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상일은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고불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였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왜소한 인영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손을 내렸다. 그는 곧 품 안에서 두건 하나를 꺼내 희게 빛나는 제 머리를 감아 숨겼다. 그야 설산에 어울리겠지. 상일은 설산의 주민이었고, 사냥꾼이었으니. 백색은 그 누구보다 월등한 보호색이었다.
쭉 몸을 편 상일은 걷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여행의 맛인가-“
신기한 사람을 만났다. 고향에 틀어박혀 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다. 다른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이한 외형은, 어찌 보면 깊은 숲의 존재같았다. 하지만 어눌할지언정 말이 통했고,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보였지만 고집이 강하지도 않았다. 아이를 잘 돌보겠다는 말 역시 거짓이 아니리라. 다음에 다시 만나면 한 끼 정도는 사주고 싶어지기도 하였고, 동생 같기도 하고.
그 산에는, 정체 모를 무언가가 산다. 취옥빛 안개로 휩싸인 산에서 흉참한 무언가를 느꼈다는 소식이 많다. 아이들이 장난을 치거나, 술에 취한 사람들의 우스갯소리로 보기에는 눈으로 보더라도 취옥빛의 안개로 휩싸인 흉흉한 산이 보였으니 그것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일을 향해 떠드는 쟁자수는 대략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끄윽, 저 산에 뭐가 사냐고? 글쌔. 세상이 이모양이니 저기에 귀신이 들었을지 요괴가 들었을지. 아니면 신선이 들었을지 어떻게 아나."
안개가 걷힐 때까진 산을 올라갈 수 없다고, 그는 꽤나 큰 잔에 연거푸 술을 마시면서도 그 감정이 일정했다. 술잔을 채우면 비우고, 채우면 비우면서 혼자만의 대작을 이어가던 그가 조금 흥미로운 얘길 꺼낸 것은 턱을 긁적이며 들은 소문에 대해 떠든 것이다.
"아, 그런데 그 소문은 있더군. 밤 늦은 때에 어느 아낙네가 죽으려 산을 오르는데, 거기서 왠 꼬마아이를 봤다지 않나. 길을 잃었나 싶어 아이에게 왜 이곳에 있냐고 물었더니 글쌔. 그 꼬맹이가 고개를 빼꼬롬 젓더니."
'아직 죽을 날이 아니로구나. 떠나거라.'
"하고 외더니 순식간에 산속으로 사라졌다지 뭔가. 그럼 그건 둘 중 하나지. 신선이던가 요괴이던가."
곧 술병에서 술방울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혀에 술병을 몇 번 털어놓은 쟁자수가 웃음을 지었다.
"형씨. 형씨는 무림인인 모양인데 궁금하지 않아? 신선에게 잘 보이면 선물을 내리기도 하고, 요괴의 내단은 순식간에 내공을 쌓게 해준다지 않나. 형씨는 그런 욕심은 없나보지?"
그는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의 술값을 계산했다. 하나는 자신의, 하나는 말을 섞어준 상일의 술값이었다. 산은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 산에, 상일은 호기심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신선 또는 요괴가 줄 무언가에 흥미가 동했거나 말이다.
몇 걸음을 지나지 않으면 산맥의 초입이 있었다. 그것을 오르는 것은 상일의 자율일 것이다.
어느 한 곳에서 멈추지 않는 긴 여행길에는 으레 여러 이야기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자연을 향한 동경과 공포, 신비와 환상 덕인지 특히 산이나 숲, 호수에 그런 괴담인지 기담인지가 자리잡은 겨우가 잦았다. 또 개 중에는 신선이니 요괴니 하는 이야기가 천지에 널려있다시피 하니 솔직히 상일은, 쟁자수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데도 익숙했다. 그럼에도 그가 두건을 질끈 동여매고 산맥의 초입에 선 이유는 '취옥빛 안개'와, 쟁자수가 지불한 술값이 이유였다. 또한 그의 말솜씨가 썩 좋았던 것도 있었지.
잠시 산 정상을 올려다보던 상일은 두렵지도 않은지 발을 산맥 안쪽으로 옮겼다. 아무것도 없다면 높은 곳에서 풍광을 내려다보며 풍류를 즐기든 안개가 몰릴 때까지 자리를 지키든 하고, 진실로 신선이나 요괴.. 혹은 반로환동한 고수가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꽤 괜찮은 여행길이 된 것이니 어느 쪽도 좋았다. 문제라 한다면 내 목숨줄을 잡아둘 수 있느냐겠지만. 자신이 사파라곤 하나 대단한 악행은 저지르지 않지 않았는가 하고 상일은 태평하게 생각하며 길을 재촉했다.
