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3677> [1:1] FREESIA - 15 :: 55

히다이주

2024-10-19 23:56:21 - 2024-11-17 15:54:09

0 히다이주 (FRqCbAnCN6)

2024-10-19 (파란날) 23:56:21


돌아가는 길을 되짚으며帰り道を辿って 발자국을 따라서足跡重ねて


소원을 이어갈게願いを繋ぐよ


눈물이 마른 자국도涙が乾いた跡も 웃는 버릇도笑顔の癖も


마음이 이어진 증거로 삼아줘想い合えた印にして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589 이누키 시로
situplay>1597048240>874 미스미 에리카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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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play>1597047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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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play>1597049307>
situplay>1597049845>
situplay>1597050496>
situplay>1597051092>
situplay>1597051507>

2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00:52:37

.dice 1 2. = 2
1.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다시 만나고 싶어어어
2. 뭐 그렇게까지는

3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00:53:23

다갓은 빠져!!!!

그리고 저 내일은 아침일찍 나가야할 곳이 있어서 🫠 이번 답레를 마지막으로 자러가게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또 이을게요 히히

4 멧쨔주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00:54:15

히히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고영이 슬슬 눈치주고 있어서&방이 너무 추워서(...) 침대로 가야할 타이밍 같아요 하하....

5 히다이 - 메이사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01:00:10

>>1

그렇게 메이사는 자퇴했다. 나는 그 길로 자퇴 원서를 뽑아주고, 메이사는 숙려기간동안 교무실에 얼굴만 대충 비췄다가 돌아가길 반복. 학원장한테까지 확인을 받은 후 자퇴했다. 학원장 옆에서는 나도 동석했는데 얼굴 썩어가는 게 아주 일품이었다. 조금은 꼬숩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볼 일은 더 없었다. 메이사가 아케보시에 머리하러 와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내가 피해줬고, 그 이후로 메이사도 오는 일이 없었고. 나도 하야나미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시내에서 종종 마주쳐도 나를 없는 사람인 양, 못 알아본 것처럼 스쳐지나가곤 했다.

...그게 제법 슬펐던 모양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술을 평소처럼 마시고 잔뜩 취했는데... 그리고 깨보니까 다시 부임 날짜로 돌아와있었다는 전개.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거로 봐서는 또 어디서 떨어진 거 같은데. 왜지. 기억이 전혀 안 나.

깨자마자 메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해, 차에 치였어."

이거면 적당한 변명이겠지 생각했다.
내가 죽기 전 새벽에 메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침묵하다가, 전화를 끊고 떨어졌던 줄 모르고 한 이야기였다.

6 메이사-히다이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01:28:25

누가봐도 둘은 엮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그런 사이.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된 채로 시간이 지나갔다.
....쉽지는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 뭐라 말할 수 없을 상실감이 자리잡았고, 그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어떻게든 잊어보려고 가게 일에 더 몰두했지만 그건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눈이 팅팅 부은채로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에 핸드폰이 울렸다. 뒤척이며 의미없이 쇼츠를 보다가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찔 떨었다.
...유우가의 전화였다. 엮이면 안 되니까, 당연히 받으면 안 된다.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따금 스치는 바람소리와, 조금 거친듯한 절제되지 않는 숨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몇 번이고 왜 전화했냐, 무슨 일이냐 하고 물어도 답이 돌아오지 않아서 결국 나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듣고만 있었다. ....그냥 이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라도....

그러다가 전화가 뚝 끊겼다. 어쩐지 섭섭했다. 아쉽기도 했고. 그런 마음에 한참을 뒤척이다 결국 한숨도 못 자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잠을 못 잤어도 평소의 일과는 그대로라, 조금 정신이 없는채로 일에 매달린다. 서빙을 하고, 부모님이 가르쳐주는대로 요리도 해보고. 단골손님들의 이야기 상대도 해주고. 그러다 건너건너 들었다. 좁은 동네라 그런지 소문은 빨리 돌고, 자극적인 일이 적은 시골이라 그런지 다들 소문에 굶주려 있는 것마냥 여기저기 퍼트리고 다닌다. 그런 곳이라 하야나미까지 소식이 들어오는건 상당히 빨랐다.
누가 죽었댄다. 그것도 뛰어내려서.
어머나 세상에, 하고 조금 영혼이 없는 리액션을 하면 신나서 술술 풀어준다. 츠나센 교사인데 갑자기 뛰어내려서 그렇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듯, 얼마 지나지 않아 하야나미에 경찰이 찾아왔다. 정확하게는 나를 찾으러 왔었다.
히다이 유우가가 사망했고, 사망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나라서- 이것저것 말해야 했다. 자퇴하기 전 담임이었지만 딱히 교류는 없었고, 번호도 몰랐다. 새벽에 갑자기 전화가 오길래 받았는데 아무 말도 없었다 등등. 그렇게 조사가 끝난 후에야 실감이 났다. 유우가가 죽었다고.

그 뒤엔 무슨 정신으로 뭘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장례식은 갔던 것 같다. 그 뒤엔, 어떻게 했더라. 맞아. 장례식이 끝나고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러 갔었던가.
아무튼 중요한 건 나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는 거겠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마지막에 머리는 부딪치진 않았던 거 같은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키자, 노렸다는 것처럼 전화가 울린다. 핸드폰에 등록되지 않은 번호, 하지만 나는 외우고 있는 유우가의 번호였다. 통화버튼을 누르면 기다렸단듯이 차에 치였다는 말이 들린다.

"...거짓말."

차에 치였댄다. 거짓말이겠지. 차 소리라곤 하나도 나지 않았었는걸.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거짓말이지. 다 알아.

"죽기 전에 나한테 전화했잖아. 덕분에 경찰서도 가봤다고."

7 히다이 - 메이사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07:32:57

>>6

말을 걸자마자 거짓말이라고 받아친다. 뭘 알면서 바로 거짓말이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뒤이은 사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으니까. 뭐라고 말했을지 전혀 짐작도 안 가서, 잠시 입을 벙긋거리다가 말했다.

"기억 안 난다."

"...내가 기억하는 건 술에 취해가 차에 치있다 것 뿐이라고."

일단 이렇게 말은 내뱉었지만 대체 무슨 기전으로 자살을 한 건지 전혀 짐작가지 않는다. 메이사의 자살만큼이나 의미를 모르겠다. 옆에 충전중이던 전자담배를 집어들고 한 모금 빨았다. 빈 속에 니코틴부터 들어가니 확 받았다. 어둑하고 푸르스름한 방 안에서 점멸하는 전담의 LED를 보다가 겨우 그럴듯한 말을 떠올렸다. 시야의 LED 옆에 있던 다리가, 정확히 말하자면 무릎이, 아주 좋은 핑곗거리를 내어줬다.

"......차에 치여서 다리가 병신됐겠지."

쇳덩이 무릎은 나의 오랜 컴플렉스였다. 나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과 같은 물건이었다. 나는 꾸준히 이런 관리감독이 있어야만 다른 사람들처럼 멀쩡히 걸을 수 있다고, 나의 결함된 인간성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싫어했다. 이게 보여지는 것도 싫어, 그거로 배려받는 것도 싫어. 배배꼬인 마음이 여기 자리해있었는데.

"그래서, 아마... 못 쓰는 다리를 고치는 것보단 리셋이 낫다이가. 그러니까 죽어삣겠지..."

메이사에게 변명하는 사소한 일 따위에 무릎을 가져다 쓰고 있었다. 그거로 가려놓고 싶었던 이유가 뭔지는 나 스스로도 모른 채, 들추면 좆된다는 막연한 직감에 따라서 되는대로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만취한 입으로 무슨 말을 내뱉었을지는 몰라서 여전히 심장이 두쿵거렸다.

"...내가 전화해서."
"뭐라고 말하기라도 했나...?"

8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07:33:44

답레 좋은 점 : 남이 죽었단 말에는 덤덤하게 어머나 무서워라하는데 유우가가 전화하다가 끊은 거에는 잠도 못잔다니... 너 얼마나 유우가 좋아하는건데...
못 참겠다 쨔무드가자

9 메이사-히다이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10:40:29

기억이 안 난다, 차에 치여서 다리 병신이 돼서 뛰어내린 걸 거다, 다리 고치는 것보다 리셋이 나아서 그랬을 거다 등등.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지만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유우가는 차에 치인 적도 없고, 그냥 만취한 상태로 뛰어내렸었다는 걸.

