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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귀엽다는 듯이 웃는거야?? 이 바보가!
(MXJ005W3t2)
2024-09-10 (FIRE!) 00:50:49
"당신, 전에 내가 말한 것을 기억하나요. "
보이는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그리도 자신이 칼을 들이밀까 불안해 하던 첫 만남, 그 어이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 게이트에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놓고서는 자신이 적이 되더라도 공격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하는 그를 그녀로서는 역시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구나 나는 이 허울뿐인 동료를 넘어 그와 더 친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이 감정의 선을 넘게된다면 더 이상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그 때의 나는 두려워했었다.
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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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play>1597049573>2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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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 린
(Bgq4D4OfKE)
2024-09-17 (FIRE!) 22:12:56
짙은 혈향과 삭막한 풍경만이 전부인 게이트에서 알렌은 지금 말없이 부상당한 곳에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너 진짜 재밌어! 여태까지 왔던 녀석들이랑 비교도 안될만큼!"
그런 알렌의 앞에 한 어린 소년이 재밌다는 듯이 깔깔거리면 알렌을 향해 박수를 친다.
나이대에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하고 웃는 소년의 손은 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피의 주인은 당연히 소년이 아니였으면 알렌 또한 아니였다, 알렌이 입은 부상은 전부 소년의 마도에 의한 것이였으니까.
소년의 손을 적신 피의 주인은 다름아닌 이전에 이곳의 탐사를 왔었던 헌터들이였다.
이미 알렌이 도착하였을 때는 그들 전부 저 소년에게 산채로 해부당하여 이미 숨을 거둔지 오래였다.
"이야, 재밌어. 내 세계에는 정말 시시한 녀석들 밖에 없어서 뭐 쓸모도 없었는데 설마 이런 재밌는 세계가 있을 줄이야, 오래 살길 잘했단 말이지."
양심의 가책은 커녕 지금 상황이 그저 재밌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년을 보고 알렌을 이를 갈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도 너 말고 사람이 있었나?"
"응? 어 맞아. 그런데 하나같이 뭐 가치있을만한 녀석들은 없었어.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기대를 하고 분석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단 말이야."
마치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부모한테 투정부리듯이 말하는 소년을 보고 알렌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이 게이트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살해당했다, 눈앞에 있는 소년의 손에 의하여.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념과 같은 힘을 지니지 못한 이 게이트에서 소년은 홍왕과 같은 절대자적인 힘을 가지고 있던 상황이였고 소년은 그런 세계에 질려 이런 참상을 벌인 것일 거다.
"..."
아이템을 전부 사용한 알렌은 다시금 검을 들어올린다.
"후우..."
호흡이 잘 진정되질 않는다.
아까입은 부상? 상대에 대한 분노? 어째서인지 그 이유가 확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알렌을 본 소년은
"너 겁먹었구나?"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알렌에게 말했다.
"뭐?"
"내가 여태껏 인간들을 분석하면서 가장 많이 본 감정이 뭔 줄 알아? 말할 것도 없이 공포야. 너 칼끝이 흔들리고 있다고."
소년의 말에 알렌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알렌에게도 당연히 공포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또한 압도적인 격을 가진 적에게 그저 겁에 질려 아무생각도 못하고 도망친적 또한 있었다.
하지만 카티야를 두고 도망친 그날 이후로 알렌은 자신보다 강한 무언가에게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당연했다 그날 이후 알렌에게 있어 목숨은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타인을 위한 도구의 불과했으니까.
잃는다 한들 그것에 두려움 따윈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자문한 알렌은 다른 답을 떠올렸다.
'죽고싶지 않아.'
죽고싶지 않았다, 여태껏 아무 망설임 없이 던져왔던 삶을 놓기 싫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변했는지는
"..."
금방 알 수 있었다.
"린 씨..."
행복했다, 그저 의무감과 저항심 만으로 걸어가던 삭막한 길이 점점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기분.
그저 도달하기 위해 걸어가는 삶 속 한 사람의 존재로 어느샌가 미련이라고 할 만한 행복이 생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 망설임도 없이 지금이 삶의 끝이라 할지라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알렌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미련이 생겨 나아가길 망설이고 발걸음을 내딛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도망칠거야?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너가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나도 잡기 어려울거 같고."
