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크리에이터의 허락에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내를 해주려 다가오는 안티스킬을 따라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며 나라의 말을 듣고, 그녀의 견해를 말했다.
"거울 너머에 비치는 것은 '나'밖에 없지. 거울을 보는 느낌이라면 네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는 의미야. 너는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 염두해서 계속 생각해 줘."
나라에게 진지하게 말하던 그녀는 다시 떠들기 시작한 박사를 보고 입꼬리만 스윽 끌어올려, 웃었다.
"당신, 아까 저 학생이 괴물에게 포착되는 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하나? 현재 확실한 건 괴물의 목표 중의 하나가 저 학생을 삼키거나 일체화 하는 거다. 그럴 지도 모르는 상황에 능력을 써서 날리면 되지 않냐고? 확실하지도 않은 결과를 두고?"
면회실에 들어가기 전에, 그녀는 잠시 나라의 손을 놓았다. 빈 손을 두어번 쥐었다 펴고 다시 움켜쥔 다음, 박사의 명치를 향해 뻗었다.
맞았다면, 그녀의 체구에 비해 묵직한 한 방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쥔 손을 풀어 흔들며 시선은 나라에게 향한 그녀가 말했다.
"저지먼트는 인첨공의 책임과 희생을 떠안기 위한 직책이 아니야. 그 상황이 나에게 무엇보다 위험하다면, 그걸 외면할 권리 또한 있어. 저지먼트 또한 저 밖의 시민들과 같은 인간이니까. 그리고 내가, 과거에 종말을 막았던 건, 내가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야. 저지먼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막고 싶었으니까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각오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도 타인에게 희생을 말할 순 없어. 그러니 너는 지금 너의 안전을 우선해도 돼. 학생. 그리고 차분히,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도 돼. 그럴 수 있게 지켜 줄 테니."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나라의 손을 잡아주려 했다. 그리고 같이 면회실로 들어가, 유리창 앞에 섰다.
"여, 보자마자 하는 소리 하곤. 서론은 됐고, 네가 말한 여자아이, 얘 맞지? 왜 이 학생이 그 괴물에게서 거울 같은 느낌을 받는 거지? 이 학생의 능력으로 괴물을 차원 너머로 보내버리면, 이 상황은 해결이 되나?"
그녀는 빠르고 간결하게 질문을 했다. 그 외의 할 말은 없었으니, 잠자코 대답을 기다렸다.
크리에이터 아저씨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 안티스킬 대원 분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가면서 유나라라는 학생과 박사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듣자 하니 지금 이 사태는 나라와 조금 연관이 있는 것 같고, 이론적으로는 나라의 능력으로 저 괴물들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가능한 모양이다. 나라는 자신이 없어보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선 나도 뭐라고 말하긴 애매해서 그냥 가만히 듣기나 했다. 그러다보니 면회실에 도착했다. 그 안에는 유니온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 오랜만이다, 똥쟁아... 라고 말하고 싶은 걸 애써 눌러 참았다. 대신 주머니 속에 있는 단주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화가 난다고 해서 말조심하지 않으면 나 또한 상스러운 사람이 되고 만다는 걸 양아름 사건 때 배웠지. 그리고 내가 하는 상스러운 말들을 애들이 배울 수 있다는 걸 철형이 일깨워줬고. 그러니까 난 유니온이 얼마나 얄미웠던간에 상스러운 소리는 하지 않을 거야.
"그러게, 오랜만이다." "승산? 너 때랑 비슷할 것 같던데. 신종호 때랑도, 오맨들 박사 때랑도." "모든 싸움은 지구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게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없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거니와, 어차피 내가 물어봤자 나한테 감정이 좋을 리도 없는 녀석이 제대로 된 대꾸를 할 리 만무하니 입이나 다물고 있는 게 돕는 거다 싶기 때문이었다. 진짜 궁금한 게 생기면?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봐야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좋고 예쁜 것을 생각하냐. 맞말이다. 그러기 힘들다. 말문이 막힌 사이 도로 높아진 목소리들. 암담하고 막막하지만 이런 생각 해서 좋을 게 없어 애써 참는데, 대화가 오갈수록 기분이 묘해졌다. 정신이 확 깨는 듯도 했다.
난 그런 건 모르겠고
라는 건, 레벨이 다른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기는 하지만 그런 상대를 진짜로 원망한다기보다는 당장의 재난 상황이 너무 싫고 벗어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기에 표출된 화풀이 아닐까. 물론 전혀 악감정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이 사태가 해결되기만 하면 어떻게든 묻어 두고 지낼 수는 있는 정도?? 그니까 원망과 증오라기보다는 사람이 나서든 신이 나서든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갑툭튀하든
제발 이거 누가 해결 좀 해 줘!
