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검은색 머리카락은 허리를 넘을정도로 길어 거의 온몸을 덮을 정도. 눈매는 아몬드형으로 둥글고 뾰족한 느낌. 속눈썹은 짙은 편. 겉눈썹 사이로 길다란 흰털이 가볍게 한두올 튀어나와 있다. 눈동자는 자색. 렌즈가 붉은색인 색약 안경을 쓰고 있다. 조금만 입을 벌려도 작게 솟아오른 송곳니가 두드러져 보이고 하얀 솜털이 난 뾰족귀 한쌍과 두꺼운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더듬이처럼 삐쭉 튀어나온 머리카락은 덤. 키는 174cm 몸무게는 66kg. 군살이 거의 없고 잔근육과 복근이 보이는 호리호리하고 탄탄한 체형. 의외로 피부는 보들보들 말랑말랑한 느낌.
성격:
- 평소 겉모습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보이지만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는 장난기가 많아지고 활발해진다.
- 줄곧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거나 사색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과묵해보이지만 어딜 가나 적응력이 빠르다. 하지만 성격이 조급하고 덤벙대는 구석이 있어서 항상 크게 곤욕을 치른다.
- 겉모습은 침착하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천진난만 말괄량이 스테레오 타입. 겁이 많아 때로는 여린 모습을 보일때도 있다.
기타:
- 고양이 수인의 혼혈이며 그중에서도 체격이 큰 편에 속하는 노르웨이 숲종. 발군의 체력을 가졌고 추위에 강하다. 물론 추위에 강한만큼 더위에는 약하다. 대륙의 남부 불더위에 한평생 고통 받으면서 살아왔다.
- 불편해보일정도로 풍성한 머리카락과 통이 큰 옷차림 때문에 덩치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길쭉하고 볼륨감있는 체형이다. 체격과 반대로 식탐이 많아 먹어치우는 양이 많은데 어마어마한 운동량으로 떼운다.
- 털이 복슬복슬 통통한 꼬리 때문에 간혹 너구리 수인으로 오해 받는듯 하다. 몇가지 동물적 특성을 제외하면 보통 인간사람 겉모습과 다를게 없다. 뾰족 솟아오른 귀는 소리에 민감해 집중할때면 쫑긋거린다.
- 입을 크게 벌리면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인다. 겁이 많은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갑작스레 나타나면 전신을 곤두세우며 놀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목덜미를 잡히면 힘이 빠져서 축 늘어지고 꼼짝도 못한다. 이외에도 화가 날때 머리카락이 곤두서기도 한다.
- 묘하게 선을 두는 분위기 때문에 가까워지기 어렵지만 한번 가까워지면 굉장히 깬다. 먕먕 냥냥 이상한 콧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린다든지, 털털함을 넘어 진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귀찮게 달라붙거나 가끔 바보처럼 맹한 얼굴을 보인다. 절친이나 가족끼리는 우찌, 우먀, 우냥 같은 별명으로 불린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예 별명을 본명처럼 부른다.
- 고양이 수인의 특징 때문인지 적록색약을 갖고 있어 이를 교정하기 위한 색약 안경을 쓰고 있다.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해서 가끔 곤욕을 치르기도 했고 여러모로 작은 제약을 안고 살고있다. 안경은 렌즈색이 특이해서 간혹 선글라스로 오해 받는다. 현장업무나 그외 바깥에서는 거의 쓰고 다니는 편이지만 집안에서는 벗고 다닌다.
- 멋과는 거리가 멀어서 옷차림이 꽤나 촌스럽다. 현장직에 특화된 후줄근한 점퍼나 착용감이 편한 오버핏 의류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쁜 옷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귀찮아서 신경을 못쓰고 있다. 굳이굳이 칭찬을 해야겠다면 홍콩식 y2k 스타일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지도..?
- 대만섬 타이난시 출생, 유년기에 홍콩으로 넘어가 정착중. 그 영향 때문인지 보통화와 민난어, 광동어, 영어를 섞어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어는 서툴다고. 일에 치여 살다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조금씩 익히긴 했지만 아직도 성조 섞인 말투인채 어려운 말은 바디랭귀지로 떼우고 있다.
- 개인영역이 확실해 까탈스러운 면도 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서 절약정신이 제대로 박혔다. 좋게 말하면 알뜰하고 나쁘게 말하면 짠순이에 자린고비. 허투루 돈이 새지 않도록 사소한 것도 칼같이 가계부에 적어둔다. 숨이 막히도록 허리띠를 졸라대니 가끔씩 지름신이 들러 정신없이 티끌처럼 모은 잔돈을 뱉어버리곤 한다.
-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있어서 매일마다 일기를 작성하고 매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좋아한다. 그래서 현장에 나갈때는 곧잘 제대로 된 카메라를 빼놓지 않고 챙긴다. SNS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 셀럽까진 아니더라도 활발하게 소통을 나누고 있다. 여러 SNS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디는 【喵喵 / @_miaomiao】로 통일.
- 항상 목에 초커를 차고 있다. 어렸을때 번화가에서 자주 길을 잃곤 하는 바람에 길을 잃어도 알아보기 쉽게 목에 이름표를 걸고 다녔다. 그뒤로는 목에 무언가를 걸고 다니는게 습관이 되었다. 깜빡하고 잊고 나오기라도 한다면 섭섭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 야행성이라 밤잠이 정말 없다. 그와 별개로 잠은 많아서 틈이 날때마다 졸아댄다. 그렇다고 생산성 있게 시간을 보내진 않아서 같은 처지인 수인 친구들과 디스코드에서 심야 모임을 열곤 한다. 밤낮 차이로 생업에 지장이 가기도 해서 본인도 여러번 고쳐보려했지만 결국 못고쳤다.
- 노곤하거나 기분이 좋을땐 아주 드물게 식빵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입버릇과 손버릇이 안좋은 편이라 허울 없는 사이에게는 금방 입질을 보이거나 할퀴는 시늉을 한다. 무언가에 집중할땐 하얀 잔눈썹이 꼼실대거나 동공이 커져서 주변을 잊을만큼 온신경을 곤두세운다.
- 취미는 동물 돌보는 것과 철저한 자기관리(패션쪽 제외). 지금 모습만 봐선 상상도 못하겠지만 유년기부터 삼보와 산타를 수련하기도 했고 거칠고 떠들썩한 톰보이 그자체였다. 지금은 대련을 그만뒀지만 언제부턴가 얄밉게 튀어나오기 시작한 뱃살을 빼기 위해 요가와 크로스핏에 다시 전념중.
- 둔해보이지만 보이는것과 달리 굉장히 날렵하다. 비록 고양이처럼 발톱은 없지만 수인의 특성 때문인지 유연성과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고양이 수인답게 고양이의 습성이 군데군데 남아있는데 높은곳에 곧잘 오른다던지 본능적으로 협소한 장소를 좋아한다. 가끔 감정이 격해지거나 놀라면 자기도 모르게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를 내곤 한다.(본인은 이것을 굉장히 부끄러워한다.)
- 찌마(芝麻)라는 이름을 붙인 실버그레이 햄스터를 한마리 키우고 있다. 계속해서 친해지려고 시도는 하고 있지만 겁이 많아서 아직도 어색한 사이. 주인을 닮아서인지 간식을 받아먹다가도 주인의 손가락을 깨무는 심술꾸러기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와 쥐는 상극이기 때문에 찌마가 자신을 싫어하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심야 모임 멤버인 집쥐양의 관심법(?)에 따르면 그냥 양아(햄)찌라서 그런거라고.
- 개박하 화분도 함께 기르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 수인들 사이에선 이런 행위를 평소에 잔뜩 쌓아둔 욕구불만을 다른 곳에 해소하는 것이라 보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에 손님이 집을 찾을때는 화분을 급하게 감춘다.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지만 사실 개박하를 굉장히 좋아한다.
- 자극적이고 단짠단짠인 음식들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처자이멘(車仔麵) 스타일 국수나 차슈. 버블티, 에그타르트, 솽피나이(双皮奶)를 좋아한다.
- 야외에서 오랜시간 거친 일을 하다보니 입버릇이 좋지 않게 들었다. 자랑할거리는 아니지만 육두문자로 예술을 펼치는 수준. 한국말은 잘 못들어도 욕하는건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래서 짓궂은 농담도 곧잘 받아들이는 편. 티를 내진 않지만 술과 담배도 거리낌없이 즐긴다.
- 풍성한 머리카락은 잘라도 금방 빠르게 자란다. 얼마나 빨리 자라냐면 몇달 안돼서 다시 허리 아래로 내려올 정도. 반농담 반진담으로 실시간으로 자라는게 보일정도. 그래서 미용비를 아끼기 위해 정말 불편할때가 아니고서야 자르지 않고 묶고 다닌다.
이름: 광둥어 - 라우호우카이(劉皓溪) 영어 이름 - 케이드 라우 한국어 이름 - 유백랑(劉白浪)
나이: 27세
성별: 남
국적: 홍콩자치구
외형: 신장 186cm에 체중 89kg. 땅땅한 근육질 체격이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눈을 살짝 덮는 길이로 감싸고 있다. 직모의 빳빳함과 곱슬머리의 곡선이 공존하는 기묘한 모질로, 앞머리의 스타일링은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다. 그의 바에 출석도장을 꾸준히 찍으면 버라이어티한 개털을 볼 수 있다. 오프 날은 별도의 스타일링 없이 그냥 자연건조시키는데, 이러면 2010년대쯤에나 유행했을 법한 클래식한 소프트 비주얼계 헤어스타일이 된다. 본인은 이게 '기본 상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 아래로 보이는 이목구비는 날렵한 실루엣을 그리고 있으며, 건조한 편인 하얀 피부를 갖고 있다. 늑대 혈통을 과시하는 듯한 깔쭉깔쭉한 이빨과, 가늘게 째진 눈 사이에서 흐릿하게 빛을 발하는 듯한 노란색 눈동자가 돋보인다. 머리털과 같은 색의 털로 뒤덮인 늑대 귀와 꼬리를 갖고 있다.
성격: - 쾌활하고 얄궂은 성격으로, 얄궂음을 넘어 짓궂어질 때도 많다. 다만, 친해지면 오히려 툴툴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툴툴대면서도 자잘한 정을 내비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아아, 이것은 남츤이라는 것이다. - 자잘한 실패는 시원시원하게 웃고 넘기지만, 큰 실패를 극복하거나 해소하지 못했다면 그것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 오래간다. 과거의 후회되는 일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어 혼자 있을 때에는 곧잘 쓰라린 과거를 되새기며 씁쓸해하곤 한다. - 그래서 후회되는 일을 남기지 않고자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어떻게 하면 가장 훌륭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일이 꼬일 때가 이따금 있다. - 외로움을 잘 탄다.
