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안기... 해주는구나. 지치고 축 늘어진 몸으로도 놀라긴 놀라서, 눈을 꿈뻑거렸다. 저번에는 포도당캔디였는데 오늘은 목캔디. 목이 화한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조용히 어깨에 기댄 채로 녹여먹다가, 입에 여운이 남을 때쯤 네가 친절하게도 무릎 베개를 해준다. ...조금 딱딱해.
"....응... 지쳤어..."
뒤척이다가 편한 자세로 눕는다. 쿠션감이 덜한 배에 이마를 부비면서 쉬고 있으면, 머리엔 수건이 덮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 슥슥 쓰다듬는 느낌도. ...많이 젖었으려나. 라이브 전까지 좀 말리고 가긴 해야할 텐데. 마음 같아서는 그냥 푹 자버리고 싶지만 1착이니 위닝 라이브를 빠질 수도 없고. 진흙과 잔디, 풀물이 묻은 승부복도 깔끔하게 닦아내야 하고, 머리도 꼬리도 브러싱 해야하고.. 할 일은 많은데, 지금은 그냥 누워있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누워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수건 아래에 있던 귀가 쫑긋 움직였다.
"......그거?"
아, 배에 이마를 대고 있어서 그런가, 네가 말할 때마다 내 고개도 조금씩 움직인다. 누가 들어온 건가. 수첩이란 말이 들린 걸 보면... ....누구? 관계자? 기자? 수건을 걷고 확인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귀찮아서 그냥 네게 짧게 물어보는 걸로 그쳤다.
기자는 이미 우리가 선사해준 엄청난 자극에 그호오옥 상태로, 이걸 취재거리로 못 쓴다는 게 아쉬워보였다. 있죠, 그런 기자들! 말딸과 트레이너의 건전한 관계를 연예계 스캔들로 만들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녀석들!! 너네는 쟈니즈나 취재하러 갈 것이지 왜 말딸에 고인 건데!
어쩌면 우리도 [프로키온의 사랑 유전자, 딸에게도 발현되나... 또레나와 대기실에서 화끈한 밀회] 따위의 타이틀로 찌라시가 돌아다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선수로 있을 적 종종 당하고 주변인들도 당했던 그것의 PTSD가 올라와, 나는 약간 불안한 상태였다.
가만히 누워서 네가 하는 설명을 듣는다. ...그렇구나. 남자랑 여자랑 ○○를 ○○해서(중략)하려고 ○○해주는 그거.... .......어째서 그걸 지금 상상하는거지... 그러니까, 그게 뭔지도 잘 알고, 관측했던 적도 있기는 한데, 왜 지금 우리한테서 그걸 상상하는지... 입 안에 남은 목캔디의 여운을 혀로 쫓으면서— 입을 우물거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네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음." "그냥 누워있었어. 아무 일도 없음."
우물거리느라 대답이 좀 늦었지만, 기자의 눈이 번뜩이는 걸 본 것 같았다. 이제 필요없어졌다는 말과 함께 허겁지겁 뛰어나가는 기자. 다음은 허겁지겁이라는 아이라도 보러 가는 걸까. 일으켜 세워진 채로, 그대로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 눈을 꿈뻑인다. 옆에 앉아있는 너는 어째선지 허망하단 느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래?"
필요없어졌다고 했으니까, 데뷔 소감이라던가 지금 아까 그 얘기는 안 쓰겠다고 한 거 아닌가. 조금 순진할지도 모를 생각을 하면서, 의아한 눈으로 너를 봤다.
"그보다 머리, 말랐어? 꼬리도?" "이제 라이브 준비 해야하니까... 옷도 닦아야 하고.."
그러나 관측자의 힘도 이럴 때는 소용없었고, 트레센 주간 일보 1면 구석에 스캔들이 나버릴 예정이다.
기자가 트레센의 다른 말딸들에게 우리에 관한 정보를 물어볼지, 허겁지겁인지 마지막마지데인지 하는 녀석들에게 소감을 얻어올 것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일단 한숨 돌렸다.
"...그보다 안 놀라네 헤카. 나는 네가 영락없이 '긋 그그 그런 걸 왜 알고 있는거야 그보다 왜 소상하게 설명하는 거야 이 헨따이가!' 라고 할 줄 알았어." "알고 있었던 거지, 이 발랑까진 계집애가."