이 상황이 싫고 어떻게든 해결됐으면 하는 심정.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싶은데 내가 알겠는 거라곤 그 검은 덩어리가 커지면 안 된다는 거랑 그러려면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껴야 한다뿐이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얘기하는 것.
그니까 전달해야 한다. 근데 어떻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믿어 줄까?? 난 모르겠다........................ 토실이를 꼭 끌어안고 심호흡을 하는 서연이었다. 그러고는 다시 드릴을 작동시켜 시선을 이쪽으로 집중시켰다.
" 그, 저는 사이코메트리 쓰는 현이라고 " " 5년 전 목화고 저지먼트 중에 한 명이었는데요 " " 좀 전에 말씀드린, 부정적인 감정이 바깥의 괴물을 키운다는 건 " "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한 정보였어요. " " 다른 정보를 더 캐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 " 제가 이제까지 파악한 건 그게 전부여서 " " 당장은 좀 전에 말씀드린, 방법이 최선이라고밖에 못 해요. " " 물론 어렵고 힘드신 거 알아요. 저도 그래요. " " 그럼 차라리 주변 사람들은 어디로 대피했는지 " " 어쩌고 있는지 안부라도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 " 궁금하시잖아요. 괜찮을지 걱정들도 되고 " " 얘기 나누다 보면 기분들이 좀 나아질지도 모르고요. " " 그러시는 동안 더 알아볼 수 있는 게 있다면 알아볼게요 " " 저도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하긴 똑같으니까요 "
이 말은 들어줄까? 확신이 안 선다. 들어주든 안 들어주든 내 일코는 끝났구나.............. 이 판국에 그게 문제일까만 한숨은 나온다. 그때 사람들의 폰에 웬 메시지가 떴단다. 뭐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폰을 꺼내 보는 서연이었다.
"그럼 대체 이거 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당신들의 공격도 통하지 않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데! 흡수당하거나 일체화되지 않도록 주변에서 지켜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모두가 협력해서! 이건 저 아이만 마음을 확실하게 먹고, 다 협력하기만 하면 해결 될 수 있는 문제에요!"
명치를 맞긴 했지만, 그럼에도 박사는 이를 악물고 큰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말로 이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긴 하냐는 식의 어투. 그것은 그만큼 이 상황이 박사도 답답하기 짝이 없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철현과 혜우의 말을 듣고 나라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로 제 능력 이외에는 아무런 답이 없다면..." "...그러면 저는 어떻게..." "...저.. 기억하고 있어요. 에어버스터...는 어린 시절의 저를.. 그때 레벨0가 되어도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지켰는데... 그런데 정말로 기대를 저버려도 되고, 안전을 우선해도 되는 걸까요..." "...일체화가 되기 직전에라도 다른 차원으로 보내면..모두가..."
"그럴 일 없어! 나라야! 여기에 있는 모두가 지켜줄거야! 걱정하지 마렴! 그리고 너에게 기대를 거는 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긴 아는거니?! 자꾸 소심한 이야기 좀 하지 마!"
적어도 나라는 현재 상당히 흔들리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그녀에게도 지금 이 상황은 상당히 강한 스트레스이며 불안한 모양입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압박을 가하는 박사도 마찬가지고요.
한편 나타난 유니온은 피식 웃으면서 모두의 말에 대답을 했습니다.
"나와 비슷한 승산이라. ...정말로? 전혀 아닐 것 같은데?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말이야. 도저히 답이 없어서 나를 찾아온 거 아니었나?"
"너희들과 싸웠을 때 난 충분히 전력을 다했는데. ...예정대로라면 너희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인첨공도 없애버릴 예정이었지. 너희가 그걸 막은 것 뿐이고. ...마지막에 내가 쓴 능력이 어디 적당히 봐준 능력이었다고 생각해? 생각해보면 그걸 쓴 것 자체가 패인이었던 것 같지만... 뭐 어때. 아무튼 결국 이 날이 오고 말았는걸."
"그게 뭐냐고 해도 말이지. '피할수 없는 재앙'이야. 정확히는... '인첨공이 낳은 증오와 미움의 결정체가 모여서 에너지를 얻어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한 괴물..그리고 그 괴물의 핵의 일부가 되어버린 버림받은 존재'이지."
"그 애가 맞긴 해. 후훗. 어떻게 구한 모양이네? 왜 그 아이가 거울 같은 느낌을 받냐라고 하면... 글쎄.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뭐.. 어쨌든 다른 차원으로 보내면 해결은 될 거야. 보낼 수 있다면 말이야. 하지만 솔직히 승산은 없을걸?"
