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상일은 꿈을 꾸는 일이 적었다. 일과가 끝난 뒤 기절하듯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가. 그의 첫 꿈은 강호에 나오고 적응이 막 끝났을 때 찾아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새하얀 평원, 그 눈밭에 서서 아득한 지평선을 가만히 바라보는 꿈이었다. 그 너머에 뭐가 있을 지는 지금의 상일도 몰랐다. 이후 상일은 그걸로 꿈길이 트인 것인지 뭔지, 곧잘 꿈에 발을 들이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쌓여 꿈을 꾸기 시작할 때면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기억에 좀 남을 지도 모른다.'
오늘의 꿈 역시 그러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뭔가 기이했다는 것이다. 제 꿈이 아니라 어느 집에 객으로 들어온 그런 느낌이라, 상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색다른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묘한 기대감과 동시에 소박한 불길함이 그를 툭툭 건들였다.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이상하게 등줄기가 가렵고 가만히 있기 힘든 그런 것. 상일이 지금 느끼는 감각이 그러하였기에, 자연스럽게 손에 화살이 쥐어졌다.
겨울은 손님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요녕의 겨울이 찾아왔을 때, 사냥을 위해 성 밖으로 나갔을 때의 이야기였다. 한참 길을 잃어 서성이던 때에 거센 눈사태로 길을 잃었을 때. 걸음을 짚어 돌아가기까지 수없는 시간이 걸린 적이 있었다. 이 날의 꿈은 그때와 비슷해보였다. 쉽게 도망치기에는 눈은 시야를 가리고, 내가 지나온 방향은 제대로 떠오르지 않던 때의 기억. 왜 자신을 찾아왔냐 채근하는 겨울 속에서 어떻게든 길을 찾아 떠나던 때의 기억. 그러나 이것이 그 꿈과 다르단 사실을 안 것은 눈 앞의 불청객이 있기 때문이었다.
화살, 쏘아지기 전의 것. 그러나 선명히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 어쩌면 당장이라도 쏘아질지 모를 화살을 들고 눈보라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어쩌면, 자신이 사냥감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손님을 환영하지 않는 것은 계절 뿐만이 아니라는 듯 느껴지는 그 움직임 속에서 중원은 천천히 검을 들어올린다. 긴장과 같은 감정보다는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한 당연한 행동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자신이 가장 자신있을 행동을 한다.
화석도 내진파
눈보라로 뒤덮힌 땅에 균열이 일어나고, 땅이 마구 흔들렸다. 거리를 벌린 적의 유리함을 제약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나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면 그만이다. 지축이 흔들리는 충격 속에서 중원의 검이 천천히 입을 벌릴 준비를 했다.
저 멀리서 사람이 보인다. 흩어지는 눈보라, 저 먼 하늘 아득한 곳에서 시작되는 하얀 꽃망울. 이리 말하면 참 아름다우나, 상일은 이것이 얼마나 사나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계라는 것을 무림에 내려와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그가 살던 서장 높은 고원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날씨의 존재하였으나, 결국에는 언제나 사람을 얼리려 하고, 사시사철 눈이 내려왔으니. 그만큼 눈을 수의로 삼아 덮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동시에 일상이기도 하여, 상일은 그 눈보라 틈새에서 사람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딱히 경계를 하려던 것은 아니다. 등골이 서늘한 만큼 주의를 기울일 뿐이지 싸우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상일은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억울해졌다. 아니 공격 했을거면 진작에 시위를 놓았겠지!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린다 한들 소리는 눈발에 파묻혀 침묵으로 변하니, 상일은 흔들리는 눈 위를 밟으며 화살 끝을 위로 높였다. 거센 설풍에 맞춰, 한 발.
[실전 투궁술 - 4성 곡사]
이윽고 그가 내민 검 끝에서- 워매 저게 뭐람! 상일은 여행 중에 들었던 방언을 대충 흉내내고서는 곧장 두건을 바람에 태워 보내고, 눈에 파묻혔다. 그의 하얀 머리카락은 같은 색의 눈에 묻혀 보이지 않을 것이나.. 이 정도 고수에게 기감은 당연한 일이겠지. 다행히 높이 쌓인 눈과 눈보라는 안방과도 같아 긁히는 정도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능했다. 요즘 깊게 베여 피까지 나는 걸 긁혔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두꺼운 옷에 막혀 눈에 묻지는 않았으니 그렇다고 치자. 미묘하게 상일에게 위기감이 옅어 보였으나 아무래도 지금이 꿈이라는 것을 아는지라. 그렇다고 해서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렴, 꿈이라고 해서 죽는 게 마음에 들 리가 있는가.