눈앞에 있는 소년과 알렌의 레벨 차이는 20 이상, 하지만 소년은 이렇다할 전투 경험이 없어 본래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략 70 초중반의 레벨을 지닌 소년이 이 세계로 넘어온다면 가디언이라면 충분히 대응하고도 남는다.
모두가 후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 만한 상황이 두려움에 젖어가는 알렌의 마음을 흔들어 댄다.
그러나.
"잔말 말고 목이나 내밀고 있어."
그럼에도 알렌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조금씩 떨리던 검 끝과 진정되지 않던 호흡이 다시금 본래의 자리를 찾아간다.
여전히 두려웠다.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다시는 린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하지만 그럼에도 알렌은 잃고싶지 않은 자신의 삶을 걸고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었다.
"헤에... 그대로 도망칠 줄 알았는데 땡잡았네. 목숨 아까운줄 모르는 녀석이라 다행이야."
"너 같은 미친새끼를 두고 어딜 도망간다는 거냐."
자신이 여기서 도망치면 저 미친 녀석이 가디언이 올 때까지 무슨 피해를 일으킬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죽는건 너다, 난 여기서 죽을 생각 없어."
어느센가 놓을 수 없게된 자신의 삶 또한 포기할 생각없다.
알렌의 검에 화기가 감돌고 미쳐있는 소년이 방대한 마도를 준비하기 시작하고 얼마안가 강렬한 충돌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쉴세 없이 부딪히길 몇시간이 지나고 계속될것만 같았던 두사람의 충돌은
"하하..하하하하하하!!!"
"..."
지금 끝나려 하고 있었다.
소년의 앞에서 검을 바닥에 꽂은채 간신히 쓰러지지 않게 몸을 지탱하고 있는 알렌
다른 상처도 심각했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배에 꽃힌 커다란 얼음조각
단순히 내장만 망가트린 것이 아닌 척추를 끊어놓은 탓에 현재 알렌은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소년도 팔이 잘려나가고 옆구리 깊숙히 베이는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알렌의 패배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
"설마 이렇게까지 몰릴 줄이야. 진짜 무서웠다고? 게다가 이런 몸상태로는 해부도 못할거 같은데... 이렇게 전투하고도 얻은게 없다니 이런거 처음이야!"
소년이 뭐라 지껄이든 알렌은 그저 고개를 숙인채 약한 숨을 몰아 쉴 뿐.
"그냥 죽여야 한다니 정말 아쉬워. 그래도 뭐 즐거웠으니까 상관없지."
그렇게 말하며 끝을 내기 위해 소년이 알렌에게 다가온다.
'...싫어'
싫었다.
'...죽기 싫어'
자신의 삶을, 린을 다시 만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오른손을 든다. 아무것도 없는 그저 빈 오른손.
나뭇가지라도 좋은 부디 이 손에 쥐어주길
그렇게 바라던 순간 희미한 빛 한줄기가 보인다.
형태가 없던 빛이 한순간 형태가 잡혔고 그 순간을 잡아낸 알렌이 빛을 휘두른다.
"뭐..?"
소년의 목이 떨어져 나간다. 자신이 배인 것 조차 깨닿지 못했는지 잘린 소년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털썩
머리없는 소년의 몸과 간신히 지탱하던 알렌의 몸이 같이 쓰러진다.
"아..."
죽는다, 아마 그럴 것이다.
"사과..해...야..하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끝까지 린을 쫒아가서 한번 더 만나고 올 걸
"죽기싫..다."
점점 몸에 열감이 사라지고 어려운 생각이 힘들어진다.
마지막까지 드는 것은 당연히 린의 생각
하지만 같이 있어주겠다는 약속을 못지켰다는 죄책감이나 마지막으로 해어질때 싸웠다는 후회가 아닌 그저
"보고싶다..."
보고싶었다.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한번만 더 린을 보고싶었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같은 환청을 들으며 알렌은 정신을 잃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