유니온이 여유롭게 이야기를 하자 박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버럭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슨 헛소리를! 이 아이의 능력이 뭔지나 알고..."
"아. 미안한데 저 쓰레기는 좀 치워줄래? ...이미 저질러버린 모양이니... 쓰레기 확정이지. 아무튼 방법이라. 없어. 후훗. 말했잖아. 어떻게 해도 넘어설 수 없는 재앙이라고 말이야. 나조차도 저 존재는 어떻게 할 수 없어.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어떻게 피하겠다는거야? ...상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일순이라도 없애버릴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정말로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건 아니지?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이야말로... 내가 인첨공이 없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야. ...가능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5년전에 다 없어지길 바랬는데 말이야."
그 순간입니다. 나라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잠깐 실례하겠다는 말과 함께, 나라는 핸드폰을 들어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진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울렸습니다. 그리고 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거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그녀는 뒤로 물러났고, 그대로 달아나려는 듯, 뒤로 홱 돌아 앞으로 달리려고 했습니다.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면... 거기엔 150...320....700...아니. 계속해서 진동하고 울리는... 메시지의 수많은 창이 떠있었습니다.
[아..XX. 빨리 해결 좀 해달라고! 시간 끌지 말고! 이런 메시지 보내기 전에 좀 해결해주면 덧나냐고! 지금 개판 난 거 안 보여?!] [도와주세요. 제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너 아무 것도 안하고 도망치지 마라. 해결할 수 있으면 빨리 해결해라 대답] [ㅋㅋㅋㅋㅋ 응원요] [힘내세요. 우리를 도와주세요.]
"...시작된 모양이네." "...선의. 그리고 악의로 이뤄진 폭력이."
[대피소 루트] "..저지먼트?" "방금 저지먼트라고 했지?!"
서연이 자신을 저지먼트라고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단번에 그녀에게 몰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붙잡고 마구마구 울부짖듯이 외쳤습니다.
"부탁이야! 에어버스터. 에어버스터에게 말해서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해 줘!" "뭐든 할게!! 그러니까 이 사태 좀 어떻게 해결해줘!!" "부정적인 감정? 그러니까... 어...어... 나쁜 생각만 안하면 되는거야?!" "아니...아니..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줘!"
당장 싸우는 목소리는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관심이 확 서연 쪽으로 바뀌어버린 모양이겠죠. 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습니다. 서연 역시 폰을 꺼내자 거기에는 [비상알림] 메시지가 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 동일한 메시지를 받은 모양입니다. 정확히는 '기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설치한 앱을 통해서 들어온 메시지입니다.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있었습니다.
[인첨공 20주년 기념 행사에 참여하신 여러분. 모두 지금 사태가 걱정이 되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상황을 해결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디멘션 오프너'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의 능력은 차원을 열어 다른 평행우주로 모든 것을 옮겨버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즉..이 아이의 능력을 사용하면 지금 여러분들을 위협하는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지금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십시오. 그 아이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서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십시오. 연락 방법은...]
이어 보이는 것은 임시 번호입니다. 저지먼트 부원들에게 주어지는 임시 번호. 즉 진짜 자기 번호는 아니나, 외부인이 필요해서 연락을 할 때 사용되는 임시 번호입니다. 아무튼 그 임시 번호가 떠 있었습니다.
"...들었지? 방법이 있나봐? 응원해서 해결된다면 빨리 하자." "나도 보냈어.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해!" "뭔진 몰라도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빨리! 빨리!! 빨리!!!"
수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저 희망. 영웅. 디멘션 오프너를 사용하는 그 영웅을 응원하기 위한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과연 순수한 메시지만 보내는 이가 있을까요?
/10시 10분까지!
.........와...내가 쓰면서도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흐릿) 그리고 어서 오세요! 리라주!
이게 뭐야;;;;; 일코 포기하자마자 사람들이 사천만에 막 매달려서 난리도 아니다. 뭔 상황인지 어케 해야 해결되는지 모르긴 나도 마찬가지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은우 선배라고 딱히 다르실 거 같지 않은데. 그래도 일단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게 상책일 테니, 내가 아는 선에서 불안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얘기해 봐야지.
" 어, 음, 그... 아마 에어버스터한텐 이미 연락이 갔을 거예요. "
아지랑 통화될 때, 한양 선배께서 연락하시는 걸 들은 거 같다.
"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은, 네, 맞아요. " " 사람들이 우울해지고 화내고 불안해하고 무서워할수록 " " 바깥의 괴물이 늘어나고 강해지는 거 같았어요. " " 그래서 그런 감정들을 가라앉힐수록 " "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이 괴물한테 이기기 수월해질 거라 생각해요. "
수박씨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그 괴물 촉수에 닿았다간 잡아먹힐지도 모르니 원거리 공격 위주로 하고 접근은 안 해야 할 텐데;;;;; 여기서 걱정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나... 일단은 사람들이 진정해 줬으면!!