기타: - 개 수인으로, 그 중에서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늑대 수인의 후예다. 평범한 인간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피지컬의 소유자. 다만 더위에 약한데, 태어나 보니 하필 더운 지방이라 이쪽도 만만찮게 고통받았다.
- 보통 호우카이를 줄인 '카이', 혹은 원래 이름과 비슷한 뜻인 '백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편이다. 카이의 경우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그렇게 불리는 일이 많아 그 편이 익숙하다나. 백랑은 하술할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지은 예명이다.
- 옷차림은 일단 바텐더라는 직업관계상 셔츠를 기조로 한 깔끔한 캐주얼 정장이지만, 이따금 미쳐가지고 비주얼계 옷을 껴입거나 테무 쇼핑몰에서나 볼 법한 테크웨어를 입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 비율 좋은 근육질 몸 덕에 옷걸이가 좋아서 괜찮아보이는 게 더 킹받는다. 낡은 초커를 항상 목에 매고 다닌다. 가장 친했던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이 어린 물건이라고.
- 사람 귀 한 쌍과 늑대 귀 한 쌍이 달려있는데, 사람 귀는 귓바퀴만 멀쩡한 흔적기관 같은 거고 진짜 귀 역할을 하는 건 머리 위의 늑대 귀. 늑대 귀와 사람 귀 모두 왼쪽 귀에 피어싱을 하고 있다.
- 포유류계 수인들은 이따금 테오브로민/카페인/알코올 불내증을 겪곤 하지만, 카이는 다행히도 모두 피했다. 그리고 피한 보람이 있게도, 술이 꽤 세다.
- 홍콩 침사추이 출생. 이 늑대는 시베리아의 눈 덮인 겨울숲이 아니라, 청킹 맨션을 위시한 침사추이의 콘크리트 숲에서 나고 자랐다. 본디 '전성기의 청킹 맨션'에 입주할 만큼 부호였던 집안의 후예이나,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했는데 마작에 미친 조부가 삼대는커녕 한방에 시원하게 말아먹어버리는 통에 청킹 맨션이 슬럼이 되고 나서도 못 벗어났다나.
- 항상 성공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정보 혁명의 현대, 자신과 같은 가난뱅이도 다다를 수 있는 성공이라는 게 있었다. 카이는 가수가 되고 싶었고, 음악적 재능도 뛰어난 편이었으며, 얼굴도 피지컬도 꽤 가능성을 점쳐볼 만했다. 때는 10년대 중후반, K-POP의 광풍이 전세계를 강타하던 시기. 카이는 한국의 어느 서바이벌 오디션에 지원하여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다.
- 문제는 그가 팝 가수가 아니라 락커의 소질을 타고난 것이었다. 초반에는 자신에게 맞는 음악과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음악의 색채 차이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탈락의 위기도 겪었으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실력을 갖추어 참가자 중에서도 주목받는 입지에 올랐다. 그럼에도 팀 대항전 준결승에서 팀원의 트롤질에 발목을 잡혀버리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 이후 음악에 회의감이 들어 손을 떼고 한국을 하릴없이 돌아다녔다. 이대로는 홍콩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었다. 돌아가봤자 성공하지 못한 자신이 가족에게 오히려 짐이 될 것만 같았고, 홍콩의 살인적인 물가를 견디기도 힘들었다. 거진 빈털터리 신세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가진 마지막 돈으로 바에서 끝내주는 거나 한 잔 마시자고 들어간 바에서 사장의 눈에 띄어 바백 일을 시작하게 됐다.
- 미각적인 센스가 뛰어난 덕에 나름대로 바텐더 일이 소질에 맞았는지, 그럭저럭 바텐더 일에 적응해서 지금은 한 명의 어엿한 바텐더로 생활하고 있다. 공항에 가까워 외국인 손님이 잦은 바였기에, 영어와 광둥어가 익숙한 카이에게는 더더욱 안성맞춤인 직장이다.
- 아직도 종종 옛날 쓰던 일렉기타를 매만져보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일이 있다. PT 트레이닝을 통한 몸관리도 꾸준하게 하고 있어, 서바이벌 오디션 당시의 피지컬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버스킹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 제법 주목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꺾인 날개가 다시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날갯짓하는 일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 2종 소형 면허와 1종 보통 면허를 갖고 있다.
- 한국어에는 상당히 익숙해져 있어, 이젠 제법 말만 들어서는 외국 사람인지 모를 정도다.
- 고기좋아맨. 개 수인 아니랄까 봐 고기에 환장한다. 특히 덜 익힌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육회가 최애 음식이 됐다. 차애로 밀려난 레어 스테이크에게 묵념.
사용한 네카: https://www.neka.cc/composer/12943 테마곡: https://www.youtube.com/watch?v=lX44CAz-JhU (那些失眠的夜與難以忘懷的事 Sleepless nights and haunting memories - 老王樂隊 라오왕밴드)
새 스레에 안착이야! 마지막으로 시트 한번 더 퇴고해보다가 늦었네;-; 이제 눈앞에 있는 것은 불 꺼질 줄 모르는 도심의 적루군... 앞으로 잘 부탁해요 우냥주~ 그보다 나는 나메를 뭐라고 달면 좋을까... 우냥이가 댕댕이를 뭐라고 불렀으려나? 그리고 어렸을 때 이야기도 해보고 싶은걸~
나도.... 나도 영어 이름 쓸래... 🥺 언제 써먹을진 모르겠지만 우냥이 영어 이름은 '헤이즐 우'인걸로~!! 드디어 본어장이네 새집 스멜 넘 좋아,, 😋 나도 잘 부탁해 백랑주!!
잘됐다~ 오늘은 시간도 늦었고~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좀더 딥하게 짜보다가 내일 본격 이어보는 걸로 해볼까? 약간 뇌피셜로 우냥이가 백랑이랑 처음 만났을땐 어엄청 경계했을 것 같거든?? 도움 받고 나선 고양이는 천년이 지나도 은혜를 잊지 않는다고~ 완전 감격하면서 일방적으로 샤오카이(小溪), 아카이(阿溪), 카이카이(溪溪) 같은 친한 사이에서나 쓸 것 같은 애칭으로 불렀을거야 ㅎuㅎ 물론 경계 뿜뿜일때는 백여시 같다고 뺀질해 보이는 동족 말은 안 믿어~ 모드였겠지만.. 😏😏
>>4-6 헤이즐이라니 이름이 너무 찰떡같아... 응,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이어보자! 카이는.. (얘를 카이라고 불러야 하나 백랑이라고 불러야하나.) 치링이 자기보다 연상임에도 아마 누나라고는 안 불렀을 것 같아 ㅋㅋㅋ 우찌 우먀 우냥 중에 랜덤으로 불렀을지도. 카이가 누나라고 부르는 거면... 카이가 아쉬운 상황이거나 아니면 엄청 이모셔널한 상황이거나 할것같다! 아앗 역시 고양이야 첫인상이 쉽지않지.. (그리고 쏟아지는 우냥이의 애칭폭풍에 그만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는데. 대만 아갓쉬의 데레라는 것은 이다지도 위험하군요.) 2번! 같은 학교거나 같은 동네같이 어느 정도 추억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사실 우냥이 초커가 우리 댕댕이랑 엮여서 차게 됐다는 말에 그만 오딱구감성이 반응해버리고말앗서..
- 이런저런 불내증은 다 피해갔으나, 포유류 계통 수인의 고질병인 적록색약은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날 때부터 이런 것이라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에 별도의 교정 없이 이대로 사는 중. 더욱이 한국의 경우 색약이 있는 수인을 배려한 인프라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다는 모양이다.
- 국적의 경우는 여전히 홍콩인 상태로, 현재는 취업 비자를 이용해 체류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 홍콩 국적으로 살아갈지 한국으로 귀화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듯하다.
>>7 ㅋㅎㅎㅎㅎ 얘기 듣고 생각난건데 이름표 달아줬을때 필연적으로 목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었을거란 말이지..? 🤨 꽤나 민감한 부분이다보니까 어딜 손대 미친거 아니냐고~!!! 🤬(삐- 삐삐- 삐-) 컁먕냥!!! 극대노하지 않았을까 암튼암튼 좀 많이 약올려도 약간 🝦 ༝ 🝦 요런 표정으로 버릇 개줬네~ 속으로만 네가지 네가지~ 꽁알거릴거거든?? 😆 오히려 평소에 안쓰던 호칭으로 부르면 방금 뭐래.. 얘 어디 병 걸렸나...? Φ. Φ 싶어할지도
암튼암튼 백랑이 한까불 하는 것 같은데~ 그려진다 그려져.. 처음 큰 도움 받았을때만 해도 정말정말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 였는데, 순식간에 귀신은 저거 안잡아가고 뭐하나 몰라~ 💢 로 순식간에 이미지 하락해버리는거 ^,^ 근데 뭐 진짜 싫음~ 보단 왜저랩 -,- 진짜 생긴대로 놀아~ 라고 생각하는 정도라고 해도 될까? 약간 티격대격하면서도 잘 티키타카하는 그런 느낌으로..! 가끔씩 골골송 하면서도 묘하게 선 두는 먼가먼가한 그런 느낌,,
찐친끼리는 몇년만에 만나도 엊그제 같다잖아~? 근데 좀 헛웃음 비슷한거 나오긴 하겠다 ^,^ 몇천 킬로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예고도 없이 오랜만에 얼굴 마주치는거.. 얘 머임?? 🙄 인지부조화 확 오겠는걸?? 😆 백랑이 자뻑멘트에 부정은 안하겠지만~ 여전하네 싶어할지도 ㅎuㅎ
그럼 첫만남은 심부름 나갔다가 길 잃어서 혼자 오들오들 떨고 있던 차에 같은 동네 살던 백랑이한테 대강대강 도움 받았다는 걸로 하고, 재회는 야근 끝나고 직장 동료들이랑 술 한 잔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걸로 해도 좋을까? 좀 시간 보내다가 동료들 다 가고 근황토크 하는걸로~! 아마 동료들 반응 예전에 땡땡 프로그램 나온 백랑 아니야~?? 대박,,, 이런 느낌일 것 같애 😏 슬슬 눈이 감겨서 오늘은 여기까지 나메 남길게~ 내일 또 이어서 얘기하자 🤗 백랑주도 시간 많이 늦어서 피곤할텐데 답레는 내일 줘도 돼 쫀밤 쫀밤~!
>>13 백랑이가 한국의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다는 사실을 우냥이가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우냥이 반응이 갈릴 것 같아. 알고 있었건 모르고 있었건 어느 쪽이든 맛있네요...
