 곳으로 조심스럽게 넣어둔 뒤, 사무국 본관으로 약간은 빠르게 걸어갔습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거든요.

체리노 회장님이 붉은겨울 학원 바깥으로 외부 업무를 나가시는 중요한 날입니다.

물론, 체리노 회장님의 외부 업무를 위한 짐을 싸는 영광스러운 일도 저의 몫이지요. 출발 시간 전까지 빠르게 짐을 싸려면, 서둘러야겠습니다.

*****

"어디보자... 푹신한 배게. 확인. 외부 학원에서도 체리노 회장님의 위대한 업적을 전파하기 위한 홍보물도 확인. 그리고..."

이쯤 되면 급양부에서 연락이 올때가 되었을텐데.. 아. 왔네요.

"네. 토모에입니다. 급양부장, 부탁드린 푸딩은... 네. 문제없이 준비되었다니 다행입니다. 10분 안에 찾으러 가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떠나는 체리노 회장님을 위한 푸딩 21개도 문제 없이 준비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익숙한 붉은겨울 학원을 벗어나 대업을 이루시려면, 하루 3푸딩 정도는 당연히 챙겨드려야죠. 암.

"그리고... 쳬론카 12개입 상자도 확인. 맞다. 만일을 대비한 예비용 수염도..."

이 정도면 체리노 회장님도 걱정 없이 외부 활동을 진행할 수 있겠죠. 가방을 얼추 갈무리 하고 급양부에서 받아온 푸딩도 소중하게 포장하여 마무리 한 뒤 다시금 혁명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수행원과 함께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체리노 회장님은, 저를 보시고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비서실장. 짐은 준비 되었는가?"

"네. 서기장님.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음. 훌륭하군, 비서실장! 나중에 돌아오면 특별 훈장을 수여하겠네!"

"영광입니다. 서기장님."

몰래 주머니에 핫팩을 넣은 것을 눈치채지 못한 체리노 회장님은, 수행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학원 바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보지 못할테니, 마지막으로 길게 시선에 담아두는 편이 좋겠지요.

"일주일... 이네요."

체리노 회장님이 없는 일주일이지만, 회장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그나마 걱정되는 것은, 또 다시 어디선가 준비되고 있을 쿠데타와 평소보다 혹독하게 들이닥칠 한파지만.. 우리 붉은겨울 학원은 어지간한 추위로는 꿈적도 하지 않을테니 실질적인 걱정은 하나 뿐입니다.

정말로, 이 발전기를 가동시켜야 할 만큼 엄청난 추위가 몰아치지 않는 이상... 말이죠.

하지만 보통 최악의 상황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기껏해야 기숙사의 동파 정도가 일어날 정도의 혹한이겠죠.

설마 별 일이야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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