" 제 능력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거기까지였는데요 " " 뭐라도 더 알아내게 되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 " 그니까 일단은 여러분의 주변 사람들이 무사한지 확인해 보시고 " " 얘기들 나누면서 진정해 주세요. "
하던 중 비상 알림 메시지가 떠서 확인해 봤다. 차원을 여는 능력? 평행우주에다 괴물을 옮겨넣자는 건가? 바깥 세상에서 먼 바다에다 쓰레기 섬 만들듯이??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진짜로 잊고픈, 다시 생각하기 싫은, 유니온과의 일이 떠올랐다. 유니온이 디멘션 오프너라는 능력을 못 쓰진 않을 거 아냐. 실제로 공간을 찢어서 능력자들을 이상한 데로 빨아들이려고도 했고. 근데도 유니온은 인첨공 사람 모두가 증오를 버리는 거 말곤 노답이랬다. 게다가 사이코메트리를 썼을 때도 괴물들을 다른 데로 이동시킬 수 있다거나 하는 정보는 없었어.(내가 전혀 모르는 대상이라 정보가 안 나온 건지도 모른다만) 그런즉 디멘선 오프너론 해결이 안 된단 의미!!
" 저기, 저기, 잠깐만요!!!!! " " 그거 방법 아닐 거 같아요!!!!! " " 그게 방법이었다면 사이코메트리를 썼을 때 " " 어딘가로 보낼 수 있다는 단서가 나왔을 거예요!!! " " 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진 몰라도 " " 그 괴물은 처음 봤을 거잖아요 " "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 " 찾아볼게요. 알아낼 수 있는 건 알아내 볼게요!!! " " 사이코메트리는 그러라고 있는 능력이니까요 " " 그니까 일단은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 " 차근차근 알아보면 " " 당장 해결하긴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수습될 거예요. "
난 이런 식으로 낙관하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만, 모르겠다. 나아질 거라고 믿어야 어떻게든 버텨질 거 같아. 여기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행복회로 동원해야겠다. 이 사람들도 믿어 주면 좋으련만
어떻게든 도망쳐서 대피소로 들어왔으나 상황은 첩첩산중이다. 내부 혼란을 막기 위해서 후드티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머무르고 있던 리라는 일련의 상황이 벌어지자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 한숨이 맞나? 그보다는 더 날카로운.
"하, 아하하, 하하!"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지간히 연예인에 관심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인첨공 거주민 대부분이 한번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그런 목소리가 대피소 안을 청량한 웃음소리로 메웠다. 때에 맞지 않는 이질적인 감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웃어?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웃지 않을 수 있나? 리라는 빗자루를 꺼내서 그 위에 몸을 납작 엎드리고, 그 상태로 인파 위로 떠올라 곧장 서연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안녕 현아. 공연장에서 보면 좋았을 텐데 재회 장소가 영 별로네. 어후... 사람들 참. 우리 현이 압사당하겠어요! 있지, 한 5초 정도만 눈 감고 귀 막을래? 좀 시끄러울거야."
서연이 귀를 막아주었다면, 그 자리에서 곧장 요란한 소리와 빛을 내는(그러나 인체에는 완전히 무해한)폭죽 몇 개를 실체화시켜 빠르게 터뜨렸을 것이다. 이목을 끌기 위해. 충격요법으로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그리고 저마다 움직이는 그 손가락들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만들기 위해서.
"안녕하세요, 이리라입니다. 아니, 지금은 굿위치라고 소개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목이 그 자신에게 집중되었다면 리라는 빗자루에서 내려와 몸을 가리고 있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대중 앞에 섰을 것이다. 이러려고 무대 의상 입고 뛰어왔나. 뭐, 상황은 얄궂어도 도움은 되네. 허공을 뻗어 쥔 자리에는 마이크가 실체화되어 나타나 리라의 손끝에 감긴다.
"일단 다들 멈춰주시겠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개 개인,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짐을 지우는 건 하나하나의 의도가 어쨌든 실질적으로 압박이나 다름없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압박하면 어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데...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한명이 모두의 희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신적으로 몰려 희생함으로서 모든 게 해결됐다면 인첨공이 여기까지 오진 않았겠죠. 안 그런가요? 조금 전 여기 현의 말을 들으셨으면서 느낀 바가 전혀 없으신가요?"
