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터미너스 시티. 예전에는 뭔가 좀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린 적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이 이름으로 충분하죠.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들어오거나 여기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의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되니까요.

이전에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때는, 메가코프들의 연구단지와 휴양지가 같이 들어선 이상하고 재밌는 도시였죠. 연구단지가 위치해 있으면서도 빼어난 자연경관이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는 터미너스의 해안선은 미국의 앞에 환하게 펼쳐진 미래를 축약해놓은 것만 같았어요.

물론, 그래요, 터미너스 시티의 해안은 여전히 아름답고, 연구단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제 일을 하고 있어요. 그저 그 전쟁들 이후로, 이 땅의 실질적 통치자가 연방 정부에서 메가코프들로 바뀐 이후로는...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선 이후로는... 광전자 폭격의 영향으로 미세하게 바뀐 대기 조성이 빚어내는 보라색의 하늘 아래에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내일을 명확하고 낙관적으로 내다볼 수 없게 되었을 뿐이죠.

그러나 여전히 터미너스 시티를 원하는 이들은 많아요. 전쟁의 영향을 거의 빗겨간 덕에, 그나마 전쟁 전에 가깝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저 멀리 나이트 시티와 이 터미너스 시티를 빼면 정말로 드무니까요. 두 정부와 메가코프들의 협약으로 인해, 신연방 정부의 헌법과 자유주 연맹의 연맹법 둘 중 어디에도 영향받지 않는 만큼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고, 이 어지간한 카운티만한 도시에는 그만큼 일감도 즐길 거리도 넘쳐나지요. 하지만 주의하세요,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은 당신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엿을 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결국, 행운은 과감한 사람에게 미소짓는 법.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는 사람보다 과감한 이는 없는 법이죠.

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 나레이터

"웃기지. 정말 오발탄같은 인생이야."

이름: 리엔 헤이란连 黑兰

나이: 만 30세

외형: https://www.neka.cc/composer/13690
갈기털처럼 희게 바랜 부슬부슬한 머리카락과 탁하게 가무잡잡한 피부를 한 훤칠하고 다부지고 건장한 여성. 여성의 체격에 붙이기에는 조금 안 어울리는 형용사지만, 리엔 헤이란은 그랬다.

192cm에 달하는 키는 사이버웨어 골격 시술의 산물이 아니라 유전자와 자기관리의 결실이다. 부단한 단련과 함께 적절하게 시술된 사이버웨어가 조화를 이루어 마냥 위로만 길지 않고 강인한 근육까지 갖춘 다부진 체격. 여체에 어울리지 않는 건장함과, 여체다운 굴곡 풍만한 볼륨감이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몸이다.

자라는 대로 내버려두고 눈앞에 거슬리지 않게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내는 것이 전부인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한 올도 남김없이 탁하게 바랜 흰색. 염색이나 탈색이 아니라 헤이란이 인생의 굴곡을 지나오며 받아온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모공이 색소를 만드는 능력을 상실해버려 이렇게 푸석푸석한 갈기가 된 것이다.

피부는 그 하얀 머리털보다도 두세 톤 정도 가무잡잡하다. 색만 가지고 인종을 특정하기에 애매모호한, 마치 중간값에 있는 듯한 다소 탁한- 그래서 실로 도시에 어울리는 색이다.

언제나 반쯤은 피곤해하는 듯하고 반쯤은 달관한 미소를 짓고 있어 눈밑에 드리운 기미와 함께 그녀의 첫인상을 수더분하게 순화시켜 주지만, 하나하나 그 형상이 선명하고 쭉쭉 뻗어있는 이목구비에서 느껴지는 뚜렷한 인상을 다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거기에 도톰한 입술 사이로 드러나는 날카로운 이빨들이나 초점을 잃지 않고 대상을 꿰뚫어보는 듯한 갈색 눈은, 비록 그녀가 영락한 몰골이더라도 한때는, 어쩌면 여전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콧등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있다. 그녀가 사는 시대에 흉터 하나 지우는 것쯤은 여드름 짜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나 굳이 지우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다.

팔과 다리가 모두 사이버웨어로, 이를 지탱하기 위해 중추골격도 사이버웨어다. 팔다리의 경우 평소에는 단백질 직조 조직 외장을 달고 있어 평범한 의수로 보이지만, 전투 상황이 되면 외장이 변형하며 기하학적이고 흉물스러운 형상의 검은색 기계 외장을 내비친다. 최고급의 전투용 사이버웨어로 보이는데, 기존 브랜드의 어떤 기성품과도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맞춤제작한 물건으로 보인다.

