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야견은 뭔가를 빼곡히 쓰고 있는 서간에 쓴 내용을 먹으로 덧칠해 지운다.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란 말이지. 정말이지 해본적이 없는 일을 하는건 너무나도 어렵다. 차라리 싸움터에 구르거나, 상대에게 한방 먹일 것을 생각하는 편이 낫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뭣하지만, 사람을 부려야 하는 일이니. 여러모로 서툰 그로서는 어지러운 일인 것이다.
"아아아 몰라! 잘래!"
야견은 그러다가 쓰고 있는 것을 냅다 집어던지고, 앉은 자리에서 엎어져 잔다. 젠장..,..물어볼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야견은 눈앞의 시아가 시아 본인인지, 아니면 꿈속에 나타난 자신의 기억인지 혼동스러웠으나 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야견은 꿈에서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고, 가끔은 과거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니. 가끔씩 무의식속에 그 일이 남는 경우도 있지만 뭐.
"다른건 아니고, 천마신교에도 후기지수들의 모임이 있나 싶어서. 있잖아, 그 정파의 용봉회 같은거. 지들이 용이니 봉이니 하면서 자뻑하고 술이나 먹는 도련님 친목회. 교국에도 그런 것들이 있나...했지."
거두절미 하고 이야기를 하자는 말과는 달리 상대는 뜸을 들이기 시작한다. 용봉회 같은 조직이 있냐고? 그런 가벼운 질문은 그냥 머릿속에 박아두다 교인이 보이면 물어만 봐도 좋다. 머리를 싸메고거나 엎드려 괴로워 할 일이 아니다. 서간에 글을 써가며 생각해볼 일은 더더욱 아니고.
"없진 않지요. 용봉회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유야 내전에 언제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밀 지 모르는 일이 6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나니. 친우를 어렸을 적 사귀어 봐야 서로의 목에 칼 겨누는 꼴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고.
"허나 진정 궁금한 것은 이것이 아니시지요. 거두절미 하자는 말씀과 달리 뜸을 오래 들이십니다."
야견은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한자를 쓰며 그리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상기되는 바가 있는 것일까. 머리카락 몇올이 위로 솟고, 눈의 붉은 기운에는 빛이 서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문파를 이끌 사람들이 공유하는 대의? 필요없어. 후기지수들끼리의 친목? 뭐, 필요하면 할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그게 내 목적은 아니야. 내가 원하는건 자극이야. 자기들만의 문파에만 박혀있어서는 시야가 좁아져. 비슷한 연배의 후기지수들과 만자 자극을 받고, 경쟁심을 싹틔우고, 그 과정에서 부딫히며 돌이 옥으로 연마되는거야. 성주님이 말하는 강자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한다고. 사욕을 위해 싸우지 않는 사파는 사파가 아니야."
야견은 그 말 직후 다시 손으로 글을 쓰윽 지우며, 드러누워 하늘로 손을 뻗으며 왁왁 소리를 질러댄다.
가볍게 웃으며 검을 꺼내어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큰 원들 안에는 사파 세력들의 이름을 써놓고, 그 원들 사이의 관계를 점선, 직선, 단절된 선 따위로 표시한다. 금세 복잡한 관계망이 그려진다.
"여차 저차 만들었다 칩시다. 정사를 가르는 기준은 명분과 실익에 있지 않습니까? 사욕을 위해 싸우지 않는 사파는 없지요. 그럼 후지기수라고 그 사욕과 싸움의 대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파계회에 적대적인 세력의 후지기수가 나온다면, 실수를 가장하여서, 혹은 그가 가는 길을 노려서 죽여버리면 큰 이익을 볼 사이가 많은데 이들 전체를 억누를 수 있겠습니까?"
야견은 희미하게 웃는 시아를 마주보며 한방 먹었다는 듯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역시 백공주를 찾아건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조직을 운용한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이러한 자문이 필요한 바. 어라? 그런데 이거 꿈이잖아. 내가 찾아갔다는게 말이 되나? 내 눈앞의 시아는 진짜 시아인가?
"...그것도 그렇군. 사파라는 것들은 욕심이 많지. 그런 모임자리가 있게 되면 순수하게 겨루고 싶어하는 놈들보다 문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놈들도 모여들꺼야. 사욕을 추구하는건 좋지만, 거기에 문파가 끼게 되면 지저분해진다는 말이지."
야견은 손가락으로 사파들 전체를 감싸는 원을 그리며 생각한다.
"흐음? 아직 불도장을 기억하고 있었군. 그거 열려다가 전쟁이 터져서 초청권도 없던 일이 됐지 뭐야. 에휴. 내 신세. 그럼 불도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
야견은 대박이 날수 있었는데 운이 안따라줘서 망했다는 사기꾼 스러운 대사를 하곤, 질문을 이어간다.
"원하시는 것이 흑도 무리가 서로 투쟁하여 더 날카롭게 벼려질 자리라면, 흑천성이 건재한 지금 흑천성의 권위로 찍어눌러 그들의 명줄을 보전하고 무위를 날릴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요. 강북의 화산논검 처럼 말입니다."