"...유우가."

나직하게 이름을 불렀다. 이렇게 이름을 부르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었다. 단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리움이 몰려와서 당황스러웠다. 그 당황을 애써 갈무리하면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유우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나였어. 그래서 경찰 조사까지 받았고."
"아무 혐의도 없고 그냥 자살이라고 결론이 났지만.... ....덕분에 엮이지 않으려고 했어도, 이것저것 지겹게 알고 있어. 유우가가 차에 치인 사실이 없는 거라던가."
"..굳이 경찰 조사가 아니었어도 알게 됐겠지. 츠나지랑 안카자카는 좁은 동네니까. 쉬쉬하면서도 반나절이면 소문이 다 퍼진다고."

또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대로 핸드폰을 든 채 다시, 침대로 엎어진다. 끼긱하는 스프링 소리가 잦아들 즈음 다시 말을 꺼냈다.

"나한테는 죽지 말라고 해놓고서. 왜 죽은 거야...."

그리고는 한참을 말없이 누워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유우가는 죽은 걸까. 만취한 상태로 뛰어내리는 일을 왜 했을까. 단순히 취해서 사고가 났다고 하기엔, 고의성이 짙어 자살로 처리됐을 정도다.
마지막에 왜 나한테 전화했던걸까. 전화해놓고는 왜 한마디도 안했던 걸까. 차라리 뭐라도 말해줬다면, 그 침묵을 깨고 뭐라도 전해줬다면 속이라도 시원했을텐데.

"......왜 그랬냐고..."

의도치 않은 말 한마디가 기어코 입을 비집고 나왔다.

10 멧쨔주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10:41:27

헤헤 앵하입니다😊
무릎을 가져다가 변명할 정도라니... 유우가..😏 후후후후...

11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19:06:40

Picrewの「뭔크루」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3FQycbaID8 #Picrew #뭔크루

후후...이런 걸 해왔어요

12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19:07:33

파츠 하나 빼먹었다...🫠

13 멧쨔주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19:10:32

우와아아아아앗🥰🥰🥰귀여워어어엇
완전 프리지아잖아요 재현도 높아wwwwww 아니 진짜진짜인wwwwww

14 히다이 - 메이사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19:37:04

>>9

메이사는 내가 왜 죽었는질 모른다. 내가 메이사가 죽은 이유를 모르듯이. 왜 모르느냐,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단 거겠지. 좋아하는 사람이랑 엮이지 못하게 돼서 리셋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는 술김에도 말 못할 정도로 한심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급함은 덜어졌지만 여전히 쫓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꾹꾹 눌러대며 말하는 메이사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목이 꽉 죄여와서 마음이 도저히 편해질 수가 없었다. 이유 모를 불편감은 이내 짜증이 됐다.

"......무슨 상관이야."

그저 이 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십여초 되는 침묵 동안 곱씹다보니 마음 한 구석에서 욱해버렸다. 섭섭한 것처럼 속이 아리기도 했고, 분한 것처럼 쓰리기도 했고, 어쩐지 아주 일부분은 음험하게 좋으면서도, 이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화부터 냈다. 그게 가장 익숙한 표출 방법이니까.

"니도 멋대로 죽어버렸으면서 내는 그러면 안되는 이유가 있어?"
"왜 안 되는데? 수틀린다고 죽어버리는 거, 왜 내는 하면 안되는데."
"날 걱정했으면..."

턱 하고 말이 막혔다. 날 걱정했으면 이후로, 뭘 바라는지를 말하는 게 당연한데, 막상 말로 하려니 나오지 않았다. 내가 메이사에게 뭘 바라는지. 뭘 해주길 원하는지. 아니, 뭘 해주길 바랐었는지.

망가진 마음을 애써 묻어놓았는데 이 한 마디가 뚜껑을 열어버렸다. 머리가 마비되는 감각과 동시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홧김에 집어던진 폰은 액정이 깨져있었다.

그리고, 다시 교실.

"...앞으로 D반을 마테 될 히다이 유우가입니다만."

메이사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허공을 보며 말했다.

"저는 한 달이 지나고 나서 그만둘 겁니다. 그러니까 정 붙이지 말아주세요. 이상."

15 메이사-히다이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20:10:12

버럭 화를 내더니 전화가 끊겼다. 화면을 멍하니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기계적인 동작으로, 머리가 아닌 몸에 베인 기억대로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방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슬쩍 본다. 말끔하게 닦인 거울인데도 어쩐지 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교실에 도착해 건성으로 인사를 주고받고 자리에 앉는다. 곧 이어 시작된 조례에선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말이 들려온다.
한 달 후에 그만둘 거니 정 붙이지 말라는 네 말에 잠시 눈이 커졌다. 하지만 곧 시선을 내려 책상만을 내려다봤다.
내가 자퇴하는 거랑 같은 이유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엮이지 않기로 했으니까, 물어보기도 뭐하고. 대놓고 정 붙이지 말라는 말 때문인지 교실의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진 것도 같다. 다들 이상한 선생님이 언제 교실을 나가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가,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모여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친하던 아이들이 나에게도 무어라 말을 걸었지만, 사실 뭐라고 했는지 주의깊게 듣지도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책상 위에 엎어져서는 '잠을 제대로 못 자서'라는 변명을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 유우가는 정말로 일을 그만두고 츠나센에서 나갔다.
짧은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그 사이에 정말로 정 붙이는 이가 하나도 없었던 건지, 송별회 하나 없이 무미건조하게.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소리없이 사라졌다. 한 달만에 새로운 담임이 배정된 후,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한 번 뛰어본 레이스를 다시 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맞붙었던 아이들의 레이스, 습관 등을 복기하고, 트레이닝까지 곁들이면 1착은 따놓은 당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쉽게 들어왔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프리지아를 결성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인 트레이너와의 마찰은 그냥 어영부영하게 넘겼다. 본래 성질대로라면 이미 한 번은 일을 벌였겠지만, 한 번 겪고나니 그냥 콧방귀 한 번으로 넘길 수 있었다.
나츠마츠리에 이어 사바캔에서는 예전 일을 떠올려서인지, 다소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1착을 거머쥐고, 그 기세대로 사카나 삼관을 달성했다. 그리고 별 일 없이 가을이 지나간다. 온천여행권에는 관심이 없어 성적은 적당히 중위권만을 유지했다. 유성우가 오던 날엔 피곤하단 핑계를 대고 방에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윽고 겨울이 오고, 마구로기념 당일도 찾아왔다.

1착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은 없었다. 소꿉친구는 여전히 강했고, 이미 사카나 삼관을 달성한 나는 더 이상의 의욕이 없었다. 설렁설렁 뛰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적당히 입상만을 해낸 마구로 기념이 끝나고, 위닝라이브를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캄캄해졌다.
정전이라는 단순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캄캄해졌다, 어두워졌다... 그런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냥... 눈앞에서 모든 게 사라졌다. 한순간에.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상은 다시 빛을 되찾고, 형태를 되찾은 후였다.

단지 그게, 과거의 모습이었을 뿐.
클래식 시즌의 초반, 이제는 낯이 익다못해 지긋지긋한 내 방의 침대 위에서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죽지 않았는데도, 돌아온 것이다.

"......이게, 무슨......"

핸드폰을 집어들고 번호를 누른다. 살짝 떨리는 손처럼, 내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연결음이 끝나고 유우가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또 죽은 거야???"

16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21:00:38

.dice 1 2. = 2
1 드가자
2 하지마

17 멧쨔주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21:05:17

두근두근...

18 히다이 - 메이사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21:14:55

>>15

사실, 복권 번호를 외워뒀었다. 그때 즈음해서 폭등하는 주식이라던가 코인도 외워뒀다. 복권 번호를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지갑에 있는 지폐 전부 털어 긴가민가한 번호를 전부 찍고 나니까 하나는 맞았다. 그렇게 8천이라는 돈이 들어왔고, 크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은 돈을 안고 퇴사했다.

그리고는 빈둥거리는 생활이었다. 메이사랑 떨어져 지내는 거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이제 그 녀석이 출몰하는 시간대도 알고 있어서, 학교 일과 시간에 돌아다니고 나머지 시간에 내키는 대로 잤다. 서류며 세금이며 좀 돌아다녀야 할 때에는 레이스 날을 활용했다.