사복 감각은 글렀다. 하의는 일자바지나 청바지, 트랙팬츠 따위로 갈음해버리기 일쑤에, 걸치는 옷가지는 후드집업이나 재킷, 점퍼 등의 우중충스런 것들 일색, 그나마 멋부리는 날에 입는다는 게 가죽재킷 정도.

성격: 한때는 분명히 형사로서 그 무서운 직감과 불굴의 행동력을 십분 발휘했던 때가 있었다. 한때는 자신이 왜 퍼거토리 시티 경찰서에 몸담았는지에 대한 동기를 아침마다 되새기며 출근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헤이란은 애매한 나이에 애매한 계급에 머무르고 있는 공무원다운 느긋한 게으름뱅이에 지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그럭저럭 성실하게 해내지만 그뿐, 딱히 열정같은 것은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한때의 열정을 뒤로하고, 이젠 지쳐서 현실주의와 적당주의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 게으름은 스스로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자기계발이나 취미에 적극적으로 매진하는 일은 없다. 헬스장도 몸에 밴 습관의 관성 때문에 계속 다니고 있는 것이고, 집에 돌아오면 하이볼 한 잔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퍼질러누워 있거나 느릿느릿 집안일을 하는 게 전부.

죽어버린 걸까? 그 예전의, 퍼거토리 시티를 당당히 가로지르던 맹수는.

기타: TCPD(Terminus City Police Department, 터미너스 시티 경찰국) 소속의 형사. 계급은 경찰소령. (터미너스 시티 경찰은 군대 계급을 그대로 차용해서 사용한다. 국내로 따지면 경감) 한때는 훌륭한 실적을 올리며 범죄자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던 형사였으나, 지금은 TCPD 전체에 퍼진 무관심과 부패에 마찬가지로 찌든 부패경찰이 된 모양새다. 예산도, 장비도, 인력도 모자란 TCPD 뱃지쟁이가 어디서 무슨 돈이 나서 저런 최고급 오더메이드 전투용 사이버웨어를 팔다리에서부터 골격까지 둘둘 말고 있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것을 두른 보람도 없이, 그런 최고급 사이버웨어에 어울리는 리퍼닥의 케어를 받지 못하는 모양인지-아니면 리퍼닥의 케어도 보람없는 모양인지 사이버 사이코시스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어쩌다 보니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어떤 사건' 이후로 이 도시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세 메가코프 중 하나인 티베리온 유니버셜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청구를 당했기 때문. 다만 티베리온 사는 TCPD의 경찰로서 티베리온 사에 협력해 준다면 상환을 무기한 유예해줄 뿐 아니라 협조 건마다 상환액을 일정량 탕감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녀는 세 가지에서 위안을 얻는데, 하나는 술이다. 상당한 말술의 주당. 맥주며 청주며 독주며 와인이며 칵테일 등 무엇이건 마다않고 마신다. 평소에 가장 즐겨마시는 것은 위스키 하이볼. 또다른 하나는 소동물 쇼츠다. 직접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하기에(잘못 쥐면 터질까 봐) 영상으로만 만족하는 듯. 마지막 하나는 전자 액자. 안에 들어있는 칩이 손상되었는지 아무런 이미지도 디스플레이되지 않고 까만 화면뿐이지만, 이따금 꺼내서 까만 화면을 묵묵히 들여다보곤 한다.

요리 솜씨는 의외로 상당하다. 그녀는 암룡성채의 슬럼가에서 어느 노파에게 다른 여러 고아들과 함께 거두어져 자랐는데, 헤이란이 그 중 맏딸이라 할 만한 나이였기에 노파를 도와 집안일을 많이 해본 적이 있기 때문. 물론 지금은 그녀의 제자리 쳇바퀴걸음이나 다름없는 삶에 지쳐서 다 놓아버렸지만, 그럴 필요를 느낀다면 자신 혹은 누군가를 위해 제법 그럴듯한 대만식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인종의 용광로인 자유 미국에서 아랍계, 북방계,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이 여러 세대 교차한 혼혈이기에 그녀에게 인종이나 출신이나 민족정체성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 없다. 동북아계 유전자가 그나마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나, 그녀가 리엔 헤이란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가진 것은 순전히 그녀가 암룡성채의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고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오발탄이면 어때? 이 도시 전체가 총 맞아 마땅한데, 어디에 날아가 박히더라도 명중이나 다름없잖아."