그리고 곧 설풍을 타고 흐르던 화살이 검객에게 날아들 것이고- 상일은 익숙하게 눈 속을 헤치고서 활 시위를 당길 것이다. 위력보다는 의외성, 그렇게 거리를 벌릴 시간을 촌각으로나마 벌고자.
짧은 순간, 인영이 눈 속으로 파뭍힌다. 한 발의 화살이, 궤적을 난해히 그리며 날아든다. 그러나 중원은 그런 화살에도 상관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눈을 차내며 인영을 쫓아나갔다. 화살은 정확히 중원의 몸에 부딪혔으나 그 살에 파고들지는 못했다. 중원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갑옷을 입고, 검을 쥐고 싸우는 것이 익숙한 그는 몇 발의 화살정도는 무시하고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그 찰나에 또다시 한 발의 화살이 날아들지만 들어올린 검이 곧, 거대한 성벽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화석도 성월도
움직이는 법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중원과 상대의 차이는 아마도 거기서 벌어졌다. 가까워진 중원이 새하얀 눈을 닮은 사내를 눈으로 바라보고 곧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킨다. 바로 적을 베어내려 한들 그는 또다시 거리를 벌리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도망칠 땅을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다. 곧, 그 신체가 땅에 닿는다.
건곤대나이 건곤대나이
말도 안 되는 풍경. 아마도, 상대는 그것을 그렇게 느낄지도 몰랐다. 하늘은 위, 땅은 아래라는 규칙을 무시하듯 하늘과 땅이 뒤집힌 상태에서 걸음을 좁혀오는 무사의 모습. 도망치기에는 하늘로 추락하기 시작하는 상일의 몸. 세상은 찰나 이후에 다시금 땅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지만, 중원의 거리는 이미 지척에 다가왔다.
하늘로 쏘아져 눈과 짧은 여행을 하며 빙 돌아 내려온 화살 한 발, 의미 없다. 꽂히진 못해도 둔탁한 충격 정도도 없나? 상일은 지금 제게 달려오는 인물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전에 만나 소개장 준 좋은 형씨가 문득 떠오른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야견의 강함을 제대로 본 것은 아니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구덩이까지 만들었음에도 크게 다치지 않은 그 모습은, 그가 얼마나 단단한 지에 대해 잘 알려주었으니까. 허나 그런 그라도 코앞까지 날아온 화살은 검을 휘둘러 막아내었다. 상일은 그것에 대해서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를 벌릴 시간은 얻었다. 화살 하나를 시위에 걸어둔 채로 상일은 흰 털을 가진 족제비라도 되는 양 눈발을 유연하고 재빠르게 헤쳐나갔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그는 다시금 화살을 쥔 팔에 힘을 주고 쭉 당겼다. 쏘고 거리를 벌리고, 다시금 쏘고 벌리고.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잡아봤자 쓸모도 없을 텐데 하며 놓아주지 않을까, 그런 상일의 기대감은 빠르게 엎어졌다. 말 그대로 엎어졌다. 하늘과 땅이 훅하고, 뒤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본 상일의 표정은... 신기할만치 밝았다. 입모양을 보면 감탄을 뱉고 있는 것이 여실했다.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만큼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허나, 둔탁한 색의, 눈을 뿌리는 구름이 가깝고 자신은 정말로, 그 어느 때보다 눈보라 가운데에 있는 것 같으니.