마이크를 통해 목소리를 키운 리라는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저지먼트라고 책임을 지우고, 상황에 맞는 능력자라고 책임을 지우고, 힘이 있다고 해서 개개인에게 해결을 전가하고, 본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고... 여러분,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말마따나 5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죠. 그때나 지금이나 어린애 몇 명의 손에 세상 일을 쥐여줘놓고 정작 본인들은 무섭도록 방조만 하고 계시네요. 혹여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전부 씹어먹을 것 같은 얼굴로 말이에요."
"손이 없나요, 발이 없나요? 여러분은 스스로가 정말 힘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뭐 개개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정말 '개인' 인가요? 아뇨, '집단' 이잖아요. 인첨공의 시민."
"그 이름에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가장 이 종말적 사태에 걸맞고 올바른 행동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소수를 영웅 삼아 모든 걸 떠맡기는 행위는 너무 진부하고... 비겁하잖아요. 여러분이 정말로 힘이 없는 게 아닌데도요."
[수용소 루트] 도망치려는 나라의 팔을 새봄이 붙잡았고, 핸드폰이 더 울리지 않게 혜우는 그 핸드폰을 부숴버렸습니다. 적어도 이제 거슬리는 진동 소리는 더 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라가 밖으로 뛰쳐나가서 잘못될지도 모르는 상황은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라가 더더욱 패닉 상태가 되는 것 또한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라는 진정이 되지 않는지, 계속해서 숨을 거칠게 내쉬었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공황상태가 된 모양입니다. 그래도 스스로 진정하려는 듯이, 천천히...천천히...호흡을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이것 말고 무슨 해결책이 있다는 겁니까?! 말은 누구나 다 하지! 대안법도 없이 그저 보기 안 좋다고 반대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죠! 나라고 어디 마음이 편한 줄 아십니까?! 만능이건, 아니건 일단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건데!"
이어 박사는 새봄과 혜우의 말에 반박하듯이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전혀 둘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그저 고집만 부리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 와중에 철현은 박사의 핸드폰을 뺏어서 모두에게 메시지를 또 보냈습니다.
"존버한다고 될 문제는 아닐텐데. ...내가 본 '이전의 미래'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지구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었거든. 존버해봐야 결국 다 소멸해버리겠지. ...뭐, 그 미래에서는 너희들은 없었으니 이번엔 조금 변수가 있었다만, 뭐가 가능하지?"
"아무튼 설명을 다시 해주자면... 왜 거울을 보냐고 한다면 그건 곧 '그 아이'니까. 정확히는 1531200번째 아이지. 지금 너희가 겪은 이 상황은 이번으로 15312001번이야. 뭐, 처음에는 작았던 '에너지 덩어리'였지만 그걸 디멘션 오프너를 통해서 계속해서 다른 평행 세계로 보냈고, 점점 그 에너지 덩어리는 계속해서 감정을 흡수하고, '뱅크 데이터'를 흡수해서 강해졌지. 처음에야 그래봤자 디멘션 오프너를 통해서 계속해서 워프가 가능했지만... 850000번째부터는... 점점 강해져서 디멘션 오프너를 사용하는 능력자는 불구가 되거나, 혹은 식물인간이 되었지. 그리고 바로 전.. 1531200번째 능력자는... 결국 지금과 똑같은 루트를 통해서 디멘션 오프너를 사용하려다가 결국 자신의 몸을 일체화시키면서 자신과 함께 평행세계로 간 거야. ...그리고 여기가 바로 1512001번째."
"흡수하려는 이유는 뻔하겠지. ...'차원'을 다루는 힘을 완전히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기 위해서. 뭐, 또 다시 일체화를 하면서 평행세계로 갈 수 있다면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너무나도 강해졌거든. 이제는 그 누구도 건들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뱅크 데이터도 이미 흡수가 끝나서 점점 너희들의 공격도 먹히지 않아. 내 공격은 더더욱 어림도 없다고 봐야지."
"그런 마당에... 지금 인첨공에 돌아다니는 괴물이 한두마리도 아니고.. 계속해서 데이터를 업데이트해서 공유할텐데...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지?"
"하물며 그건, 본체도 아니고 그저 에너지 덩어리일 뿐이야. 본체를 막으려면, 에너지덩어리를 모두 무력화해야 할테고, 계속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에너지원으로 삼아서 실시간으로 회복을 하면서 쓰러뜨리는 것도 불가능해."