응, 첫만남은 그렇게 하고, 재회는.. 이건 돌려봐야 아는 거긴 하지만 우먀랑 동료들이 처음에는 백랑이 몰라봤다가, 백랑이가 종종 바에서 일하거나 하다가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는데 그 노래 흥얼거리는 거 듣고 동료들은 백랑이가 땡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있다는 거 알아보고 우먀는 익숙한 노랫소리에 백랑이가 카이카이라는 거 알아보고... 슬슬 잘 때가 됐지! 오늘 하루도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어, 푹 자구 좋은 꿈 꿔~
백랑주 쫀 오후~!! 시작은 내가 끊어봐도 될까? 생각해보면- 준결승까지 올라간 서바프 출신에 비주얼에 음악까지 되고, 아직도 전성기 폼 유지중인데 활동은 안하고 바에서 조용히 컵 닦으면서만 지내고 있는 스토리? 🤔🤔 이거 무조건 백랑이 보러 오는 손님들로 만석일 것 같단 말이지? 절대 조용하게 지낼 수 없는~~!
그래서~ 친한 동료들한테 '너 연예인 실제로 본 적 없지, 가볼래?' 같은 멘트 듣고 솔깃해서 백랑이네 바에 들러보는 걸로 가볼까 하는데 괜찮을까? 우냥이도 케이팝 오버도저니까~ '서바프 = 아이돌'이라는 뇌내 공식으로 오케 오케 했을 것 같거든
참참! 접속 시간도 미리 말해줬어야했는데,, 평일은 웬만하면 저녁 7시 이후 ~ 자정까지 상주 가능하고, 주말도 비슷한데 약속 없거나 여유 만땅이면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도 나메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혹시라도 너무 타이얼드하거나 일이 쌓여서 못 올때 되면 활동시간 전에는 나메 남겨둘테니까 그 날은 스킵하고 다음 날 보는 걸로~! 😉😉
영원히 불이 꺼지지 않을 것만 같은 화물 터미널 속에서, 새벽을 바라보는 어느 한 고양이의 감상이었다.
그 다음으로 피어오르는 생각은 역시나 ‘집에 가고 싶어-’라는 한마디 정도.
스케줄의 막바지에 이르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돌아갈 때를 알아버려서 방진마스크에 가린 표정이 무색하게 머리카락 위로 솟은 귀는 쫑긋거린다.
하루의 종착점을 알리는 지친 목소리도. 한겹 형광조끼도. 게이트를 지나면 모든 것이 잊혀진다. 해는 오래 전에 저물었지만 활주로를 비추는 수많은 불빛들이 깊은 밤을 물들이고 있다.
밤공기의 산뜻함, 왠지 모를 안도감 그리고 여유로움. 이 모든 것들이 한번에 올려와 녹슨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만 같아.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나서 그 사실 하나만으로 특별한 하루를 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확실히, 누군가 이름을 불러오기 전까지는...
“ 칠령씨~ 오늘 일도 일찍 끝났는데 같이 한 잔하러 갈래? ”
친근하게 어깨를 감싸오는 손길에 고개를 돌리자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직장 동료들이 응큼한 눈빛으로 지친 얼굴을 콕콕 찔러온다. 오늘도 이 둘이야- 나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속에 담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어색한 웃음소리가 먼저 튀어 나오지만 본능적으로 알아버렸다. 이 멤버라면 무슨 수를 쓰든 완벽하게 발이 붙잡혀버릴 거라고.
발령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언어라는 장벽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았는데. 둘과는 스케줄도 자주 겹치고, 관심사도 맞아 떨어져서.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금방 친해졌다. 보이그룹 덕질에는 또 얼마나 충만한지.. 어쩌다보니 콘서트도 같이 다니게 되면서 너무 친해져버렸어. 그래서 가끔은 오늘처럼 빨리 돌아가고 싶은 날에도 정신 차릴새 없이 끌려다니곤 했다.
“ 아니 나 집! 진차 가? 근데 우리 W... Where 오디 가요?? ”
오늘도 역시나.. 너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끌려가서 빠져나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 머야, 요기 왜 Bar이가 이써? 나 왜 모랐지? ”
어두운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테이블 앞에서 왠지 모르게 속삭이듯 말했다. 한국 온 뒤로 시끌벅쩍 회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갑자기 이런 아늑하고 세련된 공간에 떨어지니 괜히 가볍게 눈치를 살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직장 사람들은 오히려 여기 진짜 유명한데 정말 몰랐냐고, 정말정말? 하는 분위기였고.
“ 응 단연하지!! 혼꼭 빠 처음에열. 일 끄나면 졸려서 몬 나가~ ”
바 뒤편 선반 가득 진열된 술병들을 힐끔 쳐다보며 살짝 심술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마시고 싶으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오는 걸로 끝냈지~ 피곤하니까! 딥한 분위기에서 한 잔 기울이는 것도 좋다 이거야~ 근데 침대가 더 좋으니까!!
아무튼 왜 여기가 핫플레이스인지 이제 알게 될거라는데. 벌써 평소랑 표정도 다르고(존잘 영접 직전 표정), 이렇게 바람 넣을 정도라면.. 사장님이 잘생기기라도 했나봐? 하트 뿅뿅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을 흐음~ 쳐다보다가 바 한쪽에 비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그래, 생기면 얼마나 생기겠냐고~ 시종일관 진지 얼평 모드가 되어서 아몬드처럼 뾰족해진 눈으로 바라본다.
일단일단 어떻게든 시작 끊기 성고오오옹... 🫠 공항 근처 바라서 손님도 많고, 그래도 백랑이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는 피셜이 있었어 ㅎuㅎ 나메 가져오는동안 소년미 랑이도 같이 기다리고 있었네~~~!! 🥹🥹🥹🥹 너어 촘 많이 귀엽구나?? 완전 남성미 폴폴인 랑이한테도 동글동글한 시절이 있었다니 세월이 야속해 🤧
상황은~ 백랑이 일하고 있는 바에 와서 지금 막 컵 닦고 있을 뒷모습 빠아아안히 노려보고 있는 중! 대충 이렇게 해봤어. 내일 저녁에 다시 돌아올게~! 내일 월요일 우리 다함께 짜요짜요 🔥🔥 아니 오늘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쫀밤~!
어서와 우먀주~ 좋은 밤이네. 동접하고 나서 보니 자러 갈 시간이라는 게 아쉽지만, 그래두 이렇게 봐서 좋아 😊 우냥이 아직 한국말에 익숙하지 못해서 혀 꼬이는 게 귀여웟...... (중증) 답레는 천천히 써두고, 백랑이가 참가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던가 이런저런 세세한 정보들 써둬야겠다..!
매년 내 방문 기둥에 엄마와 내가 둘이서 내 키를 체크하지 않게 될 그 무렵부터. 나의 키와 내 모든 사고가, 멈춰버린 건 아닐까.
이제는 한국어 노래가 더 익숙하다. 한국에 온 지 몇 년이 지났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태지가 가사에 담아 내어놓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의 마음속에 텁텁한 먼지처럼 조금씩 쌓여간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가슴 속에 품었던 꿈, 한때는 손끝에서 거의 한 뼘 거리만을 남겨두었던 그 꿈. 그것을 쫓아 달려온 길 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 '콘트레일 라운지'였다. 스스로 선택한 끝에 이리로 오게 된 걸까, 선택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이리로 불시착한 걸까. 이제는 구별조차 힘들다.
손님들이 들어오는 출입문 너머로 어렴풋이 들리는 비행기 소리마저도, 그에게는 그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담담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가사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 반복 속에서 자신의 삶이 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와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자신이 이곳에서 하는 일도 결국 반복되는 틀 속에서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꿈을 향해 날아가다 불시착한 뒤,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눈앞에 펼쳐진 길을 걷고 있다.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방향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다.
이곳은 피난처이자 감옥이다. 손님들이 잠시 머물러 가는 도심 속의 은신처에서, 정작 그는 떠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흐릿한 백열 전구 아래에서 잔잔히 들려오는 서태지의 목소리는 그에게 무심히 속삭인다.
혼탁한 바람에, 더 이상 난 볼 수 없네. 내가 누군지, 여긴 어딘지.
백랑은 조용히 컵을 닦으며 노래를 흘려보낸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척하며.
레몬 슬라이스 꽂힌 잔 안에 한가득 담긴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행운을 그리는 비행기, 그리고 그 뒤에 의자 하나가 놓여있는 심볼을 옆에 끼고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Contrail Lounge라고 쓰인 간판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향제 향기-아니, 리큐르 향기일까- 옅게 섞인 바 안의 공기가 훅 밀려나오며 제법 쌀쌀해진 새벽 가을바람을 일행의 몸에서 가볍게 한 차례 쓸어낸다. 그리고 그 너머로 바의 풍경이 보인다.
철제 프레임으로 받쳐진 원목 바 앞에서 쉬어갈 이를 기다리며 나란히 서있는 스툴 몇 개와, 벌써 몇 명인가 와서 한 잔씩을 기울이는 손님들, 그 너머로 갖가지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 가득한 책장처럼 각양각색의 술병들이 나란히 꽂혀 있는 선반과, 손님들에게 대접할 술을 차리기 위해 반짝반짝하게 닦여 있는 집기들. 발끝에 와닿는 바닥은 반질반질하게 코팅되어 있는 콘크리트였고, 벽면은 고스란히 드러난 벽돌이었으되 팔꿈치 높이까지는 원목 보드가 덧대어져 있었다. 거칠게 마감된 콘크리트 천장은 철제 배관들에 뒤덮여 있었고, 거기서부터 늘어져내려온 조명들이 바 위로 흐릿한 난색을 던지고 있었다. 선반 위의 천장 한구석에 매달려 있는, 어디서 구해온 건지 모를 브라운관 TV는 오래된 영화의 장면을 짜깁기한 듯한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며 바에 깔리는 조명에 난색 한 점을 더하고 있다.
2020년대 중반기를 내달리는 현대를 외면하고, Y2K 이전의 수퍼 파나비전 필름으로 찍은 듯한 색채에 잠겨 있는 것만 같은 공간. 현대 사회의 가장 삭막한 잔여물로 남겨져 있던 공간에, 누군가 마지막 반항이라도 하듯 사려깊게 꾸며놓은 은신처. 그것이 이 공간이 당신에게 가져다주는 첫 인상이었다. 그 많은 조명들 중에 철사 프레임에 끼워진 백열전구를 택한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었으리라. 그것이 자아내는 난색이 아니었더라면, 이 은신처는 여기 머무를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비정하고 삭막한 공간이 되었을 테니.
그리고 그 원목 바 너머에 서 있는 것이, 당신을 이리로 데려온 두 일행이 이곳을 핫플레이스라고 일컫도록 해준 바텐더인 듯하다. 일단 깔끔한 셔츠와 슬랙스가 잘 어울리는 훤칠한 키며 딱벌어진 어깨, 비율 좋은 몸 등 이래저래 뒷모습은 확실히 합격점. 새하얀 머리카락 위로 뾰족하게 솟은 귀 한 쌍이 그가 당신과 마찬가지 수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등을 돌린 채로 컵을 닦던 바텐더는, 등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때마침 다 닦은 컵을 선반에 얹어놓고는 뒤를 돌아본다.