어느새, 화살은 하늘을 향해 날아간 상태였다. 하늘로 추락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래서 상일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걸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봤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닌가? 꿈이라서 이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가? 모용세가의 역사를 대단한 볼거리로 삼는 것은 무지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냥 깜냥이 좋은 건지. 여하튼 무림에서는 보기 힘든 푸른 눈을 흥미로 반짝이던 상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를 향해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아쉽지만 아니야. 거긴 아직 가보지도 못했지"
머지않아 가볼 생각이긴 하지만. 상일은 점점 땅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위기감이 없는 얼굴을 했다. 디딜 곳 없는 곳에서 어찌 움직이면 좋을지 그의 재능이 속삭여주었고, 그리고 상대가 검을 휘두를 때면- 앞서 쏘았던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추락할 것이다. 맞으려나? 맞아도 의미가 없으려나? 뭐 어때, 멋진 걸 봤는데. 꿈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사실, 이것은 꿈이기에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이 모든 힘이 자신의 전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현실의 중원이었다면 이런 상대의 공격쯤은 검을 크게 휘둘러 낸 검풍으로도 이길 수 있었겠지만 이 꿈이 그것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을 무겁게 적셔갔다. 무거운 몸으로 검을 들고 휘어져 날아드는 화살을 가볍게 쳐낸 후에 중원은 다시금 한 걸음을 내딛는다. 특별한 적이 아니다. 머리는 똑똑한 듯 싶었고 움직이는 것도 썩 자유로웠으나, 거칠었다. 굳이 따진다면 자신에게 의술을 알려주었던 한 소녀에서 재능을 추가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상대를 노리고, 꿰뚫기 위한 무공을 펼치는 모습에도 중원에게는 딱히 위협은 아니었다. 이미 그는 다양한 활을 상대해본 탓이다.
허공을 날아들던 화살이 잡힌 것도 그즈음의 이야기였다. 궤적을 그리며 날아든 화살을 잡은 중원의 입꼬리가 윤스르히 호선을 그렸다. 재능은 충분하다. 하지만, 꽤나 본인이 봐준 것도 있는 까닭이다. 아마도 전투는 계속 소모전을 반복하거나, 상대가 먼저 지쳐 떨어질 것이다.
번뇌팔보 선도 - 가축지
"화살 잘 받았네."
그러나 그 어떤 재능도 이것을 쉽게 예상하진 못한다. 한순간, 중원의 신형이 사라지고 상일의 근처에서 나타났다. 여전히 화살은 쏘아지는 성질을 유지하고 있었고, 중원은 그 흐름을 그대로 쥐고 있었다. 건곤대나이. 하늘과 땅을 잡아 옮긴다는 그 무공으로 중원은 화살 하나를 상일의 품에 놓아주었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상일이 알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꿈이라는 특성 상 상일에게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긴 하였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안정 쪽이었지, 머릿속은 생존 계획 쪽으로 굴러가느라 한참 바빴다.
"거참"
살면서 두 번 보기 어려울 것을 보면서, 상일의 태도는 의외로 여상하였다. 예상한 것은 아니다. 한 걸음 내딛은 것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을 어찌 쉬이 예상하겠나. 놀라운 일을 여럿 보게 되어서 이제 상대가 뭘 하든 이상하지 않겠다 싶은 것이 첫째 이유요, 두번째는 이렇게 온 이상 확실히 마무리가 될 것인데, 상일은 그럴수록 냉정을 찾는 부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들 냅다 나타나 화살을 그대로 꽂아 넣으려 하는 것을 완벽히 대응하는 건 현재 그의 경지로는 불가능하였다. 그러니,
"받았으면 그냥 넣어두시지-"
어차피 꿈이다. 맞아서 죽는다면 꿈에서 깰 뿐. 그렇기에 상일은 화살이 박히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손에 쥔 화살을 그대로 내질렀다. 화살을 쏘는 것이 아니라 단검처럼 사용하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사파스러운 무공이었다. 스치기나 할 지는 모르나, 무엇이든 마지막까지 가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점점 꿈이 깊어짐에 따라, 어색하고 되지 않던 것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중원은 천천히 깊게 담아두었던 숨을 내뱉는다. 세상에는 취옥빛 구름이 내려앉고, 하늘은 안개처럼 가려져 흐릿해진다. 상일의 화살이 박혔음에도 중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신, 웃음을 지으며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씨앗이었다. 불꽃은 천천히 제 몸을 비비적거리다, 작은 실이 한참을 꿰이고, 꿰였다. 그러다가 곧 하나의 거대한 유형화된 기가 되었다. 중원은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좋은 것을 보여주려는 듯 상일에게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내 이름은 모용중원이다. 동쪽 요하의 신선이자, 어린 네놈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기도 하단다."
다음 번에 만날 때에도 말을 가볍게 한다면, 그때는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듯. 장난 같기도 진심 같기도 한 말을 끝으로 중원은 그대로 하늘과 땅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