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듯 보이는 사쿠라 블라썸을 보고, 미나즈키 슈야는 허둥대듯 말을 얹었다. 그래도 뭔가 생각난 건 있는지 그녀는 금세 자리를 비웠다. 그동안 그는 옆에 쌓아놓았던 트레이닝 서적을 대강 훑어보고 있었다. 아직 한참이나 부족한 신참 트레이너이니만큼 이렇게 틈틈히 공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 사쿠라 블라썸이 돌아왔다. 엄청 무거워보이는 타이어들과 함께. 미나즈키 슈야는 그 모습에 일순 깜짝 놀랐다.
"타이어 끄는 것도 효과적인 트레이닝이죠⋯⋯!"
그것도 잠시, 그가 수줍게 미소지으며 두 손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사쿠라 블라썸을 쳐다보았다. 타이어 끌기야 흔한 트레이닝 방법 중 하나지만, 저 정도 크기의 타이어 두 개라니. 아무리 우마무스메라고 해도 힘들진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만큼 사쿠라 블라썸이 이기고 싶어한단 거겠지.
"타볼까요⋯⋯?" 곧 미나즈키 슈야는 타이어 근처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더 큰 것도 같았다. 그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 뒤 타이어 위에 올라탔다. 원래도 체력이 별로 없어서인지 조금 끙끙대긴 했지만. 그리고 안정적인 자세로 타이어 바깥쪽에 다리를 걸쳐 앉았다.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로 미나즈키 슈야는 손을 흔들었다.
타이어를 가지고 오자 놀라는 것에 이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사쿠라는 역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렇게 쳐다봐? 그런 생각을 하며 사쿠라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그녀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묶은 밧줄을 괜히 더 꽉 묶고서 슈야에게 이야기했다.
"트레이너. 저는 인간이 아니라 우마무스메에요. 인간보다 훨씬 더 근력이 강해요. 그러니까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돼요. 이 정도는 충분히 끌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어 슈야가 타이어 위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쿠라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나지만, 트레이너도 트레이닝을 해서 체력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조금 미덥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올라가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가 올라타고 손을 흔들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정말로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슈야가 올라탔으니 그 정도의 무게가 실려 평소보다 조금 더 무겁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그럼에도 끌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흐읍! 흡! 숨을 죽이고, 그녀는 힘껏 발걸음을 옮겼고 그에 따라 타이어가 천천히 앞으로 끌렸다. 물론 빠른 속도는 아니었으나 가볍게 산책을 할 때 나올 정도의 속도는 나오고 있었다.
"어...떤가요! 트레이너! 우마무스...메의... 힘. 굉장하죠? 누구와... 전속 계약...할진 모르겠지만. 하아! 이런 광경...흐으.. 익숙해져야...해요!"
그럼에도 아주 가벼운 것은 아니었으니 그녀는 이를 꽉 악물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이대로 운동장을 한바퀴 돌 모양이었다.
"트레이너...는... 전속...계약... 하고 싶은 우마무스..메. 있어요? 트레센에... 우마무스메...많...잖...아요."
앞으로 힘껏 타이어를 끌면서도 뒤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를 그녀는 확실하게 들었다. 잠시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는 듯 했지만, 그녀는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타이어를 끄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듯이. 어찌되었건 지금은 트레이닝 중이었으니까. 물론 자유 트레이닝이긴 했지만... 어쨌건 트레이닝은 트레이닝이었다.
"...그...렇군요."
전속 계약을 하고 싶은 우마무스메는 아직 없음일까. 조금 특이한 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트레이너인 이상, 보통은 전속 계약을 하기 위한 우마무스메를 찾아다니기 마련이었고, 보통은 여러 리스트가 있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단순히 그것만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아무런 말 없이 그녀는 계속해서 타이어를 앞으로 끌었다. 그러다가 슬쩍 고개를 뒤로. 침울해진 그의 표정이 보였다. 그 모습을 눈에 담던 사쿠라는 앞을 바라보며 다시 한숨을 후우 내뱉은 후에 두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툭툭 치며 다시 힘껏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트레이너."
차분하면서도 잔잔한 그녀 특유의 목소리가 슈야에게 향했다. 그렇게 그를 부르는 목소리는 있었으나, 바로 무슨 말이 튀어나오진 않았다. 그렇게 약 3분 정도 앞으로 타이어를 끌어 겨우 운동장의 반을 돈 그녀는 다음 말을 이었다.
"전 트레이너에.. 대해...서.. 후우. 잘...모르지만...후우... 급하게...당장...생각할...거 없지...않아요? ...트레이너..표정... 제 물음...때문에...후우... 그런 거라면... 거기에 답을...흐읍! 못해서..그런 거라면..."
거기서 잠시 숨을 크게 내뱉으면서도 그녀는 조금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벚꽃처럼...하아... 때를 기다리고... 이거다...할 때... 정하고 움직여보세요. 후우... 저와...같은 사쿠라의 이름을 진... 대선배...후우..님이 한 말인데... 벚꽃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버틴 후에.. 화려하게 핀다고...했었어요. 트레이너의... 벚꽃도... 지금은 답을 못내더라도... 언젠간...답을 내고..후우.. 화려하게 피지...않을까요?"
이어 그녀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자신의 트레이닝복 소매를 이용해서 닦아내면서 싱긋 웃었다.
"...누구를...맡을지...몰라도 응원...할게요. 아. 스카이라면 조금 응원 못할지도...후훗."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는 다시 앞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힘껏... 이제는 조금씩 속도를 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