이름: 타샤 Tasya

나이: 만 24세

성별: 여성 (시스젠더)

외형: https://www.neka.cc/composer/13819
스모그가 일상인 빌딩의 숲에서 태어나 어두운 골목길 안을 떠돌며 자라온 탓에 상당히 창백한 피부를 가졌다. 양쪽 머리카락 일부를 얇게 땋아내린 머리카락은 염색한 티가 나는 푸른색으로, 그 길이가 허벅지에 닿을 때까지 손질하지 않고 마구 길러놓았다. 눈을 다 가릴 듯 푹 내린 앞머리 사이로 드러나는 눈동자는 검은색 홍채 가운데 빛나는 파란 동공으로 하여금 그것이 사이버웨어-의안-임을 깨닫도록 만든다.
순하게 처진 눈매의 커다란 눈. 길고 짙어서 그림자를 드리우는 까만 속눈썹은 그의 원래 체모가 무슨 색상이었는지를 간단히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 작은 얼굴은 하관이 짧은 탓에 조금 어려 보이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로 인해 강한 인상의 절세미인까지는 아닐지언정 귀엽다는 느낌은 확실히 주는 듯하다. 최악이지. 이곳에서 만만해보이는 애새끼란 명실상부 먹이사슬 최하위에 위치하는 존재니까.

빈익빈 부익부, 풍요 속 빈곤으로 대표되는 이 도시를 아주 어릴 적부터 떠돌던 부랑아 특유의 영양부족인지, 아니면 그저 타고난 것일지는 모르지만 꽤 작고 마른 체구를 가졌다. 신장 자체는 딱 떨어지는 160cm로 아슬아슬하게 평균치이지만 뼈대와 몸이 작아서 좋게 말하자면 가녀리고 나쁘게 보면 말라깽이처럼 보인다. 다만 골격 성장은 이루어졌으므로 2차 성징 이전의 어린애 체형은 아니다.
그런 몸을 헐렁한 옷으로 감쌌다. 루즈한 핏의 데님 오버롤 팬츠나 점프수트 따위에 목 끝까지 지퍼를 채우면 얼굴 절반을 가리는 커다란 검은색 윈드브레이커를 걸치고, 빛이 바랜 갈색 워커를 신으면 완벽한 엔트로피즘 스타일이 완성된다.
가느다란 목을 틀어쥐고 있는 듯한 두터운 가죽 초커는 개목걸이를 연상시킨다. 중앙의 동그란 금속 고리는 용도를 알 수 없으나, 그가 달릴 때마다 네온사인의 빛을 받아 이리저리 반짝이는 걸 보면 그저 그것만을 위한 장식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성격: 도시 밑바닥 생태에 익숙해진 사람 특유의 시니컬함이 감돌지만 보면 볼수록 묘하게 허술하고 어설픈 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평소 하는 말을 보면 딱히 어디가 모자라다거나 한 건 아닌데, 행동을 보면 또 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경계심도 겁도 많아 자주 예민하고 소심하게 굴지만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엔 흔쾌히 대담한 면모를 드러낸다.
인간성이 실종되어가는 시대에서 침묵과 외면이란 곧 미덕임을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잘못된 것을 무난히 지나치지 못하는 성정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의 미련함에 욕을 마디마디 씹으며 지지부진 시간을 끌더라도 결국에는 잘못된 걸 고치는 방향으로 걸어가게 되더라. 테키라서 그런가? 틀어진 건 못 참는다. 헐거운 나사는 제대로 끼워야 직성이 풀린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 지, 갱단 관련 일을 할 때마다 상시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중.
또한 받은 건 무조건 갚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품고 있다. 그게 은혜든, 원한이든.

과거사: 닥터 칼리노프스키. 저명한 리퍼닥이자 이름난 괴짜. 시력을 잃은 채 바닥을 기던 부랑아를 손수 거둬 새로운 눈과 새로운 세상을 부여한 타샤의 양어머니이자 스승님. 기업의 수많은 초빙 제의도 무시한 채 재야에서 프리랜서 활동을 이어가던 중 길거리를 굴러다니던 볼품없는 어린아이를 주운 그는 무슨 변덕인지 뭣도 모르는 아이에게 기술까지 가르치며 꽤나 귀하게 키웠다. 주변인들은 괴팍한 닥터 칼리노프스키가 웬 꼬마를 주워와 싸고 돈다며 입방아를 찧었고,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지는 소문은 명마보다 빠르게 퍼져나갔다.