뒷모습이 저 정도로 완성도가 높으면 앞모습에 뭔가 하자가 있더라- 하는 반전 개그 같은 것은 없었다. 과연, 흐릿한 조명 아래에서도 잘생겼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얼빠 여럿 넋놓게 만들 만한 얼굴이다. 손으로 대충 빗어넘겨 비대칭으로 만든 새하얀 앞머리 아래로 날렵하게 잘빠진 이목구비가 가지런히 놓여서는 느슨한 미소를 띄고, 달을 연상케 하는 연한 노란색 눈동자는 옅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어서오세요. 아, 또 보네 누님들."
그렇게 붙임성있게 인사를 붙여오는 청년을, 눈썰미가 좋거나 연예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볼 수 있으리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드림 퍼니스Dream Furnace」 시즌 3의 참가자로, 한때 가장 주목받았던 참가자 중 한 사람인 백랑이라는 사실을. 첫 스테이지에서 'Lazenca, Save Us'를 선곡하는 패기를 부렸다가 입구컷당할 뻔했으나 얼굴을 보고 잠재력이 아깝다고 생각한 심사위원이 첫 스테이지에서 슈퍼패스를 써준 덕에 간신히 잔류, 이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락을 접고 부쩍부쩍 늘어가는 실력으로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샀던 유망주. 그러나 팀 대항전으로 진행되는 준결승전에서, 제각기 개성이 강해도 너무 강한 팀원들의 규합에 실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신 비운의 유망주...
그러나 당신은, 어쩌면 이 청년의 얼굴에서 드림 퍼니스 참가자 백랑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혹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답레 자체는 뭔가 뚝딱 써졌는데, 앞에 뭔가 이것저것 쓸 게 더 생겨서 쓰다 보니까 뭐가 엄청 많아졌다... 👀 분량은 신경쓰지 말구 우냥주가 잇구 싶은 만큼 이어줘~
드림 퍼니스는 2010년대 중후반~2020년 극초반까지 가장 인기있었던 팝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야. 최종적으로 8명의 멤버를 선발해서 보이그룹으로 데뷔시키는 것이 목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일차적으로는 후보생들 사이의 협동심을 요구하면서도 프로그램적으로는 팀원들이 직접 탈락시킬 팀원을 투표로 정한다던가 공연 경쟁으로 시청자 투표를 받아서 탈락자나 탈락 팀을 결정한다던가 팀이 탈락하게 되었을 때 시청자 투표 혹은 승리한 팀 투표를 통해 1명을 구제하게 한다던가 여러 가지로 후보생들의 감정적 갈등을 부추기는 도파민 중점의 고자극 플롯으로 가득찬, 용광로(퍼니스)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구성의 매운맛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해두고 있어.
우냔주 인 디 하우스~!! ✨✨ ㅁㅊㅁㅊ 나메 느낌 너무 좋다~ 마침 비도 오고 레트로 필터 향 물씬 나서,, 인트로부터 배경 ~ 백랑이 멘트 분위기까지 어쩔거야 😇 나나나 방금 집 도착해서 정리하면서 답레 가져와볼게~! 9시쯤에는 올려볼거고 늦어도 10시까지는 꼭 하나 남기고 갈테니까!! 잠시 다녀올게,, 🥺
거짓말 같았다. 아늑한 조명빛에 흐릿하게 비쳐오는 얼굴에 두 사람의 호흡이 동시에 멈춰버린 걸.
‘봐, 내가 뭐랬어~ 오늘 맞다니까~!!’, ‘온다~ 온다~ 어떡해~’ 직장에선 내내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선 푼수 떠는 모습이 제법 볼만했다. 금방이라도 최애를 영접한 찐팬처럼 꺄악 꺅- 행복한 비명을 질러댈까 겁이 나 귀를 꼬옥 눌러내렸다.
‘미친~ 나 방금 눈 제대로 마주쳤잖아~ 누님이래,, ㅎ.. 개좋아 진짜,,’ 뭐가 얼마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길래, 알려나 주고 같이 놀라기라도 하면 안될까? 반쯤 흘러내린 안경 사이로 간절한 눈빛을 흘기다 못해 다가오는 얼굴에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은 진심 몇잔 못하겠다고~ 자기 얼굴 앞에 손을 휘휘 저으면서 '이거(얼굴)'에 완전 취한거 같다고, 주접은 계속되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찬사에도 어찌저찌 깔루아나 미도리처럼 달다구리한 칵테일 이름이 그녀들의 입에 오른다.
칠령씨는 뭐 고를래? 잠시 한 호흡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주문을 이어가는 중간. 왠지 모르게 이쪽 얼굴은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땡그래진 눈으로 입을 떠억 벌리고 있다.
우냥이네 직장 사람들은 이쪽도 한 얼빠 한다고 깔깔거리고 말았지만. 고양이의 이상야릇한 표정은 깊숙이 잠겨 있던 과거의 기억을 허겁지겁 들춰내고 있었다.
《 晒唔晒我帮手? 》
엉뚱한 표정으로 꽁꽁 얼어붙은 그녀를 대신해 주문이 전해진다. 기나긴 꿈에서 깬듯. 품에 걸린 목걸이를 가볍게 매만지며 알것 같지만 모를 저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본다. 바 너머 걸음이 멀어지기까지 우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쩌 살람 이름 머에열? ”
아른아른 떠오를듯 말듯한 기억에, 혹은 설마 아니겠지, 그런 무의식에 퐁당 잠긴채. 제법 진지해진 얼굴로 옆에 앉은 동료들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진지한건 이쪽뿐만이 아니었나봐. 이번엔 반대로 저 둘이 귀신 본듯한 눈빛으로 우냥을 째릿- 쳐다본다.
칠령씨 케이팝 좋아한다며-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농담반 진담반 야단 섞인 목소리가 날아든다. 우리 유백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드림 퍼니스 시즌 쓰리 출연자로 쏼라쏼라~ 비주얼이랑 보이스가 어쩌구 저쩌구~ 갑작스레 쏟아지는 정보에 과부하가 와서 머리가 팽팽 돌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맞아. 칠령씨도 홍콩 사람이랬지. 둘이 같은 고향이네~ 라는 한마디에. 마치 전파를 잡은 안테나처럼 귀가 쫑긋 솟아오른다.
“ 흔곤 사람?? 진짜?? ”
주문 받은 칵테일을 섞고 있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눈 맞은 것처럼 잔뜩 새하얀 머리카락에 저만큼이나 통실한 꼬리. 그리고 자꾸 감질나게 기억날듯 말듯한 무언가. 그제야 떠올라서 미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베시시 미소를 흘린다.
“ 와 나 진자 웃겨~ 나 펑인줄 알아소요. 근데 리우빠이랑 진자 일음 아닌데. ”
갑자기 180도 여유만만으로 바뀐 모습에 뭐지, 싶어하는 직장 사람들에게 잘 보란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준다. 그리고 열심히 잔을 채우고 있을 그의 앞에 멈춰서 이렇게 말했다.
“ 嘿, 阿溪! ”
처음에는 너무 당당하게 네이티브처럼 유창하게 말하길래 눈치 못챘지. 그래도 그렇지. 이쪽에서 맞출때까지 꿋꿋하게 모른척을 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다아~ 꿰뚫어보고 있다는듯 날카로운 고양이 눈으로 백랑을 불렀다.
백랑주 정성스러운 나메퀄에 열심히 따라가고 싶었는데 🥺🥺🥺 괜히 약속한 시간만 오버해버렸네 크유ㅜㅠㅠㅠㅠ,, 처음엔 좀 늦게 떠올리게 할 생각이었는데 그럼 너무 고구마 전개가 될 것 같아서 긴가민가? 하다가 바로 알아보는 쪽으로 해봤어~! 🤗 지금 우냥이의 심정은 정말 몰카라도 당한 기분! 어떻게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외국에서, 그것도 직장 근처에서 이렇게 멀쩡하게 일하고 있냐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기도 많아졌고~ 한국어도 자기보다 훨씬 잘해(이건 좀 찐으로 긁힘) ㅋㅋㅎㅎㅎ 진짜루,,
아앗.. 다시 보니까 완성형으로 작성될만한 소지가 보이는데 ㅠㅜㅠㅜㅜㅜ 🥺 혹시라도 백랑이가 말을 걸어왔다면~ 야콥슨 기관까지 열면서 두뇌 풀가동중이라 못 듣고 계속 멍때리고 있었을거야,, 🙄 그그 발냄새 맡은 냥이가 입 벌리고 얼터진 표정 짓는거 있잖아~ 딱 그 느낌으로 있다가 나중에 알아채고 가서 말 건거라고 생각해줘..!
그리구 퀄이라니... 퀼같은 거 따지지 않아도 이렇게 심장 콩콩 뛰게 하는걸..! 나메 쓰는 시간이라던가 퀄이라던가에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돼. 우냥주는 제금 그대로 소중한 파트너랍니다.. /그리고 멀쩡히 일하고 있다는 말에 카이가 멀쩡히라니 이게 어디가 멀쩡하다고.. 하고 쓴웃음짓는 모먼트
>>32 그건 아마 백랑이가 오늘은 처음 보는 누님도 오셨네, 하고 시선 돌렸다가 우냥이가 입 딱벌리고 있는 거 보고 우냥이 알아보고 잠깐 마주 스턴걸리는 것처럼 묘사할 것 같아..! 필사적으로 정신 다잡고 뭐라고 불러보려다가 일단 주문부터 받고 칵테일 만들고 있는데 예고도 없이 아카이 박혀서 백랑이 2차스턴 예정
정말~?? (대충 카똑 프로도 자뻑표정) 백랑주야말로 나메 진짜 이쁘게 써줘서 나도 진짜 두근반세근반 하거든?? ㅎuㅎ 암튼 같은 동네에 같은 학교까지 다녔는데 몰라보면 진짜 섭섭하지~!! 우냥이도 백랑이 알아보긴 했는데 닮은 사람이겠거니~ 해버렸거든,, 우냥이네 언니들도 열심히 감상(?)하고 있다가 같이 흥 깨질지도 모르겠네? 😆 먼가먼가 백랑이 되게 스무스하게 능글능글 잘 받아칠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일지 엄청 궁금하다,, ^,^ 아아아...... 왜 벌써 11시조.. 월요일이라 빨리 가버린건가.. 아쉽지만 나 이제 잔업 처리하러 가볼게.. 🥺 내일도 아마 저녁 7시쯤에는 올 것 같구~ 수요일에는 새벽에도 있을지 몰라!! 😎
"오늘은 처음 보는 분도 오셨네. 어서 오세요. 주문은, 방금 퇴근하신 것 같은데 달달한 걸로 한잔?"