헤카의 볼을 꼬집어 당겼다. 마지막은 반쯤 농담이지만, 솔직히 놀란 건 사실. 아무 것도 모르는 쑥맥일 줄로만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왜지. 아니, 하긴 혼자 사니까... 나도 도쿄에서 혼자 살 때는 그랬고... 음... 아냐아냐. 굳이 생각하지 말자.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게 상상되기 시작했어.
"머리는... 풀고서 한 번 더 말려야겠는데. 끝에 흙도 좀 묻어있고. 꼬리는 완전 개판이야. 후딱 준비해야겠네 헤카땅. 도와줄까? 꼬리 빗질 정도는 할 수 있는데."
꼬리용 빗이랑 드라이기를 서랍장에서 꺼냈다. 말딸에게 귀가 예민한 곳이라는 건 알지만 꼬리가 그런지는 잘 모르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제안이었네, 생각해보니.
"...관측했었으니까. 뭔지는 알고 있었는데." "그치만 왜 그런 상상을 지금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슬쩍 고개를 당기는 걸로 뺨을 꼬집는 손에서 벗어난다. 그보다, 풀고 한 번 더 말려야 하나. 네 말을 듣고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더듬어본다. ....확실히 좀 축축하고, 수건으로 다 말리지 못한 물기가 남은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그대로 머리끈을 당겨서 머리를 풀어헤친다. 끝에 묻은 흙을 닦으려고 물티슈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꼬리 빗질 정도는 할 수 있단 말에 잠시 멈췄다.
".....엣치치."
그렇게 말하면서 꼬리를 사수하듯, 앞으로 당겨서 손으로 꼬옥 붙잡았다. 표정은 덤덤한 그대로지만. 하지만 뭐, 시간을 생각하면 머리나 꼬리 둘 중 하나는 맡겨야하긴 하는데...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네게 등을 보였다.
"....농담. 시간 없으니까, 부탁할게. 트레이너."
꼬리를 완전히 맡긴 채로 일단 나는 머리를 손질하기로 했다. 풀어헤친 머리를 빗을 빗고, 끝에 묻은 흙을 닦아내고, 드라이기로 말린다. 뜨듯한 온풍에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너에게 맡긴다며 내민 꼬리도 조금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을지도.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관측했다는 거구만... 참나 부끄럽지도 않나. 이런 걸 덤덤하게 말하는 여자애는 처음이다. 의외로 대담한 타입인 건가... 생각하는데.
엣치치라며 꼬리를 붙잡는 걸 보고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아니아니 아니, 그런 동영상 보는 건 평범하게 말하면서 꼬리 손질해주는 건 변태 취급이라니 어이없는데!? 얼빠져서는 츳코미도 못 찌르고 있자, 헤카가 이내 꼬리를 내어준다.
"...너 농담도 할 줄 아는 녀석이었구나..."
아무튼 시간이 없으니 만담은 제끼고 꼬리에 집중. 나뭇잎이라던가 풀조각 같은 걸 떼어내고, 물티슈로 한 번 닦는다. 그리고 빗으로 빗어 속까지 들어찬 흙같은 걸 떨어낸다. 진흙에 엉킨 털들도 잔뜩 나온다. 이거 의외로 중독성있네.
마치 이를 잡아주는 원숭이들처럼 그렇게 하다보니 금세 꼬리 겉은 말끔해졌다. 이제 물티슈의 물기만 드라이기로 말리면 뽀송해보일 정도로. 남은 건 안쪽인가. 좋아, 이것도 빨리 끝내고 의상이나 좀 정비해둘까나 생각하며 생각없이, 진짜로 아무 생각없이, 헤카의 꼬리를 들어올려 그 아래를 훤히 드러냈다.
살색 심지 같은 것 위에 털이 덮여있는 형태로, 몸과 붙어있는 쪽에는 매끈한 표면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뻗어나온 뿌리쪽까지 보면... 거기엔 골짜기가 옅게 보이는, 브루마의 꼬리구멍이 있었다.
"오, 이렇게 생긴 거였구나. 처음 봤어."
그야 처음 보겠지,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이런 거 보여주면 시집은 다 간 거라고... 감탄하는 것도 모자라, 나는 손으로 심지를 쓸어보기까지 했다.
"우와 매끈매끈... 난 포유류들처럼 꼬리가 전부 털나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뭐랄까..."
어. 그거 같네 그거. 매끈매끈하고,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살색이고, 심지가 있는...