메이사를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어도 생활이 되는 걸 보아 그렇게까지 좋아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평소엔 레이스에 관심도 없던 아버지와 어머니도 TV에서 마구로 중계를 켜놓았다. 아랫층에서 올라오는 소음에 애써 이불로 귀를 덮고 무시하다가, 엄청나게 메스꺼운 기분과 함께 잠에 들었다. 감기 몸살로 겨우겨우 잠에 들 때와 비슷한 느낌.

그렇게 일어났을 땐, 코에 스치는 어렴풋한 봄냄새와 익숙한 푸른 빛의 방.

폰을 보지 않고도 알아챘다. 또 돌아왔구나. 깨닫자마자 방 한구석을 밝히는 폰의 불빛과, 부웅 부웅 하며 울리는 소리가 있어서,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결국엔 받았다.

다급하게 이것저것 묻는 메이사의 말. 오랜만에 듣는 메이사의 목소리는 꽤나 떨리고 있었다. 여기서 아는 체를 하면 또 어떻게든 엮이고 말겠지. 몇 마디라도 더 나눠야겠지. 그게 괴로웠다.

"......누구세요?"

"이게 그, 제 폰은 맞는데... 제가 그쪽이 누군지를 몰라가지고요. 그러니까..."
"죽... 제가 제대로 들은 게 그, 맞는지 모르겠는데... 아 젠장, 머리가... 그러니까, 아무 문제 없고요. 음, 네."

그렇게 늘어놓는 말은 정말로, 내가 듣기에도, 메이사와 처음 만나던 나처럼 어리숙했다. 몇 달쯤 방 안에서 썩고 있으면 말주변이라는 건 금세 날이 무뎌지니까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음...... 지금은 제가 잘 모르겠어서, 제가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나중에요."

이러고 전화를 안 걸어버리면 되는 거야. 그러면 이제 우리끼리는 더럽게 얽힌 것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리셋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우리의 엉키고 비벼진 관계도 천연덕스럽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버렸다.

19 메이사-히다이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21:43:16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단정지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말이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다. 말도 안 돼... 이번엔 나 혼자 돌아온 건가? 유우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야?
.....서로 엮이지 않아서, 얽히지 않아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러면 나도 돌아올 이유가 없는 거잖아. 어째서지, 무슨 일인거지....
나중에 전화를 준다는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엮이지 않았으니까 유우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면 됐지. 응.
하지만 나는 왜...? 왜 다시 돌아온 거지? 뭔가 잘못한 게 있었나? 사카나 삼관이 아니라 마구로에서 1착을 해야 했던 걸까? 이불 속에서 혼자 머리를 굴려본다. 5착, 5착으로 들어온 순위가 나빴던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1착을, 아니, 적어도 3착 안에 들어가야 했던 걸지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으니까, 이번에는 3착을 노리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다시 되풀이 해야한다는 걸 생각하니 어쩐지 맥이 빠졌다. 숨이 턱 막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만둘까..."

깊은 한숨과 함께 그런 말을 토해냈다.
벌써 지긋지긋했다. 트레이너와 삐걱거리는 걸 애써 참아내는 것도, 어차피 다 알고 있는 일을 처음 겪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도.
그래서 그냥 그만두면 되겠다고, 탁 놓아버린 것이다.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방 밖에서 부모님이 뭐라고 말하든 신경도 쓰지 않고.
적당히 이러고 지내다가 무료함에 지쳐버리면 그땐... 글쎄. 어차피 죽으면 또 돌아갈테니까 그때쯤 죽어버리면 되겠지.
그래서 당당하게 학교를 빠졌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대로 쭉.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만 틀어박혀서 나가지 않았다. 처음 몇 주동안 설득하던 부모님도 이제 더는 방 앞에서 말을 걸지 않았다. 언젠가 나오겠지, 그런 생각이라도 하신 걸까. 모르겠다. 대화를 안 하니 알 수 있을리가 없다. 친구들이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하나 둘 발길이 끊기고 연락도 하지 않게 됐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죽으면 끝이니까.


그렇게 지내기를 몇 달 정도.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찾아올 무렵이었다.
옷을 껴입고 조심조심, 소리를 죽이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대로 현관을 나서며 습관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잔뜩 흐린 하늘에 별빛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으로 드문드문 밝혀진 길을 따라 걸으며 편의점을 향했다. 완전히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나에겐 유일하게 갈 수 있는 가게에 들어서기 전에 발이 멈췄다. 그 앞에 보이는, 익숙하지만 낯선 인영을 보고 발이 멈춰버렸다.

"....."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그저, 한동안 멈춰서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20 히다이 - 메이사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22:15:11

>>19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이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메이사도 나와 같아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양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돌아와, 다시 주어진 학창시절을 만끽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메이사는 오지 않았고, 반년이 지났다. 이제 메이사의 얼굴도 희미해졌다. 도쿄로 떠났을 적엔 2년이 지나도 생생했는데, 그건 역시 폰에 저장된 사진 때문이었나보다. 이제 폰에 메이사의 흔적이라곤 통화내역밖에 없었고, 사진 한 점 없었으니까. 떠올리고 싶어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도 무뎌져갔다.

메이사가 없어도 츠나센은 좌충우돌이다. 레이스는 치러지고, 중앙으로 가는 길을 닦는 녀석은 있다. 난 메이사가 없었기 때문에 담당 우마무스메를 만드는 일따위 없이 하루하루 그저 교직원 C 정도의 위치에서 살아갔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정말 그렇다. 알콜로 깨끗이 씻어낸 뇌는 점점 예전의 괴로움을 잊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게 잊은 게 아니라 파묻어버린 것일 뿐이라고 깨달은 건,

"...메이사."

라고, 학생증 사진과는 전혀 다른 몰골의 여자아이를 보고 바로 알아보았을 때다. 그래, 난 메이사의 얼굴을 잊은 게 아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무뎌진 것도 아니다. 메이사와 보낸 나날을 잊은 것도 아니었다. 내 입에서 한 마디가 툭 튀어나온 순간, 내 마음도 철렁하고 가라앉아서 알 수밖에 없었다.

"아, 조져버렸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난 언제나 새빨갛고 탐스러운 버튼을 쾅쾅 찍어버리는 거다.

- 켁... 케윽... 컥......

손아귀에 힘을 밀어넣는다.

"...잘하고 싶어서 그랬어. 이러면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왜, 우린 매번 전화하면서 엮여버렸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신님은 그걸 바라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니까 믿어줘, 잘해보려고 했던 거야... 다."

조졌다, 확실하게.
그걸 자취방에 들고와서 숨긴 채로 지냈다. 운이 좋게도 경찰은 나에게까지 수사망을 뻗치지 않았다. 애초에 메이사가 바깥을 나온 시간부터 불명이었다. 그래서 그저 소리소문없이 실종된 채로 며칠 지역방송에 나돌다가, 사라졌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도.

그리고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이걸 확인하고 싶었다. 이전처럼 모든 사람이 메이사로 변하는 괴기스러운 현상이 과연 꿈인지, 현실인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이었다.
1초마다 주변인들이 늙어가서, 피부가 흘러내리고 뚝뚝 떨어지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바스라지는 걸 봤다. 그 순간의 역한 냄새는 누가 뭐래도 현실이었다.
안카자카의 투신 스팟까지 가는 동안은 끔찍했다. 같은 차량의 승객 모두가 녹아내려, 부패한 냄새가 진득하게 배인 시트 위를 내릴 수도 없이 계속, 계속, 계속―

잠깐.
언제까지 타는 건데. 왜 중간에 서지 않는 거야.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자마자 열차는 붕 떠올라서―

온 몸이 으스러지는 고통과 함께 깼다. 폰을 보니, 평소에 전화를 걸던 시간보다 한참은 늦어있었다. 메이사랑 마지막으로 어떻게 헤어졌었는지를 떠올리기에도 한참 늦은 시간이었다는 소리다.

21 메이사-히다이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22:37:54

"....."

다가오는 유우가를 보면서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너무 많은 말이 나오려다 좁은 목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막혀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건 곧 물리적인 외압에 의해 나오지 못하는 걸로 바뀌었다. 내고 싶어도 낼 수 없게 틀어막혀버렸다. 다짜고짜 이러는 이유를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대체 왜? 너는 이걸 벗어난 거 아니었어? 이제 나만 그런 거잖아? 네가 나한테 이럴 이유가 없다고!