"...이론적으로야 가능하겠지. '남을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마음'을 떠올리지 않는 상태에서.. 50여명의 각각 다른 능력자가 일제히 공격을 퍼붓는다면... 뭐, 괴물 하나 정도는 소멸을 시킬 수 있을거야. '프로덱트 데이터'가 따라가지 못할테니까. 그 정도면. 근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불가능해. 아무리 해도. 그러니까 없애버리려고 한 거야. ...이거야말로 이 인첨공이 존재해서는 안되는 이유야. 지금도 봐. 결국 '희생양'을 만들고 자신들은 빠지려고 하지. 차라리 5년 전에 다 사라졌으면 나았을 것을. 이젠 돌이킬수도 없거든. 사실상."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며 유니온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며 나라는 움찔하더니.. 다시 한번 몸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심장 부위를 붙잡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습니다.
"딱 한가지 차이점. 너희들은 그 1531200번째 관측 동안 한번도 없었어. ...너희들의 존재 자체가 이번에 처음 나온 케이스야. 자. 변수님들. 이제 어쩔 참이지?"
[대피소 루트] 갑자기 모두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공지였습니다. [방금 메시지는 보이스피싱의 거짓말이며, 개인정보가 털릴 수 있으니 문자를 보내지 마십시오] 정도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모두 그 메시지를 바라보며 욕을 하거나 으아아악! 소리를 지으면서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이야기.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알아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일단은 기다려달라는 메시지. 그 말을 하는 와중 한 사내가 그 말을 끊고 서연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건데?! 우리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잖아! TV 안 봤어?! 아프리카와 유럽이 사라졌고, 저 괴물이 우릴 다 잡아먹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대체 얼마나 기다리고 언제쯤 대책이 나오는건데?!"
하지만 그 소리를 끊어버리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건 어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습니다.
"누나는 정말로 해결할 수 있어요?" "언니. 믿어도 괜찮아요? 그럼 저와 제 동생은 뭘 하면 돼요?"
서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가 나왔습니다. 물론 아직은 어린애 정도였지만요. 하지만 다른 어린애들도 서연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그 와중에 리라는 인첨스타 라이브를 켠 후에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압박을 하지 말라는 말. 그리고 이 상황 자체가 부끄럽지 않냐는 일괄이었습니다. 5년 전의 일. 그것을 거론하며, 리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올바른 행동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한 여성이 소리를 지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너희들...너희들 5년 전의 그 아이들이지?! 너희들은 힘이 강해서 그런거야!! 너희들...레벨5가 대부분이었잖아. 나는 그래봐야 레벨3야! 그런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레벨4긴 하지만... 그래봐야 레벨5의 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퍼스트클래스의 힘에 비하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레벨0야... 그런데...뭐가 가능해. ...능력도 못 쓰는데."
어린아이들은 조금씩 반응하지만, 아직 어른들은 아닌 모양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게 바로 인첨공의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철저한 능력위주의 사회.
너희는 능력이 높기에 그런 것이 가능하지만.. 우린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할 수 없다.
인첨공에서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 없고, 저지먼트가 나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그 분위기가 바로 이곳에도 있었습니다.
난 지갑속에서 영수증 두 장을 꺼내 둥글게 뭉쳐서는 하나는 껌으로 만들어 박사의 입에 강제로 넣어버리고, 하나는 초콜릿으로 만들어 나라에게 건넸다.
"이거 먹어요. 좀 진정될 거예요."
그러는 사이, 유니온 녀석은 여전히 떠들었다. 생각보다 나랑 많이 말을 섞어주네. 의왼데. 그냥 피식 웃으면서 입이나 다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 많은 녀석이었나? 아, 맞다. 우리랑 한번씩 싸워본 녀석들은 항상 말이 많았지.
"내기할래? 이번 사태가 해결될 지, 안 될지. 안 되면 니가 이기는 거고, 되면 내가 이기는 거야. 이기면 나 소원 하나만 들어줘."
실없이 그런 소리를 내뱉었지만 녀석이 이 내기를 받아들이리라는 기대는 없었기에 그냥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기나 했다. 유니온 녀석의 실패담은 거의 흘려들었고, 귀담아 들은 건 그 다음이었다. 괴물을 없앨 수 있는 이론적인 방법. 유니온 녀석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어떻게 가능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마약이라도 쓴다던지, 아니면 서현 씨가 고생해주시는 방법이라던지. 그것도 아니면,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설득한다던지. 되든 안 되든 최대한 머리는 굴려봐야지.
"네, 맞아요. 근데 그게 왜요? 5년 전이랑 지금이 완전히 같다고 보세요? 그땐 저런 괴물도 없었고, 그때도 저지먼트와 퍼스트클래스 모두가 힘을 쏟아부어서 겨우겨우 일단락한 상황이었어요. 지금처럼 다수의 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때처럼 인첨공의 일부만이 참전한다고 이 사태를 완전히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래, 이게 현실이지. 박찬유, 당신 말이 맞았을지도 몰라. 인간들이란 정말... 지긋지긋하지. 새삼스럽지 않았다. 리라는 여전히 사람들을 사랑했지만 다시 이 직업을 선택하면서 믿음만큼은 서서히 잃어갔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아예 믿음이 말라붙은 건 아니다. 그러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걸어봐야지. 5년 전의 코뿔소가 그랬듯이.