오늘도, 평소와 같이 그 어느 것도 변하지 않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삭막하고 서걱서걱한 날이리라 생각했다. 누구나 다 해주는 주접들을 떨어오며 인사해오는 손님들에로 고개를 돌려서는 구둣발 소리를 내며 걸어갈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하, 별소리 다하신다. 제 얼굴로 만족한다고 주문 안해주시면 저 잘려요."
뻔한 칭찬에 유치한 너스레를 떨면서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이변이... 작고도 거대한 이변이 하나 있었다.
옅은 검정색의 복실복실해보이는 머리카락 아래로, 아몬드 모양의 눈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치뜨고 있는 고양이 수인의 모습으로, 어느 날 더럭 기습적으로 날아든 고지서라도 되는 것처럼 바 너머에서 자신를 바라보고 있는 이변을- 백랑은, 아니 호우카이는 발견하고 만 것이었다.
아연실색한 시선을 당신의 목께로 떨어뜨리는 이 하얀 개 수인의 목에는 당신의 것과 거의 똑같은 낡고 낡은 초커가 매여 있었다. 일순간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카이는 입을 열었으나, 목구멍이 덜컥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2초 정도 될까 한 어색한 침묵.
카이에게는 이 침묵이 더 필요했다. 당신에게도 그에게도 뜻밖일 이 재회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으니. 그러나 바텐더 백랑에게 있어서 이 침묵은 결코 길게 이어지면 안될 종류의 것이었다.
그래서 백랑은 다시 뻔뻔하게 표정을 가다듬고는, 상황을 얼버무리는 능청스러운 주워섬김으로 짧은 침묵을 끝낸다.
"메뉴가 좀 많죠, 천천히 골라보세요."
당신이 이렇게 플레멘 반응을 보이며 빡집중하고 있는 동안엔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백랑이 익히 알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백랑의 회피는 비단 그런 이유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무심코 우먀, 하고 당신을 불러버렸다가는, 뭔가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랑은 카이이기를 잠시 미루어두고, 바텐더 백랑으로서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지거와 리큐르 병들, 셰이커를 꺼내어 세팅하고, 칵테일을 주조했다. 그게 끝나고 다시 당신 일행과 말을 붙이게 될 때에는, 당신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길 빌며...
그러나 그 순간은 당신과 눈을 마주쳤을 때만큼이나 느닷없이 백랑의 앞에 닥쳐왔다.
아카이! 하는 외침에 가까운 당돌한 부름에, 미도리사워를 한가득 머금고 흔들어지던 셰이커가 손끝에서 더럭 미끄러질 뻔했다. 간발의 차로 대참사를 면하고 셰이커를 붙드는 데 성공한 백랑은, 아니 카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곤 당신을 마주보았다.
<귀 터지겠다. 목청 여전하네, 우먀. ...오랜만.>
하고, 카이는 광둥어로, 당신의 귀에 참 익숙한 그 목소리로, 당신이 냄새맡은 바대로 자신이 호우카이임을 인정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당신을 바라보며 능청스레 웃는-하지만 조금 착잡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던 카이는, 한국어로 바꿔선
카이: 187 춤에 대한 호불호와 춤실력은? "와, 그게 진짜 제일 고역이었지. 그렇게 춤을 추면서 노래까지 한다는 게..." "...그래도 3라운드 이후부턴 한 번도 춤으로 지적받은 적 없어. 뭔가 본때를 보여준 것 같아서, 뭔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봐라! 호우카이는 운명 앞에 굴하지 않아! 하고, 날 봐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똑히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땐 참 좋았는데." "지금도 춰야 한다면 얼마든지 다시 출 수 있지만, 글쎄. 다시 춤을 추고 싶어지게 될지는 모르겠네."
018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아직 그 자리에 돌아가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계시겠지. 돌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315 생모에 대한 생각 "...그런 구렁에서 그렇게 모질게 사실 이유가 없으신 분인데. 내 손으로 꺼내드리고 싶었는데. ...아, 젠장 그렇잖아도 가을밤인데 씁쓸하네." (호우카이는 보드카 한 잔을 깡으로 따라서, 단숨에 집어삼켰다.)
백랑: 093 앉을 때의 자세 "아? 뭐 어때, 지하철이나 버스도 아닌데, 다리 좀 벌리고 앉을 수도 있지." "신청곡 있어?" (백랑은 통기타 넥을 거머쥐고 제법 간드러지게 현을 튕겨보였다.)
324 하고있는 악세사리는? "...악세사리라고 해야 하나. 못 놔주는 고집이지. 이것도, 이것도." (백랑은 차례대로 피어싱과 목의 초커를 가리켜 보였다.)
030 남이 자신을 뒤에서 욕하는 것을 알았을 때 "일단 뒷말이 나올 만해서 나왔나 아니면 그냥 억까하는 건가부터 잘 생각해봐야지. 내가 문제라서 뒷말 나온 거면 그것부터 고치고." "입장 차이 때문에 오해가 생긴 거면 직접 터놓고 이야기를 해야 되지. 이게 제일 애매한데 이거 확실히 안 풀면 큰일난다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그냥 억까하는 거다? 그냥 내버려둘 거야, 나는. 내가 똑바로 행동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 인간이 생떼쓰고 있다는 걸 알아볼 거니까."
이 반응 뭐래, 그래도 생각보다 슴슴한 반응이라 피식 웃어버렸다. 이 능글 장인이 뭐라고 반응할지 내심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응이 뜨거운 건 주문을 기다리는 저쪽이다. 짧게 오간 낯선 언어에 무슨 얘길 나눴는지 엄청 궁금해하는 표정이라서.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해버렸다간 엄청 귀찮아 질 것 같아 집요하게 캐묻는 목소리에 잔 예쁜 걸로 달라고~ 뭐 그런 얘기나 가볍게 던져 본거라 둘러대버렸다.
약속한 잔들이 각자의 앞으로 전해지면 이곳 고급스러운 바와 어울리지 않는 시시콜콜한 화제들이 하나 둘 귓가를 때리고 지나친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만 같은 최신 이슈와 노래 얘기, 직장에서의 고충이나 유치한 뒷담 같은거. 바 뒤편 길쭉이가 심심할 틈이 없게 가끔씩 한마디씩 콕콕 찔러대면서.
잔이 비워질수록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 시간은 더욱 깊은 밤을 향해 흐르고. 선반과 이마를 맞대고 기싸움을 할 무렵에야 자리는 끝을 맺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다들 엄청 취해버렸네.
“ Bye Bye~ ”
문이 닫히고 멀어져가는 택시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말귀에 술에 젖어 흐느적거리는 목소리가 둘씩이나 귀를 따갑게 만들어서 온몸의 기운이 추욱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의미 없이 반짝이는 새벽의 불빛과 드문드문 지나치는 차 소리 사이에 파묻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 껍데기는 여기 있지만 내 영혼은 이미 침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게 아닐까~ 잠시 까맣게 있고 있었던 ‘집 가고 싶어’ 병이 도져버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 정신 없었는데. 둘은 엄청 떠들어대서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지, 어느 시골 왕똥개는 백만년만인 재회인데도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지~
은은한 조명에 감싸인 바 간판을 올려다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갑자기 좀 열 받네? 누구누구는~ 오랜만에 만나면 막 너무 반가워서 어쩔줄 몰라한다고. 그랬었는데. 그거 완전 웃긴 얘기. 강아지(수인)라고 다 그런거 아니네~
아니면 피곤해서 그런건가?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애가 기운도 없는 것 같고. 아~ 몰라, 몰라! 짜증나니까 어쩔 수 없이 한 잔 더 해야겠네. 겸사겸사 얼굴도 한번 더 보고.
그렇게 다시 자리로 돌아온 자리. 삐딱하게 턱을 괸 자세로 아직 그곳에 남아 있을 누군가를 향해 눈빛 레이저를 쏘아 보냈다.
“ 廣東話 : 너 지금 아주 죽상인거 알아? ”
돌아볼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전에야 운을 떼었다. 마치 몇시간은 기다린 사람처럼 언짢음과 반가움이 섞인 묘한 시선으로.
“ 廣東話 : 한국 사람 다 됐네? 나 너 세상에서 완전히 증발해버린줄 알았어. ”
뭐 어쩌다 헤어지긴 했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제 기억도 나질 않는다. 아니면 별로 기억하기 싫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린걸지도. 한가지 확실한 건. 겉모습이 조금 달라지고 한국말에 능해졌다고 하더라도. 내가 냄새 알아보는데는 귀신이거든. 그러니까, 여전하네.
오늘도 무사히 답레 쪄왔답니다~! 앗 못본 사이에 무수한 진단이 🥹🥹 넘 감동이야.. 랑이 진단 덕에 물어보고 싶은게 더 많아졌네~~! ✨ 나도 내일은 진단과 함께 등장하겠어!! 이제부터 티엠아 대방출 할거야 🔥🔥 내일은 아마 밤샘으로 해야할 일이 있어서 🥺 평소보다 좀 더 늦게 올 거 같아. 아마 새벽쯤에 답레 올라올지도?? 혹시라도 백랑주가 기다리고 있을까봐.. 글구 카이 몬가몬가 아시안 스쿼트 자세 엄청 잘 할 것 같은데 🤔 츄리닝 차림으로 집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 상상해봤어,, (뭔가 댕스럽다고 생각함) 오늘은 이만 가볼게,, 답레 하나 썼다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이 곰손, 더도말고 딱 2배만 빨라졌으면 좋겠는데 😭 우우우,,
"뭐야, 나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하려다가 재회에 너무 뺀질뺀질한게 아닌가 싶어 조금 차분하게 했는데 미스였으려나... 👀👀 요번답레에서 억지로라도 해봐야 티엠이 주시면좋죠 저도 없어서못먹습니다 우냥주 하루에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나도 다양하게 준비해둘게~~ 접속 시간은 괜찮아. 우냥주도 나도 혐생때문에 바쁘다는 거 잘 알고 있는걸... 😢 접속시간에 대해서는 나두 이해 1000% 하고 있으니까 너무 마음쓰지 않아도 괜찮아~! 아 그자세 알지알지... 아 ㅋㅋㅋ 카이 안꾸미고 수더분한 상태로 있으면 꼭 그렇게 앉아서 손에 캔커피나 담배 들고 멍하니 있겠다 채택~~
가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너무 강렬하여 사람의 타고난 기질마저도 잠깐 덮어버리는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카이가 그랬다. 카이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의 해후는, 당신이 느꼈던 만큼이나 워낙에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더군다나 당신이 혼자 왔으면 또 모르겠는데, 당신과 동료인 듯한 일행도 둘이나 있어서. 일순간 자신이 카이였는지 백랑이었는지 헷갈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요령좋은 됨됨이는 어디 가지 않아, 잔 예쁜 거 달라고 말했다는 당신의 임기응변에 맞춰 카이는 당신을 따라온 두 손님에게 맞장구를 쳤다.