"켁.... 케윽.... 컥..... 끄으...."

이윽고 켁켁거리는 소리가 쇳소리로 변하고, 마침내 소리를 낼 정도의 공기조차 폐 안에 남아있지 않아서, 소리도 못내고 그저 유우가의 팔을 잡고 있다가.... 툭 손을 놓아버렸다. 시야가 점점 물들어간다. 주변부터 새까맣게. 그런데도 네 얼굴은 마지막까지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서, 완전히 빛이 사라질 때까지도 선명하게 뇌에 새겨진다. 그러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보다도 선명하게.
그리고 완전히 빛이 사라진 새까만 어둠 속에서 아주 잠깐 생각했다. 내 얼굴, 완전 엉망이었겠지.



그리고는 다시, 클래식 초입의 내 방에서 눈을 떴다.
누가 막고 있었던 것처럼, 목을 매만지며 커헉 하고 숨을 내쉬었다. 급하게 거울 앞으로 다가가면 목에는 아무 자국도 없었다. 상처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와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느낀 죽음의 감촉은 이렇게나 선명하게 남아있는데도.
그제야 고개를 돌려서 시계를 본다. 뛰어가면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할 시간이다. 기계적으로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려다가 잠시 망설였다. 반년을 방에서만 지내고, 학교를 가지 않다가 가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무엇보다 마지막의 그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눈에 핏발을 가득 세우고, 내 목을 꽉 쥐어서 절대로 풀지 않던 유우가의 마지막 얼굴이.
그래, 유우가가 날 죽였다. 대체 왜? 죽일 이유가 없지 않나? 유우가는 이렇게 되돌아오는거에서 빠져나간 거 아니었나? 무단으로 등교거부를 해서 담임인 유우가를 귀찮게 해서?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다니 말도 안 되지 않나. ...뭐, 이렇게 계속 돌아오고 그러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만.

"......하아..."

한참을 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이미 시간은 1교시가 시작하고도 한참 지났을 무렵이 되었다. 부모님은 내가 나간 줄 아는지, 부르러 오지도 않았다.
초조함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채로 손톱을 잘근잘근 씹다가, 결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이렇게나 지각해본건 처음이네, 그러고보니. 실없는 생각과 함께 느릿한 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이미 수업중인 교실 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열고 들어섰다. 마침 유우가가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힐끗 유우가를 보고서, 그냥 당당하게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바로 푹 엎드렸다. 어차피 제대로 들을 생각은 없었다.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다음 교시에서도, 그 다음도, 점심시간을 거쳐 모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냥 푹 엎드린채로 있었다.
주변이 조용해져서 고개를 들어보면 이미 방과후였다. 교실에 남아있는 건 나 혼자였다. 아니, 유우가도 있었나. 모르겠다. 교탁 쪽은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으니까.

".....왜?"

멍하니 창 밖을 보며 제일 묻고 싶은 말, 제일 궁금한 것, 엎드려 있는 동안 머리에 가득하던 말을 툭 뱉었다. 대체 왜? 왜 그랬던거야?

22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22:45:43

히히... 맛있다... 맛있다...😋
하지만 이렇게 쩝쩝대다간 이세계 전생 트럭이 될 거 같아서 일상은 내일 느긋이 잇겠습니다 😌
유우가 진짜 소리소문없이 방어기제 마구 써서 멀쩡해보이는 멘헤라 되는 게 느껴져서 뭔가뭔가인wwwwww

23 멧쨔주 (yr0ALiIy7o)

2024-10-20 (내일 월요일) 22:59:14

히히 알겠습니다🤭 저히 전생 트럭이 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해야하니가요...
답레는 느긋하게 주시길...

24 히다이주 (oeMAEsQzQA)

2024-10-20 (내일 월요일) 23:32:05

하지만 제 망상회로는 완전히 전생트럭이 되어버려서 저는 그만 OO하고 OO해서 완전히 새까맣게 죽은 눈이 된 멧쟈를 상상해버리고 만 것입니다 🫠...
몇 주간의 프리지아 미복용은 저를 완전히 전생트럭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저 생각해요 유우가한테 매번 루프당하던 메이사가 결국엔 빡쳐서 유우가의 무릎을 으히해버린다는 부히히...

25 멧쨔주 (aG8XvcbWiI)

2024-10-21 (모두 수고..) 09:11:00

헤헤... 사실 저도 그런 전개를 상상한...🫠 그 그치만 정석이잖아요...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 유우가 무릎 작살나는거도 좋고...헤헤...

앵하입니다👋 밤에 추워서 이불로 피난갔다가 그대로 잠들었네요🫠 비 한번 오고나니 엄청 추워진www
오늘도 흐려서 그런지 엄청 춥네요.. 히다이주도 몸조심하시구 따땃하게 입으시길😌

26 히다이주 (5acWGPi25g)

2024-10-21 (모두 수고..) 10:39:30

앵하입니다 👋 오늘 답레도 늦을 거 같아요 😅 일상은 즐겁지만 한 번 잇기 시작하면 할일을 미루고서도 잇게 되더라구요...🫠 면목없습니다
그리고 하루동안 잘 성찰하고, 마음과 머리를 깨끗히 하고, 음심을 버린 뒤에 써야만 할 거 같아서 말이죠 😒💦💦💦
저녁즈음 올려보도록 하겠읍니다...

저도 요즘은 어장에 자주 못 와서 그런가 앵바하는 걸 까먹게 되네요 헤헤..😅 요즘 지인짜 쌀쌀한데 영양제 잘 챙겨드시고 건강하시길...

27 멧쨔주 (4EGN3j2ilU)

2024-10-21 (모두 수고..) 10:51:42

맞아요... 일상이 너무 즐거워서 자꾸 다른 걸 뒤로 미루게 되는...
후후.. 알겠습니다🤭 느긋하게 여유 되실 때 주세요~ 저도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아서(운동이라던가 강제운동이라던가 운동같은거) 늦게 볼 수도 있으니가요...🫠

28 멧쨔주 (tjWLpTiOAE)

2024-10-21 (모두 수고..) 22:33:06

으헤.. 운동 끝나고 갱신입니다🫠
중간중간 비도 오고 바람도 엄청 부네요.. 쌀쌀하니 밤에는 따듯하게 하고 주무시길...

29 히다이 - 메이사 (5acWGPi25g)

2024-10-21 (모두 수고..) 22:36:29



>>21

무슨 짓을 해도 마구로에서 돌아온다. 자살이 문제였나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저번 루프는 메이사도 타살, 나도 사고사였으니까. 우리의 의지따위는 이 루프에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하든 그건 신님의 기분나쁜 심기에는 들지 않을 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는 게 맞지.

아, 역시 학원에 들어온 게 문제인 거야. 이 학원이 문제의 근본이다. 생각해보면 그렇잖아, 우리 둘은 변수를 만든다고 만들었지만 결국 첫날에는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까.

그러니까 이번 루프는 시작부터 글렀네. 다음에는 시작부터 퇴직이나 해버릴까...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 꺼윽, 끄으... 육, 윽, 아...

목을 손에서 놓고, 교실 밖의 창문을 내다봤다. 새빨갰다. 하늘이 고장나기라도 한 것처럼.
도로 문을 닫고 나왔다. 마주 오는 경비에게 인사도 않고 스쳐지나갔다. 경비가 교실 창문 너머에서 기묘하게 누워있는 메이사를 보고 깨우는 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아랑곳하고 걸었다. 걸어올라갔다.

- 어, 어이 잠깐 당신!

당황하며 나를 불러세우는 목소리를 등지고 계속 걸어올라가서, 올라가서... 챙겨놓은 펜치로 철망을 딱, 딱 끊는다. 그런 나를 돌아세우는 목소리. 경비 아저씨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손에 쥐고 있는 펜치를 내려다봤다. 그 이후로도 별 일은 없었다. 옥상바닥에서 경련하는 사람을 두고 계속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발톱 자르는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뛰어내렸다.

취직하자마자 사직했다. 부모님도 누나도 더 이상 나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다. 겨우내 얻은 기회조차 변덕스레 걷어찬 말종 취급이었다. 너넨, 너넨 모르잖아. 내가 무슨 싸움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이건 그깟 취직따위로 해결되지 않는 지겹고 끔찍한―

골프채는 좋은 무기였다. 리치가 좀 긴 게 단점이지만 타점은 확실했다. 제대로만 들어가면 바로 절명. 아버지가 괜히 현관에 뒀던 게 아니구나 실감을...

