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그 말에 머지않게 밭 주인이 고개를 내민다. 차려놓은 차와 다과는 두 사람에게 썩 익숙한 것들이었다. 언제는 중원이 차를 대접한다고 많이 남은 무 잎을 말려 차를 내었다가 그 쓴맛에 서로 말도 못하고 넘긴 때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손님이 차를 준비한 모양이다. 자리에 앉고 중원은 찻잔을 가볍게 톡톡 두드린다. 곧 찻물에 새하얀 별빛이 살짝 비추는가 싶더니 곧 스르르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중 하나의 잔을 당겨 쥐더니 곧 가볍게 입에 머금어 향을 느껴본다. 단 맛이 조금 나는 것이 꽤 오래 말린 차의 향이 느껴졌다. 무 마른 잎 차를 내민 까닭에 그것을 좋아하는가 하는 오해를 산 모양이었다.
들켰구나. 당신이 건네는 말에 소녀는 눈을 꾹 감았다 뜹니다. 손톱이 손바닥을 조금 파고듭니다. 와중에도 입은 착실히 움직입니다. 역시 오라버니가 최고라느니, 대신 나도 오늘 오라버니가 야바위로 돈 날릴 뻔했다는 건 비밀로 해주겠다느니...
들켰다는 소리는 반대로 말하면 당신 역시 나와 비슷한 종자라는 소리겠죠. 최소한 당신은 연기에 매우 능숙할 사람임은 분명합니다. 그 속내가 어떻든 간에요. ...제 체질이 이리도 다행이라 느꼈던 적 많지 않습니다. 어찌 되든 간에 당신은 이 모든 일을 잊고 말 겁니다. 당신이 알게 된 내 속내마저도. 무의식 깊은 곳에 파묻고 떠올리지도 못하게 될 겁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소녀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입니다. 그러나 속이 뒤집힌 것은 뒤집힌 것이라, 저 치 역시도 같은 꼴로 만들어야겠다 싶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한껏 비웃으면 이 기분도 나아지겠지요. 그래요, 분명 그럴 겁니다. 소녀는 야바위꾼을 무심히 올려다봅니다. 한 층 낮아진 목소리가 서느렇기 그지없습니다.
"방해? 내가 언제 방해를 했다고."
앞으로 나선 소녀는 당신의 말에 답하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을 바라봅니다. 고집스럽기까지 한 몸짓입니다. 그러나 마냥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확신에 찬 소녀의 태도가 그리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죠. 소녀 역시 그렇습니다. 자신이 질 상황은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사납게 쏘아보는 눈빛마저도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결국 패배자가 될 사람은 저쪽이니까요.
"괜찮아, 오라버니. 거기서 잠깐 쉬고나 있어."
표정을 볼 수가 없으나, 들려오는 것은 가볍고 나긋한 목소립니다. 걸리는 것 하나 없는 어조입니다. 결국 판은 시작하고야 맙니다. 잔이 끝없이 돌아가고, 돌아가고, 돌아가고... 그리고
멈춥니다.
어차피 고를 수 있는 것은 오른쪽, 가운데, 왼쪽이 전부입니다. 그러니까 삼 분지 일의 확률로는 맞출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상과 다르게, 이번은 유독 쉬워 보입니다. 누가 보아도 가운데 잔에 공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더욱 의심스럽습니다. 이리 큰돈이 걸린 판에 이리 명백하게 굴 리 없습니다...
소녀는 잔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앞을 바라봅니다. 야바위꾼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비틀듯 치켜올립니다.
"그 손, 펴보지 그래."
아... 이것도 어느 쪽 손인지 말 안 해주면 모르나? 오른손 말이야, 아저씨. 빈정거리는 것이 명백한 목소립니다. 야바위꾼이 순간 기세에 눌려 주춤거리나, 이내 무슨 말이냐 큰 소리를 냅니다. 소녀는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그를 가만 올려다봅니다. 그 말이 들을 가치도 없다는 양, 귀를 후비적거리다 검 손잡이에 손을 댑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 잔 중 하나에는 공이 들어있어야겠네...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
어느새 검은 잔이 놓여 있는 탁상에 꽂혀있습니다. 검 손잡이에서 손을 놓지 않으며, 소녀는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어어? 아저씨, 손 움직이지 말래도... 그러다 내가 실수로 손이라도 베면 어쩌려 그래? 이 모든 것이 농담거리에 불과하다는 양 가벼운 목소리로 조잘거립니다. 다른 한 손을 움직여 천천히 잔을 뒤집습니다.
오른쪽, 없습니다. 중앙, 역시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왼쪽,
......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크고 작게 탄식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느새 야바위꾼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습니다. 소녀는 콧잔등을 찡긋거리며 사납게 웃음 짓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탁상에 꽂았던 검을 천천히 빼내듭니다. 아-, 저런... 느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뒤에 서 있던 당신을 돌아봅니다. 한없이 가볍고 살가운 목소리로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