주워진 건 10살. 그 품을 떠나게 된 건 17살의 일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안온함을 기어코 매듭지은 건 잔인한 형태의 이별이었다.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는 싸늘히 늘어진 시신만이 그를 반겼고, 먼지 먹은 싸구려 카페트는 어머니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얼룩져 있었다. 이유는 모른다. 사실, 짐작가는 게 너무 많아서 가늠하기도 어렵다. 가장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닥터 칼리노프스키는 주기적으로 거처를 옮겨다니는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런 복잡한 사정의 이면에는 당시의 타샤로선 차마 견적 내기도 어려운 거대기업들이 도사리고 있었을 테니까. 개중에 누구든 일을 냈겠지‐ 지금으로서는 그저 그렇게만 생각할 수 있다.

갑작스레 사망한 닥터 칼리노프스키의 유언장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타샤는 정식 입양 절차를 밟지 않았던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보에 가까운 이야기들 사이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도 전에 그는 다시 길거리로 내몰렸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어머니의 낡은 공구 가방 하나만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아니, 하나가 더 있긴 있었다. 값비싼 커스텀 사이버웨어 의안 한 쌍.
그게 여러 갱단의 시선을 끄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원래대로라면 눈을 뺏기고 어머니를 뒤따라갈 운명이었겠으나, 탸사를 납치한 갱단은 그의 두 눈보다는 출신에 더 관심이 있는 듯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뭐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 않던가. 어머니의 수리 기술을 그럴듯하게 따라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멍자국이 감소했다. 어리버리한 테키, 돌팔이 리퍼닥. 어둠 속에 숨어 이름 대신 수식어로 불리는 나날이 길어지면 점차 갱단의 일부가 된다. 적어도 그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기타:
- 본명은 아나스타시야. 양어머니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며, 어머니가 살아있을 적에는 작은 아나스타시야 또는 타샤로 불렸다.

- 머리가 좋다. 베이스도 없었을 적부터 어머니가 전공서적이나 논문을 동화책 읽어주듯 하며 흘려넣은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고, 지금도 특유의 탐구심과 창의성으로 사고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다년간의 길거리 생활로 체력이 비축되어 있어서 몸 쓰는 일도 무리는 없다. 하지만 그게 힘이나 기술이 좋다는 뜻은 아니라서, 싸울 일이 있으면 거의 악과 깡 그리고 약간의 협잡질로만 덤비는 편이다.

- 먹는 걸 좋아한다. 입 속 실평수가 작아서 음식을 넣으면 볼이 열심히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오렌지 치킨. 담배는 안 피우고 술은 적당히 하지만 아주 잘 마시는 편은 아닌 것 같다.

- 보호자가 있던 기간이 약 7년인데 그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예절 교육은 없었는지 이따금 당황스러운 태도를 구사한다. 이를테면 초면에 대뜸 반말을 사용한다던가.

- 갱단 <델피니움>. 불법 취득한 사이버웨어, 때로는 그에 딸려오는 '다른 것' 도 거리낌 없이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갱단. 타샤의 생명을 몇 년 더 연장시켜준 장본인이긴 하지만 입단에 본인의 의사가 없었던 만큼 조직에 별다른 애정은 없다. 그러나 따라야만 한다. 왜냐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장착된 사이버웨어를 적절한 마취도 없이 억지로 뜯어내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타샤도 알고 싶지 않았다.

우와아악 🥺 음악도 0레스도 너무너무 좋잖아~~!!! 형사님 요리 잘 하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 전자 액자에는 뭐가 있었을지 궁금한걸 😌

리엔주 스레 세워주느라 고생했어! 안락한 집에 안착이다~

3.3 어이구구..
어서와. 푹 쉬었어? 구미에 맞다니 다행이다. 여기서 오랫동안 서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서... 공 좀 들였어.

노래는,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리엔의 목소리와 조금 비슷한 목소리로 골랐어.

리엔주 안녕! 응, 푹 쉬었어! 전기장판에 늘어져서 전자레인지 돌린 인절미 마냥 물렁물렁해졌다~ 리엔주는 아직 직장일까? 야간 근무라서 피곤할텐데... 얼른 쉴 수 있었으면... 🥺

헤헤 나도 오랫동안 즐겁게 얘기하고 싶어! 그런 의미에서 시작부터 예쁜 노래와 글로 시작하니 벌써부터 정감가는걸~ 공들여줘서 고마워 (쓰담쓰담)

근데 뭐 뭐라구
안 그래도 좋았던 노래가 더 좋아진 건에 대하여. 다시 틀었더니 또 다르게 다가오는 건에 대하여.
죽어도 여한이 없다... (?)

