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도망치면 안 된다. 백랑은 속으로 되뇌었다. 도망쳐선 안 된다. 광서백가, 멀리까지 올라가 청량백가의 선대들처럼은, 절대. 이렇거나 저렇거나 당장으로서는 마교로부터 벗어날 도리가 없다면 마땅히 해야할 것은 가문의 안정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부터 굽히는 것이다. 마교로부터 도망쳐서 좋을 것이 없다. 허나 모략과 전쟁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해 마교로 도망친 것 역시 우리였지 않은가? 나는 실로 도망치고 있지 않은 것이 맞기는 한가. 너무나 쉽게 도 끝을 맞추는 것을 보면서 탄식하듯 숨을 뱉은 백랑은 제 속을 훤히 꿰듯 신심을 품을 것을 다그치는 마교도의 눈을 제 성미를 추스르는 짐승처럼 노려봤다.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을 숱하게 마주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도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전부 필요 없으니 칼이나 섞고 싶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지경으로 더럽게 한바탕 서로 물어뜯기나 하면 속이 무척 시원할 것 같았다.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천유본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말에는 신묘한 힘이 있다. 아무리 텅 빈 말이기로서니, 한번 입에 올리는 순간 어느 순간엔가 말을 자신이 하는 것인지 말이 자신을 하는 것인지 도통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반드시 온다. 정신을 잠식당하는 일이 이와 같으리라. 단 한 번뿐, 단 이 순간뿐이라고 생각하며 교언을 외었지만 불쾌한 안도감이 몸을 옥죄는 기분에 백랑은 그것이 고독蠱毒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언이 끝나기조차 전에 급작스럽게 칼을 틀어 앞으로 찌르듯 뻗었다. 검을 빠르게 내지르는 편린의 묘리를 조금 활용했나 싶은 정도의, 일견 몽매해보이기마저 보이는 한 수 끝엔 하월세의 묘리를 담아 찌르는 형태로부터 비틀어 오른쪽으로 베어나갔다.
편찰검 - 1셩 편린 : 번뜩이는 칼날. 빠른 속도로 검을 뽑아듭니다. 공격할 수도 있고 방어할 수도 있습니다. - 3성 하월세 : 검을 왼쪽에서부터 반대방향 오른쪽으로 곡선을 그려가며 베어갑니다.
말이 잘 들어간 덕분일지 상대는 교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래, 신앙심이 부족하다면 교언을 입에 담아야 한다. 머릿속으로만 떠올리지 않고 입으로 외면 마음은 자연스레 그것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니. 불가의 중들이 염불을 외며 석씨상을 보고 절을 하는 것 또한 같은 이치에서 기원한다. 마음은 연기와도 같아 바람따라 움직이나니 몸과 생각을 조정하여 신앙심을 기르는 것. 아주 오래되고 기본적인 종교적 의례이다.
그리고 교언이 끝나기도 전에 칼 끝이 허공을 뜬다. 번쩍 하고 비틀거리더니 찌를 듯, 매섭게 다가오다 그 각도를 바꾸어 하월세를 보이던가. 백시아가 즐거움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배움이 빠른 제자를 둔 스승은 즐거운 법이라. 밝은 미소를 지어주고는 하월세를 역으로 펼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베어가는 검 끝을, 마지막에야 살짝 속도를 줄여서 멈춘다. 눈 앞에는 불똥이 팅 하고 튀고 쇠 부닥치는 소리가 청량하게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요령이 좋습니다. 흑도의 장점이지요."
요행이지만 지적해준 하나의 난관을 넘어섰다. 더 할 것인가 그만 할 것인가는 상대에게 달려있다.
아무 발걸음이나 닿는 곳으로 떠나다 보면 참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반로환동의 여파인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녹림 미만의 것들과, 아이가 제법 카랑한 것을 보고 배에 팔 생각으로 접근하는 인신매매범 따위는 우리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 어디에나 있었다. 중원은 언제나 그런 이들을 만나면 처부수고, 참하고, 잿가루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소리치고 말한다 한들 그들은 그때만 듣는 척을 하고 뒤로는 재수의 없음을 탓하며 시간 후 다시금 그딴 짓을 하곤 하니 말이다. 그렇게 할 일을 마치면 다시 홀홀 떠나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니 느즈막에 산행을 했는데 또다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꽤 서글서글한 웃음을 짓고 아이가 놀랄까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몸에 찬 칼을 어떻게든 숨기는 모습이었지만 전문적인 그런 모습은 아니었고, 단지 아이 눈에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눈치였다.
"호랑이......?"
거기에 맞춰주듯 중원은 흔히 겁 없는 아이들이 그러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어릴 적 호랑이한테 팔 하나 밥으로 미리 주고 산이란 산의 호랑이 머리를 반쯤 깨놓은 참인 그에게 호랑이는 별로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는 공자께오서도 늦은 밤에 어찌 밤길을 오셨습니까?"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어린 학자들이 할 법한 카랑카랑한 소리로 백랑에게 물음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