머리는 거의 다 됐고, 꼬리 손질이 끝나기를 얌전히 기다린다. 그래.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다듬은 휴대용 빗을 파우치에 넣어 정리하고, 빗질의 시원함에 조금 감탄하기도 하고, 물티슈의 축축함에 꼬리를 부르르 떨기도 하면서 말이다. 거의 끝났나 싶었던 그때,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네가, 내, 내 꼬리를.... 들춘 것이다. 꼬리의 아래쪽, 심지가 그대로 드러나있는 부분을....
"....읏... 아....."
...들춰보는 것 정도야, 궁금하다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자면 할 수 있으니까 참으려고 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드러난 심지 부분을 스윽 훑는 느낌에 저절로 꼬리부터 머리까지 털이 바짝 서는 것 같았다. 히, 히익...!!! 급하게 파우치에 손을 넣어, 빗 대신 그걸 꺼내들고 빙글 돌았다.
".........뭐하는 거야. 이 변태....."
만졌어. 지금 만졌다고. 만진 것도 모자라서 ○○같다고도 말했어. 대체 어디가? 부들부들 떨면서 너를 있는 힘껏 노려본다. 너를 향해 돌아선 내 손에는..... .....늘 파우치에 들어있던, 작은 넥나이프가 들려있었다.
"엣치치헨따이쓰레기."
얼굴이 엄청 뜨겁다, 꼬리도 바들바들 떨리고, 손도 떨리고 있었다. 으으으... 손질하랬더니 뭐하고 있는 거냐고...
오해라는 말에 '일단 들어는 보마' 하듯 귀가 쫑긋했다. 하지만 뒤이은 말인지 사과인지 도발인지 모를 것들에 귀는 다시 뒤로 팍 젖혀진다. 예리하게 날을 갈아둔 나이프를 좀 더 너에게 가까이 가져다 댄다. 말만 가져다 댄다고 했지, 사실상 찌르기 직전이다.
"소신발언은 고의 맞잖아."
아니, 사실 소신발언 뿐만이 아니라 그냥 전부 다 고의 아니야? 괘씸죄 추가. 분을 못이겨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 쥔 나이프를 그대로 네 아랫배에 푹—
—하려다가 그냥 살짝만 콕 찌르는 걸로 끝냈다. 우연하게도 저번에 집에서 식칼로 눌렀던 곳과 같은 곳이었다. ...상처도 남지 않을 정도로, 그냥 살짝만 누른 정도지만. 그나마 나라서 이 정도로 끝내는 거지, 다른 아이들이었으면 당장 발로 차서 어디 한 군데는 부러트리고, 아니면 깨물어서 박살내거나 손으로 잡고 확 찢어버렸을걸.
"......다음엔 진짜로 찌를 거야."
그렇게 말하고 다시 뒤돌아서 파우치에 나이프를 넣는다. ...머리랑 꼬리는 대충 된 것 같으니까, 빨리 옷이나 닦을까.
찔리지도 않아놓고 엄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고서 난리를 피는 게 주먹을 부른다...라고 했지(누나가 그러면서 나를 10분 정도 더 때렸던 기억은 아직도 트라우마다). 그러니까 엄살은 이정도로 해두도록 할까나... 일단 피도 안 났고.
"예이 예이, 하겠습니다요~"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보다 흉악한 걸 마구 들이대는 주제에 찌르지는 않네, 혼자 살아온 애 특유의 강한 척이라는 걸까나. 다음 번엔 한 번만 더 개겨볼까나... 다음번엔 진짜로 찌른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꼬리 안쪽을 삭삭 빗질하고 닦아내고, 드라이기로 말리기조차 했다. 머슴의 솜씨로 익숙하게 승부복을 닦아내고, 비로 젖은 녀석을 드라이기로 멀리서 살짝 말리기까지 해뒀다. 그러면 10분만에 준비가 끝. 대단하지?
"이게... 나?" "라는 감탄은 없는 거야? 유우가씨가 힘내서 꾸며줬는데 말야."
물론 레이스 하기 전이 가장 예쁘고, 뛰고 나서 물과 땀에 잔뜩 젖은 꼴을 겨우 되살려 놨다... 라는 평가가 맞지만. 헤카땅의 머리를 땋아내리며 얘기한다.