아, TCPD... 우리 친애하는 가엾은 뱃지쟁이 경관님들. 고생도 많으시지. 그래, 터미너스는 명백히 NUSA에도 신자유주 연맹에도 속하지 않은 도시인데, 왜 경찰이 있는 건지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의문을 표하시더군요. 엄밀히 말하자면 터미너스 시티는 NUSA와 완전히 별개의 국가가 아니라 일종의 자치구 비슷한 상태가 되어 있어요. NUSA는 터미너스에서 철수하면서 연방 법령도 규제도 거두어갔지만,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TCPD만은 남겨두었어요.

연방 정부 대변인의 당시 발표에 따르자면, 터미너스 시티의 통치권 이양 과정 및 그 이후에도 치안을 정상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연방 영토에 대한 연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고 번드르르하게도 말했지만, 여기는 결국 연방 영토라고 고집부리는 유치한 기싸움이라는 사실을 누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인간 표지판으로 남겨진 TCPD의 운명이 밝을 리 없죠. 도시를 점거한 3대 메가코프와의 협의 하에 체결된 TCPD 독자 규정집이 어느 정도 권한이야 보장해주지만, 그마저도 TCPD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메가코프들에게 이리 치이고, 터미너스에 원래 있었거나 새로 굴러들어온 갱단들에게 저리 치이고. 격무에, 박봉에, 장비 보급도 제대로 안돼, 경찰특공대 무장이 어지간한 길거리 갱단 무장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니 말 다했죠.

이제 와서 TCPD는 기업의 규정집 가지고 말장난 하는 불공정 거래에 이들이 '법은 안 어겼음' 하고 도장찍어 주는 보증인 역할이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받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경찰 직권을 수상하게 사용하거나, 시시콜콜한 딱지나 끊는 게 전부... 그나마 그 중 좀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은 TCPD의 몇 가지 독자적 권한을 이용해 대기업의 도급업자 노릇이나 하고, 그 외에 경찰다운 노릇 할 때는 신변 보호를 위한 PMC 보험에 가입할 돈도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새끼줄 노릇 할 때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이 얼마나 성실하건 불성실하건, 얼마나 진심이건 혹은 마지못해 하는 일이건, 이 터미너스 시티를 시티로 부를 수 있는 건 TCPD가 있어서에요. 그들마저 없어봐요, 퍼네이스*나 몇몇 부자 동네 이외에는 터미너스 시티가 아니라 터미너스 아레나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은 꼴이 될걸요.

*the Furnace. 대기업들의 메인 빌딩이 몰린 중심지.

>>5 (볼쪼물쪼물.)(?)
해 떠야 나가니까, 아직 좀 남았네. 그래도 옆쪽 부서에 때때로 오락가락하는 것만 빼면 크게 고생하는 일은 아니니까. ..어? (쓰담당함.) (북실북실해짐...) (골골골골...)

아, 그리고 이제 가사까지 찾아봐줘. ( `V´)

>>터미너스 아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프네...
친절한 나레이터 씨의 설명 덕에 세계관 분위기랑 설정이 머릿속에 쏙쏙 박혀오네! 고마워요 나레이터씨~~ 😌

후... 형사님... 안 좋은 대우 속에서 구르고 있구나... 마음 아프고 룽하다... (?)

>>7 (폭신 말랑 끈적)(콩가루 묻히기)(?)

크아악 아침 해와 함께하는 퇴근이라니! 회사는 리엔주의 밤을 보장하도록 🥺 무리하는 일은 아니어도 늦은 시간에 깨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응, 응원할게. 퇴근하면 푹 쉴 수 있길! (골골송에 만족한 타샤주이다)(복슬 좋아~)

레스 보자마자 바로 검색해서 보고 왔는데...
😭 형사님!!!!! 가사 룽하고 리엔이랑 찰떡인데, 그만큼 씁쓸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러면서 강렬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형사님 캐릭터성과 찰떡이라는 느낌이라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읽었네~ 후후... 최고... 🫠🫠

>>9 엣진짜인절미자나. (손씻고와서 새 콩가루 뿌려줌)

앞으로 세계관 TMI나 캐릭터들이 알았으면 하는or캐릭터들이 엮인 대사건은 나레이터 씨가 종종 방송하게 될지도.

