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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걸어가는 도중, 낯익은 이가 자신을 스쳐 앞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비쳤다. 그녀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내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이름까지 불렀으니까. 호리이 하나요. 자신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배 여학생이었다. 오랜만에 본다면 오랜만에 보는 것이고, 아니라면 아니었다. 이전에 짐을 옮겼을 때 잠깐 같이 행동한 적은 있었으니까.
"...안녕. 호리이."
평소와 다를바 없는 무덤덤하고 차분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입에서 내뱉으며 카나타는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이어 그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다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을 멈췄다.
"...등불 띄우러 온 거야? ...등불은 띄웠고?"
어지간하면 여기에 있으면 등불 관련으로 온 것일테니,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혹시 아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볍게 그렇게 물은 후, 그는 가만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미소를 작게 지으면서 그녀에게 메시지를 조금 더 전달했다.
그러고 보니 미야마도 본지 꽤 되었구나. 다들 바쁘게 사네.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뭔가 많이 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못 본 것 같은 이들의 모습이 하나 둘 떠올랐다. 조만간에 뭐라도 하나 만들어서 수고했다고 인사하면서 돌리기라도 해야할까. 허나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며 카나타는 다시 눈을 떴다.
"...천만에. 특별히 뭘 한 것도 없는걸. ...그냥 늘 하던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 고마워."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기분이 좋았는지, 그는 괜히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괜히 머리를 손으로 정리한 후, 살며시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을 다시 눈에 담았다. 집행부 일이 모두 끝난 것 같다라. 끝나지 않았나? 축제는 이미 한참 진행되었고... 사실상 마무리 된거나 마찬가지인데. 이것을 지적하면 요즘 그 말이 많은 'T 어쩌고 저쩌고'가 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카나타는 살며시 팔짱을 끼고 침묵을 지키다 하나요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언제 되는데? ...그것보다 끝나는 것이 쓸쓸해? 표정이 그렇게 보여서."
이어 그는 가만히 생각을 더 하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런 표정 지을 것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쓸쓸하다면 쓸쓸해 할 거 없어. ...어차피 아직은 다들 토키와라에 있잖아? ...그러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 단지 직책만 바뀔 뿐이야."
"...응. 니시키리와 같이. 딱히 내 소원은 띄우지 않았지만, 그 애의 소원은 띄우고 왔어."
그는 다시 한 번 이즈미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속으로 조용히 빌었다. 이나리 신이 정말로 있다고 한다면, 그 애의 소원을 부디 들어주기를. 그런 중얼거림을 가슴 속 깊게 몇 번을 중얼거리고 나서야 그는 중얼거림을 멈췄다. 이어 그녀의 말에 그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긴, 그렇게 되어야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그 선생님이 그렇게 말을 할진 모르겠네. ...적당히 돌아가. 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도저히 엔도가 그렇게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그는 괜히 웃으면서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한다면 하는대로 좋았다. 뜻밖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지막 인사에 함께 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테니. 어쨌든 여기서 계속 서 있는 것보다는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앞으로 저벅저벅 걸으며 하나요에게 일단 걷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녀도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면, 굳이 서서 이야기를 게속 할 필요는 없었다.
"...확실히. 충분히 공감해. ...즐거운 시간은 계속되었으면 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 그럭저럭.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잔잔하고도 언제나처럼 이어지는 날이 좋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은 그에게 있어선 최고의 순간이요.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언제나처럼의 일. 주변 친구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늘 하던 것을 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 언제나 느끼던 이 차분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는 것. 역시 그에게 있어선 최고였다.
니시키리 선배와 오래 대화해볼 시간은 없었지만 어쨌거나 소원은 내가 쓸 테니 너는 포기해 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카나타 오빠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하나요입니다.
"아아. 그러네요~ 엔도 선생님이라면 분명 그러겠지요~ 후후."
다정한 말을 좀처럼 해주지 않고 게임하거나 대충대충이거나 하는 느낌이니까 자신보다 카나타 오빠의 예상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하나요입니다.
"그래도 모처럼인데 '수고했어' 한마디는 해주지 않으려나요~ 하나요가 한 번 졸라볼까요?"