"...아."

젠장.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야지. 일단 메이사부터 어떻게 해놓자. 집의 공구함에서 장도리를 챙겨들고 하야나미의 뒷편으로 갔다.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길래, 마감 시간까지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리고 하야나미의 뒷편, 가정집의 문고리를 내리쳤다.

방 안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장도리에 엉겨붙은 머리카락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로. 아니, 어쩌면 그게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채로. 아니, 그치만 들어봐. 좋아하는 사람을 거진 3년동안 못 보다시피했잖아. 이게 당연해.

"보고 싶었어..."

그렇게 속삭였다. 엄마아빠와 같은 꼴이 된 메이사를 꼬옥 끌어안고서.
그리고 다시,
리셋.

30 메이사-히다이 (tjWLpTiOAE)

2024-10-21 (모두 수고..) 23:06:45

또였다. 이름을 부르면서 팔을 붙잡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목을 강하게 죄여서 숨이 막힌다.
이름조차 부를 수 없게 된 뒤에는— 다시 방의 침대 위였다. 또 리셋됐다. 무력하게 누운 채로 천장만 올려다본다. 지긋지긋했다. 벌써 이게 몇 번째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싫었다. 어차피 또 클래식 초반의 날짜와 시간으로 돌아와있을테니까. 기계적으로 일어나려던 몸을 다시 눕히고,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썼다.

영문을 모르겠다. 냅다 목을 조른 것이 벌써 두 번. 한 번이면 우연으로 치부하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유우가와 마주치면 또 죽는다. 그리고 또 다시 이 날로 돌아오게 되고.
....그보다 유우가는 루프에서 벗어난 거 아니었나?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교실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진동소리가 울린다. 이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면 전화가 오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대로 무시했다.
학원에 등원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이불 속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만 곱씹고 있었다. 창밖이 어둑해지고, 가게를 닫을 시간이 될 때까지도.
그러다가 뭔가 소리가 들렸다. 귀가 저절로 쫑긋하고 섰다. 이상했다.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였다. ....뭔가 떨어트린건지, 아니면 뭐가 부딪친건가...
무슨 소리일지 생각하던 도중 한번 더 들린다. 연이어서 들리는 소리에 저절로 불안해졌다. 그리고 이어서 현관문 쪽에서 큰 소리가 난다. 부서지는 듯한, 아니, 누군가가 부수고 있는 듯한 소리.

".....뭐, 뭐야...?"

가까워지는 발소리. 누군가가 집 안에 들어왔다. 뒷골이 싸하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누구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지금껏 한번도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온다. 도망가야하나? 창문 밖으로 나무를 타고 내려가야하나? 고민하던 사이 방문은-잠가두긴 했지만 그게 무색할 정도로 쉽게 부서졌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온 것은 유우가였다. 피와 머리카락이 엉겨붙은 장도리를 들고있는 유우가.

"...유우ㄱ—"

말을 채 잇기도 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가로막는다. 그리고 머리에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됐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다.
놀랍게도 이번엔 내 방, 내 침대, 클래식 첫 날이 아니었다.
유우가는 교탁에 서 있고, 나는 책상에 앉아있고, 주변에는 다른 학생들이 있었다. 누가 봐도 수업 중인 교실 안이다.
나는 수업 중에 졸다가 깜짝 놀라면서 깬 것 같았다. 옆자리의 친구가 소리를 죽여 웃으면서 '무슨 꿈을 꾼 거야 멧쨔~'하고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영문을 모른 채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칠판 앞, 교탁에 기대있는 유우가를 보고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수업 중의 돌발행위에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린다.
그런 것들 전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유우가를 향해 걸어나가— 그대로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평소에 히또미미를 상대로 쓰지 않던, 아니, 같은 우마무스메를 상대로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을 정도의 강한 힘으로. 정말 온 힘을 다해서.
그리고 그렇게 던져진 후, 넘어진 유우가의 위에 올라타서 주먹을 내리친다. 부서진 안경테에 찔리고 긁혀 손에 생채기가 나도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왜, 그러는, 거냐고."
"그렇게 재밌어? 사람을, 그렇게."
"멋대로 죽여버리고, 이유도 없이, 제멋대로!!"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주먹을 내리친다. 영문도 모른 채 죽었던 때를 떠올리면서. 영문도 모른 채 너한테 놀아나던 때를 떠올리면서.
한참을 그렇게 내리쳤다. 버둥거리던 유우가의 움직임이 짧은 경련으로 변하고, 그조차도 하지 않게 되어도 계속 내리치다가 정신을 차린 아이들이 비명을 내지를 때가 되어서야 손을 멈췄다.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은 이미 더 이상 유우가라고 부르기 어려운— 그러네,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가끔 길에서 볼 수 있는, 차에 치인 생쥐의 흔적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얼굴만.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이런 기분이었던거네. 유우가...."

한참을 웃다가 그렇게 툭 내뱉었다. 겁에 질린 아이들을 쓱 훑어보고, 그대로 창가로 향했다.
옥상 바로 아래층이 교실이라 다행이지 뭐야. 창틀에 걸터앉자 교실 문으로 부랴부랴 들어오는 다른 선생들도 보인다. 히죽 웃어보이고, 그대로 고개를 뒤로 들고 손을 놓았다. 아- 목이 꺾이는 경험은 역시,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지긋지긋한 천장이 보였다. 지겨웠다. 정말로.
잔뜩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폰을 들어 만지작거리다, 전화를 걸어본다.
신호음이 멈추고, 전화를 받은 상대에게 탁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땠어?"

31 히다이 - 메이사 (5acWGPi25g)

2024-10-21 (모두 수고..) 23:38:50

>>30

푸르스름한 시야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맑은 햇빛이 교실 안으로 들이치고, 맛있는 햇볕을 이기지 못하고 우마무스메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때. 나는 분필을 들고 필기를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배를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해서 교탁을 짚고 숨을 꾹 참았다. 머리 바로 옆에서 방울이라도 흔들어 대는 것처럼 찌잉 울렸다. 아픈 건 배인데 머리까지 스턴이라니 비겁하다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들자 보인 건,

손?

멱살을 잡힌 그대로 매다 꽂힌다. 칠판 턱에 한 번 꽈당 부딪히고 미끄러진 뒷통수는 바닥에 도달했을 때 이미 뻐그러진 채.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한 건 별 거 없었다.

그런가, 메이사는 안 아팠겠네. 앞으로도 이 방법을 애용해야겠다.

바로 블랙 아웃 당해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가 이미 마비되어 버렸으니 뭘 당하든 느낌이 없었다. 오랜만에 평온하게 일어났으니까. 폰을 켜자 보이는 날짜는 23년 6월 2일. 메이사의 생일날. 늘 같았던 시작이 점점 바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부웅하고 전화가 울렸다. 받으면 묻는다. 어땠냐고.

"..."

대답하지 않았다. 웃옷만 걸쳐입고 밖으로 나선다. 삐걱거리는 현관문의 소리.아직 밤인 줄 알고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소리, 후드 위를 때리는 얇은 빗줄기, 여름의 초입 치고는 아직 차가운 새벽공기 마저도 기이하게 평화로웠다.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저벅거리던 발걸음이 멈추고 나서 겨우 입을 뗐다. 어땠냐니.

"얼굴을 못 봐서 아쉬웠어."

새벽, 창문 바깥에서 멀게 들려오는 목소리. 약간의 단차를 두고 스피커에서 가깝게 울리는 목소리. 그 사실에 창밖을 내다보는 메이사.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저게 여고생이 지을 표정인가. 나라고 다를 바 없겠지만.

그 사실이 웃겨서 슬쩍 웃음지었다. 메이사와 웃으면서 마주 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억나네, 점심시간에 옆 카페로 밥도 거르고 가선 케이크를 사왔던 거. 교무실 냉장고에 정성스레 보관하고, 담배피던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고 내밀었던 것도.

"생일 축하해, 메이사."
"표정 좋네."

그렇게 말하는 나는 이미 단단하게 비틀려있었다.

32 히다이주 (5acWGPi25g)

2024-10-21 (모두 수고..) 23:58:36

너...너무 재밌지만🫠 저 작업이 남아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잇고... 내일 마저 잇겠습니다🫠🫠🫠🫠🫠
으악...루프지아 느긋한데 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 고자극이고 재밌는... 마약인wwww

33 메이사-히다이 (WuUftKyVT.)