"레벨, 레벨. 하나같이 지긋지긋하네요. 여러분, 죄송하지만 저도 레벨 0이었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저지먼트 업무에 나섰어요. 그 해의 저지먼트 업무라는 건 일반적인 저지먼트가 하는 업무와 한참 거리가 있었고, 그민큼 위험했는데도... 저뿐만이 아니에요. 당시에는 저 말고도 대다수의 저지먼트 부원이 저레벨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나름대로 힘을 합쳐 닥친 시련들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 해 보세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나요? 초능력이라는 힘은 세상에 등장한지 고작 20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초능력이 등장하지 않았던 세대에 있었던 각종 위기들은 과연 해결되지 못했나요? 아니요, 해결됐어요. 특정 개인의 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하나로 움직일 때 비로소 인류는 한 발짝 나아가곤 했죠.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대한민국에서, 이 지구에서 태어나 교육 받아온 사람이라면."
리라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마이크를 하나 더 만들어 서연에게 건넸다. 필요하다면 사용하라는 듯. 그리고 공중에 띄울 수 있는 핸드폰 거치대를 실체화시켜 핸드폰을 공중에 띄운 후 그대로 방송을 송출시키기 시작했다. 닿아라. 닿을 수 있는 데까지는.
"기다리지 마세요. 대책이 나올 때까지 숨죽이고 있지만도 말아주세요. 레벨 4든, 3이든, 2나 1, 심지어 0이라도 좋아요. 이번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진 개인이라도 결국에는 여러분처럼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니까요. 방대한 힘에 맞설 수 있는 건 마찬가지로 방대한 힘뿐입니다. 그리고 그건 소수로서는 이뤄낼 수 없어요."
"여러분, 5년 전 저희한테 빚을 지셨죠. 그 빚, 이번에 갚으세요. 저는 여러분이 말하는 강자로서, 남들보다 여유가 있는 레벨 5의 의무로 여러분이 죽거나 다치지 않게 돕겠습니다. 대신 여러분은 스스로를, 우리를, 서로를, 최종적으로 인첨공을 위해 움직여주세요. 여러분의 힘을 과소평가 하지 말고 뭐라도 해 주세요. 저지먼트 활동을 하다 보니 얻은 교훈인데, 가끔은 물량과 쪽수로 밀어붙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되더라고요."
그는 웃어보인다. 다소 처절하게.
"지난 시간동안 갈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복하면서 수동적으로 변화하고 서로가 서로를 질투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합니다. 저마저도 그랬는걸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 아닐까요? 전 지구적인 위기를 앞뒀고, 말마따나 까딱하면 저 아프리카나 유럽처럼 여기의 모두가 소멸해버릴지도 모르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해볼 건가요? 뭐라도 해봐야죠. 다시 말할게요. 여러분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힘을 합쳐주세요. 누군가에게 미루지도 말고,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말고,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미래를 위해서요."
부정적인 감정은 안 품어야 하는데 말하면서도 쫄린다. 디멘션 오프너가 답이 아니란 감은 온다만, 뭘 어째야 이 사태가 수습되는지 모르기는 똑같으니까. 그러니 믿어 줘도 이후가 노답이다. 사이코메트리로 뭘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까. 알아내려면 뭘 어째야 하지? 사천만 타고 수박씨가 있던 데로 가 봐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때 맑고 낭랑한, 어딘지 유쾌한 것도 같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사천만의 눈높이(???)에 날아온 빗자루에 탄 사람은, 리라였다. 공연 준비하다 왔는지 무대 의상이다. 무사하구나, 다행이다!!! 토실이도 자길 만들어 준 사람을 알아보고 폴짝거린다. 다만 리라 말마따나 재회 장소는 영 수박이다. 무대에서 반짝이는 리랄 구경할 줄 알았는데!!!
암튼 리라 말대로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도록 웅크리며 토실이도 감쌌다. 그러고 나니 가린 눈귀로도 뭔가 번쩍이는 거 같고 폭죽 소리 같은 게 울렸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적절한 도구를 만들어다 사용한 거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누군가를 압박하고 희생시켜서 해결하는 걸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단 이야기. 리라다운 말들이다. 그리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만 여기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나를 도와주려는 친구가 있다는 게 마음 놓이기도 했다.