결국 불도장 자체도, 지금 이미 정파가 구축해낸 체계에 비교당할 것이며 그것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것임을 넌지시 이야기 해 준다.
"불도장을 어찌 여느냐에 따라 흑도들에게 최소한의 선을 그을 수 있으며, 정기 행사로 만들자면 흑도무리들이 서로와 서로의 무위를 더 잘 비교할 수 있어지겠지요. 물론 가벼운 불상사야 우후죽순 일겠습니다만, 흑도무리는 승냥이 같으니 별 신경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가장 큰 득은, 흑천성의 영향력을 확고히 굳히는데 있습니다. 사혈련 이후 장강이남의 땅은 각자도생의 길이며 흑천성주 하나의 힘만을 두려워 하는 판국 아닙니까? 사람의 삶이란 관성에 의존하는 법이니..."
아주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허나 직감이 좋으니 말이 아닌 감각으로라도 비워진 그림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일리가 있어. 사파는 결국에는 강자존. 강한 권위로 다스리지 않는 이상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움직인다 해도 스스로의 뜻으로 움직일 것이기에 의미가 없겠지. 정파놈들의 화산논검을 따라할 생각은 없었지만...따라야 할 부분도 있겠어."
야견은 이제는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귀찮았는지, 소매를 뻗어 실을 쏘아낸다. 마치 자수를 하듯이 흙 아래를 움직이며 글자를 만드는 실. 이전에 이야기했던 실을 다루고 밟는 보법이 어느 정도 몸에 익었나 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흑천성의 이득이라던가에는 큰 관심은 없거든. 나는 문파에 대한 충심은 없으니까. 까놓고 말해 장강이남이 어찌되건 나만 멀쩡하면 되니까. 그래도 문파에 소속된 사람들은 다르지. 주지스님, 진법당주, 팔천군, 성주님. 그분들께는 나름 은혜가 있으니..."
그렇게 말하며 마치 실로 옷감을 꽤듯 문파가 그려진 원들이 실로 연결된다.
"....그래, 오히려 돌을 골라내는 채로 이 불도장을 써먹을수도 있겠군. 쓸만한 후기지수들을 찾는자리로 써먹는거야. 역시 나면서부터 정치판에 있던 사람다워. 안목이 넓군."
불만이 있는 휘하의 후지기수를 인질로 삼을 수 있다거나, 낭인을 거두고 써먹지 못한 녀석을 내치는 용도의 활용 정도는 아마도 금방 뇌리에 떠오를 것이다. 문제는 저자의 스승들이 이것이 본인 머리에서 나온 계책이 맞느냐고 믿겠냐는 점이지만... 뭐 어떤가? 야견의 말 처럼 장강 이남이 어찌 되건 상관 없고 제 한 몸 건사하면 그만인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인 것을.
"오히려 좋아. 옥석혼요한 참가자들 중 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놈들을 고르고, 그 녀석들을 회(會)에 들이는거지.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만족하지 않고, 비슷한 이들과 절차탁마할 수 있는 기회를 들이는 것이야. 그리고 회(會)는 대회를 운영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남겨두면, 그런데 그걸 위한 기반은 어디서 찾는다...? 그래, 허울뿐이긴 하다만 사파들의 모임인 흑사회가 있었지. 그 녀석들을 찾아가 조직채로 필요한 것들을 빼았으면...?"
야견은 실로 계속해서 뭔가를 그려내며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마치 염주에 실을 꽤듯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구상은 마련되었다. 이것을 실재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이제부터 야견의 나름이겠지. 그러다가 시아의 정당한 노동료 청구에 '응? 값이라니?' 라는 표정을 짓는 야견. 무료봉사는 안된다! 무료봉사는!
"...재현율이 너무 높은데 내 꿈. 진짜같이 값도 청구할 줄이야. 그래, 대회가 정말로 성사된다면 진짜 값을 치루지. 이번에는 무공을 봐주는 것 정도로 봐주시는건 어떨까? 꿈속에서 돈을 건낼수도 없다고!"
혼잣말을 하고 실을 자아내며 그림을 짜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사파 내부 사정에 밝은 이거 흘리는 말인 만큼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기대한 것과 같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차오르는 모습의 뒤에는 얼빠진 표정이 따라왔다. 뭐. 어쩌라고.
"만일 정치가에게 이러한 조언을 받았더라면 불도장 부활 계획의 첫 단추부터 그의 수저가 올라가 있었을 테지요. 그렇담 흑천성에 돌아갈 몫의 일부는 다른 이에게 향했을 것이고. 제게 줄 값보다 훨씬 길고 오래 갔을 터인데 어찌 가벼운 말과 약조 만으로 끝내시려 합니까?"
두 눈을 꿈뻑이며 상대를 바라본다. 어허 야견패라도 가져오란 말이야.
"부처님 이름을 걸고 정확히 무엇을 주실지 약속해 주시는건 어떻습니까? 어쩌면 한바탕 꿈이라 다음 번에는 아주 잊힐지도 모르니 크게 말해보시지요. 그리고, 무공을 봐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익힌 무공은 모두 대성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