타샤주도, 음, 수면을 충분히(아니면 최소한이라도) 취하고 있을까? 내 일방적인 짐작이긴 한데 대학생인 것 같은데... 아니라고 하더라도 타샤주도 충분히 쉬고, 어떤 일이건 노력한 만큼 성과 거두길. 모처럼 만난 좋은 파트너니까 오래 같이 있고 싶어. 나도 푹 쉬고 몸관리 잘 할게.

원래 다른 목떡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가사가 너무 리엔 이야기지 뭐야. 그런 의미에서 다음 스레 세우게 되면 다음 스레 노래는 타샤주가 추천해줄래? (?)

그러고 보니 첫 일상은 언제 시작하게 되려나?

>>10 (뽀송뽀송한 뉴-인절미가 되다) 히히 사펑 세계관의 발전된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리빙 인절미랍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형사님과 리엔주 뒤를 따라다닐거야~

꺄악 너무 좋아! 🥹 나레이터씨 기다릴게요! 조율할 때부터 느꼈는데, 리엔주는 설정 구상이 섬세하고, 속도도 빠르고 그걸 구체화하는 능력도 좋은 것 같아. 이걸 함께 즐길 수 있다니 난 행운아야 😌

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지금은 반쯤 백수에 가깝다네~ 그말인 즉, 수면량은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지! 좀 요상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긴 하지만 시간 자체는 충분하다! 좋은 말 해줘서 고마워! 응, 우리 오래오래 재밌게 놀자~!

크흐흑 진짜로... 너무 너무 형사님이잖아~ 이만큼 찰떡인 노래 다신 없어 (하지만! 원래 염두해뒀던 목떡도 조금 궁금하다)
헉 좋아! 오늘부터 찰떡콩떡 노래 찾기 돌입합니다! 열심히 골라둬야지~

>>11 난 지금도 괜찮은데, 일단 리엔주가 일하는 중이고... 두 시간? 이제 한 시간이구나. 그쯤 뒤에 잠시 나갔다가 9~11시 사이에 돌아올 거 같아서 🤔 흐으음 어쩔까... 시작을 해둘까? 아니면 리엔주도 좀 쉬고 나도 할일 마친 다음에 오늘 오후쯤부터 시작해볼까?

>>12 정답! 골든햄찌! (대체?)
아하, 그쯤이구나. 내가 아침 9시에서 10시쯤에 잠들거든.. 그리고 오후 4시~5시경에 일어나고. 음, 어떻게시작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나누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이야기가 다 끝났는데 시간이 괜찮으면, 선레 정도는 써도 좋을 것 같고?

다만 잠깐만, 한 30분 정도는 답레가 느릴 수 있어. 생산부 사람들이 내 폰에 백도어를 깔아놨나... (투덜)

그리구 수면량은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니 다행이야. (쓰담쓰담)

>>13 >>14 엌덯게 알았찌!
잠 잘 자는 햄져니까 걱정 말라구! (너굴맨 포즈)

헉 그렇구나, 다녀오면 자고 있겠네. 응! 그러면 어떻게 시작할지 얘기 나눠보자! 시간 괜찮으면 선레를 쓰고, 그 다음엔 푹 쉬고, 오후쯤에 만나는 걸로~ ☺️

천천히 다녀와! 그럼 나는 리엔주가 다녀오는 동안 뭘로 시작할지 슬슬 고민해볼까나...

두가지 선택지가 있는 것 같은데, 선배 '였던 것' 사건. 다른 하나는 강도 사건. 이 둘 중에 하나 골라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아. 두번째로 가면 선배였던것 사건은 선관으로 넘어가겠네. 난 빌드업 이야기 나눈 거 처음부터 시작해도 좋고, 좀 더 제대로 된 상호작용은 아마 강도 사건부터 될 것 같으니 거기부터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
리엔주는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들까?

>>15 그리운 느낌이네. (대왕방석 한가운데 얹어주기) (뽀다담) 인사가 너무 늦었지만... 만나서 반가워. 찔러줘서 고맙구.