신선의 선물이든 요괴의 내단이든, 상일은 그저 조금 독특한 여행을 할 뿐이었다.
"오.."
누군가는 자연을 친우라 부르지만 상일이 보기에 이 산은 악연에 가까웠다. 기세가 영 흉흉한 것이 과연 범상한 산은 아니구나 싶었다. 상일은 어렵지 않게 험준한 산을 오르며 감탄했다. 기운도 사납기 그지 없으나 그래도 자연이라, 풍경은 참 보기가 좋았다. 여기에 눈만 내리면 참 좋을 것 같은데. 평생 눈만 보고 자라다가 바깥에 나왔으면서도 질리지도 않는지 눈이 좋은 상일은 느긋하게 산을 올랐다.
그렇게 걸음 크게, 몇 걸음을 내딛으며 산을 오른 상일이 본 것은 거대한 새와 한 소년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새는 지저귐으로, 소년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소리로 하여금 대화를 나누다가 곧 상일이 걸어온 길을 향해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소년의 외모는 동글동글했다. 그 나잇대 아이들보다도 조금 더 유해보이는 외견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러나 그런 아이에게 거림측함이 느껴진 것에는 오른쪽 팔이 없다는 것과 저 안개가 마치 아이를 감싸듯 그 품을 휘감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눈. 무언가 너머를 보는 듯한 소년의 눈은 상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깜빡였다.
"손님이 오셨구려. 무림인으로 보이는데 이 산에는 기분 나쁜 괴물이 산다오. 이제 갓 약관을 지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돌아다니다 놈을 만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어서 내려가시게."
그러며 소년은 한 걸음을 뚝 걷더니 어느새 상일의 옆에 서서 상일이 걸어온 길모퉁이를 가르켰다. 상일이 오른 길과 얼핏 같으나, 험하지 않은 길을 가르켰다. 그때. 멀찍이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쿵쿵거리며, 몸의 조직 일부가 들끓고, 그곳으로부터 수많은 포자가 보글거리며 산에 버섯들을 옮기는. 곰을 닮은 요괴가 소년과 상일을 향해 달라들어왔다.
산에 올라서 상일이 본 광경은 마음에 썩 오래 남을 듯한 신비로움이었다. 거대한 새와 한낱 인간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대화를 하던 소년은 분명 어느 높은 존재이리라. 상일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리며 넋을 놓았다. 동글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모습은 귀한 집의 아이처럼 보였으나 안개가 기묘하게 움직이는 것이 결코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어서야 상일은 소년의 팔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았으나 아마 저만한 이에게 그건 별 의미가 없으리라. 신선이니 요괴니 이전에 상일은 저 소년이 '손을 대면 안 되는 부류'의 것임을 짐작했다.
아이는 곧 상일에게 말을 걸었다. 내려갈 것을 권고하며 비교적 편한 길로 손짓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상일은 어디 한 군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어보였다. 다만 바로 내려가야하는 것은 아쉬워서, 괜히 말 한마디를 더 붙였다.
"손님이라 부른 걸 보니. 귀인께서 이 산의 주인 되시는지요."
그러고서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이 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싶었는데. 하지만 상일의 표정은 썩 밝았다. 꽤 좋은 경험을 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인사를 하고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려 하였다.
"풍경을 더 못 즐긴 것은 아쉬우나, 신비한 광경과 귀한 분을 뵜으니 그걸로 만족할.."
그러던 차에, 멀찍이서 소리가 들렸다. 괴이의 그 소리는 상일이 지닌 사냥꾼의 경험이 경종을 울리게 만들었다.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소년이 말한 그 기분 나쁜 괴물이리라. 그러니 소년이 가리킨 대로 얼른 떠나는 것이 옳았으나 그 전에 곰을 닮은 그것이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무심코. 그러니까 무심코. 상일은 소년을 챙겨서 옆으로 회피하려고 하였다.
분명 강할 것이라는 건 알고, 상일 본인은 커녕 저 요괴마저 쉽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 역시 안다. 그가 무심코 소년을 보호하듯 움직인 이유는 그가 자그마한 몸을 지녔기 때문이며, 심지어 팔 하나가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잘은 모르겠지만 상일 본인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어른이였다면 '어이쿠'라고 가벼운 소리를 내며 훌쩍 뒤로 뛰었을 것인데. 참 인간은 보는 것에 약하다고 상일은 헛웃음을 짓게 되었다. 분명 훗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휴 하면서 미치광이 보듯 보겠지!