"우리 바에 특별히 더 예쁜 잔이라거나 하는 건 없지만, 대신 바텐더 얼굴 봐서 한번 참아주세요."
다시금 자기 페이스를 되찾은 듯, 한국어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능청을 떨고는 윙크 한 번으로 그 자리를 얼버무리며 카이는 칵테일을 하나둘씩 내놓기 시작한다. 미도리사워, 깔루아 밀크, 롱티, 애플티니... 당신은 결코 바텐더 얼굴을 봐서는 참을 수 없겠지만... 좀 봐달라고, 나 지금 실시간으로 흑역사를 까발려지고 있는 기분이란 말야. 이런 이도저도 안 된 꼴은 보여주기 싫었는데. 생각같아서는 자신도 뭔가 한잔 들이켜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퇴근할 때 운전해서 가야 하니 그럴 수도 없다.
야, 아카이! 하고,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로 카랑카랑하게 자신을 불러온 당신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메아리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일행에게 술을 대접하면서, 카이는 도저히 카이로 있을 수 없었다. 당신과 함께 온 일행들에게 있어 자신은 백랑이었고, 당신과 당신 일행들 사이에 자신이 카이로서 끼어들 구석은 없었으니까. 이따금 당신이 술자리 담화 사이에서 툭툭 던지는 뼈 있는 한마디 한마디를 멀거니 맞고 서 있는 수밖에.
보통이라면 꼬리를 치며 마중나오는 개가 마중을 나오지 않을 때가 두 가지 있는데 언제인지 아는가? 하나는 무언가 잘못한 게 있을 때고, 하나는 개가 병들거나 다쳐서 아플 때다. 이번의 이 시골 왕똥개 녀석은 어느 쪽일까?
당신이 그대로 일행과 함께 떠나가버린 걸까, 하고 멍하니 바의 출구를 쳐다보고 있던 카이와, 일행을 차에 태워 배웅하고 간판 아래서 다시 발을 돌이켜 안으로 돌아온 당신이 눈이 마주쳤을 때, '개가 뭔가 잘못했을 때'의 표정을 지으며 눈을 샥 피하는 카이를 보아하건대, 아마 일단은 전자인 모양이다. 그나마도 당신이 다시 또박또박 돌아와서 숫제 카이의 앞에 앉아버리자, 카이는 체념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스툴 하나를 끌어다 당신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취기 섞인 양가감정을 드러내어보이는 당신의 첫마디에, 카이는 짧게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알아, 여기에 왔을 때부터 계속 죽상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당신의 추궁에, 카이는 당신을 바라보다가... 씁쓸한 눈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아아앗 🥺🥺🥺 미안미안해,,, 새벽에 답레 꼭꼭 남겨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 시간이 되기까지… 내일은 정말진짜 리얼루 답레 남겨놓을테니까,, 기다리게 한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네 😭😭 백랑이 반응 완전 졸귀탱이네?? 🥰 아니니 이전 나메에서 반응 뭐야 싱거워~ 이랬던 우냥이 반응이 곧 내 반응은 아니니까!! 왜 그런거 있잖아?! 아무리 개냥이라도 반가운 마음을 100% 발휘하진 않는 그 얄미운 그런 느낌,,? 새벽 기운 물씬이라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덩 🥺 아무튼,,, 내일은 꼭!!! 답레!!! 드립니다,,, 그리고 이건 아쉬운 마음에 남긴 티엠아,,,
우치링: 225 꽃은 좋아하나요? 화분에 심어진 거나 다발로 뭉쳐 있는 거 다들 예쁘긴 한데 이름이 뭔지는 잘 모름,, 🤔 그냥 갖다 주면 우아~ 이쁘다~ 정도 감상..? 183 카페가면 주로 주문하는 것 버블티랑 무화과가 총총 박힌 스콘~! 🧋🥐 267 캐릭터를 동물에 비유한다면 닝겐 자체가 냥냥이라서 다른 동물로 비유해보자면 상어나 허숙희 같은 느낌..? 🐋🐶 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겉으로는 되게 까칠해 보이는데 의외로 댕청한 부분이 포인트 👌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우냥: 295 슬픔을 참는 방법 침대에 틀어박힌채로 애착인형 끌어 안고 버티기! 혹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일기 쓰기, 예쁜 장소에서 사진 남기기, 디코에서 게임 멤버들에게 찡찡찡~ 하소연 해버리기!! 😤 093 앉을 때의 자세 소파에서나 의자에서나 다리를 모은 양반다리 자세가 디폴트값! 가끔 인어다리(?) 자세나 조신하게 무릎을 포개 앉기도 하는데 이건 아주아주 드물다는거~ 🙂↔️ 190 캐릭터의 말년은 불행한가요, 행복한가요? 그건~~ 아모른직다!! ☺️ 아직 살날이 더더더 많으니까~ 그래도… 해피해피한 엔딩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51-52 괜찮아~~ 바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답레는 우냥주가 쓰기 편할 때 써주는 것으로 좋아! 그랬던거였군 이 왕고양이씨... 사람을 들었다놨다해.. 우냥주가 쓰기 편할 때 써주는 것으로 좋은 것과 별개로 뒷내용이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빠른 받아적기)) 확실히 우냥씨.. 차가운 도시여자니까, 꽃에 그렇게 관심가질 것 같지는 않지. 사실 현대인이 다 그렇지 않을까 🙄 하지만 무화과스콘은 못참지. 아 갑자기 나도 스콘이 먹고 싶어졌어... >겉으로는 되게 까칠해 보이는데 의외로 댕청한 부분< 사실.. 나 이 느낌이 좋아서 처음에 바로 찌르려 했는데 시트가 생각이 안나서 머리 싸쥐는 새에 다른 참치가 찔러서 아그런가 하고 멀리떨어져잇섯서요. 우냥씨 슬픔을 참는 방법이 그냥 참기만 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해소가 되는 방향인 게 좋아. 백랑이는 그냥 내면으로 꾹꾹 집어삼키면서 아무렇지 않게 계속 자기 하던 일 하는 게 방법인데.. 🥺 그리고 앉는 모습 이거 알것같아 고양이들이 그 뒷다리로는 앉고 상반신은 세우고 있는 그자세 맞죠(?) 우냥씨의 해피엔딩,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같이 힘내봐요..!
백랑주 백랑주!!! 이머전시 이머전시!!!! 🚑🚑 🥺🥺🥺 술자리에 강제 납치 돼서 끌려가는 중이거든??,,,, 나메가 좀 늦게 올라올지도 몰라 백랑주 어제오늘 갑자기 일복 막 터져서 ㅠㅜㅠㅠㅠ 끌려가는 길에 애들 몰래 쓰는거라 반응도 못하고,,, 이따 이르면 자정 전이나 아니면 조금 넘어서 올려볼게..!!! 자정 넘으면 한시쯤에나 확인해주면 쏘땡스할거같애,,, 😭😭😭😭
>>49 정말, 뭐라고 해야할지. 이렇게 불쑥 튀어나와 버리면 내가 무슨 반응을 해주길 바라? 오히려 되묻고 싶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너 진짜 죽을래??’라고 확- 소리쳐 버리고 싶었는데. 세상 일 뭐든 이야깃거리로 소비해버리는 방해꾼 둘을 내치느라 이미 김이 다 새버렸고. 아까부터 같은 분위기에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너에게 정신 차리라는 듯이 반쯤 감긴 심드렁한 눈빛을 쏘아보냈다. 한 잔, 두 잔. 화제에 맞추어 들어갔던 술기운이 낯선듯 가까운 재회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순식간에 달아나버렸다.
“ 글쎄~ 나 아직 소감 말할 준비 안됐는데. 너무 뜬금 없는 곳에서 마주쳐버려서? ”
지금 가장 궁금한건 ‘너 지금 여기서 뭐해?’, 그런 말이겠지만 적잖이 가라앉은 얼굴에 직설적인 단어를 꽂아넣긴 싫었다. 뭔가 단전에서 억지로 끌어올린듯한 멘트에 말썽 부리다 들킨 강아지 같은 표정이 연달아 들어오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가볍게 푸핫 웃어버리고 말았다.
“ 됐으니까 눈은 이제 그만 굴리고- 아직 문 닫으려면 멀었지? 나 아직 한 잔 더 하고 싶은데. ”
취하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변덕 많은 고양이는 집중이라는 단어를 잘 몰랐지만. 적어도 세상과 단절된 이 작은 공간 속에서만큼은 머나먼 땅 위를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어쩌면 오랜만에 마주친 반가운 얼굴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만큼 반가우면 어디 한번 억지로라도 웃어보라고 가볍게 한쪽 뺨을 찡그렸다.
칵테일도 위스키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맥주였다. 7월의 여름날 차찬텡의 에어컨 아래서 몇 푼 안되는 싸구려 음식과 숨 막히게 목을 넘기던 그 시원함이 그립네. 오늘은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을 마시고 싶어.
“ 생맥주 한잔, 라거로. 난 쌉싸름할정도로 홉이 쎈 게 좋더라. ”
이렇게 마주 보고 앉으니까 그냥 아무 술병이나 꺼내 와서 일 같은거 때려치고 쌓아놓은 이야기 보따리나 풀어보라고- 꽁시랑 거리고 싶었지만. 네가 장난칠 기분처럼 보이진 않아서 나도 가볍게 이야기 했다.
사실 반갑기도 한데, 너무 오랜만에 봐서 조금 어색하기도 해. 나는 언제나 50%의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이니까. 은근하게 그늘 진 얼굴에 대고 이런 내색을 비치긴 싫었어. 하지만 허여멀건 뽀송 퐁실 머리털은 여전하네. 예전에도 말했지만. (아주 오래 전일거야.) 색안경의 불편한 도움을 받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를 다 볼 수 있으니까, 마음에 든단 말이야~
“ 여기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됐어? ”
잔을 시키고. 띠링- 핸드폰 알람 소리에 SNS화면을 바라보며 가볍게 그런 생각을 중얼였다. 저번에도 누가 여기 같이 오자고 했었는데. 그러면 좀더 빨리 얼굴 봤으려나, 하고.