그때 폰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 좀 전의 메시지대로 연락을 보내면 개인정보가 털린다는 문자. 사기였어? 아니, 저건 믿을 만한 정본가??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지 않게 된 게 다행 같으면서도, 희망이 생겼다가 좌절된 게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게 되진 않을지 쫄린다.
엎친 데 덮쳤다고 내 말도 그닥 설득력은 없었나 보다. 한 사람이 화가 치밀었는지 따지기 시작했다. 갑갑할 테니 무리도 아니라 생각했지만
" ......??? "
아프리카랑 유럽이... 뭐?? 좀 전의 메시지보다도 더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거긴 능력자 없어? 퍼클 못지않게 강한 능력자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사라졌다고?? 땅 전체가 아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이럴 땐 어쩌면 좋지?? 선배라면 죽도록 불안해도 어떻게든 감추고 희망을 키워 줬겠지만...
" ....... " " 얼마나 기다려야 나아지는지는 사실 저도 몰라요. " " 다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를 조금이라도 빨리 파악하려면 " " 아까 말씀드린 대로 " " 지금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불안, 우울, 분노 같은 감정을 잠시 잊는 게 " " 그래서 바깥의 괴물이 더 강해지지 않게 하는 게 " " 최선이란 거밖에 몰라요 " " 괴물이 더 강해지지 않는다면 " " 밖에서 안티스킬을 비롯해 이곳을 지키는 분들이 " "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테니 여기까지 쳐들어오진 못할 거예요 " " 그렇게 믿어 주실 순 없을까요? "
했을 때 아이들이 이쪽으로 왔다. 사천만에 타고 있으면 애들이 얘기하기 힘들겠다. 후다닥 내렸더니 애들이 물었다. 정말로 해결할 수 있냐고, 믿어도 괜찮냐고, 뭘하면 되냐고.
" ....... "
해결? 내 능력으론 못해. 그래서 믿어도 된다고도 못해...하지만 이런 얘길 하면 아이들은 더 무서워하겠지. 하여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도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 아이들이 겁먹지 않게 하려면 어째야 할까...... 고민 끝에 토실이를 아이들에게로 안아 보라는 듯 건네 본다.
" 얘 이름은 토실이야. " " 괜찮으면 토실이랑 어울려 줄래? " " 토실이 데리고 조사하러 나갔다간 " " 토실이가 다칠까 봐 무섭거든 " " 그리고, 기왕 어울리는 거 즐겁게 놀아 줘. " " 너희가 마음 편하게 있어 주면 " " 큰 힘이 될 거 같아. "
일단은 이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토실이까지 맡긴 이상 뭐든 알아내 봐야겠지. 선배랑 새봄이가 유니온한테 갔으니 무슨 정보든 듣지 않았을까? 거기서 들을 수 있는 거 최대한 들어 보고, 나머지는 밖에서 조사해 보자. 그리 마음먹고 철현에게든 새봄에게든 영상 통화를 시도해 보는 서연이었다.
그녀는 박사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시선은 인간 이하의 것을 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상황을 똑바로 봐. 지금 이건 현실이고 실제 상황이야. 손바닥만한 랩실의 실험이 아니라고. 하물며 실험실에서조차 어떤 시도를 할 땐 그에 대비를 갖춰놓고 해. 그런데 지금은 어떤 시도에 대한 아무런 대비도 할 수 없지. 그럴 때는 공식과 이론부터 재접근해야 한다. 그 정도 기본도 생각하지 못 하다니, 연구원 실격이군. 당신에겐 발언 자격이 없으니 조용히 있도록 해."
이번은 정말로 마지막 경고라고 고지한 뒤 그녀는 나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입고 있던 백의의 겉옷을 벗어 공황 상태를 보이는 나라의 머리 위로 씌워주고 그 위로 손을 올려 귀를 덮어주려 하며 말했다.
"침착해. 천천히, 숨을 쉬는 것에 집중해. 다른 건 생각하지 마.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다시 들이쉬고, 내쉬고, 자, 반복하는 거야. 하나, 둘-"
그녀는 나라의 공황 상태를 진정시키려 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저 괴물은 그 동안 무수히 쌓인 부정적 에너지의 결정체. 그러나 발단은 이 학생의 능력, 디멘션 오프너. 모든 사람이 부정적 생각을 멈추고 일치단결해야만...
"그러니까, 모든 괴물을 동시에 요격해야 한다는 말이군. 모든 사람들이 동원되어서 말이지."
그녀는 그녀의 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어디든 대피소에 있을 레벨 5의 심리장악에게 근처에서 뭔가 방송을 하고 있다면 거기에 '설득력'을 불어넣으라는 지시였다. 통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시도는 해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