"그리고 이제 레이스 끝났으니까 오늘은 폭식해도 돼~ 내일부턴 다시 단백질 식단으로 바꿀 거니까 특별히 고칼로리의 물건을 먹어주자구. 물론, 네 상금으로 사는 거니까 부담없이 고르라고."
땋는 거까지 끝나고, 무대 뒤로 집합하라는 방송에 헤카땅의 등을 경쾌하게 팡, 치며 떠밀었다.
...이 정도로도 아프다고 하는 건가. 히또미미는 너무 약해. 다음엔 좀 더 힘조절을 해야겠다. 한숨을 푹 쉬는 것 치고 일은 또 잘해서, 꼬리도 다시 빗질해주고 승부복도 닦아내서 드라이기로 말리기까지 해줬다. ...이왕이면 칼을 꺼내기 전에 알아서 잘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뭐야 그게?"
그렇게 감탄할 정도의 일인가. 그러면서 거울을 보면... ...음. 레이스 끝나고 나서 비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이던 걸 여기까지 살려내다니 굉장하긴 하다. 하지만 이게.. 나?라는 알 수 없는 감탄을 할 정도는 아니라서. 거울 속에 있는 건 언제나처럼 밋밋한 표정을 한 나일뿐이고. 머리를 땋아주는 너를 거울 너머로 흘낏 보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럼, 몬자야키 먹을래." "같이..."
처음으로 같이 먹었던 몬자야키가 문득 생각나서. 라이브가 끝나고 나면 같이 가고 싶다. 그래서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경쾌하게 등을 팍 치는 너를 보면서.
"응. 갔다 올게."
위닝 라이브의 센터 포지션. 처음이었다. 라이브 자체도, 이제 겨우 두 번째긴 하지만.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연습했던게 있어서 실수를 하진 않았다. 다행이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1착에서 3착까지는 동작도 복잡하고, 꽤 어렵네.... 라이브가 끝나고 땀투성이가 되어 다시 대기실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대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보면서 손을 뻗는다.
"녀석... 그런가... 아직 관측하지 않은 건가... ...네겐 아직 이르다. 때가 된다면 자연히 관측할 수 있게 될 것... 아카식 레코드의 부름을 기다려라..."
알 수 없는 감탄에 그뭔씹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더 큰 그뭔씹으로 대응한다. 이 발언 때문에 헤카가 그날 밤, 원본들이 그렇고 그런 상황극 하는 걸 보게 될 것도 모르고. 아무고토 모르는 관측자는 행복하다.
"그런가, 저번의 그 집이구나. 예약해둘게."
헤카의 라이브를 실내에서 중계 모니터로 지켜봤다. 제법 잘 하는데, 뭐랄까, ...한신FS나 호프풀S 때는 좀 더 예쁜 걸 입힐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전에 실전 경험이 없어지지 않게 G2 정도 되는 걸 나가는 게 괜찮으려나... 이런 저런 고민과 함께 춤을 지켜봤다. 그리고는 땀범벅으로 돌아온 헤카의 손을 맞잡았다.
"갈까?"
시끌벅적한 몬자야키 가게. 거기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녀석을 보며 말을 꺼낸다.
"...있지, 승부복 디자인을 해보는 건 어때?" "난 널 한신 FS 나 호프풀에 내보낼 생각이야. 그 뒤는 당연히 사츠키상이고." "그 때도 체육복을 입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야매로 끼적거린 수준의 승부복을 입는 건 내가 용납하지 못하겠거든."
주걱으로 바삭바삭, 눌어붙은 반죽을 잘라 한 입 거리를 뜬다.
"사실 내 누나가 승부복 디자이넌데, 지금부터 그 사람이랑 이야기 한 번 나눠보는 건 어떤가 싶어서 그래." "출주등록 하기 전에 전문가의 터치가 들어간 걸 내는 게 좋잖아. 컨펌하느라 시간 버릴 일도 없을 거고." "뭣보다 승부복이 있는 편이 너도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어때?"
노릇노릇 익어가는 몬자야키를 보다가, 승부복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했다. 아아, 그렇네. 오늘은 미승리전이기도 하고, 아직 승부복이 없어서 트레센 지정 승부복을 입었지만... 이제 팀도 계속할 수 있으니까 만드는 것도 좋을지도. 몬자야키를 한 입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디자인이라고 해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응. 좋아. ...반짝거리는게 좋겠어. 밤하늘이랑 별처럼." ".....하지만 그 아이는 주로 노란색... 노란색하고 주황색이었으니까... 나는 그 반대색이 좋을지도."