선배였던 것 사건은 서로 간략하게 썰 풀기를 한다거나, 아니면 짧게 1~3핑퐁 정도로 넘어간다거나? 그 다음에 '그것이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하고 바로 강도 사건으로 연결하면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16 (푸우우우우욱 들어감)(포곤!) 헤헤 나도 다시 한 번 만나서 반가워~!! 다양한 이야기 하면서 재밌게 놀아보자 ☺️

오호, 짧게 핑퐁하고 넘어가는 거 좋은데? 썰풀기도 좋지만 두번째가 확실히 더 매끄럽다는 느낌. 난 개인적으로 짧게 핑퐁하고 강도 사건으로 넘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아! 리엔주는 어때? 그리고 이렇게 한다면 시작은 누가 끊는 게 좋으려나? 어느 쪽이더라도 괜찮겠지만, 강도 사건으로 이어진다면 내 쪽에서 쓰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

>>17 진단도 많이 풀고... 픽크루도 AI도 많이 풀면서 놀 거야. 아참, 형사님 어쩌면 시트에서 보던 것보다 좀더 다우너할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뭐라고 해야 하나... 평균적인 모습은 시트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진데 이제 까보면 생각보다 더 아픈(뭐)

다이스를 굴려서 선레를 정해도 좋지만,
1. 타샤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배네 차를 조지러 왔는지(선배가 위기에 빠졌단 소문을 듣고 선배의 차가 있는 곳으로 혼자 왔는지, 아니면 선배가 타샤한테 연락해서 차 좀 갖고 오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듣고 기회가 왔음을 직감하고 신나게 차를 끌고 픽업지점에 갖다놓고 고장내다가 선배한테 딱 걸렸는지)
2. 선배는 어떤 사람인지(외형이나 연령 등)
3. 타샤에게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정확히는 타샤가 차를 고장내고 있는 현장을 딱 봤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4. 타샤의 조직 내에서의 입지가 어떤지(조직의 귀한 테키라고 의외로 해꼬지는 잘 안 당할 수 있음)

에 대해서 내가 모르니까... 이런 부분을 타샤주가 쓰고 싶다면 써줬으면 좋겠어. 이런 부분을 내가 맡아줬으면 한다면 내가 선레를 써올게.

>>18 🥹 너무 기대돼!! 나도 이것저것 많이 해와볼게, 우리 재미있게 놀자~~ 그리고 다우너하다고? 오히려 좋아. 시트만 보며 예상하던 것과 실제 굴릴 때 모습이 조금 다른 것도 묘미지~ 캐릭터가 더 깊어보이기도 하고!
그리고내가그런거좋아해최고.

1~4까지 전부 동감. 아무래도 장면 첫 제시를 이쪽에서 했다 보니 이미 머릿속에 이미지가 있거든. 그래서 저 부분은 내가 써놓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아! 내가 써오는 걸로 할게! ☺️

다만 슬슬 나갈 시간이 가까워져 와서... 선레는 다녀와서 올려둘수도 있겠다. 🥲 췟! 현생!

>>19 전자액자... 궁금하다고하셧지요.
"조금이라도 날 행복하게 하는 건, 하나같이 날 떠나가기 바쁘더라고."
어, 좋아해? 짠내 풀차지할게. (뭐)

아, 맡아줘서 고마워. 혹시 집에 가서 선레를 보거든, 답레 쓰고 잘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현생 일이 먼저니까, 선레는 시간나는 대로 손가는 대로 천천히 써와 줘.

>>20 무 뭔데 뭔데 뭔데!!!!!!!! 뭐야!!!! (머리 터짐)
어어어 🥺 형사니임... 무엇일까. 가족 같은 사람들? 동료들? 친구? 전 연인...? 반려동물? 누구라도 짠내 폭발이잖아 크흐흑... 슬프지만 좋다... 눈 부을 준비 완료야... 88

응! 리엔주도 남은 일 힘내고, 이따가 보자! 최대한 늦지 않게 써올게~

삶이라는 건 참 황당해. 나를 끝없이 진창에 처박는 주제에 이따금 거지에게 적선하듯 뭐라도 던져주잖아. 그래, 정말 뭐라도 말이지.

---

- 삑, 삑, 삑, 삑.

사실 알고 있다. 그보다 더 웃긴 건 나라는 걸. 매 맞아도 간식 하나 손길 한 번에 다시 꼬리 흔들며 다가가는 멍청한 개처럼 그나마 즐길만한 이벤트가 일어날 때마다 목숨 버릴 용기는 도로 내버린 채 달려드니까. 이딴 세상에서 애써 명줄을 늘려봤자 얻을 것도 없는데. 미련하게. 팍팍한 도중 뜸하게 주어지는 달콤함을 포기하지 못해서... 정말이지 미련하게도.