2024-10-22 (FIRE!) 00:05:31

"..........하하.."

클래식 초입으로 돌아가던 것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 생일로 돌아왔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무엇보다 그걸 창 밖에서, 우리집 바로 앞에서 이 새벽에 읊어주는 네 말을 듣고서야 알아차렸다는 것도 웃겼다.
얼굴을 못 봐서 아쉬웠다느니, 생일 축하한다느니, 표정이 좋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 초목도 잠든 새벽시간의 조용한 부억에 살짝 금속음이 울린다.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우두커니 서서 통화를 하고 있는 유우가를 향해 걸어갔다. 한 손에 날이 시퍼렇게 갈려있는, 하야나미 주방에서 쓰는 칼을 쥐고서.

"...유우가."

마주보고 서 있는데도, 충분히 목소리가 닿는 위치인데도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폰에 대고 말하면서 나는 칼을 고쳐쥐었다.
....뭐가 좋다고 서로 웃고 있는 걸까. 아,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의문이든 뭐든, 이제 그냥 아무래도 좋다고. 어차피 뭘 하든간에 다시 돌아온다면, 뭘 해도 소용이 없다면.... 그냥 이렇게 해도 되는 거 아닐까. 어차피 다시 돌아갈 거.

폰을 내던지고, 그대로 너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칼을 든 손을 앞으로 곧게 내지른다.
아,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네 자취방 열쇠를 쥐고서 네 배를 찌르려고 했던 그때가. 자취방에 못 들어가게 한다고, 내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 열쇠를 건네줬다고 그랬었던가. 그때는 고작 열쇠였고, 진짜로 찌르지도 않고 시늉만 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많은 식재료를 깔끔하게 자르게 손질한 칼이라 그런지, 별 저항없이 쑥 들어간다. 아니다. 절반정도 들어가니 약간 저항이 느껴지지만, 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고 누르면 맥없이 뚫리는 약한 저항이다.
그대로 반바퀴를 빙글 돌린다. 도려내듯이. 맥동치며 흐르는 피 때문에 손이 미끄러워서 잘 됐는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쑥 잡아뽑았다.

"........좋아해, 유우가."

내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 열쇠를 준 걸로 찌르려고 했을 정도로, 내 머리통을 산산조각내도, 내 목을 졸라서 죽여도.
나처럼 손이 많이 가는 아이는 싫다고 네가 말해도, 그래도........

....아, 역시 나도 머리 이상해진게 틀림없어. 생일날에 좋아하는 사람을 칼로 찔러놓고, 울면서 웃는다니. 절대 정상이라고 말은 못하겠지.
끅끅대며 울면서, 어쩌면 웃으면서 그대로 칼을 들어서 내리꽂는다. 시퍼런 날이 향한 방향은 유우가가 아니라— 내 배다.
아프다. 아프지만 이걸로 둘이 똑같아지는거야.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무아지경으로 내리꽂는다. 힘이 빠져서 칼을 놓치고, 앞으로 푹 고꾸라졌을 땐 이미 바닥은 흥건하고, 너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눈앞이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았으니까. 새벽이라 그래. 너무 어두워서 그래. 점점 차갑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어가는 손을 뻗어서 네 손에 겹치고—



다시 눈을 뜬다. 미칠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배도 머리도 전부 누가 억지로 쥐어뜯고 생살을 벌려서 소금을 치는 느낌이다. 배를 감싼 채로 몸을 웅크렸다. 지금이 어딘지, 시기가 언제인지 확인할 정신도 없었다.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34 히다이주 (SzEEeE3gAQ)

2024-10-22 (FIRE!) 00:13:02

이래놓고 시니어 마지막날로 루프하면 재밌겠다는 상상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점점 더 전생트럭이 되어가는 기분이네요...... 빨리 작업으로 머리를 식혀야겠어요 🫠

내일도 저녁즈음 답레로 뵐게요 노업일 거 같네요...🤔 보여주기 좀 그런 일상이니까 말이죠
오늘 덕분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히히...😏 멧쟈주도 즐거우셨으면 좋겠네요 😌 푹 쉬시고 내일도 힘내세요 앵바앵밤입니다 👋

35 멧쨔주 (WuUftKyVT.)

2024-10-22 (FIRE!) 00:59:16

으헤.. 저는 깜빡 졸았네요...🫠 운동을 하니까 매일 일?찍 졸려요... 이게 맞..는건가 건강한 생활인건가...
답레는 느긋하게 주시길.. 저도 엄청 즐거웠어요😸 작업 힘내시구 너무 늦게 주무시진 마시길🥺
앵바앵밤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히다이주😌

36 히다이 - 메이사 (SzEEeE3gAQ)

2024-10-22 (FIRE!) 21:24:29

>>33

고통 자체는 다를 게 없었다. 메이사를 찾아가 죽였을 때 스스로를 끝장낸 방식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야나미의 칼은 다행이도 날이 성실히 갈려 있어서, 쑥 들어가고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메이사가 자루를 쥐고 빙글 돌리기 전까지는.

잘리는 게 아니라 드드득 긁히는 거에 가까운 불쾌한 소리가 배에서 났다. 뜨거운 게 박혀 있다고 느꼈는데, 이젠 서늘할 정도로 선득했다. 몸에서 피가 울컥울컥 한 주먹씩 바깥으로 흩뿌려지는 게 느껴진다. 그만큼 체온은 금방 가라앉는다. 정말이지, 끔찍하게 아팠다. 이쯤 되니까 빨리 끝내주기만을 바라게 된다. 다시 쑤욱 뽑아내자, 바람 구멍이 생긴 감각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타격은 무척이나 인도적인 방식이었다. 차라리 이럴 거면, 시장 생선처럼, 머리를 칼등으로 내리쳐서...

피가 울컥 울컥 흐를 때마다 사고가 멀어진다. 시야에도 잔뜩 흐림이 껴서, 메이사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가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말하는 거 같긴 한데 잘 들리지도 않아서,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ㅊ, 추, 어..."
"나 추워, 메, 윽, 추워어..."

옆으로 쓰러진 그대로 몸을 새우처럼 웅크린다. 그래도 추웠다. 춥다 못해 외로워서, 가물거리는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걸 끌어안았다. 그것도 차가워서 틀려먹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외롭지는 않았다......

"헉."

리셋.
죽을 때의 고통은 다 느꼈는지 오히려 나는 평온했다. 폰을 켰을 때 보이는 날짜는... 23년 6월 30일. 사바캔 당일.

또 바뀌었다.

피를 잔뜩 흘려서 머리가 맑아지기라도 한 걸까, 나는 여기서 어떤 힌트를 얻고 만다. 내 직감이 번뜩이는 순간이었다.

전화를 걸었다.

"오늘 사바캔 있는 거 알지? 나와. 안카자카 경기장 1시. 할 얘기 있으니까 꼭 나와. 안 나오면 죽이러 갈 테니까."

이젠 애교처럼 느껴지는 덧붙임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메이사를 대기실에서 마주 했을 때 말했다.

"화해하자."

물론 그렇게 쉽게 화해되진 않았다. 이런저런 말을 묵묵히 듣다가 설명한다.

"우리의 루프는 절대로, 무조건,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부임한 날, 네 생일, 사바캔. 이 모두가 우리한텐 중요한 날이었잖아. 기억날런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빌어먹을 신님은, 우리가 다시 사이가 좋아져서, 힘을 합쳐 중앙에 가길 바라는 거 같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는 정확히 맞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랜 루프로 잊어먹었던 게 있다면...
사바캔이 우리에게 중요했던 이유랄까.

37 메이사-히다이 (WuUftKyVT.)

2024-10-22 (FIRE!) 22:50:03

한참을 데굴거리면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배를 찔렀을 때보다 더 아픈 느낌이었다. 그냥 죽는게 낫다 싶을 정도의 통증.
아, 생각해보면 죽었었잖아. 통증이 좀 가라앉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전화가 왔다는 걸 눈치챘다.
받자마자 들리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안 나오면 죽이러 간다니. 뭐냐고. ....아니, 그보다 사바캔? 전화가 끊기자마자 바로 날짜를 확인했다. 진짜다. 사바캔 당일. 오전이었다.

"....어째서..."