예상보다 좀더 빨리 올렸네?? 👀 생각해보니까 >>48에 반응을 안했었어~ u,u 나 이것도 좋아!! DM 띠링띠링인 세상에서 아날로그 감성으로 손편지 야무지게 끄적이는 모습 촘 많이 귀엽잖아..?? ㅎuㅎ 암튼암튼 우냥이는 차도녀인척하는 덤벙이라서,, 오히려 멍충멍충 얕보이면 안될까봐 그 부분에서 조금 가면을 쓰는 편이라구 해야할까 🤔 백랑이 참으면 병나는데 🥺🥺 참아참아 게이지 펑~!! 하는 날엔 애옹쓰가 오구오구 꾹꾹이 하러 가줄게 😼
되물어봤자 뭔가 뾰족한 대답이 나오지도 않을 것 같다. 그의 시점에선 당신이 갑작스레 튀어나온 거니까. 그래서 그는 너무 뜬금없는 곳에서 마주쳤다는 당신의 지적에, 씁쓸하게 "그러게." 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가 짓궂은 사람인 건 맞지만, n년 단위의 몰카계획을 실행에 옮길 정도는 아니었다. 기왕 당신을 놀래켜줄 거라면 정말로 깜짝 놀랄 정도로 성공해서 재회하는 것으로 놀래켜주고 싶었지만... 잘 안됐다.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이런 몰골은 아니었으면 했는데 이것 참 어쩌면 이렇게 우스울 정도로 꼴사나운 몰골의 연속인지! 당신의 푸핫 하는 웃음에 카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지는 주문에 시계를 흘끔 보고는,
"마감시간까지 한잔 더 할 여유는 있지."
하고는 주문을 받아 맥주 디스펜서로 다가간다. 홉 빡센 시원한 라거. 안성맞춤인 녀석이 하나 있다. 술통을 옆구리에 끼고 맥주를 흥청망청 투구에 들이붓는 기사의 목판화가 찍힌 라벨이 붙은 케그의 탭 아래에 익숙하게 맥주잔을 세팅하고, 레버를 꾹 누른다. 새하얀 거품을 끼고 뚜르르르륵, 하며 금빛으로 채워진 잔은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 채로 탄산 터지는 희미한 사아아... 소리를 내며 당신 앞에 놓인다.
그리고 옆에 딸깍, 하고 뭔가 하나 더 놓이는 게 있다. 안주 접시였다. 한번 구운 건어물과 땅콩, 찍어먹을 매콤한 소스, 마라맛으로 양념된 곤약, 건어물, 바나나 칩, 그런 시답잖은 것들로 들어찬 마른안주 접시였다.
"너한테 마지막으로 편지를 부친 게 준결승전 직전이었으니까... 거진 3년은 넘었네."
그리고 뜬금없이 건네어지는 뚱딴지같은 소리. 카이는 탄산수 채운 잔을 하나 손에 들고, 당신 맞은편에 앉았다.
>>57 헤어질 당시에 연락처를 못 받았다거나 아니면 홍콩 살던 시절에 백랑이가 제대로 된 핸드폰이나 SNS계정이 없었거나 해서(아무리홍콩빈민이라지만너무간거아닌가) 온라인 연락처를 미처 못 받았다고 내심 생각을 했었어👀 기억하는 게 우냥이네 집 주소뿐이라 편지를 썼는데 우표를 잘못 붙였거나 주소를 틀리게 기억했거나 해서 편지가 못 갔다고 생각하고 있어.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면 지적해줘!) >오구오구 꾹꾹이< 아. (죽었음)
나메는 새벽에 남겨놓고 왜 아침에야 갱신하느냐 하면... 야간근무 중에 앙증맞은 대사고가 일어나서 그거 수습하느라구.. 나메 덧붙이는게 늦었어...... (말라비틀어짐.)
갱신!! ✌️✌️ 좋아좋아~ 중간에 이사 가서 편지 못 받았다고 하는 건 어때? 나중에라도 전에 살던 집주인이 이래저래 전해줘서 보게 됐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서 😏 그리고 연락 안된 부분은~ 으음,, 백랑이 지금 음악에 현타 와서 나름 은둔생활? 하는 듯한 느낌인데,, 마음 복잡한 시기에 계정 다 날려버려서 그동안 연락 안된거라고 하면 어떨까 🤔 무튼 답레는 10시즈음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곧 돌아올게 😌
으응?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 두 귀를 살짝 쫑긋, 역시 취했나봐 나. 그게 아니라면 웬 생전 듣지도 못한 편지 얘기? 내면의 목소리로 중얼였다.
발바닥에 가시라도 박힌 것마냥 애처롭게 낑낑댈 것 같은 분위기나 풍기면서. 몇년 전 이야기는 엊그제 일처럼 잘도 가볍게 얘기하네 얘.
언제적 얘기였지, 손가락 위에 마른 과일을 올리고 동전을 굴리듯 돌리며 불현듯 떠올렸다. 아아, 그땐 그랬지. 너도 나도. 꿈을 좇아 머나먼 행선지로 향하는 티켓을 끊었는데. 3년 전이 30년 전 인것처럼. 푸릇했던 미소는 어디 가고 현실에 찌들어 시들어 버렸는지. 근데 말야. 이런 표정에 익숙해지면 내가 알고 있던 모습이 더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거든?
“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되는데~ 너 언제 나한테 편지 썼어? ”
‘왜 너만 아는 얘기 해~?’라고 말하듯 장난스레 물으며 맥주로 가득 찬 잔을 받아들었다. 예쁜 잔에 담긴 칵테일도 좋지만 나는 이 넘칠듯 말듯 푸짐하게 넘실대는 거품이 훨씬 좋단 말이야.
너는 마실 수 없을테니 건배는 생략.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듯 꼴깍, 꼴깍, 잔을 들이켰다. 차가운 기운이 찌르르 머리를 뚫고 올라와 한껏 표정은 찡그러지고. 반쯤 뜬 눈으로 맞은편의 얼굴을 힐끔 바라봤다.
바빠서 잊고 있었네. 둘 다 다른 의미로 미쳐있었지 아마? 음악이 좋아서. 누군가는 음악 그 자체가 되고 싶어서. 또 누군가는 그런 음악을 만든 이들을 동경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온거잖아. 이제 와선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정말 멀리도 달려왔네. 까마득하게.
“ 3년-! 야아~! 너희 바 맞은 편에 공항 있잖아~ 나 거기서 일한 지 1년도 넘었거든? 뭐야 이거? ”
진~짜 어이없어. 고작 몇개 차선을 사이에 두고 완벽하게 잊고 살았구나. 우리. 정말 너도 나만큼이나 바빴냐고. 실곤약을 씹으며 반농담 반진담 어린 의심의 눈초리를 째릿 쏘아보낸다.
“ 그러니까 편지도 제대로 도착 못한거 아니냐고~ 나 정말 못받았거든-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기억해? ”
0.15mm... 그 머리카락 한 올 들어갈까 말까한 길이가 사람을 이렇게 미치게 만드는군. (털석) 우냥주도 푹 쉬구 평온한 불금 보내길 바라~ 일단 나는 어제의 나비효과를 좀 수습해야 돼서.. 으아앙 내몫까지 쉬어줘
>>61 이사로구나. 나중에 편지 받아보는 거 좋다!! 으음 SNS 이야기 하니 역시 타임라인 정리를 좀 해야겠는걸..! 어렸을 때 우냥이랑 첫만남-18~19세 전후, 원한다면 20세까지(한국 세는나이 기준) 친하게 지내다가 어떤 일이 생겨서 갈라졌다가(백랑이가 이사를 가거나, 일을 몇 개 더 시작해서 엄청 바빠졌다거나 해서 우냥이랑 만날 일이 많이 줄었다거나. 아마 한국갈 준비 한다고 돈 악착같이 모으려고 그러지 않았을까?) 그렇게 서로 서먹해진 상태에서 백랑이는 21세쯤에 한국으로 떠나고, 2~3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한 후에 23~24세에 드림 퍼니스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뒤 홍콩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얼레벌레 한국에 좌초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편지 쓰기는 아마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을 때쯤(21세 무렵)부터 시작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 모종의 이유로 SNS로 연락을 할 수가 없어서(혹은 SNS로 바로 연락하기 민망해서) 편지를 썼을 것 같거든.
좋아~ 💕 받고! 우냥이가 백랑이한테 투덜투덜인 이유로 떠나기 전부터 연락이 잘 안됐던 걸로 해도 괜찮을까? 학창시절에는 자주 봤는데 한국행 준비하면서 연락도 잘 안되고 그때 조금 서먹~ 해졌다는걸로! 연습생 시절도 바쁘니까 비슷했을 것 같구. 편지도 못 받고 디엠 티키타카도 잘 안되다보니까 얘 진짜 어디 증발해버렸나? 🤔 싶어하면서 이마에 스팀 좀 올랐을거야~ 백랑이가 사정 얘기하기 전에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분위기 봐선 먼가먼가 일이 잘 안풀렸나? 대충 어림짐작은 할 것 같아~! 참참 그리고 백랑주 편할때 답레 이어줘도 OK니까 현생 파이팅하구!! 사실 나도 이리저리 치이다보니까 더 여유로워도 상관 없거든 ☺️ 그러니까 일 마치고 편하게 쉬다가 생각날때 이어줘도 상관없어~! 타임라인은 백랑주 얘기해준대로 이어가면 될 것 같아!! 잠깐 깨서 나메 남기고 사라집니닷,,
우치링: 296 화를 삭히는 방법 킹받아 게이지가 금방 꽉꽉 들어차는 타입이라 혼자 아휴아휴~ 집에 꽁 틀어박혀서 틱톡이나 유튜브 보면서 조용히 쉬면서 스팀 빼는 타입!! 하루 지나면 금세 가라앉지만 완전 안풀릴때 건들면 캬아아아악-!! 승질 내는 타입이라네요 😏 208 탄산이 들어간 음료는 잘 먹나요? 없어서 못 마시지~! 무더운 계절에 냉기 꽉꽉 들어찬 호하우호록 목이 타들어가라 찌인~ 하게 걸쳐주면 완전 뿅 가버린다니까 🔥🔥 038 캐릭터의 눈의 특징을 설명해주세요. 뾰족한 아몬드형 눈매에 고양이처럼 동공이 가느다란 느낌? 그래서 눈에 살짝 힘이라도 주면 째릿- 하는 느낌이기도 하구, 평소에도 새침하게 솟아오른 모양이라서 사르르 녹아내리는듯한 느낌은 완전 긴장 풀렸을때 정도??
한국으로 입국하고 나서 핸드폰을 새로 맞췄는데, 기술적 문제인가 법리적 문제인가 원래 사용하던 SNS 계정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새로 계정을 만들고 보니 당연히 주소록이 텅 비어있다. 그런데 당신 아이디가 기억이 안 나서 연락을 못했다. 그 궁여지책으로 고안해낸 것이 편지였다. SNS 아이디는 기억을 못하면서 주소는 기억한다는 게 참 우습다. 그래도 그에게 남아있던 게 그것뿐이라, 답장이 없더라도 꼬박꼬박 보냈는데, 아예 받지마저 못했단 건가. 카이는 눈을 치떴다가, 이내 에잉 쯧, 하고 혀를 차며 공연히 빈 잔을 쇽쇽 닦았다. "뭐지, 내가 주소를 잘못 썼나? 아니면 중간에 뭐가 잘못됐나? 적어도 몇 장쯤은 제대로 도착했을 줄 알았더니." 이어지는 당신의 말- 자신이 1년 전부터 도로 맞은편의 공항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말에, 카이는 그만 헛웃음을 흘리고 만다.