우후후 하고 웃으면서 엔도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일단 걷자는 말에 아아! 하고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깜빡 잊고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서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요. 이번 축제는 기획이랑 준비부터 모두와 함께해서 더 즐거웠어요. 집행부 일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이전에 알던 친구들과는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여름은 더우니까 빨리 가을이 오면 좋겠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번 여름이 계속된다고 해도 저는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해놓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한 기분이 들어서 잠시 조용해집니다. 카나타는 그럭저럭이라고 하지만 잔잔한 날이 좋다고 하니 무엇보다 최선이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 말을 듣고보니 평소의 카나타도 잔잔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서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나타 오빠의 정신없이 웃는 모습 보고 싶어요."
그래놓고서 한쪽 손으로 입술을 살짝 가렸다 뗍니다. 괜한 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
"저는 아주아주 즐거웠어요!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네요...... 더 이것저것 하고 싶었거든요.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랑 카나타 오빠의 부스에도 들르고 싶었고....."
비록 그 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미키 군에게도 축제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하나요는 축제 기간이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흐립니다. 하지만 이 마음은 주말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비슷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일 것입니다.
"...난 소원이 있어도 딱히 그걸 이룰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니시키리의 소원만 기원할거야."
소원을 말하는 자리가 아닌만큼 딱히 카나타가 이 자리에서 소원을 이야기할 일은 없었다. 물론 물어본다면 생각은 해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딱히 비밀로 하거나 만인에게 숨겨야 하는 소원은 아니었으니까. 굳이 그 스스로가 여기서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 어쨌든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수고했어... 정도는 말해줄지도 모르겠네. 아무리 그 선생님이라도. ...물론 정성어리거나 감정이 가득 섞인 것이 아니라 어. 수고했어. 라는 느낌 정도일 것 같지만 말이야."
해보고 싶다면 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을 하며, 그는 그제야 완전히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앞서서 가는 듯 하다, 그녀의 발걸음에 자신의 발걸음을 맞추면서도 그는 쭉 앞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축제를 아직 즐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다시 눈에 담았다. 축제가 끝나면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다시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하나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그거. ...물론 나 같은 고3에게는 조금 무서운 소리지만 말이야.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입시는 아무리 나라도 싫거든. ...입시가 없는 2학년이나 1학년이었다면... 나도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그녀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던 중, 그는 뜬금없이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없이 웃는 모습?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그는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상당히 뜬금없는 요구인걸?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안. 갑자기 하려니까 안 되네."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 어색하기 그지 없는 웃음소리라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고개를 돌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으로 국어책 읽기같은 그런 느낌의 어색한 웃음소리였으니까. 민망함을 벗어던지기 위해 그는 헛기침 소리를 여러번 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년을 기약해. ...내년에도 이 축제는 열릴테니까. ...나는 비슷하게 부스를 차릴테고. ...올해 못한 것은 내년에 하면 되잖아. ...너는 1학년이니까 내년은 2학년.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어. ...뭐, 현 3학년들은 내년이 되면 집행부에 없겠지만... 대신 새로운 1학년이 함께 하겠지."
하나요의 반박대로다.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다. 입술도 연지 색깔은 아니다. 그래도 히라무는 웃지도 않고 뻔뻔하게 눈만 끔뻑이면서 정정했다.
"아, 그렇네요. 그러면 가면극입니까? 커튼도 있고 얼굴만 둥둥 떠다니길래."
가부키는 허옇게 분을 바르고 색칠을 하지만 가면극은 가면만 쓰면 땡이니까. 어느 쪽이든 얼굴만 불쑥 삐져나와 있는 지금 모습과 잘 어울린다는...너무해! 히라무는 발치에 떨어진 삐꾹이를 집어들었다. 말랑말랑한 양 볼태기를 꾸욱 누르자 삐이꾸욱 하는 힘없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불쌍해라. 히라무는 자기가 짜부 만든 말랑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것도 빙글빙글 웃으면서.
"응. 괜찮지만."
다시 하나요에게로 눈을 들어 가만히 보던 히라무가 물었다.
"뭔가 서프라이즈? 또 새 옷 샀다든가."
그간 히라무의 빅데이터에 기반한 추측이다. 다만 히라무는 아직까지 내일이 축제라는 사실까지 연관짓지는 못하고 있어, 그냥 다가올 가을을 맞이해서 쇼핑이라도 다녀왔겠거니 하며 삐꾹이를 또 못살게 주물거렸다. 삐꾹삐이꾹삐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