처음에는 주구장창 클래식 초입으로 돌아가더니, 왜 점점 날짜가....
....규칙성이나 이유같은 걸 생각하기엔 머리가 안 돌아갔다. 모르겠다. 굳이 생각해봤자 모를 일이니까 그냥 경기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한 경기장의 대기실에서 유우가를 마주치자마자 들은 말은, 화해하자는 말이었다.

"....바보 아냐?"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날 그런 식으로 몇 번이고 죽여놓고서!! 이제 와서 하는 말이 그거야?"

소리를 지르고, 테이블 위의 곽티슈를 집어 던지고, 그걸로도 다 풀리지 않는 감정에 의자도 좀 걷어차고. 그렇게 화풀이를 하다 지쳐서 씩씩거리는 동안 유우가가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듣고보니 그럴싸한 소리였다. 우리가 루프한 날들은 모두 중요한 날— 이른바 체크포인트라고 부를만한 날들이었으니까.
납득하고나니 그렇게 풀리지 않던 분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걷어찼던 의자를 다시 세워놓고 털썩 앉았다.

"....그래서, 중앙에 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아니. 이것도 시험해봐야 하는 건가. .....하아..."

그래도 시험해 볼 가치는 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유우가를 빤히 바라봤다.
....서로 죽이려고 달려들지 않고, 이렇게 바라보는 것도 꽤나 오랜만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한 손을 내밀었다.

"—좋아. 그렇게 하자고. 예전처럼 다시."

38 히다이주 (SzEEeE3gAQ)

2024-10-22 (FIRE!) 23:05:31

제 머릿속에선 거다이헷쟈가 👿 이게 아니란 말이야 왜 둘이 죽이고 있는 거야💢 하면서 체크포인트 바꾸고 있어요 후히히...🤭

39 히다이 - 메이사 (SzEEeE3gAQ)

2024-10-22 (FIRE!) 23:57:11

>>37

"...나야 모르지."

곽티슈가 눈두덩을 찍고 튕겨나갔다. 예전이라면 분명 신경쓰였을 텐데, 이젠 '리셋하면 그만이야' 상태가 돼서 그다지 마음쓰이지도 않는다. 모서리에 찍힌 눈두덩을 살살 문지르면서 말을 이었다.

"모르지만, 언제까지고 무익하게 죽이고만 있을 수도 없잖아. 그나마 변화를 일으킨 거라고 하면 죽이는 거 뿐이긴 했지만..."
"이건 그냥 내 감인데, 오히려 변하는 게 안 좋은 거일지도 몰라."

"서로 죽이길 반복하다가 리셋 시점이 계속 미래로 가서, 우리의 마지막 지점을 넘어서면 어떻게 될 줄 알고. 리셋돼서 보니까 26년 12월, 이러면 정말 도리가 없잖아."
"나랑 엮이기 싫은 마음은 이해한다만... 빨리 벗어나기 위해 협조하자."

메이사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이 작고 따듯한 손을 얼마만에 잡아보는 건지. 조금은 뭉클한 기분도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 1착은 메이사, 메이사 프로키온― 아껴뒀던 스태미나를 터트리며 5착의 마신차를 두고 당당히 승리합니다!
- 그동안은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스태미나에 악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음?

"너... 5마신 차나 냈었던가. 아니면 지금은 좀 더 달리기에 익숙해졌다는 거야?"

수건을 덮어씌우고 쓰다듬다시피 닦아주며 묻는다. 하도 옛날 일이라 나는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리고 조금은 어색하게, 하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편안한 채로 대기실로 돌아오던 때.

잊고있던 사건과 마주했다. 곧이라도 눈물을 쏟아낼듯한 눈동자를 마주치고서 굳어버렸다. 어떤 의미로는 칼을 든 메이사보다 날 섬짓하게 만드는 게 있었지.

...그리고 그 날, 대기실에서는 유리 깨는 소리가 났다.

40 히다이주 (SzEEeE3gAQ)

2024-10-22 (FIRE!) 23:58:03

🥺 죄송해요 올린 줄 알고 있었는데 안 올렸던...
너무 늦어버렸네요
운동도 하셨겠다 고단하시면 내일 이어주셔도 완전 괜찮은wwww

41 메이사-히다이 (DDgX.CUkPU)

2024-10-23 (水) 00:12:27

".....전이었던가 전전이었던가, 사카나 삼관 땄었거든."
"횟수로만 따지면 세번쨰 사바캔이라 좀 더 잘 뛴걸지도. ...원래는 3마신 정도 차이였던거 같아."

아마도. 이미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기억을 더듬으면 확실히, 3마신하고도 조금 더 났던 거 같다. 이와시때랑 비슷한 마신차였던거 같기도 하고. 수건으로 머리가 덮어져서 잔뜩 닦아지며-하지만 어쩐지 쓰다듬받는 기분이 들었다-대답했다. 그래. 세번째 사바캔이니까. 착차가 늘어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혹시 착차까지 재현해야 하나?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이번 이와시캔은 어떻게 된거지..."

그런 이야기를 꺼내며 대기실로 향하던 걸음이 턱 멈췄다. 아. 맞다. 두번째 사바캔에서는 없었던 일. 하지만 루프가 시작되기 전, 아주 예전이라고 느껴지던 그때엔 있었던 일이 지금,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쨍그랑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유리와 유리가 부딪히면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처참하게 깨진 대기실의 거울. 그 아래에 거울 파편과 같이 섞여 퍼져있는 유리잔이었던 것의 잔해.
던졌다. 속시원하게 던져버렸다. 아,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면 사카나 삼관을 달성했을 때의, 내가 팀을 나가지 않고 내내 버텼던 그때의 앙금이 꽤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유리잔이 거울만 깬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뭐 어쨌건, 한바탕 유리조각 잔치를 하고나니 머리가 좀 식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접이식 의자를 끌고와서 털썩 앉은 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졌네."

협력해서 중앙으로 가자고, 서로 악수도 하고 어색함도 좀 덜해진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사고를 쳐버리다니.
유우가를 볼 낯이 없어서,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아아...... ....어쩌지? 유우가. .......다시 죽을까?"

42 멧쨔주 (DDgX.CUkPU)

2024-10-23 (水) 00:14:10

>>40 헤헤.. 마음써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좀 여기저기 조져지고 와서(...) 슬슬 눈이 감기고 있어서... 염치불구하고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답레는 느긋하게 주셔도 되니까요😌 언제든 편하실때...
그럼 앵바앵밤입니다~ 히다이주도 푹 쉬시길~

43 히다이주 (vpCKpQ4OVg)

2024-10-23 (水) 00:15:52

🙄 PT 무서워어... 조져졌다니...
운동 피로는 어쩔 수 없죠 완전 이해합니다 😌 그럼 저도 느긋이 이을게요~ 오늘은 푹 쉬세요 앵바앵밤입니다 👋 내일 뵈어요

44 멧쨔주 (hMU1DCVcWQ)

2024-10-24 (거의 끝나감) 10:06:35

으헤... 어제 정신이 없어서 접속을 못했던...🫠 앵하입니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45 히다이 - 메이사 (N02cEZQ6h6)

2024-10-24 (거의 끝나감) 22:59:27

>>41

대참사다. 거진 온갖 수라장을 거쳐왔다고 해도 무방한 나였지만, 이 상황은 그야말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미 버릴 세계선, 떠나갈 곳임에도 불구하고. 불시에 찾아오는 과거의 망령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어떤 의미로는 초현실적인 시련들보다 더 타격감 있었다.

"...조졌구만."
"어떻게, 니가 할래? 아니면... 아니다. 내가 할게. 이번엔 잘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사람 한 번 죽여보지 않은 결백OOO다이는 이제 제법 살인자 티가 난다. 메이사가 내 목에 열쇠를 들이대던 요령 그대로, 엄지로 경동맥만을 꾸욱 눌러 혈액 공급을 차단한다. 숨이 막히지는 않지만 머리는 멍해지고, 피가 안 가는 뇌가 싸하게 식다가 1분이면 정신을 놓는다. 정신을 잃은 메이사를 깊이 끌어안는다. 목에서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으스러뜨려 죽이는 것마냥 꽈악 끌어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미동도 없어진다. 메이사의 숨 넘어가는 소리를 듣는 게 괴로운 일이었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해볼까 싶다. 아프지도 않아보이고.