"답장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러면 이제 안 기다려도 되는 거야?"
답장을 기다리기에는 이젠 너무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애초에 치링이 편지를 똑바로 받아 답장을 똑바로 썼더라도 지금이라면 받아보기엔 글렀다. 소속사 주소로 답장 달라고 했는데, 그날 탈락 이후 소속사 대표님 볼 면목이 없어서 편지 한 장 남기고 소속사를 도망치듯이 나왔으니까. 미쳐서 내달리다가 커다란 벽에 머리를 들이박고 나동그라지고 보니, 너무 많은 것이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시간을 속이고 모든 것을 되돌려 원래 있던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실패도 쇠락도 체념도 없었던, 막연한 희망이 가슴속에 아직 남아있던 침사추이의 콘크리트 정글의 어느 날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서 이 노래 좋더라고 서로 플레이리스트를 나눠들으며, 시답잖은 만화나 잡지, 홍콩의 골목골목에 알음알음 놓여있는 대수롭잖은 것들을 함께 즐기던 날들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적어도 그때는 나답게 웃을 수 있었는데. ...아아 젠장, 하필 마주쳐도 이런 새벽에, 제일 속쓰릴 때 마주치고 그러냐.
"주소록 다 날아갔는데 너 웨이보 아이디 까먹었으니까 좀 알려달라고 했었지. 그 외엔 글쎄... 나도 기억 안 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같은 거라."
카이는 킥킥대며 웃었다. 그리고 당신 앞에 놓인 잔과 똑같이 생긴 잔을 꺼내서는, 거기다가 아까 당신에게 내어준 것과 같은 라거를 한가득 따랐다. 거기에 찬장에 손을 뻗어서 꺼내는 것이, 花和尙이라는 상표가 박혀있는 투명한 병이다.
그러니까 관심 좀 갖자아~!! 너 한국 와 있을동안 거기 얼마나 많이 달라진 줄 아냐고. 가뜩이나 뾰족한 눈매에 가벼운 불씨가 튀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허름한 건물들도, 덕지덕지 간판으로 도배된 거리도. 재개발 들어간다고 이것저것 부수고 고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편지를 부쳤다고 말하는 시점도 딱 그때쯤일걸. 이미 방 뺐지- 공사 때문에 시끄럽고 정신없고 또.. 그래도 예전보다는 형편도 나아졌으니까.
나도 고향을 떠나온 지 꽤 되었으니까. 너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장소는 아마 지금쯤이면 사라졌을지도. 아니면 더 예뻐졌을라나. 뭐, 말하자면 끝도 없이 이어질 얘기라서 그냥 그렇게 속으로만 생각을 곱씹었다. 피곤해, 피곤해~
멀어진 시간만큼 과거를 들춰내며 어떻게 지냈냐고. 잘 지냈냐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보단 그냥 지금 이 정도가 딱 좋았다. 백만년만에 만난 것만큼 반가운 마음도 절반만, 아쉬운 마음도 절반만. 마치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것도 그렇고. 혼날까봐 말도 못하고 구슬 같은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대는 애한테 뭐라뭐라 앙냥냥 거려봐야~ 시무룩해지기밖에 더하겠냐고.
“ 와아 일하는 시간에 술 마신대요~ 아니면 나 오늘 마지막 손님이야? ”
이젠 자연스럽게 엉뚱한 곳으로 손이 가네? 그래그래, 아카이 하고 싶은대로 다 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신경 하나 쓰지 않는 표정으로 맥주만 꼴딱꼴딱 넘겨댔다. 뭐가 됐든, 무슨 일이 있었든.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긴 하네.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을 닦아내며 받으라는 듯이 핸드폰을 테이블 앞에 슥 내밀었다.
“ 빨리 찍어~ 위챗 말고. 여기선 다들 IG랑 카카오톡 쓴단 말이야. ”
언제 또 귀신처럼 사라질지 모르니까.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찍어두겠다고. 어플 안써도 찍으라는듯이 으름장을 내곤, 고양이처럼 앙다문 입술로 연락처를 기다렸다.
>>70 아냐~~!! 이정도 티키타카 딱 좋은데? 😉 나도 오늘 답레 뿅! 내일은 신나는 야간 머시깽이가 날 기다리고 있어서 🥺🥺🥺 답레 줄 수 있다면 새벽쯤 올라올거야,, 혹시라도 저번처럼 시간 더 걸릴 것 같으면 나메 남겨놓을게 🐾 내일도 힘내기~! 🔥🔥 월요일 날 또 보는거야 👋👋
적어도 몇 장쯤은, 하는 말에 당신은 카이를 한번 째려보고는 입을 다물기를 택했다. 당신이 입을 닫음에 따라, 카이도 입을 닫는다. 깨어진 조각이 오랜 시간 비바람에 참 많이도 닳았고, 이제는 원래처럼 짜맞춰질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되어서다.
속이 쓰려 뭐라도 마시려고 잔에 뭐라도 받았더니, 기다렸다는 듯 빈정거림이 날아든다.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카이는 화화상 병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지금 술을 마시면 뭘 마시더라도 맛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이미 따라버린 맥주는... 마시자. 마시고, 걸어가자.
"니가 마지막 손님이긴 한데... 됐다, 센 건 나중에 마시지 뭐."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다시 자연스럽게 이야기나눌 수 있는 사이로 돌아가기에는, 아마 생각보다 더 오래...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자꾸 한 박자씩 어긋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당신을 마주쳤을 때 덜컥 하고 어긋난 첫발걸음이, 밀려쓴 답안지나 잘못 끼운 첫단추처럼 자신을 한 박자씩 덜컥덜컥 밀어내는 것 같았다. (도망자에게 알맞은 인과응보다.)
그런 카이의 앞에 내밀어져온 것이 당신의 핸드폰. 이번에는 쓸데없는 군말 하지 않고, 카이는 한국식 전화번호 하나를 톡톡 찍어서 당신에게 건네어주었다. 그리고는 바지 뒷주머니춤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통화버튼을 눌러보면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윙윙 우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요새 정말 일이 안풀리긴 했나봐. 이렇게 시무룩한 건 또 처음이어서. 오히려 이쪽에서 당황스러워져버렸네. 차라리 어쩔저쩔 뻔뻔하게 나오기라도 했다면 한번 캬악- 해버리고 말았을텐데. 이렇게 짠하게 나와버리기 있기야?
“ 응, 그것도 엄청 많이~ ”
연락처가 찍힌 핸드폰을 가져가면서 내심 신경 쓰이는 마음에 빤히 마주봤던 눈을 살짝 옆으로 돌려버렸다. 솔직한 마음은 화난 것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컸지만. 그 당돌했던 애가 이렇게 기 죽어 있으니까 진심으로 걱정되잖아. 남의 꿈을 캐묻는 참견쟁이는 못돼서 그저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했던 몇년 전 그 아이는 지금은 현실에 가까워진듯 했다.
“ 아카이, 내가 제일 센 걸로 마시라고 하면 마실거야? ”
왜 내 눈치 봐? 지금까진 너스레를 떨었던 낯빛에 살짝 불만스러운 기운이 담겼다. 우씨, 아아아아-!! 답답해~ 반쯤 남은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맥주거품을 입가에 가득 묻히고, 찐한 탄산을 때려박은 탓에 막을 새도 없이 반사적으로 작은 트림이 끄윽, 나와버린다.
“ 말 나온김에~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내가 알고 있는 아카이는 한류 대스타가 될 수만 있다면 대륙따윈 가볍게 건너버리는, 그런 오늘만 사는. 대책이라곤 하나도 없던 애였는데. ”
코앞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만큼 땅굴 파고 숨어버린거냐고. 언제부터. 됐다 됐어~! 내가 아카이네 부모님도 아니고. 내가 잘난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시무룩한 애 몰아가는 것 같아서 오히려 나만 나쁜 사람 되는 거 같고. 에효, 작은 한숨이나 내쉬면서 아카이쪽으로 빈잔을 밀어준다. 답답해서 한 잔 더 해야할 것 같아.
마침 지금 켜보기를 잘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 지금까지 못켜본 게 잘못이지 😢 정말 미안해,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거 수습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어. 내가 먼저 접속해서 나메를 남겨두었어야 했는데... 염치없지만 오늘 하루만 더 기다려줄 수 있을까...? 관심 떨어진 거 절대 아니야. 😭
하고 괜찮은 척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안 괜찮다. 요새 뭔가 안 풀렸다기보단, 재워뒀던 마음의 상처가 한번에 깨어났다.
애써 괜찮은 척하며 살아갈 만했다. 아래로 한참을 떨어지다 턱 걸려버린 여기는, 적어도 소박하나마 안정된 삶에 머물러있을 만한 곳이었으니까. 실패의 괴로움과 미련을 몇 년에 걸쳐 가슴속에 묻어버릴 여유가 있는 곳이었으니까. 많지는 않으나마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돈을 '귀향 자금'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할 여유까지 있었으니까.
그런데 당신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카이는 떠올려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고향에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내려왔는지, 원래 자신이 얼마나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어리석었는지. 계속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소리들을 이제서야 애써 마음 속에 파묻어가던 참인데, 그것들이 아카이! 하는 고함소리에 깨어나 버렸다.
"헤, 글쎄. 지금은 마셔도 맛없을 것 같아."
평소라면 당신이 말이나, 혹은 손으로 직접 휘두르는 냥냥펀치를 낄낄 웃으며 툭툭 받거나 흘려넘기는 게 이 호우카이라는 사람이었지만, 그 정도 충격은 그 호우카이의 기를 이렇게까지 죽여놓기에, 이렇게까지 너덜너덜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때 당신의 질문이 톡 날아온다.
"뭐하긴, 쫄딱─"
하고 입을 열다가, 당신이 됐다 됐어, 하며 잔을 드르륵 밀어오는 서슬에 카이는 그대로 말이 끊겼다. 끊긴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카이는 그냥 당신의 잔에 맥주를 다시 채워서 당신의 앞에 놓아준다.
당신은 갑갑해하면서 성질을 부리고 있는데, 당신을 달래거나 변명이라도 해보려고 뭐라도 하려고 하면 당신이 그걸 틀어막아 버린다. 문득 카이는 눈앞에 벽이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탈락 선고를 받던 그 날, 자신이 정면으로 충돌해버린 그 크고 높고 단단한 벽이. 카이는 가슴 한가운데가 찌르르 하고 아릿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술을 마시면 더 아플 것 같다.
"이거고 저거고 줄창 실패만 하네."
짐짓 짓궂은 농담이라도 하는 어조로 카이는 그렇게 말했다. 나름대로 자학개그다. 사실 농담도 아니고 개그도 못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