- 삑, 삑, 삑, 삑— 달칵.

하지만 어쩌겠나? 인간은 할 수 없이 유혹에 약하다. 그게 복수의 유혹이라면 더더욱. 그러니까— 뒈질 땐 뒈지더라도 이런 건 절대 못 참는다는 거야.


치직, 치직, 치직...—

"왜?"
- 후우, 후, 후우... 하... 빌어먹을! 왜 너밖에 받는 사람이 없어?!
"몰라. 끊을까?"
- 아니! 야야야, 이왕 받은 김에 얼빙 스트리트로 차 좀 끌고 나와. 최대한 빨리. 급해.
"......내가?"
- 지금 너밖에 받는 사람이 없다니까!

제 바이크는 어디에 팔아먹고 나한테 오라가라 하는가, 애초에 혼자 내보내는 일조차 많지 않으면서 꼭 이럴 때만... 귀찮게. 라는 불평은 머잖아 가라앉는다. 타샤는 구식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겨우겨우 억눌렀다. 이 목소리가 이런 식으로 흔들리는 건 오랜만에 듣는데.평소에는 짜증날 정도로 여유만만하거나 제 성질에 못 이겨서 듣기 싫게 빽빽대기만 했잖아. 그는 잘게 갈린 금속 가루와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은 장갑을 벗고 통신기를 든 뒤 창고를 나섰다. 마스크를 벗자 폐부에 들어차는 바깥 공기는 실내보다 딱히 나을 것도 없다. 독을 품은 듯한 보랏빛 하늘.

- 왜 대답이 없어?! 야! 귀먹었냐?

타샤는 그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다시 통신 버튼을 누른다. 치직, 치지직...—

"아... 어디라고?"

비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벼운 동기였다. 날 여기까지 끌고 들어온 개자식한테 엿 좀 먹이고 싶다. 딱 그 정도의 마음.

분명 그랬을 텐데.

---

달그락 달그락. 티릭 탁. 데굴데굴 굴러가는 타이어 나사를 도로 주워서 겨우 빠지지 않을 정도로만 끼워두고 몸을 일으켰다. 활짝 열려있는 범퍼 속의 복잡한 기관들은 차량의 연식 탓에 기본적으로 맛이 가 있었으니 조금 더 손댄다고 한들 크게 티가 나진 않을 것이다. 공업용 커터칼과 일자 드라이버가 내부를 헤집는다. 군데군데 흠을 내고 회로를 뒤틀어 버린다. 그러면 슬슬 끝이 보이는 거다. 마무리되면 차는 두고 알아서 돌아가거나 숨어있으면 되겠지. 달그락 달그락, 티릭 탁. 타샤가 만들어내는 소음은 분명 크지 않았지만 무엇이든 집중하다 보면 외부 자극이 흐리게 다가오는 법이다.

그게 문제였다. 우악스러운 손길이 머리카락을 단숨에 움켜잡는다.

"악!"
- 뭐 하냐? 지금?

고개가 젖혀지자 눈이 마주쳤다. 날카롭게 째진 회색 눈, 이빨 프린팅이 된 마스크로 가린 하관, 어두운 더티 블론드의 더벅머리 남자. 애런. 델피니움의 일원이자 조금 전 연락을 한 사람.
그리고, 그를 델피니움까지 직접 끌고 들어간 자.
애런의 두 눈이 타샤의 양 손에 들린 드라이버와 커터칼을 빠르게 오간다. 더 이어질 대화는 없었다. 둔탁한 소리 두 번과 함께 타샤는 드라이버와 커터칼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엎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가 고통을 갈무리하는 사이, 차에 올라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걸 확인한 애런은 도로 돌아와 아직 일어나지 못한 타샤의 머리카락을 재차 붙잡아서 일으켰다.

- *발. 이거 완전 정신 나갔네. 네가 요즘 편했지? 안 일어나?

코에서 피가 흐르고 뺨이 부어오르는 게 느껴진다. 윽박지르는 목소리는 어쩐지 실제보다 멀게 느껴져서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저치의 말대로 정말 정신이 나가버린 걸까. 흔드는 대로 흔들리던 고개가 똑바로 들린 순간, 타샤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모를 한 인영을 발견하게 된다. 뭐, 상관 없나. 어차피 도와주지 않을 테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의 종착점일까? 그럼 그건 운이 좋은 걸까, 나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