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3674> 반야적루군 半夜的樓羣 -1 :: 84

◆jAkRpgYGlw

2024-10-19 23:02:42 - 2024-11-14 11:02:15

0 ◆jAkRpgYGlw (6RMu0ous7o)

2024-10-19 (파란날) 23:02:42






日子總慢得不像話
하루는 말도 안 되게 느리게만 가

記憶裏有雨不停下
기억 속엔 쉬지 않고 비가 내려

我們就一天天長大
우린 이렇게 하루하루 커가는 거야




>>1 우치링
>>2 유백랑

45 우치링 ◆jAkRpgYGlw (iLIw/O0CB6)

2024-10-22 (FIRE!) 22:34:31





이 반응 뭐래, 그래도 생각보다 슴슴한 반응이라 피식 웃어버렸다. 이 능글 장인이 뭐라고 반응할지 내심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응이 뜨거운 건 주문을 기다리는 저쪽이다. 짧게 오간 낯선 언어에 무슨 얘길 나눴는지 엄청 궁금해하는 표정이라서.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해버렸다간 엄청 귀찮아 질 것 같아 집요하게 캐묻는 목소리에 잔 예쁜 걸로 달라고~
뭐 그런 얘기나 가볍게 던져 본거라 둘러대버렸다.

약속한 잔들이 각자의 앞으로 전해지면 이곳 고급스러운 바와 어울리지 않는 시시콜콜한 화제들이 하나 둘 귓가를 때리고 지나친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만 같은 최신 이슈와 노래 얘기, 직장에서의 고충이나 유치한 뒷담 같은거.
바 뒤편 길쭉이가 심심할 틈이 없게 가끔씩 한마디씩 콕콕 찔러대면서.

잔이 비워질수록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 시간은 더욱 깊은 밤을 향해 흐르고.
선반과 이마를 맞대고 기싸움을 할 무렵에야 자리는 끝을 맺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다들 엄청 취해버렸네.





“ Bye Bye~ ”

문이 닫히고 멀어져가는 택시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말귀에 술에 젖어 흐느적거리는 목소리가 둘씩이나 귀를 따갑게 만들어서 온몸의 기운이 추욱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의미 없이 반짝이는 새벽의 불빛과 드문드문 지나치는 차 소리 사이에 파묻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 껍데기는 여기 있지만 내 영혼은 이미 침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게 아닐까~ 잠시 까맣게 있고 있었던 ‘집 가고 싶어’ 병이 도져버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 정신 없었는데. 둘은 엄청 떠들어대서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지,
어느 시골 왕똥개는 백만년만인 재회인데도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지~

은은한 조명에 감싸인 바 간판을 올려다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갑자기 좀 열 받네? 누구누구는~ 오랜만에 만나면 막 너무 반가워서 어쩔줄 몰라한다고. 그랬었는데.
그거 완전 웃긴 얘기. 강아지(수인)라고 다 그런거 아니네~

아니면 피곤해서 그런건가?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애가 기운도 없는 것 같고.
아~ 몰라, 몰라! 짜증나니까 어쩔 수 없이 한 잔 더 해야겠네. 겸사겸사 얼굴도 한번 더 보고.

그렇게 다시 자리로 돌아온 자리.
삐딱하게 턱을 괸 자세로 아직 그곳에 남아 있을 누군가를 향해 눈빛 레이저를 쏘아 보냈다.

“ 廣東話 : 너 지금 아주 죽상인거 알아? ”

돌아볼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전에야 운을 떼었다.
마치 몇시간은 기다린 사람처럼 언짢음과 반가움이 섞인 묘한 시선으로.

“ 廣東話 : 한국 사람 다 됐네? 나 너 세상에서 완전히 증발해버린줄 알았어. ”

뭐 어쩌다 헤어지긴 했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제 기억도 나질 않는다. 아니면 별로 기억하기 싫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린걸지도.
한가지 확실한 건. 겉모습이 조금 달라지고 한국말에 능해졌다고 하더라도. 내가 냄새 알아보는데는 귀신이거든. 그러니까,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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