근데 네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 잠시 눈만 깜빡거린다.
"오늘 입은 건 이상했어?"
우물거리던 걸 삼키고나서 슬쩍 물어본다. 아무래도, 많은 아이들이 다같이 입는 거라 무난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용납을 못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승부복 디자인을 해보는 건 찬성이다. 그 아이랑 비슷한 디자인으로 해야할까. 아니면... ...다르게 해도 좋은 걸까. 마침 가족 중에 승부복 디자이너가 있다고 하니 신세를 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근데, 미용실이 아니라 승부복 디자인 쪽이구나."
그 아이의 세계랑 점점 달라지고 있다. ...처음엔 그냥, 서로 반대인 정도였는데. 거울 속의 나처럼, 그냥 그럴 뿐이었는데... 점점 어긋나고,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뭔지 잘 모를 기분이 들게 됐다. 지금은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슬쩍 외면했지만.
"어! 어떻게 알았어? 너 우리 누나 알아?" "누나 원래는 미용실 했거든, 다른 친구랑 같이. 오사카에서 그렇게 크게 하다가 동업자가 돈 들고 튀어가지고 정리했는데..." "아니, 내가 왜 애 앞에서 이런 암울한 얘기 하고 있지 밥맛 떨어지게..."
바삭, 내가 떠서 식히고 있던 녀석을 입안에 넣었다. 너무 뜨거우면 데니까 말야.
"아무튼, 승부복 말야, 이상하진 않았는데... 너무 평범하잖아. 난 내새끼가 남들에 묻히는 건 못 봐줘."
나중가면 "묻히게 해줘!!! 해달라고!! 우리를 이렇게 문란하게 보도하지 말란 말이다 트레센 신문부 녀석들―!!" 이라고 하게 되지만, 이 때는 이런 사치스런 이야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애초에 말이지, URA에서 주는 대로 입는 것도 아니고 트레이너가 컨펌을 좀 해야 한단 말이지... 주는 대로 입는다 해도, 제출한 사이즈랑 입을 당시의 사이즈가 다르면 그것대로 문제고 말이야." "그러니까 미리미리 디자이너랑 기획 확정하고, 샘플 만들어서 이게 편한가 아닌가, 그런 것도 보는 작업이 필요한 거야. 돈에 여유가 있으면 다들 그렇게 하지."
메O로라던가, 빅토리 학원 출신이라던가...
"비용은 내가 부담하고, 나중에 네가 G1 에서 상금을 얻어오면 그걸 좀 떼어가는 식으로 할게. 다음에 한 번 보자고. 우리 누나, 나랑 엄청 닮았으니까 놀라지 말고. 정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면 사진 보여줄게."
이 세계는 아니고, 아마 그 아이의 세계지만.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정말로 여러모로 반대구나. 몬자야키를 한번 더 떠먹는다. 아, 조금 뜨겁네... 차가운 콜라로 입을 식히자.
"...그래." "...어떤 걸로 할지, 정해놔야 해? 그림으로?"
그림은... 조금 자신 없을지도. 해본 적 없고. .....아니, 그려본 적은 있구나. 아주 옛날. 네가 관측해서 생겨버린 그 과거에서 자주 했었지. 하지만 그 이후에는 별로 안 했던 것 같다. 조금 연습해두는게 좋을까. 아니면 어차피 디자이너를 만날테니 그냥 있어도 되는 걸까. 조금 고민이 된다.
"괜찮아. 관측했으니까..." "....아마도. 사진 안 봐도 알 수 있어."
아마도 비슷하겠지. 관측했던, 그 아이의 세계에 있던 사람하고. 그러니까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아.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사양했다. 그리고 비용 문제는... 응.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네. 하지만 나중에 G1 레이스에서 상금을 탈 정도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거겠지... ....할 수 있으려나. 그 아이도 G2까지만 나갔던 것 같은데. ...자신 없을지도...
🫠 아니 그렇게 봐도 말이지, 나 돈 없으니까 이제 단벌신사라고... 👿 사줄게. 🫠 에 😈 대신 그거만 입어야 해. 하면서 유우가가 입는 거랑 비슷한 추리닝을 사줄지도...😏 히히...나중에 유우가 사복(조금 꾸밈)이라던가 어쩐지 특별한 날에 입는 추리닝이라던가 그런 코디도 그려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