한 줄기 타액이 흘러내린 새파란 입술을 잠시 바라보다가, 슬쩍 고개를 가까이 한다. 숨결로 간지럽지 않은 게 이상했다. 그렇게 닿을 듯이 있다가 조심스럽게, 도둑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을 스쳐본다. 벌써부터 차갑지는 않았다. 다만 수족냉증이라도 온 거처럼 열기가 없었을 뿐이다.

'싫네, 역시...'

첫 세계선. 불안한 마음으로 화장실 문을 열면 문이 턱하고 걸리고, 그 아래에 쓰러져 있던 메이사. 떠오르는 기억을 고개를 털어 떨쳐낸다. 대기실 소파에 메이사를 눕혀놓고 나자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런가. 남이 보기엔 좀 이상하려나. 앞으로는 좀 눈을 피해서..."
"아니지? 어차피 소용없어질텐데...... 음, 아니, 그래도 신고 당해서 바로 리셋하지 못하게 되기라도 하면... 어쩐다."

중얼중얼 혼잣말로 궁리했다. 이미 버릴 세계의 사람이 어떻게 보든 신경쓸 바가 아니다. 대기실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고민하던 나는 이내 거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에이 그래, 지금 고민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야 미안하다. 마지막에 안 좋은 거 보게 해서. 다음에는 엮일 일 없게 할 테니까 이번만 참아주라."

발로 잘그락 잘그락, 그 중에서 큼직한 조각을 찾아내 집어든다. 그리고 내 목에 갖다대다가... 살짝 떼어냈다. 약간 맨정신으로 돌아온 게 오히려 역효과였다. 바로 바로 해버릴 수가 없었으니까.

"...너 혹시 나 좀 찔러 줄... 수 있겠냐. 됐어 됐어. 하... 아, 진짜, 이런 방식은 싫은데 여긴 뭐가 더 있지도 않고...... 에이씨."
"스흡, 하나, 둘..."

그리고 리셋. 눈을 뜨자마자 폰부터 집어들어 버튼을 누르지만 켜지지 않는다. 딸깍딸깍 전원버튼을 눌러대다가, 내가 볼륨버튼만 눌러댔단 걸 깨달은 건 몇 분 후였다. 그러니까 이 폰은... 거의 십년 전의 내가 쓰던 옛날 폰. 8%라는 소름돋는 잔량. 제대로 충전도 안 하고 잔 모양이지. 그래서 지금이 도대체 언젠가 하면...

2022년 1월 28일.

내가 한창 라이센스를 따기 위해 애를 쓰던 무렵이었다.

46 히다이주 (N02cEZQ6h6)

2024-10-24 (거의 끝나감) 23:00:56

너무 바쁘고... 너무.. 정신없네요 🫠 또 슬슬 바빠지는 걸 봐선 당분간 불초하게 될 거 같아요
멧쟈주도 답레는 편할 때 주시와요 🫠 저도 오늘은 이 하나가 최선이었기 때문에 면목이 없네요🥲
요즘 부쩍 쌀쌀해졌는데, 따듯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시길...

47 멧쨔주 (hMU1DCVcWQ)

2024-10-24 (거의 끝나감) 23:48:31

으 으와아... 멧쨔 과거로 가버렸다...
으헤.. 마음같아서는 바로 답레쓰고 싶은데 오늘은.. 제가 이 시간에 집에 기어들어오니 체력이 딸리내요🫠
답레.. 내일 월루 중에 드리겠읍니다 흑흑....

맞아요 날 엄청 쌀쌀해졌어요🥶 겨울이 금방 다가올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히다이주도 따듯하게 잘 챙겨입으시고 든든하게 드시고 감기 조심하시길..

48 메이사-히다이 (1wqs6dOuuY)

2024-10-25 (불탄다..!) 12:51:02

"그렇게 말하면 위험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부탁할게.."

하기 쉽도록 고개를 젖혀 목을 드러낸다.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말 그대로, 유우가의 손가락은 정확하게 경동맥을 눌렀다. 목 전체가 졸리는 것이 아니라 숨은 막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머리가 멍해지고, 점점 사고가 둔해지면서 시야도 흐릿해지는게....

"...유우가아...."

중얼거린 게 맞는지, 아니면 내가 머리로만 생각한 건지. 분간이 안 된다. 그대로 시야가 암전되고, 나는 잠들었다.



다시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엉망진창이 된 대기실 대신 깔끔하게 정리된 내 방. 내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이번엔 또 언제려나. 저번이 사바캔이었으니... 다음 체크포인트가 될만한 날은 뭐가 있을까. 여름합숙? 유성우? 어쩌면 또 다시 사바캔 당일이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하고—

"...하?"

—툭, 하고 그대로 떨궜다.
그동안은 계속, 그러니까, 그래. 체크포인트는 그동안 계속 미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클래식 초반, 내 생일, 사바캔....
그래서 당연히 이번에도 그렇게 예상했다. 사바캔 당일, 혹은 그보다 뒤의 날짜일거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을, 예상을 비웃는 것처럼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날로 날아왔다.

22년 1월 28일.
주니어 시즌조차 시작하지 않았던, 이제 막 고등부로 올라갈 새학기를 목이 빠져라 기대하고 있던 때.
......예상 못했네, 이건. 마른세수를 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예상 밖의 일이다. 이제..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최대한 예전하고 비슷하게 해봐야지.
새학기가 되고, 소꿉친구의 제안으로 같은 팀에 들어갔다. 적당히 데뷔전을 한 번 뛰고나서는 계속 트레이닝만 하면서, 츠나지의 이런저런 행사를 즐기거나,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거나. 사실 충실하진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수업도, 친구들도 전부 한 번은 반복했던 내용들이라 다소 설렁설렁 했던 것도 있고. 하지만 트레이닝만큼은 열심히 했다. 혹시 몰라서 트레이너 라이센스 공부도 시작했다. 중앙에 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1년을 보내고, 클래식 시즌이 시작됐다. 주니어 시즌 내내 츠나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네가 드디어 교실로 들어왔다. D반의 담임이 되었다.
그걸 확인한 당일, 나는 바로 부실로 찾아가 트레이너에게 팀 탈퇴 의사를 밝혔다.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트레이너를 남겨둔 채로, 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계단을 뛰어 올라, 다짜고짜 문을 열어재끼면— 내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문은 열려있었다.

익숙하지만 그리웠던 뒷모습, 그리고 담배냄새.
그것들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허접💕 너무 늦잖아💕 나, 팀 탈퇴했다구. 그러니까 유우가가 내 담당이 되어줘."
"임시라도 괜찮으니까."

49 멧쨔주 (1wqs6dOuuY)

2024-10-25 (불탄다..!) 12:51:27

히히... 앵눈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보죠.. 화이팅....

50 멧쨔주 (bDMx8gOZMg)

2024-10-28 (모두 수고..) 12:09:41

앵눈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봐요..🫠

51 히다이주 (EA8C62bw6g)

2024-11-10 (내일 월요일) 20:54:02

🥺 안녕하세요... 불초한 히다이주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제야 바쁜 일이 아주 살짝 마무리 될 거 같아 얼굴 비치러 왔어요. 그동안 일이 잘... 되는데... 제가 감당하지 못 할 정도로 잘 돼서? 현생을 위해선 일을 붙잡는 게 맞는데 프리지아를 챙기지 못한 게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그래서 말 없는 동안 답레를 이어보려 좀 노력했는데, 그동안 모든 머리를 일에 집중해서 그런가 완전히 감이 닳아버렸어요
이번 일상은 여기서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언제나 죄송합니다 🥺🙏 메이사주 평안한 일주일 되시길...

52 멧쨔주 (CmJjHodYHI)

2024-11-13 (水) 22:44:33

불초 멧쟈주... 인사드립니다...🥺
우웃... 사실 저도 요즘 현생이 너무 정신없어서 자주 못 들리고.. 집에 오면 기절하고 그래서..... 못 들어온지 너무 오래됐네요... 면목이 없습니다아...

이번 일상은 제 레스가 막레인 걸로 하죠.. 너무 부담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히다이주도 바쁘셨고 저도 바빴고.. 저희 둘 다 현생에 집중하는 기간이었으니까요 서로 똑같네요 하하...
그러니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길... 히다이주도 평안한 일주일 되시길 바라요😌 요즘 일교차가 엄청나더라고요. 바쁘셔도 컨디션 잘 챙겨주시고 식사도 수면도 잊지말고 꼭꼭 챙겨주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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